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5.

카엘은 두 눈을 살짝 부비면서 다시 크로쟌이 하는 짓을 봤고, 로칼은 눈을 가늘게 하며 자신이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되짚어봤다. 그리고 곧 둘의 입이 동시에 한 이름을 담은 소리를 꺼낸다.

“키하르, 잠깐만.”

“이리와봐, 키하르.”

키하르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크로쟌, 자네가 삼킨 몬스터가 뭔지 말해봐. 큰 소리로, 대장님과 근위대장님께서 잘 들을 수 있게!”

“예? 어, 이거 그러니까…… 흔히 새끼 거미라고 하는 몬스터인데요…… 그리 대단한 거는 아니고…… 음, 이렇게 온몸으로 실을 자아내서, 끈적한 그물을 만드는…… 몬스터 엠블럼의 전이에나 쓰이는 하찮고…… 흔한 거라고 하던데…… 어, 이게 제가 지닌 유일한 몬스터거든요.”

크로쟌은 말을 더듬으면서, 주로 눈치를 보느라 말을 고르는 모습으로 느릿느릿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는 다시 카엘과 로칼이 어리둥절하게 했다.

“유일한……?”

“거미둥지의 애벌레 아냐?”

그리고 둘은 서로를 보고 입을 다문 채로, 다시 키하르를 향해 동시에 손짓했다.

이번에는 키하르도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크로쟌은 다시 세 사람이 저편에서 쑥덕거리는 광경에 불안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크로쟌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셋은 바쁘게 소근거렸니,

“키하르, 저거 분명히 그 새끼 거미지?”

대장의 조그마한 물음에 키하르의 고개가 냉큼 끄덕거리며 작게 대답한다.

“예. 정식 명칭, 하이브 스파이터Hive Spider의 미니언Minion…… 흔히 새끼 거미라고 하는 그거 맞습니다.”

이에 근위대장이 한층 더 낮은 목소리로, 보다 깊은 의혹을 뿜어내며 묻는다.

“그거, 그냥 온몸에서 끈적대는 접착액을 뿜어내는 거 아니야? 저렇게…….”

“그거 맞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 접착액이 늘어나고 엉기면 실이 되고 그물이 되는 거잖습니까. 거미 둥지는 그렇게 자기 수하…… 새끼 거미를 방출시켜서 주변에 끈적대는 고치를 만들고, 그 고치에 들러붙어서 꼼짝 못하게 된 사냥감에 느긋하게 달라붙어서 잡아먹고 말이죠. 저 녀석…… 크로쟌은 몬스터 로드니까, 새끼 거미의 그런 능력을 이용해 몸의 일부, 조금 전처럼 손이나 발, 살갗 어느 구석에 그 접착액을 방출시키고, 그걸 다시 실로…… 실뜨개 놀이 하는 것처럼 엮어 보일 수 있는 거죠.”

침착하게 키하르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바로 대장 카엘의 짧은 반박부터 불렀다.

“그게 말이 되냐!”

로칼 역시도 근엄한 근위대장의 모습으로 되묻는다.

“키하르, 새끼 거미는 반사적으로 온몸에서 그 접착액을 뿜어낸 다음에 탈진해서 껍질만 남는다고. 저렇게 손으로 이리저리 무늬를 자아내는 거는…….”

“몬스터 로드로서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 저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크로쟌의 심사를 대장님과 근위대장님께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데려다 놓은 겁니다.”

키하르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이에 로칼과 카엘은 서로를 잠시 흘깃했고, 저쪽에서 한껏 불안한 표정을 짓는 크로쟌을 다시 쳐다봐야 했다. 잠깐 곤혹스러워 하다가 결국 대장의 입에서 낮고 작게 성난 소리가 나온다.

“뭐 저리 헷갈리는 놈이 다 있어! 사내 놈이 실뜨기가 뭐야, 실뜨기가!”

근위대장 로칼이 한숨을 쉬면서, 조금 더 낮게 중얼거린다.

“살다 살다, 몬스터 능력으로 실뜨기 하는 놈도 다 구경하네…….”

키하르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키하르 역시도 크로쟌이 보여주는 몬스터 로드의 능력을 처음 봤을 때, 지금 대장이나 근위대장보다 더 어이없어 했다. 크로쟌은 그때도 두 손을 맞물렸다가 떼면서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에 끈적거리는 실그물을 자아냈고, 이리저리 엮으면서 다양한 무늬를 보여줬다.

도대체 그런 몬스터 능력으로 뭘 할 수 있는가?

혹시나 해서 그 실그물 사이에 돌멩이를 떨궜더니, 길게 늘어지면서 돌멩이가 땅바닥에 들이박기만 했다.

저 실그물로 뭔가를 낚을 수는 없다는 것까지 확인하고나서, 키하르는 정말 뭐라 할 수가 없는 상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크로쟌은 몬스터 로드로서, 저 새끼 거미 말고는 삼킨게 없단다!

“대체 저 녀석 어쩌다 몬스터 로드가 된 거야?”

대장 카엘이 지금 내놓는 의문을 키하르는 크로쟌에게 직접 캐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대답을 해줄 수는 있는데,

“그게 말이죠…….”

말문을 열면서 키하르는 한층 더 곤란한 표정부터 지어야 했다.

왜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