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아직 해도 제 자리에 걸리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선한 아침잠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구불거리는 머리에 부드러운 눈매의 청년이 목소리도 어찌나 고운지 선잠을 깨우는 목소리마저 밉지가 않았다.

그러나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이 청년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차마 문도 열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답을 줄 방의 주인을 조심스레 부르고만 있었다.

스승님...?”

여러 차례 부른 뒤에야 청년은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 대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때, 다른 이들은 선잠이 깨기도 전이건만 방 안에서는 흠조차 하나 없는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냐.”

! , 그게... 동생 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

스승님?”

방 주인이 아무 말도 않자 청년은 불안해졌다.

이 방의 주인은 늘 동생이 오면 이런 식이었다.

반가움의 웃음소리 한 점 들을 수 없었고, 미움의 푸념마저 없었다.

그냥 아무 것도 없었다.

허나 매일 밤마다 이 방의 주인은 동생이 있을 법한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게 일이었다.

그리하니 청년은 그리도 그리는 동생이건만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저리도 고운 동생을 밖에서 세워 두느냔 말이야.”

그러자 방문이 활짝 열렸다.

청년은 자신이 투덜거린 말을 들었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방을 나온 사람의 용태가 훨씬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옅은 상아빛 머리를 길게 기르고, 새하얀 도포를 입은 앳된 얼굴의 여인이 툇마루를 내려왔다.

청년은 자신의 스승으로 모시는 여인이지만 볼 때마다 참으로 적응이 안 되었다.

저렇게 특이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리 흰 머리도 드물었다.

옆으로 보자 하면 그리 흰 머리만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 여인은 신을 신지도 않았다.

스승의 하얀 도포는 제 옷처럼 쉬이 검어지지도 않았다.

거기다가 저 하얗고 옥 같은 뽀얀 피부에, 바깥에 알려져 있는 달 속에 숨어산다는 항아의 모습보다도 여아(麗雅 : 화려하고 단아하다)한 스승이라니.

바깥에서는 스승을 신선이라고 부른다만 스승이 신선은 아니라는 것은 안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내 동생이 참으로 곱기는 하지.

...? ... ... 아하하하.”

역시나 제 딴에는 혼잣말이라고 속삭였던 것이 다 들렸던 모양이었다.

청년은 제 머리를 긁적거렸다.

().”

, 스승님.”

재라고 불린 청년은 혼잣말을 들킨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보다도, 어느새 피식피식 웃음을 짓고 있었다.

허나 스승과 제자의 연이 길었던지, 호명을 한 것만으로도 스승의 마음을 읽고 바로 길을 안내했다.

제자가 기특하기도 하련만 스승은 웃음 한 번 보이지 않았다.

아예 웃음을 참지 못하는 제자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지 스승은 어딘지 모를 곳을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언니! 안 돼! 안 돼, 제발! 제발 살려줘. 이 사람은 내 목숨이야. 아니, 내 목숨보다 소중해. 제발... 제발 언니. 제발... 제발!’

 

귓가에 또 동생의 서글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했다.

아팠다.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목소리가 귀를 울릴 때마다 이 여인의 마음은 수 십 갈래로 쪼개졌다.

이미 지난 일이라 스스로를 그리도 타이르고 다스렸는데, 마음을 먹은 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멀어지고 싶었고, 뒷걸음질 치고 싶었다.

허나 제자가 인도하는 길은 그리 멀지도 않았다.

곧 눈에 보이는 울긋불긋한 장신구와 비단으로 장식된 화려한 꽃 가마가 보였다.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