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76_P00_103306.jpg




오늘 보고왔습니다. 명민본좌가 몸 버려가면서, 생명을 깎아가면서 찍었다는 그영화.
나 죽는구나, 싶었다고 말할정도로 힘들게 찍었다는 그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평일 오후라 사람이 없더군요. 있는 사람은 거의다 커플이고(...) 혼자온 저로서는
뭔가 참 거시기했지만 명민좌를 생각하며 조용히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지금 감상을
내리자면... 그럭저럭 좋은 영화였습니다.



51076_S09_103312.jpg


백종우, 장래성 있던 법학도였던 그는 젊은 나이에 루게릭 병에 걸려 몸도 쉬이 가누지
못하는 처지가 됩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투병에 전념하며 장례지도사
이자 어릴때 만났던 이지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결혼을 하죠. 루게릭 병에 걸린
상태에서도 리허빌리와 고시공부를 하면서, 두 사람은 나을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사랑을 쌓아갑니다. 하지만 그런 두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금씩조금씩 병마는
백종우의 몸을 갉아먹어가는데...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이 영화 초반 30분 정도까지는 아주 속으로 크게 당황했습니다.
왜냐면 전 김명민을 보러 간 거지, 연애 행각을 보러 간게 아니었거든요(...)
사실 제목만 봐도 그렇게 노골적인데도, 이게 결국은 멜로영화란걸 생각조차 안하고
그냥 갔으니...제마음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51076_S38_165241.jpg




뭐 어쨌든, 초반부는 아주 닭살과 염장이 흘러넘칩니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특성상
매일 시체를 접하며 살아가는 이지수. 시체를 닦아주고, 화장도 해주고, 염도 해주고
하는 직업인만큼 주변인들로부터 터부시당하죠. 시체닦은 손이라느니, 귀신붙는다니
하면서 결혼&이혼도 두차례나 한 이지수. 그런 그녀를 향해 백종우는 프로포즈를
합니다. 그녀의 손을 너무도 이쁘다고 말해주면서. 그리고 이어지는 염장씬들. 일일히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별로 와닿는 부분도 아니고, 말해봤자 나만 아프고(...)






51076_S51_102247.jpg





하지만 30분 후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들어갑니다. 돌팔이 침술사의 덕택에
본격적으로 병원신세를 지게되는 백종우. 이지수는 그런 그를 보살피고 그 역시
노력하지만 상황은 천천히 나빠져만 갈뿐 좋아지지 않습니다.

시작은 다리부터.리허빌리하면서 그럭저럭 걸을수는 있던 다리도 어느새인가 쓸수
없게 되고, 그럭저럭 움직여지던 왼팔이 어느순간 힘이 들어가질 않게 되고, 오른팔
마저도 차츰차츰 굳어가며 들어올리지도 못하게 됩니다. 백종우의 의지 역시 차츰차츰
꺾여가고, 이지수 역시 그런 그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여전히 상황은 변하지 않습니다.






51076_S11_180616.jpg





상세는 차츰차츰 나빠지고, 백종우는 말 그대로 산송장이 되어갑니다. 감각만은
있으면서 차근차금 굳어가는 몸에 그의 의지 역시 무너지게 되고, 그무너진 의지는
이지수에 대한 혼란스런 핍박으로 이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이쁘다고 했던 그녀의
손을 시체닦은 손이니까 장갑끼라고 말한다던가, 고시를 위해서 읽고있던 법전을
버리라 했다가 다시 가져와서 읽게 들고있으라던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서
챙겨주는 그녀를 향해서 그만좀 하고 꺼지라던가 하면서 그는 자신의 절망을 표출해
갑니다. 헌신적으로 백종우를 보살피던 이지수였지만 그런 그의 행동에 결국 그녀는
그를 버리고 떠나갑니다.



좋든싫든 백종우의 버팀목이었던 이지수가 떠나자, 백종우는 죽기로 마음을 먹고
그녀가 떠나가고 멀지 않는 어느날 밤 혀를 깨뭅니다. 그리고 그날저녁 예전에 결혼했던
남자와 만나는 이지수. 다시 재결합하자면 술취한 그녀를 모텔로 데려간 그를 향해
이지수는 자신의 팔다리를 묶으라고 시키고 그를 내쫓아버립니다. 결박당해 몸을
움직일수 없게 된 상태에서야 백종우의 괴로움을 느끼게 된 이지수. 그녀는 울면서
백종우에게 돌아갑니다. 천만다행인지 아닌지 몰라도 혀조차 제대로 깨물수 없어
죽지못한 백종우. 두사람은 결국 다시 함께하기로 다짐합니다.



그리고 두사람의 황혼이 시작됩니다. 얼굴근육조차 굳어져 성대를 째고, 말조차
할수없어 안구운동으로 문자인식해서 컴퓨터로 의사를 표현하는 나날들. 그럼에도
두사람은 다가올 이별에 저항합니다. 하지만 결국 백종우는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하고,
머지 않은 날, 뇌사상태에 빠지고, 결국엔 몸 역시 죽어버립니다. 죽어서야 처음만났을
때처럼 편안한 미소를 짓게 된 백종우를 이지수가 정성들여 몸을 닦고, 염하며 사랑한
다고 말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쓰다보니 아주 줄거리를 낱낱이 공개했네요. 사실 전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결말을
예상했습니다. 불치병, 나을수 없는 병인 루게릭. 그런만큼 그 결말 역시 죽음이겠죠.
그런만큼, 결말에 대한 놀라움이나 그런것은 없었습니다. 대신 제가 눈물지을수밖에
없었던 것은 배우 김명민의 연기력이었습니다.




0831-3.jpg




이 사진은 아마 보신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위해서, 배종우 역의
김명민이 51킬로그램까지 살을 뺐다고 하죠. 그래서일까, 그의 연기는 무서울 정도
였습니다. 초반의 평범한, 살집있던 모습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핼쓱해져가고, 더불어
차근차근 여유가 없어져가면서 이지수역의 하지원을 향해서 화풀이하는 것이 너무도
실제같아서 뭐라 말할수가 없더군요. 중간부분에, 잠깐 김명민의 오른팔을 보여주는
컷이 나오는데, 말 그대로 뼈가 두드러져 보일정도로 앙상한 팔이었습니다. 그장면이
참 오싹하게 기억에 남네요.

루게릭 병은 위에서 써놨던 것처럼, 감각은 있는데도 차츰차츰 몸을 움직일수 없게
되는 병이라고 합니다. 움직일것이 움직이지 않으니 자연 퇴화되고, 그럼으로서 몸이
점점 앙상해져 가는겁니다. 말로는, 글로는 들었지만 위의 사진을 실제로 스크린에서
볼때 어찌나 무섭던지. 살아있는 시체, 라는 표현이 바로 거기에 있는것 같더군요.
마치 식물이 말단의 잎에서부터 말라죽어가는 듯한 병, 루게릭. 하지만 인간 백종우는
식물이 아닙니다. 발버둥치고, 저항하고, 그럼에도 어쩔수 없어 이지수를 향해 화풀이하고.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이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멜로물이라고 보기엔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
짚을 포인트가 있냐고 한다면 선뜻 말할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약합니다. 개그요소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비극도 있지만요.하지만 주제라 할수있는
루게릭병에 대해서만은, 김명민이라고 하는 배우의 몸을 깎아가는 연기로 도대체 이
병이 무엇인가, 하고 알수 있게 될 겁니다. 전체적으로 덤덤해서 확 와닿는 그런 것이
없는 영화지만, 그것만은 자신할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번쯤 봐두는 게 좋은 영화입니다. 기적없는 현실, 그럼에도
살아가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랑을 표현한 영화, 내사랑 내곁에. 끝은 배드엔딩이지만
그것도 좋겠지요.

그럼,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PS:하지원 연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명민좌를 이길수는 없더군요. 오오 명민좌 오오...

PS2:염장씬이 몇군데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말은 안하겠습니다. 다만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전 명민좌가 매우 부럽습니다. 훌쩍ㅠㅠ(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