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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탈을 쓴 인간 드라마 <세 번째 살인>.

이미 살인 전과가 있는 남자가 다시금 살인을 저지르고, 자백한다. 변호사는 그를 변호하려 노력한다. 피해자의 딸이 이 일련의 사건의 정황을 뒤집을 만한 진술을 한다. 남자는 마치 제삼자 같은 태연함으로 범행에 관한 진술을 연거푸 번복한다. 장난치듯 번복한다. 변호사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다. 변호사는 남자에게 빠져든다. 변호사는 남자에게 휩쓸린다. 변호사는 남자를 변호하려 하고, 진실을 갈구하게 된다. 과연 결말은...? 과연 모두가 감추고 모두가 외면하고 모두가 찾는 진실은...?

분명히 밝힌다. 이 영화는 법정물이 아니다. <누가. 왜>라는 진실을 끝끝내 제시하지 않는다. 애당초 밝힐 생각이 없었다. 명쾌한 게 없다. 그저 시종일관 새벽 어스름처럼 서늘하다. 연기가 두루두루 훌륭하지만 압권은 단연코 야쿠쇼 코지다. 살인 사건 피의자인 그가 구치소 면회실에서 변호사인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대면하여 묻고 답하고 얘기하는 모든 장면에서 난 까닭 없는 불온한 공기와 조짐 없는 서스펜스를 느꼈다.

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모든 작품을 보진 않았지만 그의 작품에 실망한 적은 여태껏 한번도 없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살인의 의미.

영화가 끝난 후 비로소 그것을 곱씹는 나를 발견했고, 그래서 영화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