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억압이 굳어져 정신병을 얻게 된 환자가 외부의 영향을 받아 빌런이 되는 이야기로서는 합격.

 

배우들의 연기력도 훌륭한 수준이었고,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의 개연성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병력이 있는 여자가 어떻게 아이를 입양했느냐 하는 문제는 있지만 입양되는 시점이 1950년대의 미국이라면야 납득 못할 일도 아니고 말이죠.

 

 

.......그런데 재미가 없어요.(...)

 

조커가 사회의 희생자인가 하는 점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에 한 표를 던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조커가 망가진 이유는 전적으로 입양자(페니 플렉)의 정신병과 그로 인한 잘못된 훈육과 세뇌,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학대가 문제였으니까요. 

 

조커는 아무 문제 없이 열심히 살아온 누군가가 사회의 억압이나 잘못된 구조로 인해 빌런이 된 경우와는 다릅니다. 그냥 본인의 정신병과 피해의식이 사회의 병폐를 구성하는 일원(랜들, 머레이, 총 맞은 3인방)들에 의해 좀 더 굳어지고 강화되어 폭발한 거죠.

 

이건 시청자들에게 이해는 될 수 있으되 공감받긴 어렵죠. 잘 만든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은 들더라도 '어머 저거 어떡해.' '저러면 안되지' 같은 느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후자의 경우는 가능했던 이야기인데 잘 가다가 갑자기 퍽퍽 하며 죽여버리니 기껏 들어갔던 감정이입이 '아니 저건 아니지!' 가 되어버리죠. 뭐 누가 봐도 죽을짓을 한 놈이라면 몰라도 '두들겨 패고 싶다' 정도의 상대를 총으로 죽여버린다면 깜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죽일 거라는 건 영화 내 장치로 암시하고 있었고 관객도 예상은 하고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관객이 거기에 이입하긴 어려울 겁니다.)

 

고담의 하층민들이 조커에게 빠져들고 범죄자가 되는 장면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이 그랬고 영화 속에서도 그 장면을 묘사해주기 때문입니다.(묘사가 성실했다고는 죽어도 못하겠지만) 

 

다만 그 설명이 좀 많이 부족했어요...... '왜 열광하는 대상이 조커인가?' 라는 점을 전혀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죠.

 

굳이 따지자면 타 강도 살인마와 달리 '광대 분장' 이라는 특징이 있다는 것 정도겠는데, 그건 모방범죄를 일으킬 트리거에 가깝지 갑자기 사회개혁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트리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머레이 쇼에서 일장 연설을 한 후 그를 살해한 이후라면 몰라도 그 이전부터 조커 분장의 시위대가 대대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좀 이상했고요.

 

 

가장 김을 뺐던 건 웨인 일가의 사망을 조커(정확히는 조커의 추종자가 된 것 같은 시위자)와 엮은 부분이었습니다. 배트맨에서는 '강도를 당해서'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쪽이 훨씬 더 깔끔하거든요. 괜히 조커와 어설프게 엮어서 구질구질해졌다는 느낌입니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조커가 죽이게 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결론 : 영상미와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돈이 아까운 영화는 아니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