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형의 영화가 있다

실화와 가상간의 중간지대에 위치하여 양측의 경계를 오가는 그런 유형의 영상물은 드문게 아니다

그런 중간지대 위에서 논픽션, 팩션, 픽션의 명확한 분류를 거부한채로 망라되는 영화들을 가리켜 그것들이 놓인 위치를 회색이라고 일컬는건 그런 타입의 영화들을 폄하하는 행위다

그러하되 의미 격하나 비난을 해당유형 영화들이 당한대도 그것이 마냥 부당한 감상이나 편협한 대우가 아닌 순간이 있다

경계의 양면에서 어디에 더 치우쳤고 보다 내용상 비중을 두었는가는 앞서 말한 감상과 대우의 유일한 기준으로 부적절하다

하나 대개 내용의 목적의식, 다시말해 각본가가 영화에 부여한 지향점이 어디를 향해있느냐를 두번째 잣대로 함께 쓴다면 이 두개의 기준은 평가장치로써 아주 유연하게 구동한다

 

그리고 이 거름망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 영화는 소망한 목표나 기치에 비해 제작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현있어 이것의 어휘를 바꾼다면 달리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건 작품이 가진 정체성의 문제다

 

그 시대에서 30대를 산 지금의 기성세대 가운데 일부는 1987을 다큐멘터리라고 감평했다

이것이 곧 무슨 의민가 영화의 표적이 대중성이라면 모르되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는 즉 지향점 자체가 오락성의 반대방향에 주로 겨냥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다면 빗나간 조준은 내 아버지들과 어머니들관 달리 관객으로서의 내 심장을 마찬가지로 비껴갔다

 

역사적 상처와 거기 내재된 의의를 소재따위로 함부로 소비해서는 안된다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크게 남긴 작품이 군함도였다 ​

 

역사성 상업성 대중성 시사성에 한발씩 걸치려 벌버둥친 결과물은 액션영화로 주저앉았다 

거기서 관찰하면 군함도의 하자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마찬가지의 시대적 배경을 차용한 작품 암살은 내재된 역사성과 시사성에도 불구하고 상업성과 대중성에 구애받지 않았고 맞물려 작동한 두 잣대상 군함도와 암살의 사이엔 정체성과 지향점의 차이가 극명하다,

강제징용의 비극에 관련된 역사의식의 표출을 대외적 제작기치로 내걸던군함도가 픽션임을 명확히 표방한 액션영화 암살과 짊어진 멍에의 차원이 다름을 제작진은 알았을까, 모르진 않았겠지

그 멍에는 경시해서는 안될 멍에가 아닌가

 

1987과 연결된 시대성과 역사성 정체성을 소지한 작품 변호인은 부림사건의 실화를 차용하여 상업성과 대중성 역사성 시사성을 전부 짊어지고 일그러진 걸물의 아직은 순수하던 젊은 시절을 다뤘으되 죽은 정치인 개인의 일화로 시대적 비극을 국한시켜 구현한 탓에 작품에 축소되어 내포된 질적가치완 별개로 등에 업은 멍에가 한없이 가벼웠다, 그 영화는 실명을 사용하지조차 않았고 군함도와 1987과 달리 있는 한껏 부린 욕심이 없는, 즉 감독의 욕망이(정치인 미화는 차치하고) 제어된 절제의 미덕을 아는 훌륭한 상업영화가 변호인이었다

 

하지만 이 1987은 다르다

다큐멘터리와 영화의 경계를 오가면서 실화와 가상을 뒤섞곤 실존인물과 실제 사건을 장치로 사용해 맘대로 던지고는 역사적 진실의 무게로부터 한없이 자유롭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한열 최루탄 피격사망사건,  1987년 6월 항쟁의 엄청난 실화와 역사를 차용해서 역사적 굴곡과 민주주의의 의의를 관객에게 쏟아부으려는 그런 목표와 지향점을 가진 영화가 실상 칼로 잰듯이 그려야 될 역사에선 한없이 자유롭다, 각본의 박진감을 탐하고 상업성에 굴복한 결과다, 자신이 학내 로맨스의 주인공이고 정치사상적으로는 제작진의 관점이 있는대로 반영된, 회의주의자의 계몽자로서 상투적이고 진부하며 고전적인 캐릭터로 소비되고 만걸 이한열씨가 살아돌아와 보면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다소 특징적이라 평가할 부분은 하나인데

문민정부에서 감투도 쓴 실존인물이지만 현대사에서 이제는 아는 젊은이가 드문 김정남씨를 조명했다는 점에 불과했다

 

기성세대들 관람객이 다큐라 이 작품을 칭했던가, 영화로서 이 영화가 충분했느냐, 상업영화가 아닌 역사영화로서 그러했냐면 별로 그렇지 않다.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구성한 각본이 그럼 영화에 상업적인, 즉 재미로서의 박진감을 더했느냐

다시 말해 작품론적으로 훌륭한 시나리오에 근간이 되었냐면 회의적이다

대부분이 우연에 의존하는 사건전개, 실망스럽다

사史실에 집중하지 않으니 실존인물들 개개인은 조연이나 단역급 부품이 되고 가상인물 대공차장 김윤석만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니 영화의 주인공이 민중인지 공안경찰인지 모를 지경에 이르러선 오히려 이중적인 극우싸이코의 압도감에 설득당하고 만다

 

사실 이게 어렵다

허나 역사적 굴곡을 직시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작품이 일말이라도 표방하여 

국사의 대사건을 필름에 담으려 한다면 감히 경솔하게 감독의 욕망을 담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