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6.

“뭐?”

로칼과 카엘, 근위대장과 대장의 눈가가 동시에 꿈틀했고 키하르를 향해서 매우 폭력적인 눈빛이 번뜩거렸다. 때문에 키하르는 아주 재빠르게 말을 보태야 했다.

“그렇다는데 어쩝니까? 의심스럽다면, 직접 들으시면 되잖겠습니까?”

부대장의 항의는 곧바로 받아들여졌다.

먼저 대장 카엘이 가볍게 탁자에 다시 팔을 괴는 자세로 앉았고, 근위대장 로칼 역시 위엄을 갖추는 태도로 앉으며 크로쟌을 부릅뜬 눈으로 바라봤다.

몰래 쉬는 한숨과 함께 키하르는 한켠으로 가서 부대장다운 자세로 섰다. 마치 이제 남은 일은 윗분들이 알아서 하라는 듯이 느긋하게!

“크로쟌…… 자네는 분명히 몬스터 로드지?”

카엘이 대장의 위엄을 담아 부드럽게 물었다.

손톱 끝을 입술 사이에 대고 거의 씹을 뻔했던 크로쟌이 재빠르게 대답한다.

“네! 그래서 등급 심사를 받으러 왔죠! 도시에 마음놓고 드나들 수 있는…… 등급이 꼭 필요합니다!”

로칼의 인상이 삐딱하게 구겨졌다.

크로쟌은 어떻게든 좋은 심사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애쓰는 중이었다. 그러나,

“도시에 마음놓고 드나든다라…… 크로쟌, 애초에 사람이 사는 곳에 마음 놓고 다니고 싶었다면…… 몬스터 로드의 길에 몸 담아야 했던 까닭이 뭔가?”

대장 카엘은 곁에서 삐딱한 근위대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침착하게 묻는 말을 잇고 있었다.

크로쟌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뭔가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이 바로 눈 앞에 다시 보인다는 듯…….

그런 모습을 보면서 대장 카엘이 조용히 말을 더한다.

“너무 개인적인 사정이라 말하고 싶지 않나? 하지만 몬스터 로드가 되는 순간부터 각오를 하지 않나? 사람 사는 곳에 다시는 발을 딛지 않겠다는 각오말이야. 물론 그런 결정을 했다해도…….”

“안했어요! 전 그런 각오 하지 않았고, 몬스터 로드가 되겠다고 결정한 적도 없단 말입니다!”

크로쟌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부르르 떨었다.

마치 자신이 뭔 짓을 했는가, 자기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알아차렸다는 듯…… 곧바로 크로쟌은 사죄하는 말을 늘어놓기도 했으니,

“……어, 이게 아닌데! 소, 소리질러서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몬스터 로드가 된 거야?”

로칼이 카엘의 입술이 파르르하니 격노의 조짐을 드러내는 꼴을 보고서는 크로쟌의 말을 가로채며 물었다.

바로크 왕국 사군단의 대장 카엘은 자신이 선택한 결정을 후회하는 것을 아주 끔찍하게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크로쟌은 지금 몬스터 로드가 된 것을 후회하면서, 자신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뒤늦게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이고 있었다. 여기서 몇 마디 더 주고받으면, 심사고 뭐고 이 놈의 대장 카엘이 바로 지팡이 들고 뛰어나갈 참이다!

근위대장으로서 로칼이 재빨리 끼어든 까닭이었다.

이는 대장 카엘을 조금 진정시켰고, 크로쟌 또한 조금 차분하게…… 과거를 되새기면서 매우 억울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드러나게 했다.

“정말로 전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거든요. 흑…… 그날 그렇게 주는 술을 받아마시지만 않았어도……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했는데…… 흑흑…… 조금만 조심했으면…… 재단사로 버젓하게 살 수 있었는데…… 어흑!”

“--뭐라는 거야, 똑바로 말해봐!”

대장 카엘이 결국 참을 수 없는 듯, 으르렁거리는 말투로 윽박질렀다. 그리 목소리를 높인 것은 아니었지만 크로쟌에게는 충분한 위협이 된 듯이 화들짝 놀란 채로 울먹대던 소리를 꿀꺽 도로 삼키게 했다!

이런 대장의 모습을 보면서 키하르가 고개를 살짝 저었고, 헛기침을 세게 뱉으면서 나선다.

“으흠! 흠! 크로쟌, 그렇게 울먹거리면서 말하면 제대로 들을 수가 없잖나? 내게 했던 이야기를, 조금 침착하게 다시 말하는 것 뿐이라고. 그러니까…….”

“귀 기울여 들을테니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만나서…… 대체 왜 몬스터 로드가 된 건지, 싹 다 애기해!”

대장은 달래려는 부대장을 한번 세게 노려보고는 딱딱한 말투로, 울화를 억지로 가라앉히는 태도로 말하고 있었다.

로칼이 그런 대장 카엘을 흘깃하고는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뭔 보고서 쓰냐? 어이, 크로쟌. 너무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도 되니까…… 침착하게 말해보게.”

꼴깍, 크로쟌은 소리나게 침을 삼키면서 대장과 근위대장을, 부대장을 둘러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한다.

“에, 그러니까…… 음, 어…… 한 칠, 팔…… 아니, 오년이나 육년 정도 전이었군요.  에, 제가 그 뒤로 하도 정신없이 나돌아다니다 보니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좀 헷갈려서 말이죠. 음,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였냐 하면…… 아, 혹시 춤추는 광대라는 주점 아시나요? 왕국 북문 너머에 있는…….”

“--어디?!”

카엘이 기묘하게 높은 목소리를 내며 되묻고 있었다.

로칼은 그런 카엘을 희한하다는 듯이 바라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