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향은 꽤 편협한 편입니다.

무협보다는 판타지를 좋아하고, 
이 시대를 지배하는 웹소설 세대의 작품들보다 
1~2세대의 판타지 명작들이 더 좋습니다.

그런 취향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소설이 어느 장르인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미리 취향이라고 선을 그어놓은 테두리 밖에서 명작들을 발견하면
이유도 모르고 왜 이런게 여기에 있지? 하고는 했고요.

옛날 예능 드래곤이라는, 요즘으로 치면 현대물 - 전문가물 - 에 속하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즐거운 작품이었고, 요즘에 웹소설로 나왔으면 인기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목의 거부감 때문에 나중에야 손을 대게 되었고요.

월야환담은 아실 겁니다. 저는 처음에 이 작품이 한자 제목 탓에 무협인줄 알았고,
작가의 이름으로 소설을 찾아보고는 해서야 이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후 채월야~창월야~(구) 광월야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정말로 좋아하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도 저에게 인식을 바꾸어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쉽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한번 손을 대니까 이틀 밤 동안 새벽이랑 취침인사하고 출근하게 만들 정도의 명작이었네요. 
어떤 작품이 꽁으로 한 사이트의 1위를 먹을 리가 없다는 점은 너무 당연했는데,
왜 그 사실을 지금까지 무시했는지 후회가 듭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문피아에서 연재가 시작된 웹소설로, 
현재는 400화를 넘게 연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김독자가 회귀자 주인공인 유중혁이 등장하는 소설 속 이야기로 들어가 
방송, 혹은 웹연재를 지켜보는 독자와도 같은 신 그자체인 성좌들의 눈길 속에서
주어진 시나리오 안에서 목적을 수행하고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장르적 속성은 현대물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보다 전지적 독자시점, 전독시가 가진 중요한 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이야기라는 사실이죠.

전독시 안에 등장하는 성좌들은 신과 위인, 
즉 이야기로 전해내려오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에게 이야기는 지루함을 달랠 흥미거리이고 
공복을 채울 음식이며 삶을 살아가게 하는 영혼입니다.
성좌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원을 받는 출연자인 화신들 또한 
마찬가지로 이야기로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강력한 성좌들도, 상대적으로 미약한 화신들도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으며, 
이야기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이러한 소설의 내부적 설정은 이야기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인물들 또한 그에 대한 해석을 말합니다.

그 이야기를 지켜보는 독자인 저는 그걸 보면서 깨닫는 게 있었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근원인 신화 전설도, 판타지의 근원되는 유명소설들도, 1세대의 판타지든, 
그 이후의 2세대, 3세대를 넘어 사이다와 고구마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웹소설들도ㅡ
모두 사람에게 마음에 무언가 느끼게 하는 목적이 있다는 걸요.

그 느낌이 시원시원한 전개에 대한 쾌감이든, 
주제의식에 대한 감동이든 똑같은 이야기이며
각자의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요즘 나오는 웹소설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여기까지는 삘받아서 쓴 개인적인 감상이고....

전독시는 소설의 내용과 형식만 보아도 대단한 명작입니다.
400화 넘는 분량이 장점으로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으니,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도
한번 츄라이해보세요!


PS> 음, 지금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고 눈이 어질어질하네요. 

앞으로는 밤새는 건 자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