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 지금 숲을 달리고 있다.

 

으아아아아!!!”

 

정정한다. 윤은 지금 도망치고 있다. 주로 뒤에서 달려오는 수십...아니 수백에 달하는 여러 몬스터들에게서, 지금까지 찍어온 민첩은 배신하지 않는 듯, 아주 빠른 속도로 숲을 질주하고 있었다.

 

,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그것은 HP1할로 유지하면서 몬스터를 쓰러트려간 윤은 갑자기 만난 원숭이 떼에게서 도망을 치다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나무를 피하고 튀어나온 뿌리는 넘는다. 질척한 땅을 밟으며 윤은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무리잖아!! HP 1할 이하를 유지하면서 몬스터를 이기라니!! 똥망겜도 이거보단 낮겠다!!”

 

몇 번째인지 모를 윤의 외침이 숲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외침을 들은 몬스터들이 합류하여 더욱 많아진다.

 

거대한 개미, 움직이는 나무, 다리가 6개 달린 늑대, 5M는 되어 보이는 고릴라, 움직이는 고릴라 같은 돌덩어리, 8M는 되어 보이는 거대 호랑이, 노래하는 거미, 사람만한 매와 부엉이 그리고 귀신까지!

 

다종다양한 몬스터들이 끝도 없이 불어났다. 만약 이곳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었다면 게시판에 스샷이 올라왔을 것이다. 몬스터를 부르는 사나이 혹은 현대판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몇 분간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달린 윤은 결국 죽었다.

 

 

 

크윽.....망할 운영자들.....다시 한 번 더!”

 

그렇게 외치며 호기롭게 도전한 윤. 이번의 필드는 숲이 아닌 바다....정확히는 바다 속이었다

그럼 여기서 문제. 수중용 장비가 하나도 없이, 심지어 무거운 갑옷을 입은 윤이 게임 속이라고는 하지만 바다 속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가.

 

답은 간단하다. 익사다.

 

꾸르르르

 

성대하게 숨을 내뿜으며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다시 수련장으로 돌아온 윤은 자신의 한심한 죽음에 반성하며 필드 선택 창에서 물속 필드를 제외시켰다. 조심성이 강한 윤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시작을 눌렀다.

 

좋아....가자!”

 

 

그리고 하늘을 날았다.

 

어째서어어어어어어!!!!!!!!!!!!!!!!!”

 

높고 높은 하늘을 날며, 낙하산 없는 스카이다이빙을 즐긴 윤은 그대로 땅에 떨어져 사망했다.

 

 

“.......”

 

이번에는 하늘을 제외시키고 다시 시작을 눌렀다.

 

그리고 우주에서 파열했다.

 

“........”

 

한 동안 말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 공허함 마저 느껴지는 윤의 모습에 근처의 플레이어들은 동정의 시선을 보내며, 그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돈을 던졌다.

 

괜찮아요.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힘내세요!”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죠......, 제가 돈이 부족해서 그런데...돈 좀 가져가도 될까요?”

, 거기 돈 가져가시려는 분! 돈을 줄지언정 뺏으려 하다니...당신의 머리에는 개념이란 단어가 없나요?”

 

그리고 그게 윤의 마음에 더욱 대미지를 입혔다. 어느 정도인가 하냐면, 여친이 있는 친구가 자신 앞에서 여친을 자랑하며 노닥거렸을 때와 버금가는 대미지를 입었다.

 

“......”

 

윤은 멍하니 하늘(사실 수련장의 천장이지만.)을 올려다보았다. 이 상태는 현실에서의 공복을 알리는 시스템이 울릴 때까지 계속됐다.

 

 

 

 

윤이 숲속에서 몬스터들에게 쫒기고 있을 때. 스타디움의 중앙에 있는 특별한 스테이지에서는 플레이어들의 열광의 함성에 스타디움이 무너질 것 같았다. 플레이어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은 두 사람의 결투였다. 결투를 하고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윤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윤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사람, 소라였다. 소라는 자신이 예전에 애용하던 쌍검까지 들고 결투에 임하고 있었다. 그런 소라의 상대는 할버드를 사용하는, 신사가 입을 법한 양복을 입은 미중년이었다.

 

할버드와 쌍검이 경기장의 중앙에서 교차했다. 할버드로 소라의 쌍검을 찍어 내리며 미중년은 입을 열었다.

 

"꽤나 약해졌구나."

"최근엔 게임을 안 해서 말이야~ 밀린 전기세 내는 거 정말 힘들었다구!"

 

일상적인 회화를 하는 것처럼 말을 주고받은 소라는 온 힘을 다해 할버드를 밀쳐냈다. 직후 스킬을 사용했다.

 

"소드 댄스!"

 

소라가 휘두르는 검은 가까이에서 본다면 난잡하게 검을 휘두르는 것 같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아름다운 검이었다.

 

튕겨내도 몇 번이고 돌아와 자신을 죽이려 드는 검에 중년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손녀의 재롱에 즐거워하는 할아버지 같았다.

 

하하하하! 이렇게 빠르면서, 난잡하고 아름다운 너의 검은 오랜만이구나!!”

......짜증나!!”

 

서른이 넘는 연속 공격을 전부 처리해낸 남성은 뒤로 물러났다.

 

네가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 쯤 그 애와 호각이었을지도 모르겠구나...”

! 나는 그 녀석보다 훨씬 훠얼~씬 강하거든!!”

아니, 너는 그 애보다 약해. 내가 싸워봐서 알아.”

뿌우....”

 

단호하게 단언한 중년의 말에 소라는 볼을 부풀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남성은 귀여운 손녀를 보는 할아버지처럼 껄껄댔다.

 

그러고 보니, 왜 돌아온 거지? 두 번 다신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

“.....”

 

중년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소라에게 물었지만, 소라는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는 소라를 보며 중년은 할버드를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 양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중년은 상냥함이 묻어난 목소리로 말했다.

 

“..., 안 알려줘도 상관없다만....그래도 잘 돌아왔구나. 네가 없어서 우리는 제법 쓸쓸했었거든.....그 때의 일은 정말로 후회하고 있다...그 때 그가...“시답지 않은 말장난은 이제 여기까지야! 빨리 덤비라구!”....”

그렇구나, 그나저나 여성에게 어프로치를 받는 것은 오랜만이구나....여성의 권유를 거절하는 것은 신사가 아니지. 이 할애비, 진심으로 가마.”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소리친 소라에게 중년은 상냥한 할아버지처럼 호호하고 웃고는 자세를 잡았다. 소라는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중년이 오길 기다렸다. 그 자세에 중년은 약간 그리움이 묻어난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 오만한 자세는 여전하구나.......간다!”

 

중년이 외친 것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소라의 배후에 나타났다.

 

끝이다....소라군.”

 

할버드를 내려치려는 순간. 중년의 귀에 소라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느려.”

 

소라의 중얼거림에 남성은 내려치기 직전에 거두고, 물러섰다. 남성의 몸에서 기분 나쁜 식은땀이 흘러내려 피부를 적셨다. 믿지 못하겠다는 마냥 눈을 부릅뜬 남성은 움직이지 않는 소라를 보고,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자세를 잡은 남성은 다시 소라에게 다가가려 한 걸음 발을 뗀 순간, 남성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며 쓰러졌다. 어째서인지 이해하지 못하여 혼란해 하는 남성의 귀에 현 상황을 알려주는 알림이 울렸다.

 

삐이-

 

플레이어 라스의 HP0이 되었습니다. 룰에 의해 플레이어 소라의 승리입니다.

 

하하...이거 참....시간이 지나도 여전하군........소라군, 너는....”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소라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중년...라스의 끝마치지 못한 말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하얀 폴리곤을 흩날리며 사라지는 라스를 뒤로 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걸으며 소라는 중얼거렸다.

 

“..........미안해...라스 아저씨...나는 그가...모두가 원하지 않아도, 그에게 속죄를 해야 해....이게 자기만족적인 추악한 감정이어도...”

 

소라의 쓸쓸한 중얼거림은 플레이어들의 함성에 묻혀 눈물과 함께 사라졌다.

 

 

어둡고 어두운 공간.

 

그 공간의 한 가운데에 한 명의 남성이 쭈그려 앉아 있었다. 남성의 주위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난잡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남성은 사진에 찍힌 어린 아이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조금만 기다려....곧 너의 꿈을 이루어줄게...”

정말로 멋진 형제애네.”

 

그런 남성의 배후에서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자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A.”

별거 아니야. 쓸쓸해 보이는 주인을 보러온 것 뿐.”

“......”

 

남성에게 A라고 불린 자는 익살맞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