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6.

“……벌써 하루가 지났나? 어허? 두어걸음 걷는 사이에 오늘이 다 가고 어느새 내일이 오늘이 되었어?”

대장 카엘의 목소리는 저편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부대장 키하르의 귓가에 아주 제대로 꽂힌 모양이었다. 우렁차게 카엘을 향해 그물질하는 듯한 눈길과 함께 대답이 터져나온다.

“농담하시는 걸 보니, 아직 어디 가실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으시군요? 그러면 어서 와보세요! 로칼 대장님도 와보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왜?”

로칼이 갸웃하며 바로 되물었다.

대장 카엘의 말처럼 키하르가 스콜피우스를 사냥한 파티에 대해, 크로쟌이 함께 했던 파티에 대해 조사를 하면 빨라도 내일 정도는 되야 그럴 듯한 정보가 들어올 터였다.

한데 저쪽 문으로 크로쟌을 끌고나간지 얼마나 되었다고 돌아와서 이러는가?

설마 그 파티의 정보가 제 발로 걸어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키하르는 그보다 심각한 얘기를 빠르게 쏟아낸다.

“찾아왔다고요. 그 파티에서…… 크로쟌을 직접 되찾을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요!”

“……어?”

“엥?”

두 대장이 조금 희한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놈! 기다리라고 했지!”

“금방 우리 볼 일 끝날 테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했잖아!”

둘이 하나를 윽박지르고 있었다.

한 명은 앞에서, 한 명은 뒤에서…… 앞에선 한 명은 멱살을 두 손으로 쥐어 올리는 채로, 뒤에 선 한 명은 목을 팔뚝으로 감아 조르는 꼴로 크로쟌을 윽박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한데 크로쟌은 목이 졸려 켁켁거리면서도 꿍얼거리는 말투로 대꾸를 하고 있었으니,

“--야, 얌전히 있었다고요! 그치만! 그치만 심사기간이 끝나잖아요! 정기심사가 끝나면 다음에 또 언제 할지 모른다잖아요!”

멱살 잡은 이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 채로 보다 거센 꾸지람이 터져나온다?!

“누가 그딴 공갈에 넘어가냐고! 신청자가 있으면 날 잡아서 바로 바로 하는 심사라고 그렇게 말해뒀건만!”

“꾸에--!”

다시 크로쟌이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크로쟌의 등에 달라붙어 팔뚝으로 목을 조르는 이가 변명 따위는 필요없다는 듯이 힘을 준 탓에 나오는 것은 길게 뺀 혓바닥과 신음 소리 뿐이었다.

이런 광경은 마침 들어서는 키하르는 물론, 대장 카엘과 근위대장 로칼의 눈에 훤히 비춰들 수밖에 없었다. 셋은 뭔가 황당하다는 듯이 이를 잠시 지켜보는데, 돌연 로칼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콧잔등을 찡긋거리며 곁을 향해 속삭인다.

“카엘, 저 녀석들…… 팔다리에 대고 있는 거…….”

“아, 그래. 맞아. 위키드 밴드Wicked Band…… 요술 붕대라고 하는 그거 맞아. 내 다리에 감고 있는 거랑, 목적은 좀 다르지만 같은 계통인 물건이야.”

카엘의 대답은 키하르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대장님, 그럼 저 녀석들……?”

“당연히 보통 내기는 아니겠지.”

딱 부러지게 대답하면서 카엘이 지팡이로 바닥을 큰소리나게 찍으면서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큰 목소리도 울려냈다.

“이봐, 거기. 이제 그만하지?”

“누구-- 시죠?”

크로쟌의 멱살을 잡은 쪽에서 으르렁대는 듯한 물음이 돌아왔다.

대장 카엘의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크로쟌이 급하게, 살짝 풀린 숨결을 토해내면서 말한다.

“……대장님이에요! 군단 대장님!”

“어? 진짜? 그럼, 설마 그 소문난 최강의…… 진짜 다리가 불편하신 분이었어?”

크로쟌의 목을 팔뚝으로 감은 쪽에서 어이없어 하는 듯한 소리가 새나왔다.

대장 카엘의 눈꼬리가 조금 더 높이 치켜올라갔다.

저 녀석은 분명히 지금 ‘최강의 병신’이란 소리를 하려 했다.

하지만 정말로 사군단 대장의 다리가 불편한 광경을 보고 말을 돌렸다.

아무래도 별명이 병신인 줄 알았는데, 진짜 다리가 묶여 절뚝대는 꼴인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그래서 바보에게 바보라고 하면 바보가 화낸다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말을 돌린 듯한 태도였다.

그래서 대장 카엘은 조금 세게 나가기로 결정했다.

“너네, 그 붕대 어디서 구했지?”

보통 요술 붕대, 위키드 밴드인 것을 알아보면 거의 묻지 않는 것부터 묻는 태도로!

이는 곧바로 둘이 크로쟌을 놔주고 자세를 바로하게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