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이래 두 팀이 만나면

 

서울은 몰라몰라 우리는 무승부만 해도 이득이다 하지만 역습도 조심해라와 같은 자세로 풀썩 물러앉았고,

이러면 축구에서 아예 내려앉은 팀 상대로 골 우려빼는 건 어려운데 몰리나, 데얀, 에스쿠데로 등의 역습은 실로 두려운 물건이어서 서로가 끙끙 앓다 무승부나 하고 돌아가는 모양새가 많았습니다.

 

반면 오늘 경기에서의 선제골은 상당히 재미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서울의 아드리아노가 잡은 1:1 찬스도 상당히 정석적인, 스트라이커가 빠져나오면서 수비를 끌어당기고 그곳에 생긴 공간으로 재차 침투하면서 나온 아주 좋은 찬스였습니다.

대인마크를 끈덕지게 달라붙는 최철순을 중앙수비로 올려 신장부담이 없는 아드리아노를 막으려는 시도였지만 사실상 지나치게 달라붙는 수비에 집착하다 그저 슈팅이 빗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이 장면을 만든 것 하나만으로도 썩 성공한 시도는 아니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어쨌거나 전북의 선제골 장면을 보자면 상당히 재미있는데 서울의 5백 전부가 1자대형을 유지하면서 페널티 박스 안 지점에까지 물러나 있었습니다.

보통 이러면 버스를 쌓았다, 골이 들어갈 구석이 없다 같은 표현을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드물게도 오늘의 선제골은 이런 장면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서울 5백의 배치를 보면 약간 실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433 형태에 들어간 전북을 맞아 서울의 5백은 1렬로 깊숙이 늘어서서 전북 3명의 공격수를 막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전북 3명 공격수의 위치입니다. 이근호가 거의 터치라인 부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공도 근처에 있기 때문에 서울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근호를 의식하다 보니 차두리도 터치라인 부근에 자리잡았는데, 이동국과 한교원은 골대 정중앙에 가까운 쪽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서울이 자랑하는 1자대형 5백은 넓게 벌린 형태가 되어 수비 밀집도가 떨어지게 되어버립니다.

물론 공이 순식간에 위험 상황이 될 수 있는 지점에서 돌고 있었고, 이근호가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했기 때문에 넓게 벌린 선택에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실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면 수비수들과 공격수들이 어슬렁거리는 공간에서는 5:3의 구도, 그것도 아무 의미도 없이 그냥 그 공간에 존재할 뿐인 수비수가 있는 5:3의 구도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공이 돌아가고 있는 지점에서는, 공격하는 전북의 3미들과 수비하는 서울의 3미들이 1:1로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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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이재성이 민첩성을 살려서 그냥 단순히 측면에서부터 중앙으로 나오는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순간적으로 1:1을 떨쳐 낼 수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서울의 미드필더 한 명이 이재성에게 더 투입되며 3:3 구도는 완벽하게 부숴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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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자유의 몸이 된 루이스가 재빨리 대단히 좋은 위치선정에 성공합니다. 안 그래도 일이 없는 1렬수비 5백이었는데, 루이스는 흔히 말하는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구멍에 정확하게 자리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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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에서 뛰는 건 도저히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밖에 바랄 것이 없다고 하는데, k리그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플레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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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과 루이스가 이렇게 절묘한 공간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빠르게 침투하자 일없이 놀던 1자 5백 중 중앙수비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으로 침투를 막으러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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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자 서울의 일자 수비가 무너지는 와중에 한교원마저 한 명을 끌고 나와 버리는 움직임으로 서울의 수비라인은 사실상의 붕괴상태가 되고, 이동국도 사실상의 노마크 상태가 됩니다. 패스가 연결되고, 침투했고,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킵니다. 스샷으로 보시면 서울 수비가 중간에 커트할 수 있지 않나 하실텐데 이재성을 막으러 움직이던 상태라 역동작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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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대와 이동국이야 청소년 대표때부터 동고동락하던 사이죠. 김용대가 이동국의 터닝 발리슛을 저놈은 발리슛할 놈이라고 예측해서 막아내는 것처럼,(feat 무조건 들어가는 거라는 이동국의 억울한 표정) 이동국 역시 김용대 가랑이 사이로 알을 까버릴 수 있는 사이입니다.

 

전반전은 전북이 골 말고는 슈팅조차 못하는 종래의 끈끈이주걱 같은 경기양상이었지만, 어쨌든 선제골이 빨리 들어가면 수비와 공간에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죠. 후반전 들어 서울의 양 윙백이 전진하고, 전북은 뒷공간을 공략하며 추가골을 뽑아 3:0으로 경기를 마무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경기는 선제골이 모든 것인 경기라고 할 수 있는데, 선제골이 들어간 양상은 실로 재미있는 모습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짜증날 수밖에 없는 5백 상대로 뒷공간이나 측면의 공간을 공략하는 형태로 수비수들을 넓게 벌려 세워놓고는, 2선에서의 침투를 통해 넓게 벌려 세운 사이의 공간을 순간적으로 공략해 만들어냈으니까요.

** 귀찮아서 그림을 넣지 않았는데 오늘 다시 보니 제가 써 놓고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사진을 필히 첨부해야 하겠다고 느꼈습니다. 말로 때우려다 괜히 말만 많아진 부분도 그냥 지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