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남 시점]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그저 그런,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그런 평범한 날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병원이 무너졌고, 그 무너져서 언덕처럼 쌓인 잔해 위엔 호랑이 한마리가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그 호랑이는 온통 검은 색과 하얀 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호랑이의 입에 물린채 피를 흘리고 있는 저 불쌍한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옆에 서 있던 여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뭐지, 왜 떨고 있는거지. 아니, 떠는 게 맞는건가? 모르겠다. 일이 왜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점점, 의식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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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머리야."

 

머리를 쥐어잡고 일어났다. 갑자기 배경이 바뀌었다. 한쪽은 검고 검은, 한쪽은 하얗고 하얀 공간이었다.

나는 하얀 공간에 쓰러져 있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검디검은 공간의 저 편에서

일렁거림이 일어나더니, 그 검고 하얀 호랑이가 나타났다. 그러나 그 호랑이는 그저 검기만 했다.

몸에 얇은 실처럼 둘러져 있던 하얀 털은 없어져있었다. 그 호랑이는 나를 한번 힐끗 보더니, 울부짖었다.


"밖에서는 조금도 울지 않더니, 여기서야 우는군."

 

우렁찬 기합이 동굴벽에 부딪히듯 그 소리는 매우 크게 울리면서 들렸다.

 

"무..슨 소리야. 내가 울다니. 난 운적 없는데. 그보다 여긴 어디야?"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넌 왜 밖에선 울지 않은 거야?"

"운 적 없다니까."

 

계속해서 호랑이는 이상한 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그 내용도 이상했지만, 호랑이랑 대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이상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았다. 아니면 어딘가 나사가 빠진 거 같았다. 아니면 내가 그렇든지, 어느 쪽이든간에.

 

"넌, 울었어."

"운적없어."

"우리의 울음은 인간의 것과 달라."

"울부짖은 적도 없어."

 

여기가 어딜까. 이 호랑이는 뭘까. 그러나 그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검정색 공간이 하얀색 공간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으아아! 뭐, 뭐야?"

"울부짖는 것도 아니야. 역시, 아직은 조금 혼란스러우려나."

"무슨소릴 하는거야, 아까부터! 나가게 해줘! 여긴 데체 어디냐고!"

"그건 나중에 알게 될거야. 지금은 필요 없어. 지금은 그저 잠들어 있어. 니 몸이 시킨다고 해서 그 여자를 데리고 병원에서 나와 달렸지? 아이고, 너 실수한거야, 이친구야. 차라리, 넌 거기서 죽는게 나을 뻔 했어."

"싫어!내가 왜! 난 살아서 나갈거야!"

"그렇게 될 거야. 조만간, 다시 만나길 소망하지."

 

그러더니 모든 공간이 검게 변했고, 더이상 호랑이는 보이지 않았다. 울리는 듯한 소리는 사라졌다.

그저 '공포' 가 나를 집어삼킬 뿐이었다.

그저 '나락' 으로 떨어져갈 뿐이었다.

 

                                                

                                                                                                                                                [4화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