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3.

쑥덕쑥덕.

흘깃, 흘깃!

뭔가 이상한 저쪽 풍경에 크로쟌은 불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목소리를 아주 깔끔하게 낮추고, 잉잉앵앵거리는 듯한 낮은 소리로 심사관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살짝살짝 내던지는 눈초리가 어째 크로쟌을 갈아뭉갤 듯하다?

불안함이 차오르는 듯, 크로쟌은 살살 손가락을 입에 물고 빨다가 손톱을 씹다가 하는 모습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왕국의 높으신 분들이 자신을 어찌하랴 하는 생각에 살짝 안심하다가도, 왕국의 높으신 분들이랑 잘못 엮여서 쥐도 새도 모르게 작살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다시 불안해 하는 듯한…… 크로쟌의 태도는 저쪽의 쑥덕거림과 흘깃거림에 아주 크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그 쑥덕임, 흘깃거림이 멈췄을 때 크로쟌은 크게 안도하는 숨을 토해내기까지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키하르가 방긋 웃으면서 크로쟌 쪽으로 살살 다가왔고 로칼은 턱을 괴는 모습으로 테이블에 기댄 채로 흥미롭게 바라봤다.

크로쟌의 눈알이 구르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대장 카엘의 입이 열린다.

“들어오자마자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지? 그래, 저쪽에서 느껴진 건 뭐 없나? 감각의 예민함은 몬스터 로드의 능력…… 어느 수준의 등급이냐를 결정하는데 많은 참고가 되지. 어때, 저쪽에 뭐 보이거나 들리는거 없나?”

이 물음은 크로쟌을 살짝 안도하게 했다.

아까 잘 보이려고 열심히 떠든 소리를 들어줬다는 안도감이었고, 등급을 결정하는데 참고가 된다는 말은 확실하게 크로쟌을 북돋웠다. 재빨리 크로쟌은 굴러가던 눈동자를 대장 카엘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정시켰고 귀를 쫑긋거리면서 어떻게든 감각이 예민한 바를 보이려 애쓰는데…….

“응, 그게 뭐지 키하르? 위험하잖아!”

턱을 괴고 있던 로칼이 갑자기 툭 한소리 던지잖는가?

그 소리 중에 크로쟌을 흠칫하게 하는 한마디가 섞여 있었으니, 크로쟌은 자신을 이리로 데려온 부대장 키하르를 향해 재빨리 고개를 돌리면서 눈알을 굴리려 하다가…….

“끼에에엑!!”

괴성과 함께 푹 그 자리에 주저 앉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내려다보고, 키하르는 두 손으로 활짝 펼치고 있던 두루마리를 다시 말아챙기면서 말한다.

“보셨죠? 테러 스크롤이 이렇게 제대로 먹히는 경우도 없다니까요?”

대장과 근위대장은 황당하다는 듯이 크로쟌을 보느라 키하르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표정이었다.

테러Terror, 보는 이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주문이었다.

그 주문이 담긴 두루마리는 펼치는 순간, 이를 보는 자에게 시각적으로 가장 무서워 하는 광경을 비춰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애초에 장난꾸러기 마법사가 만든 탓인지, 심각하게 정신적인 상처를 남기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키하르가 사용한 것은 진짜 장난감이다!

그런데 크로쟌은 지금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나, 거품물고 기절하는 놈 처음 봐.”

로칼이 중얼거렸다.

“왜 작동하는거야, 그 스크롤!?”

카엘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키하르에게 묻고 있었다.

키하르는 ‘엥?’ 하는 표정을 짓다가 대답한다.

“그야, 제가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저 놈 말이야, 저 놈! 저렇게 겁나 쓰러질 지경이면…… 몬스터 로드잖아! 본능적으로, 자연의 이치처럼 고유마력을 뿜어내서 그 스크롤 효과를 차단하고 망가뜨렸어야 하잖아! 저거, 진짜 몬스터 로드 맞냐?”

카엘이 답답하다는 듯이 외쳤다.

키하르는 ‘음…….’ 하면서 머리를 긁적거렸고, 스크롤을 품 안에 챙겨 넣은 다음에 크로쟌의 볼을 꼬집고 당기면서 말한다.

“이봐, 일어나! 아직 심사 끝나지 않았어. 어이! 크로쟌?”

“--물 뿌려봐. 거품 문 놈이니까, 물 정도는 뿌려줘야잖아?”

로칼이 태평하게 키하르에게 말하고 있었다.

카엘은 그런 로칼을 향해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

뭔가 저 멀리서 구경하는 듯한 저 말투가 거슬리잖나!

로칼이 그 눈초리에 답한다.

“기절하는 거는 확인했고, 이제 쟤가 진짜 몬스터 로드인지 아닌지 확인해야지? 키하르가…… 정성껏 준비한 장난일 수도 있잖아?”

“아, 진짜! 아까 다 말씀 드렸잖아요!”

키하르가 발끈했다.

하지만 키하르의 직속 대장인 카엘은 ‘오?’ 하면서 로칼의 말이 오히려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맹렬하게 끄덕인다?

“……아오, 저 대장님을 진짜!”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는 시늉을 했지만, 결국 키하르는 물통을 찾으러 움직여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크로쟌은 입가로 거품을 흘리는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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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주말 직전이군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오오... 주말은 쉽니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