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위 kt와 4위 킹존, 1위 그리핀과 2위 젠지의 대결이 있었죠. 화요일에 이어 사실상의 포스트시즌 순위결정전 두 번째 날이었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어제 MVP와 아프리카의 경기도 그렇고, 이번주가 막 원딜들이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는 메타전환기의 중심이라서 그런지 명경기들이 많이 나오네요.​​​ 

 

첫 번째 경기도 볼만했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두 번째 경기인 그리핀 대 젠지였습니다. 두 세트 모두 눈호강 한타를 연발하며 괴물 같은 경기력을 뽐내더니 마지막은 유럽식 엘리전에서 한 대 차이로 종결하며 예능까지 챙겨버리다니 욕심 많은 그들. 그리고 리프트 라이벌즈를 우승했던 LPL은 또다시 의문의 패배를 당했습니다.

 

 

 

가장 큰 실리를 얻은 것은 역시 젠지입니다. 화요일날 kt에게 2:0 패배를 당한 것도 있고 그동안 알게모르게 승점을 많이 까먹힌 탓에 오늘 지면 4위까지 굴러떨어질 위기였는데, 2:0 승리를 통해 2위를 수성했고 이후 세트득실에 따라 결승직행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습니다. 게임 내용적으로 봐도 그동안 살짝 아쉬웠던 큐베가 오랜만에 스킨 주인의 위엄을 다시 세웠고, 그리핀의 뒤통수를 세게 때려버린 앰비션의 갱킹모드 전환, 아직 숙련도가 의심스러웠던 장면도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승리를 통해 스프링 트라우마를 씻어낸 코어장전의 알리스타 기용 등도 웃어주는 부분입니다. 가을만 되면 귀신들린 듯 폼이 올라온다는 점에서는 자연재해 취급을 받는 대퍼팀 kt 못지않게 기묘한 팀인데요, 과연 또 다시 가을의 전설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그리핀은 분명 미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만, 결과적으로 2:0이 되어버려서 아쉬운 국면입니다. 아프리카전에 이어 또다시 나타난 밴픽 고집도 피드백이 필요할 테고, 무엇보다 원딜이 다시 대세로 자리잡아 간다는 점은 라인전과 운영이 중요해진다는 것인데 비원딜을 기반으로 한 미친 한타력 하나로 1위 자리를 차지한 그리핀에게 호재는 아닙니다. 득실관리가 잘 되어있고 남은 대진도 젠지와 완전히 동일한 상황인 만큼 정말 의문의 고춧가루를 맞지 않고서는 2위 이하로 떨어지긴 힘듭니다만, 그런 만큼 돌아오는 원딜메타에서도 먹히는 기량을 가졌는지 검증할 수 있는 것은 포스트시즌까지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킹존은 딱 본전을 찾은 느낌입니다. kt에게 상성을 살려 승리하면서 다시 치고 올라가나 했는데, 젠지가 그리핀을 잡아버리면서 순위는 도로 제자리걸음이 되어버렸죠. 이 팀의 운명은 토요일 아프리카전에서 결정날 듯 합니다. 킹존 대 아프리카의 역대 상대전적이 웃어주고 있다는 점은 호재겠죠. 젠지와 그리핀에게 완전히 호구 잡힌 상황인 건 포스트시즌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만, 그 두 팀이 스프링 성적이 없거나 신통치 않은 만큼 롤드컵 가는 길은 아직까지는 잘 보이는 상황입니다.

 

최악의 패배를 당한 건 역시 kt입니다. 1위 2위에게서 4승을 챙겼는데 4위에게 2패당해서 결과가 3위. 그야말로 대퍼의 기운을 가득 받은 결과라 이미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은 넘어선 상황인데, 오늘 승리했다면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패배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kt에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6위이지만 플옵 순위경쟁을 지옥으로 바꿔 놓을 저력이 있는 한화생명 e스포츠와의 경기가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kt는 묘하게 중요한 순간마다 한화생명에게 걸려 넘어지는 느낌이라 비슷하게 플옵권 팀(아프리카)과 경기가 남았어도 상대전적이 웃어주고 있는 킹존보다는 좀 더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흐름과 상성이라면 서머 포스트시즌 여정은 킹존에게 가로막히고 그리핀 1시드, 킹존 2시드, 그리고 롤드컵 선발전 막바지에 젠지와 격돌이라는 시나리오가 또 쓰여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요, 이 시나리오에서 킹존을 SKT로, 그리핀을 락스 / 킹존으로 바꾸면 2016년 / 2017년과 소름돋게 똑같은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첫 번째는 하나로 끝나지만,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세 번째를 암시한다"는 피마새의 금언이 현실이 되어서는 안될텐데, 불행히도 kt는 자신들의 손으로 세 번째의 시작이 되는 자폭버튼을 화려하게 눌러버린 셈이 되어버렸으니... 코돈빈의 저주는 결국 3연벙까지 미치고야 마는 걸까요? 궁금하면서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