# 907.

“어, 일단 자기 소개부터 드려야겠죠?”

순순히 묻는 말에 대꾸할 낌새는 전혀 없이, 멱살 잡던 쪽에서 정중한 태도로 자세를 가다듬는 와중에 나온 소리였다.

대장 카엘은 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에, 저는 카엘이라고 하…….”

“이런 씨--!”

나오는 이름에 대장 카엘이 발끈하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터뜨리게 하잖나!

이 발끈하는 소리가 곧장 성난 욕설로 번지려 하는 찰나, 키하르가 재빨리 나서서 우렁찬 외침으로 말한다.

“어이쿠! 우리 대장님이랑 이름이 같군! 우리 대장님도 카엘…….”

“이런 씨--!”

키하르의 말을 자르는 발끈한 소리는 자기 소개 하려던 ‘카엘’로부터 나왔다.

이는 키하르가 나선 것처럼, 크로쟌의 목을 조르던 쪽이 재빨리 큰소리를 내서 끊고 나서서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

“에헴! 저는 투란이라고 합니다! 우리 파티의 리더 카엘, 이 녀석 뒤를 봐주는 살림꾼 노릇을 하죠!”

잠깐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대장 카엘의 눈이 가늘어졌고, 로칼의 입꼬리가 살살 꿈틀거리면서 치켜 올라갈 듯한 낌새가 나타났다. 그래서 키하르는 숨을 들이쉬면서, 하던 말을 바꿔야 했다.

“혹시…… 어디서 사고치고 현상금 걸린 적이라도……?”

“아놔! 높으신 분들이 왜 거리 뒷골목의 불량한 애새끼들이나 하는 소리를 하고 계셔요?!”

크로쟌의 멱살을 잡던 카엘이 다시 발끈하면서 대꾸하고 있었다.

그 곁에서 크로쟌의 목을 조르던 투란이 보태 말한다.

“그냥 어릴 적 부모 얼굴도 기억 못하던 시절에 내다 버려진 탓이고, 애새끼 이름 붙여주는데 그다지 흥미가 없는 철딱서니없는 어른들 틈새에서 자란 탓에 줏은 이름이라 이 모양이니까…… 괜한 오해는 하지 마시죠?”

그러나 대장 카엘은 조금 더 눈매를 가늘게 하면서, 조금 전에 반사적으로 짜증내던 모습 따위는 온데간데없는 태도로 둘을 훑어보면서 말한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면, 정직하게 대답해봐. 꼴 보니까, 분명히 팔다리 뼈가 아작아작 조각난 채인데…… 그걸 억지로 묶어주는 요술 붕대까지 하고, 여기에 온 이유가 뭔가? 크로쟌과 파티였다고? 그렇다면…… 상급 포션 한 두병 정도는…… 너네 설마 포션에 내성 생겼냐?”

카엘과 투란은 대장 카엘을 보며 눈을 껌벅거렸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훑어내리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키하르는 그 꼴을 보고 한숨을 쉬면서 둘이 입밖으로 내지 않는 물음에 답해줘야 했다.

“티 안나. 둘 다 어디 부러진 티는 전혀 안나. 그냥 우리 대장님이…… 조금 예민한 구석이 있고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해두라고. 그러니까 그 붕대도 바로 알아보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두는게 편할 거야.”

“음, 뭐 그러면 편하게 대답해드리죠. 신경쓰지 마세요. 앞으로 한 일년 정도 쉬면 금방 회복된다니까. 그래서 우리 파티도 한 일, 이년 쉬기로 했거든요. 이 녀석도 함께 쉬어야 하는데 말이죠…….”

대장 카엘은 크로쟌의 어깨를 두드리는 카엘의 말에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

키하르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아주 편안하게 지껄이고 있잖은가!

그 편안함에 영향을 받은 듯, 크로쟌이 급하게 말문을 연다.

“그러니까요! 쉬는 동안에 잠깐 심사 받으러 온 거라니까요! 좋은 등급을 받으면 앞으로 여러모로…….”

“사기당해 사온 부적을 갖고 어떻게 좋은 등급을 받아! 저 높으신 분들이 너보고 사기꾼이라고 하면서 목을 뎅강 자를 수도 있단 말야! 남의 사정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제멋…….”

크로쟌의 어깨를 꽉 쥐면서, 얼굴을 들이밀며 격하게 외치는 카엘이었는데 그 볼에 가볍게 투란의 주먹이 꽂히면서 말을 자르는 말이 튀어나온다.

“콜록! 어흐음! 에, 우리 리더가 좀 급한 성격이라서 가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주 솔직할 때가 있거든요. 높으신 아량으로 너무 귀담아 듣지는 마세요.”

카엘, 투란…… 그리고 크로쟌의 징징거리는 꼴을 바라보는 근위대장, 사군단의 대장과 부대장이 동시에 이상야릇하게 구겨진 표정을 지었다.

그 구겨진 낯으로 느릿하니 근위대장 로칼이 먼저 입을 열어 대꾸한다.

“어이, 거기 카엘…… 그리고 투란. 이름이야 그렇다치고…… 너네 지금 여기 시비걸러 왔냐?”

“에헤이--! 그럴리가요!”

투란이 휘휘 손을 저으면서 재빠르게 부정했다.

하지만 대장 카엘이 삐딱한 자세로 부정하는 투란의 말을 부정한다!

“시비 걸고 있잖아? 일단 한 번 뒈져볼래? 직위고 뭐고 내려놓고 한바탕 해볼까?”

이는 곧 저쪽 카엘의 표정을 삐딱하게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