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조합의 측면에서 볼 때 실패한 축구로, 슈틸리케 감독이 사용한 3명의 교체카드는 실패한 선수들을 갈아주는 카드였습니다.

 

뭐 크게 보면 홍명보호 최강희호를 위시해서 그 동안 한국이 대패할 때 잘 나온 조합입니다. 기성용 나오고, 활동량 미드필더 하나 나오는데 양 윙을 공격적이고 기술적인 친구들로 쓰니까 측면이 어이없이 탈탈 털리기 시작하는데 기성용이 막상 중앙으로도 딱히 풀어 줄 건 없고 양쪽 크게 벌려도 커버가 없어서 측면이 털리니 풀백이 오버래핑을 못해서 양쪽 벌리는 패스도 아이고 의미없어지면서 게임이 붕괴하는 그런 그림. 

아마 아시아 수위권 팀들은 모두 다 한국의 이런 성향을 알고 있을 거고 이렇게만 나오면 털어먹을 수 있을 테니 나오기만 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 그런 조합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단 전 글에서 이어지는 얘기를 해 보자면 김신욱이 선발되지 않았던 게 예상과는 다른 점이었습니다만 전반전의 축구를 보니 이해할 만도 했습니다.

 

김신욱을 썼다면 김신욱으로 연결되는 공중볼에 발맞춰 침투하는 양 측면 선수들이 있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라인을 올려붙여야 합니다.

하지만 전반은 어느 정도 탐색한다는 느낌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지동원이 중앙공격수 자리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김보경의 선발은 좀 의외였는데, 김신욱과의 호흡이란 점을 제외하면 남태희의 출전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보경이 선수들과의 연계나 기술 면에서는 남태희보다 나을지 몰라도 개인 드리블의 측면에서는 남태희가 낫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보경 이청용 손흥민으로 2선이 구성됐었던 만큼, 공을 직접 몰고 다니는 역할은 이청용이나 손흥민에게 넘겨줘도 좋았겠죠.

 

홍철을 넣지 않았던 것도 의외였는데, 왜 왼쪽 풀백이 오재석이었는지 이것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네요.

 

어쨌거나 사람은 달라졌지만 저번 경기 비스무리하게 인원 배치는 되었습니다만, 카타르와 이란은 전반적인 레벨이 다른 팀입니다.

 

많은 것이 망가진 경기였기 때문에 뭐 하나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제가 볼 때 가장 지적하기도 꼽아보기도 가장 쉬운, 가장 인상적인 패착은 이청용의 투입입니다.

이청용이 많이 내려와도 주고 공을 풀려고 노력도 해줬습니다만 이란이 피지컬적으로 너무 강했습니다. 큰 부상 이후 신체능력이 떨어졌던 이청용으로서는 이란 수비를 감당하기가 힘들어 보였습니다.

 

공 운반을 하거나 돌파, 연계를 해줘야 할 이청용이 이와 같은 모습은 김보경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김보경 역시 피지컬적으로 그리 강한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공을 이리 저리 돌리려고 노력했지만 일단 본인도 힘들었기 때문에.

 

손흥민은 이들보다 더욱 전진배치가 되어서 볼 경합할 일이 적었지만 역시 피지컬적으로 막 강하다고 할 만한 수준의 선수는 아닙니다.

 

지동원은 괜찮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지만 앞에서 기점이 되어주기는 어려웠습니다.

 

남태희도 아니고, 김신욱과의 호흡을 노린 김보경 역시 아니라면 구자철의 부재도 역시 아쉬운 점입니다.

제가 이전에 구자철을 재투입하려면 삐거덕거린 호흡 때문에 디테일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그건 그거고 그 경기에서도 구자철이 줬던 이득은 있었습니다.

유럽파로서 경험이 많고, 신체조건 역시 여타 공격형 미드필더 중에 가장 괜찮고, 무엇보다 활동량이 많고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아군의 분위기 또한 어수선하게) 투입했더라면 수비적인 늪축구로 끌고 가기는 괜찮았을 것입니다.

 

허나 이를 배제하고 지동원, 손흥민, 김보경, 이청용, 그리고 기성용과 한국영으로 구성된 미드필더진에는 기점이 되거나 활개를 펼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동원, 이청용, 기성용은 소속팀에서 정기적인 주전출장조차 보장된 선수들이 아닙니다.

 

거기에 본래 오른쪽 풀백인 오재석을 왼쪽 풀백으로 배치, 중앙 자원인 장현수를 오른쪽으로 배치했습니다.

 

이와 같은 패착의 결과 첫째로 한국영을 빼고 홍철을 넣으며 홍철이 왼쪽 풀백을 맡으며 오재석이 오른쪽 풀백이라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며 경기력을 일신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장현수 역시 오른쪽 풀백을 볼 때보다는 한결 나은 모습이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청용을 빼고 김신욱을 넣고 지동원을 측면으로 뺐습니다. 이란의 막강한 피지컬 앞에 힘겨워하던 이청용과는 달리 지동원은 오른쪽에서 버티는 데 성공해냈습니다.

 

세 번째로는 김보경을 빼고 구자철을 넣었습니다만 늪으로 끌고 들어가기에나 좋았지, 경기 막판 지고 있는 상황에 넣은 데다가 역시나 볼 전개에 큰 도움이 안 되면서 별로 할 일도 없어져 경기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따금 이런 교체를 볼 수 있는데 패착에 너무 집착하다가 3 카드 전부를 패착을 메우는데 소비한 결과 되려 어정쩡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과론적이지만 남태희나 이재성 카드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월드컵 8회? 9회?쯤 연속 진출하는 한국팀을 잡고, 본인 역시 밥먹듯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독일인이라 그런지 약간 껌으로 보이는 듯 본인만이 하고 싶은, 이상 속에 그리는 축구를 구현하고자 하는 모양으로도 보입니다.

어떠한 유형의 스트라이커가 없었다는 인터뷰도 자신의 이상적인 축구를 구현하고 싶은 욕망의 발로로 봐도 될까요?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 대표팀의 레전드가 감독으로서 대단찮은 팀들만 전전했다면 확실히 그동안 속에 품고만 있었을 야망이나 청사진이 거대했었을 만도 합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현실적으로 다가온 다음 우즈베키스탄전의 결과와 경기력으로 답하지 않으면 경질도 코앞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