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촌 아트레온에서 11:55에 시작하는 영화표를 예매했습니다.
 
 이미 상영하고 있는 줄 알고 나중에 천천히 보러가자,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오늘이 첫 상영일이더군요. 바로 보러가자, 하고 예매했죠.
 제 첫 영화 예매였습니다.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약간 아쉬웠던 점은 자막의 크기입니다.
좀 크더군요. 글자체나 번역은 나쁘지 않았는데 글자 크기가 좀 커서
화면이 가려진다,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별로 안왔는데, 중간 중간 웃음을 참지 못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웃고 싶었는데 덕분에 대리만족할 수 있었어요.

1. 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 에레보르의 난쟁이 왕국의 역사를 설명하더군요.
 호빗 소설판을 봤던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인지 그 초반 설명부분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에레보르의 멸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스마우그가 나오는데,
스마우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신비감을 조성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2. 스란두일은 말포이? 해리포터에서 말포이로 나왔던 배우인가요?
 어쩐지 입을 다물게 하고 싶은 얼굴이더군요.
 게다가 왠지 배역까지 좀 비겁하고 치사한 역할이라 더욱 더 그랬습니다.

 타고나왔던 순록은 멋있었지만, 뿔이 너무 커서 숲에서 타고다니기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만 타고 다니는 외제차 같은 건가..

3. 간달프가 나와서 '그 장면'을 연출할 때는 이 영화의 장르가
 판타지에서 호러로 바뀌었나, 싶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요.

4. 드워프 종특은 행패와 놀라운 리듬감이 분명합니다.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마음대로 행동하는 게 뻔뻔한 게 아니라
 당당하게 보이더군요.
 리듬감 부분은 보시면 동감하실 겁니다. 제 언어로 설명하기가 힘드네요(...)

 왠지 다시 태어나면 드워프가 되고 싶네요.
 어차피 난장이들끼리는 루저 따윈 없을테니까요.....

5. 백색 회의의 구성원들이 나오는 찬조출연을 보면서 감회가 새롭더군요.
 엘론드 역의 휴고 위빙, 그리고 다시 만나서 반가운 사루만 역의 크리스토퍼 리 경,
 그리고 진짜로 현대에 살아있는 요정이 아닐까 싶은 갈라드리엘 마님(...)
 
 전 저 사람이 '저 사실 요정이에요' 하고 길쭉한 귀를 드러내도 납득할 것 같았습니다.
 특히 목소리가 굉장히 우아하게 울려서 아, 진짜 요정 아닌가 싶더군요.

 그리고 등장하는 프로도 배긴스 역의 일라이져 우드...
 호빗 다 보고 나면 반지의 제왕 재상영해주면 좋을텐데요.
 영화채널 한번 확인해봐야겠네요.

6. 이 영화에서 특히 인상깊은 부분은 반지의 제왕 때도
 보였던 자연을 보여주는 연출입니다. 카메라를 멀리 배치해서
 광대한 자연과 거기서 조금씩 전진하는 작게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소설을 쓸 때도 배경묘사에 집착(...)했던 톨킨 할배의 숨결을
 느끼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그 배경에 어울리는 음악 연출도 인상깊고요. 몇 곡은
 반지의 제왕 때의 음악을 리메이크한 것 같고, 새로 나온 곡도
 몇 개 있는 것 같은데 모두 훌륭했습니다.
 장엄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입니다.

7. 유머도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특히 고블린 우두머리와 간달프의 대치는 정말이지..

8. 간달프는 이게 마법사인지 차력사인지..
 아니, 마법을 쓰긴 쓰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마법이
 솔방울 수류탄(...)
 중간에 푸스로다! 같은 마법도 있었는데도 그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응? 바위 쪼갠 마법이요? 그건 간달프가 괴력으로 부순 거잖아요?(...)
 중간에 다리 부순 것도 그렇고요. 아직 반지원정대를 안보셨군요?
 이 양반은 원래 그래요.(...)

9. 여러분 토끼는 짱셉니다. 만렙 토끼는 변종 늑대 따위는 가볍게 추월하죠.

10. 라다가스트는 4차원입니다. 간달프나 사루만같은 부류를 생각하면 안되요.

11. 간달프는 독수리 셔틀입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그걸 알죠.

12. 마스코트 골룸은 눈망울이 참 투명하더군요. 전작에 비해 좀 더
 스미골로서의 측면이 더 강하게 나온 것 같았습니다. 좀 더 순진하고,
 사람과의 교감을 그리워하지만 역시 교활함을 숨기고 있는...
 
13. 전투력은 반지의 원정대 이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난쟁이들은 그냥 전투민족이었고, 솔직히 김리는 풍족하게 자라서
 전투기술이 떨어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간달프는 그냥 반지의 제왕 시점에서는 늙은 게 분명해요(...)
 아니라면 이 전투력 차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빌보는 칼 처음 잡아본 사람이 오크건 고블린이건 늑대건 잘도 썰고 다니더군요(..)
 소드마스터 샘와이즈 이전에 그랜드 마스터 빌보가 있었습니다.
 사실 샘은 정원사 일을 했던 게 아니라 빌보의 검술 제자였을지도.

14. 영화에서 톨키니스트로서 가장 감동을 받았던 부분은
 클라이막스인 후반부보다도 초반부였습니다.
 처음 부분에 빌보가 자신의 여행을 회상하면서
 레드 북의 종이에다

 "굴 속에서 호빗이 살고 있었다"

 라는 문장을 적을 때 말입니다.
 톨킨 영감님이 자기가 채점하던 시험지에 무심코 적었던,
 그리고 마침내 중간계라는 세계를 창조하게 만들었던 그 전설적인 문장 말입니다.

 마치 톨킨 할아버지가 그 글을 쓰는 순간에 빨려들어가서,
 할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호기심에 가득 차서 보고 있는 손자가 된 기분이었죠.

 좀 과장이 심한 게 아니냐, 라고 말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고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전 분명히 이 장면을 고를 겁니다. 그건 확실해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계속 그 영화의 배경음악이 귓속에서 메아리치더군요.
서울에 있는 3D 영화관에 상영하게 되면 다시 보러 갈 생각입니다.

 혹시 명작을 망치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안심하고 보러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