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FIFA 100이란 펠레가 2004년에 현재 생존해 있는 선수들 기준으로 FIFA의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100명의 선수를 꼽은 것입니다.

현역 50, 은퇴 50으로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펠레의 고뇌로 인해 결국 은퇴 선수들의 수는 75명으로 늘어나고 말았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요.

지금 말하고 싶은 건 이 현역 50명의 얘기입니다만...

예를 들어 토티나 부폰 라울 등은 충분히 위대한 선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비에리나 루이 코스타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제 기준)

그러나 이를 넘어서 클루이베르트나 마이클 오웬은 좀 가당찮아 보이기도 하는 게 사실입니다.(생각해 보면 루이 코스타라고 말은 했는데 루이 코스타가 이 선수들과 확연히 위라고 생각하고 비교하자니 또 좀 그렇네요)

로제언니의 경우 04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바 있고, 현역 선수는 50명으로 나름대로 가용폭이 풍부했기에 선정될 법도 했습니다.

그러나 펠레는 FIFA 100에 로제 언니를 꼽지 않았죠. 이를 마이클 오웬이나 클루이베르트와 비교해 보면 당시까지 혁혁한 활약을 펼쳤던 두 사람이기에 그렇다고 하나,

명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요즘 10대 친구들은 있는지도 모를 엠레 벨로조글루나 사비올라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선수들은 뽑혔는데 뽑히지 않았나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확실히 로제 언니는 월드컵 이외에 눈에 크게 뛸 만한 선수는 아니긴 했습니다.(저도 보진 않았죠. 볼 수도 없었고.) 아마 사비올라나 벨로조글루와는 04년 당시까지의 활약을 바탕으로 아무래도 이들이 더 뻗어나리라는 가정을 하고 선정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14년 월드컵에 끝난 지금 로제언니는 사비올라나 벨로조글루는커녕 오웬과 클루이베르트와도 비교를 할 수 없으며 현역 50명에 뽑히냐가 문제가 아니라 은퇴 선수 풀에 들어가도 무조건 꼽혀야 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10년 월드컵에서 아깝게 기록 경신에 실패한 이후 14년 월드컵까지 로제 언니는 거의 모든 축구팬들이, 심지어 호나우두의 팬들조차(광적인 팬들은 빼고요) 4년 동안 로제 언니가 폼을 유지하고 대표팀에 뽑히길 응원했습니다.

04년에 월드컵 득점 차점자가 되고도 FIFA 100에 뽑히지 않았던 선수였습니다만, 14년까지 4번의 월드컵에 출장하며 끝끝내 우승과 기록 경신 두 가지를 이뤄냈습니다.

호나우두는 흔히들 일 페노메노, 재능의 결정체, 괴물이라고 불리곤 합니다만 로제 언니는 그런 선수는 아니었죠. 오웬과 클루이베르트는 물론 사비올라나 벨로조글루보다도 재능이 뒤떨어졌다면 뒤떨어졌을 겁니다. 펠레가 그렇게 꼽았으니까요.

선수로서 화려하게 빛났던 시절, 예컨대 세계 최고의 타겟이던 클루이베르트나 원더보이 시절의 오웬을 생각해 보면 브레멘이나 뮌헨 초기의 로제 언니가 더 낫다고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FIFA 100에서조차 월드컵에 4번이나 출장한 선수는 현격하게 적습니다.(한국이라면 김남일-13년 리그에서의 폼을 유지했고 감독이 정상적이었다면-이나 박지성이 거의 가능할 뻔했죠.) 5번 출장한 마테우스 같은 사람도 있지만 4번 역시 엄청나게 많은 기록입니다.

그 전까지의 기록 보유자이던 호나우두는 분명 위대한 선수이고 전성기의 광휘는 찬란합니다만, FIFA 100과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되돌아보며 로제 언니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펠레도 몰랐다니까요. 이렇게까지 하실 수 있을 줄은. 호나우두까지 꺾을 줄 그 누가 알았겠어요. 제 아무리 펠레라 해도 훈련장까지는 가 볼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