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5.

“저런 녀석을 몇 년씩이나 끼고 있었다잖아. 그런 파티라면…… 게다가 덫잡이가 녀석을 잘 가르치기도 한 모양이잖아? 이것저것 말이야. 그런 녀석들이라면 어설프게 스콜피우스를 처분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걸. 이쪽으로 연락이 없었다는 얘기는 아마 에테온 쪽으로 처분했다는 뜻이겠지. 요새 우리보다는 에테온 쪽에서 이것저것 더 비싸게 쳐준다는 소문, 들었잖아?”

“……그게 말이 되냐? 몬스터를 사냥해서 에테온까지 가서 내다팔고 다시 여기로 돌아온다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게 뭔 짓이야?”

로칼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대장 카엘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한다.

“반역왕이라고 하는 분이 등극한 이후, 그러니까 지난 십여년 동안 에테온에는 대마도사가 있었다고. 그 대마도사님의 활약으로 재현된 고대의 마법 덕분에 몬스터의 잔유물을 처리하는 방식, 여러 가지 마도구의 기술이 우리랑 수준이 달라졌다잖아. 그러니까, 스콜피우스의 꼬리도 우린 잊어버린 마도의 기술로 재처리하려 했을테니…… 결국 왔다갔다 하는 경비를 빼고도 남을 정도로 쳐줬을 걸. ”

“허?”

뭔가 눈 뜨고 코 베였다는 듯한 표정이 로칼의 얼굴에 나타났다.

달그락, 지팡이를 꿋꿋하게 내딛어 바닥의 포석을 누르는 모습으로 카엘의 말이 이어진다.

“보고서 안봤어? 얼마 전에 울부짖는 꽃밭을 에테온 군단이 쳐들어가서 싹 쓸어담으면서 나불댔다는 소리…… 꽃 한송이에 폭염화살 스무대라면서 거의 실성한 꼴로 몬스터 꽃을 소중히 캐갔다잖아.”

“응? 그런 보고서가 있었어?!”

“……이보세요, 근위대장님!?”

“내 임무는 몬스터의 동향을 살피고 전투 준비를 하는게 아니라고!”

로칼이 카엘의 쏘아보는 눈길을 외면하면서 투덜거렸다.

카엘은 혀를 차는 시늉을 했지만, 결국 한숨을 쉬고 말았다.

근위대장인 로칼이 군단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샅샅이 읽으란 것도 분명히 억지이기는 하니까.

로칼도 자신의 처지가 조금 불만스러운지 낯을 구기고 있었고, 막상 자신이 내뱉은 변명을 못마땅히 여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로칼은 갸웃하면서 아예 철판을 깔았다는 듯이 뻣뻣한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스콜피우스의 꼬리로 뭘 만들 수 있었지? 잊혀진 기술이라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나?”

“……트롤, 오우거, 고블린에게 통하는 즉사(卽死)의 독화살. 웬만한 칼질로는 죽지 않는 마수도 스콜피우스의 꼬리 독을 바른 칼날이면 스쳐 베기만 해도 잡을 수 있다고. 스콜피우스의 독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고대의 지식이라면…… 어쩌면 해독제까지 따로 준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독과 약을 동시에? 그거…… 에테온 쪽으로 한 번 찔러볼만한 일인데? 잘하면 나눠 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응? 그럴 수 있어?”

카엘은 느릿하게 두어걸음 걷다가 따라붙으면서 떠드는 로칼을 보며 발을 멈추면서 되물었다. 이에 로칼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중얼거리듯이 대답한다.

“뭔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에테온의 국왕이 큰소리쳤다고 징징거렸으니까, 이 기회에 좀 더 징징거리면서 아예 뭐든 뜯어내 달라고 하소연이라도 해봐야지.”

“……뭐야, 그게?! 우리 임금님이나 에테온 임금님이나 나이는 비슷하잖아?”

카엘이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고 따지듯이 로칼을 훑어보면서 외쳤다. 하지만 로칼은 피식 웃고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저쪽은 파릇한 스물이 되자마자 거의 십년 가까이 춤추는 산맥부터 평원, 심지어 바닷가까지 싹 헤집고 다닌 대모험가시잖나. 그리고 패기 넘치는 등극 이후로도 아주 대폭풍을 일으키면서 에테온을 바닥부터 갈아엎고 있고…… 왕실에서 곱게 자라서 살기 위해 왕위 계승의 싸움질에 끼어들었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왕이 되버린 경우랑 비교할 수는 없지.”

“……왕실 모독이야! 반역이라도 하고 싶냐? 뭐가 그리 신랄해?”

카엘이 낯을 구긴 채로, 먼 산을 향해 메아리 흉내내듯이 중얼거렸다.

로칼은 한숨을 쉬면서 함께 먼 산을 보는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옥좌에서 맨날 그러고 투덜거리고 있는데 어쩌라고? 임금님이 직접 반역이라도 한다고 임금님에게 고자질해?”

“군단장의 입장에서, 꽤 불안하거든? 그런 소리 옮기고 다니지 말라고!”

카엘이 다시 투덜거렸다.

로칼은 피식 웃었다.

“자네한테는 특별히 전하라는 말씀까지 계셨거든? 힘드니까 웬만하면 군단장 때려치고 자네 주도로 새로 친위대 하나 만들어서 옥좌 곁에 있어줬으면 하시던걸.”

“……키하르?”

대장 카엘이 돌연 꺼낸 말에 로칼은 눈매를 찌푸렸다.

제대로 진지하게 왕의 제안을 전하고 묻는데, 웬 부대장 이름을 부르고 있는가?

그러나,

“대장님! 두 분 모두 와보셔야겠는데요?”

라고 키하르가 저쪽에서 나타나 외치고 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