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포일러가 없으면 감상을 쓸 수 없는 몸입니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을 예정인데 조금의 스포일러 없이 읽을 예정이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재미있게 읽어야 할 때의 일종의 유의사항이 까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매우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일단 스포일러와 상관없는 유의사항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소설의 저자 한민트는 디저트 다과류를 매우 좋아하며,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의복을 매우 좋아합니다. 때문에 디저트 다과류의 묘사, 그리고 의복에 묘사가 매우 깁니다. 장황합니다. 건너 뛰어 읽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쓸데없이 길어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입니다.

 이 장황한 묘사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이 소설은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뭔가 영화 리뷰하는 유튜버 풍이네요.

 영향을 안 받았다고는 말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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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만든19금입니다만... 

 


 한민트 저 비정규직 황후는 조아라 로맨스 판타지에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제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15년 중순일겁니다. 로맨스 판타지는 투희가 많은 장르입니다. 때문에 주인공(여)이 기사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기사가 아니라면 책빙의, 회귀, 환생. 그리고 중요한 것.

 

 절대 남녀가 평등한 세계관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중세에 여성이 억압받은 것은 사실이며 패미니즘이 대두된 것도 말이 안 통하는 사회를 향한 투쟁이었으니까요. 때문에 중세가 기반인 세계관인 이상 여성이 억압받는 세계관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거의 모든 로맨스 판타지, 특히 컬크러시라 불리는 여성 주인공 판타지의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걸크러시가 등장하는 로맨스 판타지는 뜯어보면 여성이 억압받는 세계관에 아주 유니크한 특성을 가진 여성 주인공을 던져넣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 소설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공 에스텔라는 검에 굉장한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검에 대한 재능은 인류사 처음 정도로 생각됩니다. 그 재능이 파뭍히는 것이 아까웠던 주인공의 아버지는 에스텔라의 이름과 함께 에스틴이라는 남자아이의 이름도 함께 호적에 올렸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에스텔라는 자신에게 준비되어 있던 또 하나의 이름- 그러니까 남자이름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억압받는 세상. 여성의 사회진출이 막혀 있는 세상. 에스텔라는 에스틴의 이름으로 말단 기사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 에스텔라는 몬스터를 잡으러 갔다가 황태자와 조우합니다.

 황태자는 결혼을 하지 못하면 제위에 오를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서 확신을 할 수 없습니다만. 황제가 서거한지 좀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재미있게 읽기 위해 흘려야 할 무리수가 튀어나옵니다.

 지금 황제가 서거하고, 황태자는 결혼을 못해서 제위가 비어있는데. 이 제국 괜찮은거냐.....

 아무리 소설적 진행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제위가 비었습니다. 중앙집권제국의 최고 지배자 자리가 공석입니다!!

 

 황태자는 무사히 결혼하기 위해 일곱번째 약혼녀 제안을 하고, 에스텔라는 안부낙도를 위해 받아들입니다. 하이리스크지만 하이리턴. 그리하여 여장을 하고 황태자의 약혼녀가 됩니다.

 이 소설은 흥미롭습니다.

 남장을 선택해서 기사가 된 여성이, 남장을 하여 모두가 남자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여장을 합니다. 연재시작으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다소 무리수가 있긴 하지만 신선한 설정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 제목은 황후입니다. 그런데 전체분량의 70%가 약혼녀 상태입니다. 최종장에 가서야 황후가 됩니다.

 그리고 최종장에서, 이 글은 정말 껄끄러워집니다.

 이 껄끄러움의 중심에는 '마녀'라 불리는 종족이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이 소설을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 넘겨야 할 것들에 대해서 쭉 말해보겠습니다.

 

 세계관 상 인간의 주적은 몬스터이며, 마녀는 몬스터를 부립니다. 그리고 이 마녀는 모종의 방법을 통해 진화하여 번식합니다. 꽤 긴 설명이 지루해서 그냥 넘겼는데, 분명한 것은 여성만이 마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장에서. 황제가 결혼하는 최종장에서. 주인공(여)와 메인남주가 결혼하는 최종장에서 뻥! 터뜨립니다.

 

 최대의 무리수가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1. 마녀는 여자만 될 수 있습니다.

 2. 때리고 박해하는 남자를, 마녀로 각성한 여자가 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3. 사람이 제법 죽었습니다. 정말 큰 사태입니다.

 4. 심지어 황태자, 그러니까 메인 남주의 배다른 여자 형제가 마녀입니다.

 5. 여자가 마녀로 각성하자, 남자들이 들고 일어섭니다. 여기까지는 현실적입니다.

 6. 소수의 마녀가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그 보호받은 사람들 중에... 남자가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갑작스럽게 엔딩.

 메인 남주의 배다른 여자 형제는 몬스터 가득한 산맥 너머에 마녀의 나라를 세웠습니다.

 

 마녀사냥이 일어날 것 같죠?

 아닙니다. 그냥 여성을 위한 정책이 시작되고, 머리가 굳은 보수적인 귀족들한테 코르셋도 체워보고. 주인공은 메인남주와 함께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설정부터 시작해서 너무 좋은 쪽으로만 흘러간 경향이 심하게 있습니다. 최종장은 남자vs여자의 구도를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황제의 배다른 여자 형제는 몬스터 가득한 산 너머 마녀의 나라를 세웠습니다.

 ...이거 전쟁각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반역입니다.

 

 하지만 그냥 넘기셔야 합니다.

 그래야 이 소설을 재미있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과 메인남주의 행복한 엔딩을 위해, 소설은 정말 낭만적으로 흘러갑니다. 낭만적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소설적 장치와 스토리는 전쟁과 마녀사냥 엔딩 쪽으로 개연성을 깔아놓았는데, 그냥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거든요.

 

 강조하지만, 이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껄끄러운 것과 무리수를 넘기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일단 남장한 여기사가 여장한다는 구조도 좋고, 그 구조 속에 내던져지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정말 독특합니다. 굳이 여성이 억압받는 세계관이 아니더라도 이 주인공이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도 좋고, 마녀의 독특한 설정도 좋습니다. 그 마녀의 설정이 조금 더 확장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어쨌거나 기존에 있었던 판타지 로맨스와 비교한다면 괜찮습니다. 전투쪽을 보면 그냥 투희가 주인공인 판타지 소설같습니다.

 

 비정규직 황후는 꽤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유쾌하고 발랄합니다.

 그래서 엔딩을 향한 소설의 무리수가 더더욱 안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