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의 심장, 수도의 심장, 나라의 영광, 영광의 건물. 이 수식어가 지칭하는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 왕궁 토리아에서는 무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각종 화려한 건물의 경합을 뚫고 그 크기와 화려함이 다른 건물을 압도한 제 2별관에서. 과연 무도회를 열기 위한 경합을 뚫고 올라온 건물다운지 왕의 탄신절 기념 무도회에 온 모든 사람을 수용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백, 수천 명이 모여서 쌍쌍이 춤추고 있는 건물. 온갖 산해진미가 맛만 보고 토해내도 될 정도로 썩어 나는 무도회. 모이는 사람들이 착용한 옷과 보석과 장식물을 모두 수거해서 판다면 왕국 하나를 만들어도 될 정도의 무도회. 그곳에서는 온갖 기대와 질투, 시샘, 경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 사람과 경외와 질투, 시샘을 받지만 기대는 받지 않는 한 사람이 한 쌍을 이뤄 춤을 추고 있었다.

“너는 이제 어떻게 살 거야?”

말을 꺼낸 사람은 소녀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의 머리에 블루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 오뚝한 콧날에 화려한 황금빛 드레스. 머리에는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티아라가 있었고 귀에는 루비를 녹여 만든 달 모양의 귀걸이, 황금빛 드레스에는 은색 허리띠가 매여져 소녀의 등 부분에 리본이 매여 있었다. 허리띠도 은을 녹여 실처럼 만들고 엮어 만들었다. 신발은 굽이 낮은 구두로 소녀가 입은 옷들로 인해 눈길이 잘 가진 않았지만 구두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할만한 고급품이었다. 그런 모든 것을 갖춘 소녀는 마치 잘 만들어진 인형에 최고급 장식품들을 장식시켜둔 것 같았다.

“글쎄? 좀 편하게? 너는 왕이 되겠지만 나는 공작이 되는 건 아니거든.”

그에 반해 같이 춤추고 있는 소년은 옷은 만만치 않게 화려하게 입었지만 훤칠한 키를 제외하고는 별로 미남이라고 부를 구석이 없었다. 길거리에 나가면 바로 볼 수 있을 듯한 옅은 갈색머리에 검은 눈동자는 갈색이 살짝 섞여 귀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은 웃고 있었다. 너무나 즐겁다는 듯이. 웃음은 누구나 부럽게 만들었다. 자신은 왜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없을까 생각하도록 하는 웃음. 그의 평범한 외모도, 화려한 옷도 그 웃음에 묻혔다.

“왠지 치사한데.”

소녀는 일부러 소년의 발을 살짝 밟았다. 소년의 구두는 보석으로 치장되어있어 그 정도 충격은 전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밟을 일부러 밟느라 스텝이 꼬여 소녀가 살짝 미끄러질 뻔했다. 다행히도 소년이 미리 그쪽으로 움직여 소녀는 손쉽게 균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소녀는 살짝 빨개진 얼굴로 춤을 계속 이어갔다.

“너는 왕가의 외동딸이고, 나는 공작가의 차남이잖아.”

소년은 웃음을 잃지 않은 채 말했다. 소녀는 누구에게나 기대 받는 사람이다. 차후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이 나라의 작은 주인님. 그리고 소녀는 그 기대를 하나씩 충족시켜 나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빠른 일처리에 함부로 휩쓸리지 않는 침착한 성격. 그에 반해 소년은 아무에게도 기대 받지 않는다. 공작가를 잇는 것은 장자다. 차남은 필요 없다. 그저 공작가의 위명에 기대에 허울뿐인 위세를 부리는 기생충 같은 존재나 다름없다. 하는 것은 없이 공작가의 이름으로 각종 부귀영화를 누리는 존재. 그것이 소년이었다.

“나중에도 이렇게 춤 출 수 있을까?”

소년의 말에 소년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춤을 이끌어 나갔다. 노래가 끝나고 헤어질 때까지 소년과 소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도회가 끝날 때까지 소년과 소녀는 서로 만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