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는 꽤나 만듦새가 괜찮은 영화입니다.

무리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설정이나 흑인이야기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와칸다의 생활상과 티찰라가 어떤인물인지를 보여주는것에 집중했습니다.

만약 제작사측에서 좀더 흥행요소를 가져오고자 했다면, 티찰라가 다시 막고라를 신청할때 갑자기 캡틴과 윈터솔져가 등장했을겁니다.

보더부족이 몰려올때, 캡틴과 윈터솔져가 등장해서 쩌리들을 정리해주고, 막고라판으로 만들어준다음에 티찰라가 킬몽거에게 깃을꼽고 PK를 통해 승점을 챙겼겠죠.

그리고 그 보답으로 새로 비브라늄 방패를 만들어서 캡틴에게 주었으면 완벽했겠네요.

얼마든지 추해질 수 있었고, 얼마든지 흥행요소를 집어넣을 수 있었지만 영화는 그러지않고 와칸다와 블랙팬서에게만 집중합니다.

이건 마블의 강점이에요. 히어로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것.

그래서 홈커밍조차도, 아이언맨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철저하게 멘토의 영역으로만 머무르죠. 영화의 메인은 결국 여친의 아버지와 대결해야하는 사춘기 소년의 방황에 있었습니다.

 

 

블랙팬서의 이야기는 결국 와칸다의 이야기입니다.

와칸다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요? 영화에서 계속 강조되었듯이 와칸다는 비브라늄 운석위에 세워진 5부족 연맹체 도시입니다.

그들은 비브라늄덕에 우월한 기술력을 가졌지만, 그렇기에 이것이 밝혀지는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은둔해버립니다.

그래서 그들은 전통적이고, 매우 고지식하며, 고립주의를 유지하기위해서 무엇이든 합니다.

 

그런 전통사수의 결과물이, 92년당시에 트찰라가 자신의 동생을 죽이고 동생의 아이를 버려둔 사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율리시스 클로가 비브라늄을 훔쳐갈때 많은 동족들이 죽었고, 그런 그에게 정보를 흘려준게 자신의 동생 = 왕족이라는 사실때문이죠.

거기다 외부의 피가 섞인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를 그대로 버려둡니다.

그 아이는 자라서 킬몽거가 되고요.

 

그런 와칸다에서, 트찰라는 누구보다도 확고한 왕위계승자격을 잇고 있었습니다.

그는 선왕의 자식이고, 당대 블랙팬서이며, 왕위계승을 위한 결투에서 음바쿠를 물리쳤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에게는 계속해서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고, 눈앞에서 죽어가는 이를 내버려둬야하는지에 대한 도덕적 의문을 품고있는 인물입니다.

와칸다의 고립주의에 의문을 품고있지만, 전통을 지켜야하는 수호자이기에 고립주의를 수호하기로 마음을 다잡죠.

 

그럼에도 그는 좋은 사람이기에, 눈앞에서 척추부상을 입은 로스요원을 결국 와칸다의 가장 깊은곳까지 데려오고 맙니다.

고립주의라는 전통속에서, 선왕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을 그는 해버리는거죠.

 

그리고 그런 그에게 킬몽거가 나타납니다.

킬몽거는 와칸다의 로열블러드이지만, 동시에 와칸다의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입니다.

킬몽거의 아버지는 흑인들이 박해받는 현실속에서 무장투쟁을 하려다가 트차카에게 제거당했었고..

킬몽거는 용병으로서, 제3세계에서 미국의 사주로 국가전복을 계속해서 벌이면서 흑인에 대한 현실을 목격합니다.

그에게 와칸다는 힘이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않는 비겁자들의 국가죠.

처음 알현실에 들어오자마자 너희는 팔자좋아보인다고 비꼬는건 그의 본심일겁니다.

 

 

어쨌든 킬몽거는 트찰라에게 왕위결투를 신청하고, 멘탈이 나가있던 트찰라는 전통의 수호자로서 또한 스스로의 죄책감때문에 그 결투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트찰라는 결투에서 지고, 킬몽거는 결투에서 승리해서 왕의 자격을 얻죠.

그 순간, 완벽했던 트찰라의 정당성은 무너지고 킬몽거가 그 정당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킬몽거는 왕이 되자마자, 블랙팬서가 되자마자 하트허브를 불태우면서 전통을 파괴할것을 공표하고요.

 

그리고 이 지점에서 와칸다인들에게 질문이 주어집니다.

진정한 왕은 누구인가?

전통에 따른 결투에서 이긴 킬몽거인가? 하지만 그는 전통을 파괴했고, 고립주의를 파괴할것이며, 세계를 불태우려 한다.

원래 정당한 왕이었던 트찰라인가? 하지만 그는 결투에서 패배했고 전통에 불복했다. 하지만 그는 와칸다의 전통을 알고, 현명한 인물이다.

너는 누구를 택할것인가?

 

 

마지막에 트찰라는 결투가 끝나지 않았다고 어거지를 쓰면서 킬몽거에게 덤벼듭니다. (이 장면은 어거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킬몽거는 그런 트찰라를 깔끔하게 무시하며, '국경'부족에게 트찰라를 공격하라고 명령하지요.

'국경'이 트찰라에게 반기를 든 이상, 트찰라는 철저하게 와칸다의 외부인으로서 규정되고 킬몽거는 정당한 와칸다의 왕이 됩니다.

하지만 와칸다의 가장 충실한 병사인 왕의 호위대는, 트찰라를 선택하고 킬몽거를 적으로  규정하죠.

 

그렇게 이어진 내전끝에, 전통의 옹호자인 국경수비대는 감정을 선택한 경호대에게 지고맙니다. (코뿔소가 멈추는 그 장면)

이건 좀 의미심장한데, 국가의 적을 분쇄하는 국경수비대가 사랑하는 사람인 경호대를 차마 공격하지 못했고, 경호대는 '와칸다를 위해서' 그를 죽일 수 있다고 말하며 창을 겨누지요.

전통이 패배하고, 마음에 증오가 가득한 킬몽거는 진정한 왕이 아니라고 인식되는 장면입니다. 

 

 

결국 블랙팬서는 왕인 트찰라의 이야기이자, 와칸다라는 국가 자체의 이야기입니다.

전통의 고립주의를 고수하던 트차카는 킬몽거라는 최악의 적을 만들었고,

고립주의를 깨더라도 눈앞의 사람을 살리려고 했던 트찰라는 와칸다가 국제사회에 나아가게끔 하였죠.

 

와칸다라는 국가는, 기존의 4부족 연맹에서 자바리 부족이 연맹에 참여하는 5부족 연맹체로 바뀌었습니다.

하트허브는 불탔고, 정당성에 흠집이 있지만 마음의 결정을 따른 이들에게 다시 왕으로 인정된 트찰라가 이끌게 되었죠.

트찰라는 선조들에게 직접 선포합니다. 당신들을 모두 틀렸다고.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와칸다는, 기존의 전통이 깨지고 세계와 교류하며 계속해서 바뀌고 성장해갈 국가가 되겠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평하면, 단점이 없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지루한 부분도 많았고, 액션이 많은것도 아니었으며.. 최종전인 킬몽거와의 1:1은 너무 CG투성이에다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어요.

킬몽거는 분명히 괜찮은 악역이었는데, 마지막의 유언은 정말 뜬금없었고요.

이전까지는 흑인해방에 대한 대의명분과 개인적인 증오가 혼재되어있는 복잡한 캐릭터라는 인상이었는데, 마지막 유언에서 갑자기 숭고한 인물처럼 승천해버렸거든요 ;;

 

하지만 흑인인권문제는 분명히 킬몽거에게 깊이를 더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흑인인권이니 뭐니하지만, 간단한 질문이죠.

같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고통받을때, 너희는 무얼 했는가?

 

전통때문에 어쩔수없이 그 사실을 모른척하던 트찰라이지만, 이제 그는 킬몽거사건을 겪게되면서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평화롭게 세계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같은 피부색을 지닌 이들을 도울것이다.

무력이 아니라 평화롭게 나아가겠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나고, 와칸다와 트찰라는 이제 성장했습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대부분이 흑인으로 등장하고, 아프리카의 부족색이 독특한 개성을 주며, 음악이나 여러부분에서 색다른 재미를 준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블은 작품마다 굉장히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이번에 만든 블랙팬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세계관이 된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