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노란 꽃들이 살랑살랑 바람에 흩날리고 푸르고 검붉은 짐승들이 어울리는 한가로운 풍경 한 가운데에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단아(端雅 : 단정하고 우아함)한 궁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 어느 곳보다도 풍요롭고 아름다운 이 땅 아래에는 각양각색의 보석들이 묻혀 있었다.

푸른 야명주는 한때 마족의 눈물이었고, 붉은 수정은 천족의 피이었으리라.

지금은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이곳은 수많은 마족과 천족들이 눈감은 무덤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피를 흘렸다.

너무나도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제서야 그들은 피를 닦고 눈물을 삼키고 자신들의 적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자신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나와 똑같다.

너는 나와 같다.

너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이런 쓸 데 없는 다툼은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그러니 우리의 눈물과 피가 흐르는 이 땅에 맹세하자.

이 땅에서만은 더 이상 적으로 마주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