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다음 편으로 끝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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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드리언은 말했다.

  “그렇다면 찬성파만이라도 옮겨 주겠나? 나는 약속한 이상의 돈을 드리기 힘들지. 여기서 그 정도의 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네.”

  에이드리언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잭은 어쩌면 그들인 건 돈은 100만 크레딧이나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레드아이 조차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건 이제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돈을 주는 주체는 기업이며, 에이드리언과 그를 따르는 연구자들이 아닌 것이다.
  레드아이는 말했다.

  “우리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야. 추가금 정도는 받아야 하겠군. 아, 가능하면 샘을 경유하지 않고, 우리에게 직접 주면 좋겠어. 놈이 기업의 하수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믿을 수가 없거든.”

  레드아이가 헬멧을 벗으며 물어오자 에이드리언은 더욱 긴장했다. 레드아이의 붉은색 모노클에 겁을 먹은 것인지도 몰랐다.

  “10만 정도라면 변통해 볼 수 있소. 아무튼 지금 이야기를 들으면 그쪽은 아마…….”

  “그래, 돈을 때어 먹히게 생긴 거지.”

  레드아이가 툴툴 거렸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소의 비밀번호를 알려줄 수 있나. 내 동료들 중에 해커가 있지. 이 상황을 통제하려면 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편할 거야. 어쩌면 좀 더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잭의 제안은 말하자면 연구소의 통제권을 넘기라는 이야기와 같았다.
  아무리 에이드리안으로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는 평범한 양심의 소유자이며, 회사의 충성심보다 정의라던가 도덕심을 우선했지만 사람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비밀번호를 넘겨주는 것이 발각되면 셉텐트리온의 추적을 받게 될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을 일개 연구자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셉텐트리온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이미 늦었소. 지금 가장 중대한 프로젝트가 무너진다면 책임자인 당신은 살아남을 수 없소. 그것이 기업의 방식이지. 더구나 조사하면 당신이 우리를 끌어들였다는 사실 정도는 들어날 거요. 안 그렇소?”

  에이드리언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한 숨에는 깊은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이미 한배를 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서약 역시 했다. 또한 최소한 사람들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라도 러너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알겠소. 비밀번호를 알려주겠소.”

  두 번째 망설임은 빨랐다. 이미 그는 한 배를 탔다는 자각과 함께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정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 기업에 저항하기로 결심한 자인 것이다. 어지간한 각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잭은 받은 비밀 번호를 퀵샌드에게 흘렸다.

  “퀵샌드. 안에 연구원들에게 대패방송 말고 탈출 방송을 보내줘. 그리고 가능하면 돈 될 만한 정보는 싹싹 긁어 내오도록 해. 일이 끝나면 탈출 셔틀이 있는 장소로 오고. 그리고 래리에게 돌아오라고 전해줘. 우리가 탈출할 수 있는 새 셔틀이 있다는 군.”

  퀵샌드의 답변은 즉각 돌아왔다.

  [알겠다. 래리를 불러들이고, 나중에 합류하겠다. 하지만 이 무선 네트워크 접속기로는 너무 느리다는 것이 문제다. 시간에 맞출지 알 수 없군.]

  “상관없어. 일단 시도해봐. 이쪽도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이제부터 사이버 좀비를 파괴하기 위해 들어간다.”

  [흠, 가르쳐 준 비번으로 접속해봤는데. 사이버 좀비가 있는 곳으로는 접촉할 수가 없다.]

  잭은 퀵샌드의 말을 에이드리언에게 전달했다.

  “거기는 특별한 곳이네. 오직 셉텐트리온의 사장만이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지.”

  “즉?”

  “우리는 출입만 할 수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야. 가장 중요한 곳을 넘겨줄 만큼 셉텐트리온은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지.”

  ‘별로 신뢰받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잭은 에이드리언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셉텐트리온은 중요한 것을 타인의 손에 맡기지 않는 것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모두 자신의 제어 하에 둔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어설픈 배신으로 일을 망치는 일이 생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초월종들은 인지를 넘어선 자들. 그들에겐 그 정도의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불길한 기분이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이번 일은 너무나 노출되어 있었다.

  러너의 일이란 은밀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도시의 뒷골목. 드러나지 않은 은폐한 장소에서 가능한 조용히. 소란은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외에 있을 수 없으며, 트러블이 일어난다는 것은 곧 수입이 그만큼 쪼그라든다는 말과 같았다.

  런이 노출된다는 것은 곧 그만큼 많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돈냄새를 맡은 동업자, 이탈을 막으려는 방어자, 성과를 빼앗으려는 약탈자. 또한 은밀성이 떨어지는 만큼 러너의 명성 역시 떨어져가고, 이름이 알려지는 만큼 위험도는 증가한다.

  유능한 러너일수록 기업에게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지금의 상황은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마 이 일이 끝나면 와일드 울프나 퀵샌드, 레드아이는 한 동안 숨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별명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얼굴을 바꿔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예감이 좋지 않아.”

  레드아이 역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잭은 레드아이의 경력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숙련된 생존 전문가의 감각이 불길한 예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

  사람의 직감이라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믿을만하다는 것을 잭은 알고 있었다. 초월종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직관은 치명적인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잭 역시 그 직관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큰 행운과 과감하지만 적절한 판단력 그리고 위험에 대한 직관이 잭을 지금까지 살려줬던 것이다.

  “이미 내부가 감시당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군.”

  “그렇다면 이미 개입하고 있을 것이네. 당신 동료들도 무사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이곳은 외부에서 차단되어 있어.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하게.”

  에이드리언의 말은 어떻게 들어보면 경고였다.
  셉텐드리온이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실제로 그럴 것이라고 잭은 생각했다. 애초에 일개 러너가 기업에게 맞설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게 가능했다면 그 자는 일개 인간이나 오크가 아니라 초월종일 것이다. 아니, 초월종 조차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말이 맞겠지. 우선 갑시다.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

  잭과 레드아이는 에이드리언의 안내를 받아 서둘러 연구실로 접근했다. 연구실에는 아직 연구원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내용물을 외장식 하드 디스크에 옮겨 담고 있었고, 사이버 좀비가 담긴 관 역시 빼내고 있는 중이었다.

  “너희들. 대피하라고 했을 텐데!”

  에이드리언이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난이었다.

  “역시 네놈이 배신자였구나. 외부자들을 끌고 들어오다니.”

  연구원들 중 한 명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비난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총성이 울리고 곧 그 연구원은 바닥에 쓰러졌던 것이다.
  쏜 것은 레드아이였다. 레드아이는 권총을 들이밀며 에이드리언에게 말했다.

  “하! 저 놈들은 대상 외지?”

  에이드리언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잭은 성큼 움직였다.

  연구원들의 동작이 바빠졌다.
  일부는 총을 들었고, 일부는 하드 디스크를 챙겨 달아나기 시작했다. 잭은 한 번 점프해 가장 선두로 달리던 연구원을 착지하며 짓밟았다.

  봐줄 생각은 없었다.
  연구원을 살려둘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잭의 생각이었다. 너무 시간이 흐르면 마이크들이 오게 될 것이고. 그 때부터는 전쟁이었다.

  잭은 마이크들이 한 시간을 기다리겠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기 전에 끝을 봐야 하는 것이다.
  잭은 단숨에 3명의 연구원들을 찢어 버렸다. 주먹질 한 방에 보호장비 하나 없는 연구원들은 단번에 찢어졌다.

  일부가 마법을 사용하고 총을 쐈지만 우주복으로 보호받는 잭은 그 공격들을 견뎌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레드아이의 속사가 활약했다.
  단번에 15발의 탄환이 연구원들에게 명중했던 것이다.

  “싱겁군.”

  레드아이는 탄창을 갈아 끼며 말했다. 연구원들 중에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이 있었지만 총격을 받은 충격으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인터페이스를 건드렸다.

  “여기 데이터를 모두 지워야 하네. 잠시 기다리게.”

  “자폭 같은 것은 할 수 없는 거야? 영화처럼?”

  잭이 한 명 한 명 확인 사살을 하는 사이 레드아이는 에이드리언을 향해 질문했다. 이런 곳을 날려버리려면 그냥 데이터를 날려버리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저들이 만들어낸 사이버 좀비들까지 확실하게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당장 보이는 사이버 좀비들이 든 관만 해도 6개.
  이 안에 든 사이버 좀비들은 최상급 사이버 웨어들을 장착해 만들어진 기술의 결정인 것이다. 그걸 그냥 맨손으로 부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이다.

  “가능할 거네. 발전장치를 폭주시키는 것으로 이 연구소 일대를 모두 날려버리는 것이 가능하게 대폭발이 되겠지. 다만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나도 짐작하기 어렵네.”

  “할 수밖에 없겠지. 이놈들을 부술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으니 말이야.”

  잭이 말했다.
  잭이 아는 한 최상급 사이버웨어로 전신을 무장하면 대전차 미사일 정도로는 흠집 정도 나는 게 다인 슈퍼 사이보그가 탄생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전차를 상대로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괴물을 잭이나 레드아이가 부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해체 코드가 있어. 그걸 입력하면 되지. 하지만 가능하면 잔해조차 남겨두고 싶지 않군. 내 꺼림칙한 과오네. 저런 것은 이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 희생자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이군.”

  에이드리언은 죄책감을 느끼는지 그렇게 말했다.
  그 때 연구원 하나가 일어났다.

  “개소리.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였다고. 네놈의 싸구려 양심 때문에 이 모든 일을 망치다니. 네놈은 미쳤……!”

  레드아이는 망설임 없이 총을 쐈고 연구원은 이마에서 피를 뿜으며 픽하고 쓰러졌다. 잭은 힐끔하고 시선을 줬을 뿐이었다.
  그때 사이버 좀비를 담고 있던 캡슐 하나가 열리기 시작했다.

  “뭐?”

  놀란 잭은 물러섰다. 싸울 생각은 없었다. 이길 승산이 낮기 때문이다.
  이미 성능 면에서 상대는 전차나 다름없다. 아니, 전차 이상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어지간한 초월종보다 강력하고, 마법은 통하지 않으면, 개인 화기는 대부분 무시할 수 있는 강력한 자율 병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이! 에이드리언. 서둘러!”

  레드아이가 소리치는 사이 반대편에서 연구원이 일어섰다.
  그는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지만, 그는 아직 죽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뇌를 자극하는 시술을 받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종종 그런 시술을 하면서 두개골을 강화하거나 철편을 박아 넣는 일이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레드아이의 권총탄을 맞고도 뇌가 관통되지 않아 살아남았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우연히 위력이 부족했던 가.
  어느 쪽이건 레드아이는 방아쇠를 당길 뿐이었다.

  -탕!

  연구원은 웃는 얼굴 그대로 쓰러졌고, 레드 아이는 침을 뱉듯이 내뱉었다.

  “개자식.”

  그 사이 잭은 에이드리언과 레드아이 곁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처음에 일어난 녀석은 눈속임 같은 거였나 보군.”

  “그럼 협력성을 발휘할 것 같은 놈들이 아닌 것 같던데.”

  레드아이는 의아한 듯이 말했지만, 잭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체계적인 전투 마법을 사용하던 놈들도 있었어. 어느 정도 훈련받은 거라는 이야기지.”

  “그거 참 놀랍군. 그렇다면 셉텐트리온은 일종의 스파이를 넣어뒀다는 이야기인데. 뛰어난 연구자이자 전투요원이라니 지나친 엘리트 아닌가? 만능인데.”

  “잔소리는 나중에 하지 이제 도망칠 시간이군. 에이드리언?”

  잭이 부르자 에이드리언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끝났소. 작업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리면 되오.”

  “확인할 틈은 없겠군. 벗어나지.”

  잭은 에이드리언을 들고 뛰었고, 레드아이는 이제 완전히 뚜껑이 열린 캡슐을 향해 연달아 소총을 갈긴 후 뒤를 따랐다.

  사이버 좀비는 총격에 아랑곳없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보존 상태에서 풀려난 사이버 좀비의 동작은 느릿했지만 그건 한순간의 이야기일 뿐일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드래곤들 조차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저 놈들에게 약점은 없나?”

  “오직 해체 코드만이 약점이라네. 그 외에는 사양대로의 방어능력을 발휘하지. 대부분의 공격이 통하지 않고, 마법에는 완벽한 면역이고 말이야. 물론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마력장을 상쇄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면역은 아니지만, 상쇄할 수 있는 양이 초월종의 대마법과 필적할 정도네.”

  실상 지금 화력으로는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과 같았다.
  그렇다면 도망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위쪽으로 올라올 수 있는 방법을 모조리 차단한 뒤 달 연구소를 날려버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해체 코드가 있을 경우는 예외였지만, 그걸 당장 사용하지 않은 시점에서 에이드리언이 해체 코드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그럼 해체 코드는?”

  레드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묻자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저었다.

  “오직 사장만이 알고 있네.”

  “제길! 그냥 도망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건가.”

  분한듯한 레드아이를 내버려두고 잭은 퀵샌드를 호출했다. 승강기에 올라탄 지금이 지시를 내리기에 적절한 시기였다.

  “퀵샌드. 우리가 지나가면 통로를 잠그게. 사이버 좀비 1기가 작동했네. 현재 수단으로는 처리할 수 없어. 그리고 이 연구소를 날려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에이드리언의 말로는 발전기를 폭주시켜서 연구소를 자폭시킬 수 있다던데.”

  [해보겠다.]

  “그리고 래리는?”

  [35% 다운로드 중. 연구소의 설비를 이용할 수 있어서 빠르게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소식이군. 거기에 마이크들을 여기로 불러들일 생각이야. 상황에 따라서 같이 처리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우리도 이동해야 하겠군. 무선으로 이 연구소를 조종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이크들이 올 것을 예상해서 20분 정도로 시간을 맞춰두면 될 것 같지만?]

  “아아, 그게 좋을 것 같군. 부탁한다. 그럼 이만 통신을 끊겠다.”

  잭은 통신을 끊은 후 다음 상대에게로 채널을 켰다. 당연히 마이크였다.

  “마이크. 지원이 필요하다.”

  [지원입니까? 어떤 상황인지 상세하게 듣고 싶습니다만…….]

  “사이버 좀비가 일어났다. 우리는 너무 요란했어. 놈들이 이미 방어를 준비하고 있더군. 지금 이쪽의 상황은 위급하다. 의뢰자를 보호하는 데도 버거울 정도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연구소 자체를 날려버리는 것이 빠르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쪽은 손이 부족해. 그쪽에서 발전소를 공격해주면 좋겠군. 에이드리언의 협조로 발전기의 잠금 장치를 해제했다. 우리 사이버 좀비를 묶어둘 동안 그쪽에서 자폭 장치를 발동시켜주면 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즉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이크는 그렇게 말하고 통신을 끊었다. 그들이 실제로 움직여 줄지 않을지 모르지만, 잭은 반드시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 발전기를 폭주시켜 폭발시킨다면 여러가지 증거들을 없애버리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성가신 목격자들을 제거하고, 사이버 좀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기술을 가진 에이드리언을 제거하는 것과 동시에 여기에 존재하는 모든 자료들을 일소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 사이버 좀비를 연구하는 데 든 비용과 기술들이 날아가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제임스와 기업 팀에 있어서 최선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잭은 그렇게 둘 생각이 없었다. 잭은 우선 퀵샌드에게 연락해 마이크와의 대화를 전달했다. 그리고 지시했다.

  “퀵샌드. 놈들을 발전소에 가둬버려. 할 수 있겠지?”

  [물론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묶어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놈들에게도 기술자가 있을 테니 말이다.]

  심지어 장비에서도 놈들은 압도적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최대한 발을 묶는 것으로 놈들이 도망칠 기회를 줄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잠금 상황은?”

  그리고 잭은 신경 쓰이는 사이버 좀비의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지금 통풍구를 포함한 모든 지역을 비상 차단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래쪽부터 파괴되고 있군, 느리지만 착실한 속도다.]

  잭음 한숨을 쉬었다.
  사이버 좀비를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귀찮고 성가시지만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래리가 완전히 옮겨지면 이야기해줘.”

  [알겠다.]

  잭은 거기까지 말하고 통신을 끊었다.
  승강기가 1층에 도착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잘하면 문제없이 끝날 것 같군.”

  레드아이는 총렬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돌아가서가 문제로군. 숨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인데.”

  “보호자를 찾아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선의 상황이었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상대가 너무 거대해. 중립에서 고르기도 어렵고, 파벌 내에서 고르기도 힘들지. 적어도 다수 기업의 압박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집단이 아니면 안 돼.”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도망칠 곳이 있나?”

  레드아이의 물음에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라면. 이번 일에는 인맥에 의존할 수 없으니 말이지. 한 동안 조용히 있지 않으면 안 되겠지.”

  “흠. 뭐, 당신이라고 해도 처지는 같은가.”

  “주변 누구의 힘을 빌린다면 그쪽도 쓸려 나갈 거야. 놈들이 찾지 못할 심해 밑바닥으로 숨어드는 것이 최선이지.”

  “그거 괜찮을 것 같군. 나도 같이 가도 될까? 아무래도 갈 곳이 없거든.”

  “흠. 길동무 같은 건가. 뭐, 환영하지. 혼자 보다는 덜 심심하겠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승강기가 1층으로 도착했다.
  남은 것은 속도전이었다. 마이크, 사이버 좀비. 어느 쪽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잭은 에이드리언을 들어 어깨에 올렸다.

  “얌전히 있으시오. 조금 흔들릴 테니 입은 꽉 다물고. 레드아이. 뒤쳐지지 않게 잘 따라오게.”

  그렇게 말한 후 잭은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