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자유게시판에 크라켄님 글에 물에비친달님이 추천해주신 지니스카우터가 눈에 띄여서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공 차는 걸 보는 걸 좋아하는데 또 간혹 공 차는 걸 그린 소설이 눈에 띄기도 해서 두 편 정도 훑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 감상은 우왁 퉤퉤퉤 도망가자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지니스카우터는 대단히 잘 읽었는데 제가 도망갔던 소설들과 지니스카우터의 차이가 뭐냐면, 축구란 스포츠에 대한 존중입니다.

 

예를 들어서 동일한 게시글에 프시케님께서 추천해주셨던 스트라이커란 소설을 보고도 프시케님께는 죄송하지만 우왁 도망가자 하고 도망쳤는데, 예를 들어서 이런 겁니다.

 

스트라이커란 소설에 나왔던 주인공이 유망주였다가 부상 등으로 몰락한 끝에 여차저차해서 프랑스 2부 리그에 진출해서 뛰게 되었는데, 어떤 계기로 이능을 얻게 되고 레벨업 시스템과 스탯 분배 능력을 얻게 되어서 잘 나갑니다. 그런데 작중 스트라이커에 나오는 주인공은 제가 봤던 시점까지 내내 프랑스 2부리그에 대해서 이딴 허접한 곳에서 뭉기적대고 있을 수 없다 이런 식의 사고를 보여줍니다.

 

서울 유망주에 불과했던 주인공의 주제나 분수는 물론이거니와, 뻔히 저와 비슷하게 축구 문외한인 작가가 쓰고 있는 것을 아는데 프랑스 2부 리그가 허접하다 어쩐다 따위의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볼래야 볼 수가 없어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팀의 전체적인 경기 운영에 대한 묘사나 주인공의 플레이 묘사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제가 보고 퇴장했던 다른 소설들도 사실 대동소이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경기 장면에 대한 묘사는 공격수인 주인공의 절묘한 성명절기나 필살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치 무협지 같은 느낌입니다.

 

 

 

소림백보신권 - 달마가 제창한 소림 최강의 절기가 300년이란 세월만에 펼쳐졌다. 백보 안의 적을 두들겨패는 그 강력한 위력과 사정거리! 제 아무리 마교의 10장로 흑패신마라 해도 버틸 수 없어 비명을 외치며 쓰러졌다.

 

사포 - 브라질의 펠레가 창안한 공간을 뚫어버리는 최강의 개인기 - 최용수가 사포를 발휘하자 거구의 흑인 수비수들 2명도 넋을 잃은 듯이 최용수가 그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도 신기해서 제가 5분 정도 찾아보니까 이름 있는 선수 기준으로는 최근 10년 안쪽으로 유튜브에서 사포를 정면으로 써서 유의미하게 뚫고 지나가는 건 거의 1, 2개 정도의 사례? 밖에 없더군요. 거의 옛날 아이큐점프에서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이런 친구들 나와서 축구하던 만화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만화 그리던 만화가 아저씨 있었죠. 

 

제 희미한 기억으로는 국민학생용 명랑만화 잡지에서 완전 말도 안 되는 명랑한 개인기 축구만화 있었는데 경기마다 사포로 두 명 제끼는 건 거기에서나 나올 법하지, 슛돌이, 돌발이, 슈팅, 폭주기관차 이런 만화에서도 그런 장면이나 저런 단락적인 묘사로 축구를 해결하는 것은 안 나왔던 것 같습니다. 옛날에 태풍의 공격수라고 무슨 트럭 마구, 햇빛 마구, 둘로 갈라지는 마구 이런 거 쏘는 만화 있었는데 그런 건 아예 대놓고 초능력 마구를 쏘는 것이었지....

 

사실 축구는 개인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경기 흐름을 잡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데, 제가 으악 후퇴하라를 외쳤던 소설들을 전부가 다 한국인 주인공의 천부적인 기술, 이능력, 필살기 등으로 외국 리그를 정복하는 정도의 물건들이었습니다. 경기 묘사래봐야 결국 무협지 필살기 쓰듯이 주인공이 개인기나 이능력을 발휘하면 끝나는 뭐 그런 종류였고요.

 

 

 

 

반면 지니스카우트를 끝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존경심은 물론, 거기서 열심히 뛰고 노력하는 선수들을 기본적으로 존중하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려는 시각이 읽혔습니다.

 

물론 마치 옛날 구전문학인 양 끊임없는 듯 반복되는 동일한 인터넷 밈 묘사를 통한 개그장면 연출, 전반적으로 좀 작위적인 개그씬 연출 등은 단점으로 남을 것입니다.(현재 장르문학 사정에서 연재주기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것도 압니다.)

 

또, 경기를 묘사하는 패턴 자체가 작품이 진행될수록 한정적이고 진부하다는 점 또한 제가 읽기에는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장르소설적인 재미로서는 주인공이 얻은 이능력이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되거나 보강되었다면 확실히 시원하게 읽히지는 않았나 싶은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제외한다면, 축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