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안쪽 통로로 나아가는 윤은 넓은 공동에 도착했다.

"와...“

축구장 5개 정도의 넓이의 공동 한가운데에는 호수가 있었고, 곳곳에는 여러 가지 색의 수정이 있었다. 그 넓이와 아름다움에 약간의 기시감을 느낀 채, 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몬스터가 공격하지 않는 세이프티 에리어를 발견하셨습니다. HP와 MP가 조금씩 회복됩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습니다. 명성이 20오르고, 쌓인 피로가 풀립니다. 일시적으로 가장 높은 스테이터스에 보정이 붙습니다.》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된 윤에게 알림이 울리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이 경치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위해 공동을 둘러보았다. 윤은 무언가에 홀린 듯 호수 쪽으로 나아갔다.

"아......“

옅은 에메랄드 색의 아름다운 호수였다. 일렁이지 않는 잔잔한 호수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만 같았다. 호수의 정중앙에는 커다란, 푸르른 수정이 천장까지 닿아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 아름다운 장소 베스트 100 안에 들었던 곳이었지....“

전에 더 문에 관해 알아볼 때, 게시판에서 보았던 곳이라는 것을 기억해내어,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냈다.

"근데 사람이 별로 없네...?“

멜트 동굴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랬지만, 윤은 한 번도 자신 이외의 플레이어를 보지 못했다.

"이 동굴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째서 플레이어가 없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윤이 알 리 없었다. 생각해도 알 수 없으니,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이 광경을 눈에 새기고 싶은 윤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공동의 곳곳에는 동굴에서 서식하는 거의 대부분의 몬스터가 쉬고 있었다.

"쩝...저놈들을 싹 다 잡으면 레벨 하나 정도는 오를 텐데......“

몬스터를 보면 입맛을 다시는 윤! 

몬스터들도 윤의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윤에게서 멀어졌다. 이 세이프티 에리어에서는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없는 것처럼, 플레이어도 몬스터를 공격할 수 없다. 플레이어끼리 싸우는 것은 가능하다.

몬스터에게서 눈을 돌린 윤은 호수를 따라 걸었다. 안쪽으로 갈수록 수정이 발하는 빛은 선명해져갔다.

"근데, 이 수정은 캘 수 있는 건가?“

문득 의문이든 윤은 자신의 앞에 있는 수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에 찬 청색의 검을 뽑고, 뽑은 기세를 살려 위로 올려쳤다.

깡!

마치 검과 검이 부딪힌 것 같은 소리를 내었다. 수정이 어찌나 딱딱하던지 손이 얼얼한 것을 느꼈다. 수정에는 금조차 가지 않았다.

"아오.....아파...“

윤은 검을 칼집에 도로 넣으며 손을 비비대며 윤은 수정을 향해 감정스킬을 사용했다.

"감정.“

ㅡㅡㅡㅡㅡ
멜트 동굴의 마력의 수정.

수백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축적된 마력이 수정이 되었다. 매우 단단하여 미스릴 곡괭이로도 깰 수 없다.
ㅡㅡㅡㅡㅡ

"미스릴 곡괭이로도 못 깨다니.......얼마나 단단한 거야...?“

약간의 황당함조차 느끼며, 수정에서 눈을 돌렸다.

"하....확실히 아름답지만....지루하네...“

윤은 근처의, 적당한 높이의 바위에 걸터앉아 멍하니 호수 중앙의 거대한 수정을 보았다.

잠시간 그렇게 수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절그럭 거리는 갑옷이 스치는 소리도 울렸다. 윤은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며 일어섰다.

수정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상당히 키가 작고, 현실에서 입었다면 경찰서에서 신세를 지게 될, 검은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장비한 플레이어였다. 검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경계했다. 검은 갑옷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부르르 떨며 만세 포즈를 취했다.

"찾았다!!! 드디어 사람을 찾았어요!!!"
"어....?“

갑자기 외치며 기뻐하는 검은 사람(목소리를 보니 여자인 듯하다.)에 윤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윤에게 검은 갑옷은 윤의 앞까지 빠르게 움직여 손을 움켜쥐고는 위아래로 흔들었다.

"반가워요! 저는 이...아, 여기는 게임이었지, 헤라에요!!! 이야...길을 잃고 방황하기를 3시간! 드디어 사람을 찾았어요!! 자!! 나가는 길은 어딘가요!!? 그리고 당신은 누구인가요?!! 직업은?!! 레벨은?!"
"어...아.....저기..."
"그렇군요!! 당신은 지금 당황해서 말할 수 없는 거군요!! 알아요, 알아요. 알고 말고요!! 저도 그런 적이 많이 있으니까요!!“

헤라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그보다 빨리 나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아니면 음식이라도 나누어주세요!! 지금 만복치가 바닥을 기고 있어요!! 이러다가 아사하겠어요!!!“

정신없이 말을 퍼붓는 헤라에 윤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며 인벤토리를 조작해 식빵을 3개 정도 꺼내 헤라에게 건넸다. 그리고 만복치란 숨겨진 스테이터스 중 하나로 장시간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공복이라는 상태이상이 생긴다. 공복은 스테이터스가 반 이상 줄어들고, 공복 상태가 계속되면 아사한다. 공복은 무언가를 먹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 감사합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 우물우물... 굴꺽, 맛있다아아아!!! 약간 딱딱해서 먹기 힘들지만!! 역시 배가 고프면 뭐든지 맛있는 법이군요!!!“

우걱우걱 소리를 내며 게 눈 감추듯이 빵을 다 먹어버렸다. 빵을 다 먹은 헤라는 자세를 정돈하고, 입을 열었다.

"이야... 위험했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헤라... 아, 자기소개는 했었죠. 어쨌든 감사합니다. 당신의 이름을 물어도 괜찮을까요?“

약간 멍한 채인 윤은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윤이에요. 직업은 검사, 레벨은 40 언저리죠."
"과연! 직업이랑 레벨도 알려주시다니!! 조심성이 없는 친절한 분이군요!!"
"아니, 헤라씨가 알려달라고 했잖아요.“

헤라의 말에 윤은 약간의 황당함을 담아 말했다. 그러자 헤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키가 작은 것도 있어, 매우 어린애 같다.

"그랬나요?"
"그랬어요."
"그러고 보니 그랬군요!!! 배가 고파서 잊었어요!"
".....“

윤은 무언가 불쌍한 아이를 보는 눈을 했다.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근데 윤씨는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
"그 눈은 그만 거둬주세요!“

눈물을 글썽이며 호소했다.

"....스켈레톤 병사를 쓰러트리는 퀘스트를 하러 왔는데, 스켈레톤 병사가 없어서 여기까지 들어왔어요."
"그런가요? 스켈레톤 병사가 없다니 신기......아."
"왜, 그래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
무언가 있다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며 휘파람을 부는 헤라. 윤은 그런 헤라를 쏘아보았다.
"우윽...그 눈은 하지 말아주세요."
"....."
"우윽....죄송합니다.“

윤의 노려보기에 그만 석고대죄 자세로 사과했다.

"어째서죠?"
"제가....제가 죽을 놈이옵니다!! 전하!!"
"....장난은 그만하고 말하세요.“

숙였던 얼굴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참고로 윤의 노려보기가 무서운 것인지 헤라는 눈을 맞추지 못하여 고개를 옆으로 피했다.

"그...."
"그?"
"스켈레톤 병사가 없는 이유는..."
"이유는?"
"제 탓입니다."
"호오? 어째서?“

존댓말을 잊고 반말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윤이 진심으로 빡치거나 상대를 심문할 때 무심코 나오는 버릇 같은 것이다. 헤라는 추위에 떠는 강아지 마냥, 덜덜 떨었다. 갑옷이 절그럭거리며 흔들릴 정도로...

"제 직업은, 죽음의 기사. 숨겨진 직업이죠."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넵. 저의 직업의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패시브가 있어요. 패시브의 이름은 《돌아오지 못할지니》. 능력은 제가 죽인 몬스터는, 제가 그 에리어 안에 있는 한 리스폰하지 않아요."
"꽤나 귀찮은 패시브네. 주로 몬스터가 리스폰하지 않는 다는 점이."
"네. 그래도 메리트는 있어요. 광전사의 《피에 굶주린 자》와 비슷하게 몬스터를 죽일수록 강해지니까요. 다른 점이라면 그 에리어의 몬스터를 전부 죽이며 스테이터스가 영구적으로 올라요."
"흠...어쩐지, 다른 몬스터의 수도 적더라....플레이어가 없었던 것도 몬스터가 적어져서 그런가 보네."
"네, 아마도..."
"흠....그럼, 네가 이곳에서 나가면 리스폰하는 거야?"
"네."
"그럼 나가"
"네.....“

폭거라고 부를 만한 윤의 행동에 시무룩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기가 죽은 헤라. 윤의 행동은 지극히 당연했다. 이런 초심자 에리어에서 그런 만행을 저지르면 누구라도 나가게 할 것이다. 하지만 어깨를 떨구며 시무룩한 모습의 헤라를 보며 약간의 미안함을 느낀 윤은 제안을 했다.

"한 마리만 잡으며 퀘스트는 끝나니까. 그때 네 몬스터 사냥에 함께 해줄게."
"네?"
"못 들었어?"
"아뇨. 들었는데...괜찮은 건가요?"
"응. 아, 근데 그 패시브는 너 혼자서 전부 쓰러트려야 하는 거야?"
"아뇨. 그런 제한은 없었어요."
"그래? 그럼, 도와줄게."
"가, 감사합니다!!“

다시 얼굴을 바닥에 박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아, 아니. 별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그렇게 헤라가 잠시 밖에 나간 사이에 리스폰한 스켈레톤 병사를 쓰러트려 퀘스트를 완료한 후, 헤라와 파티를 맺고 1시간에 걸친 사냥 끝에 멜트 동굴의 몬스터를 전부 쓰러트렸다.
이게 게시판에 《수상한 검은 검사와 더럽게 빠른 검사, 2명이 멜트 동굴의 몬스터를 미친 듯이 쓰러트리고 있다.》 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약간의 화제가 되지만...지금의 윤과 헤라는 그걸 모른다.

"이야...감사합니다! 덕분에 스테이터스가 올랐어요!"
"뭘, 나도 레벨이 올랐으니까. win-win이야."
"윈윈? 그게 뭐에요?"
"......."
"잠깐! 그런 눈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모를 수도 있죠!!“

윤의 불쌍하다는 눈빛에 헤라는 주먹을 흔들며 화를 냈다.

"있잖아.“
"왜요?"
"너, 바보지."
"실례네요!! 저, 이래봬도 수능 만점 받았다고요!"
"어? 진짜로? 어? 수능을 봤다는 건....설마, 대학생?"
"네!"
"거짓말....“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윤은 중얼거렸다. 중얼거림을 들은 헤라는 바로 반박했다.

"진짜에요!"
"나보다 연상이었어...?"
"뭐라?! 나보다 연하인데 반말을 한 거예요?!"
"아니, 나보다 어린 줄 알았어.....최소 중학생정도 인줄....그리고 반말하게 된 것도 어쩌다보니 그런거고.....“

윤이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헤라는 분노 게이지가 꽉 차다 못해, 폭발했다.

"키이잇!! 반말하는 거는 백보 양보해서 봐준다고 해도, 어린애라고 착각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요!!“

발을 구르며 화를 내는 헤라. 떼쓰는 아이 같은 모습에 윤은 무심코, 말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아니...그래도 키도 작고..."
"윤이 너무 큰 거예요!!"
"아얏! 아파! 아프다고요!“

헤라가 화난 나머지 윤의 정강이를 연신 걷어찼다. 참고로 헤라의 키는 153cm의 성인 여성으로 보자면 조금 작은 정도의 키이다. 윤의 키는 187cm이니 가슴께 높이에 있는 헤라가 작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흥! 저보다 연하니까, 존댓말을 쓰세요! 그리고 키도 좀 줄이세요!"
"그게 마음대로 될 것 같아요?"
"에이잇! 하라면 하라는 거예요!"
".......“

약간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윤이었다. 어찌저찌 화해한 둘(윤이 아울로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했다.)은 헤어지려고 했다. 헤어지기 전에 헤라가 윤에게 말했다.

"아, 친구 등록해요.“
"네.“

창을 조작하면서 서로를 친구로 등록했다.

《헤라님이 친구로 등록되었습니다.》

"그럼,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누나에게 의지해주세요!"
"네.“

손을 흔들며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헤라. 그런 헤라의 뒷모습을 보면서 윤은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아....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어....“

약간 지친(주로 정신적으로) 윤은 로그아웃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