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편 내지 3편 정도 남았습니다.
잭의 결말을 어떻게 낼지 고심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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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소에서부터 이어지는 외부 전기선을 끊으면 일시적으로 기능이 마비되겠지. 예비 전력이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틈은 생긴다. 그리고 잠금장치가 전기식이라면 예비전력이 작동하는 몇초 동안 잠금 장치가 해제될 수도 있다.]

  “허술한데.”

  잭의 감상은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자동화 포대까지 놓아둔 적이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허술한 구조인 것이다. 솔직히 지하에 매설해도 좋지 않은가?

  [공사라던가 힘들어서가 아닐까. 아무튼 중력이 낮고.]

  레드아이는 자신의 추측을 말해봤지만 잭은 적당히 대응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왜 그렇냐는 아닌 것이다. 일단 서둘러 행동할 때였다. 아직 돌입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럼 저걸 뜯어내고 정문으로 향하지. 지시대로 부탁해. 퀵샌드. 행동을 시작할 때 연락 줘. 동시에 시작하지.”

  퀵샌드가 고개를 끄덕였고, 와일드 울프와 함께 건물 위로 뛰어 올랐다. 낮은 중력과 강화된 근력이 조화를 이뤄 둘은 사뿐한 동작으로 연구소의 옥상까지 손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잭은 레드아이에게 전선을 뜯어내라는 지시를 내리고 자신은 문으로 향했다.

  ‘꽤나 요란한 시작이군.’

  일반적인 러너의 일을 생각하면 이렇게 화려한 서두를 날리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에 침투해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 원하는 것을 달성하는 것이 러너의 일인 것이다. 애초에 싸운다는 것 자체가 러너에게 있어 손해다. 받을 수 있는 받을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탄환과 기타 장비의 비용으로 날아가 버리는 돈이 클수록 수익은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싸움을 피하고 최소한의 뇌물을 먹이며, 안쪽까지 전투 없이 들어가 가능하면 문제없이 탈출하는 것이 정석인 것이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계획은 없는 법이며, 짧은 준비 기간의 특성과 기업의 삼엄한 경비가 어우러져 전투 없이 의뢰를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작부터 ‘나 침입한다!’하며 외치고 들어가는 일은 의뢰를 실패하고 싶다고 외치는 것과 같았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 자체가 상식적으로 있을만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잭으로서도 별로 할 말은 없었다.

  이미 처음부터 계획은 완벽히 틀어졌다.
  원래라면 적이 눈치를 채고 선공을 쳤을 때부터 손을 때야 했지만, 100만 크레딧이라는 어마어마한 대가와 강력한 서약 덕에 손을 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잭으로서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굴런 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문제가 생기면 코앞의 것들을 하나하나 맨손으로 해결한 결과 여기에 도착한 것이다. 심지어 그 조차도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것이다.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이제 일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적은 코앞에 있었고, 잭은 문을 열어야 했다. 퀵샌드의 신호가 온 것은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였다.

  “레드아이!”

  잭이 이름을 부르자 레드아이로부터도 곧 답이 왔다.

  “뜯었어!”

  잭은 양팔로 문의 한쪽을 잡아 열었다.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육중한 문은 잭의 힘으로도 버거울 정도로 무거웠다. 잭은 전신에 기합을 넣고 힘껏 문을 당겼고, 잭의 노력에 호응하듯이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갑작스레 열리면서 총알세례가 쏟아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잭은 몸을 굴려 측면으로 벗어났고, 벽에 바짝 붙었다.

  안쪽으로부터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즉, 잭을 공격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잭은 간단히 생각해냈다. 안쪽에는 자동화 포대가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신 자동화 화기의 조준속도를 생각하면 잭이 들어가는 즉시 벌집이 될 것이다. 무력화 시키려면 퀵샌드 같은 해커가 필요하겠지만, 그건 이쪽에서 어쩔 수 없었다.
  그 사이 마이크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전원 무사히 착륙했음. 좌표를 첨부함. 1시간 대기. 이후 연락이 없다면 제 2계획을 실행함.
  메시지를 확인한 후 잭은 다시 문제에 집중했다.

  잭은 일단 자동 포대의 반응 속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근처에 던질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고, 잭은 어쩔 수 없이 탄창을 던져 넣기로 했다.
  총탄을 빼서 주머니에 넣은 잭은 안쪽으로 빈탄창을 집어 던졌다.

  반응은 빨랐다. 탄창을 노출되는 즉시 박살이 났고, 잭은 침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레드아이. 안쪽에는 자동 포대가 있는 것 같아.”

  [이해. 침입할 수는 없나?]

  “글쎄. 확신할 수가 없군. 반응이 상당히 빨라. 손해를 각오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이런 부자연스러운 무중력 공간에서 우주복의 손상을 각오하고 공격해 들어가는 것은 부담되지.”

  [드론이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레드아이가 투덜거렸다.
  튼튼한 놈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면 진입할 틈 정도는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잭은 지금이라도 약간의 틈이 있다면 치고 들어갈 자신이 있었다. 방금 탄창을 노리고 쏘았을 때 정도의 틈만 있어도 가능할 것이다.

  무중력 하이기 때문에 지구에서처럼 민첩하지는 못하겠지만, 벽을 차면서 이동한다면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곧 레드아이가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뭐라도 던져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폭탄이라도 던져 넣으려고 하면 밀어 넣은 손이 벌집이 되겠지.”

  [수류탄을 벽 끝 쪽으로 던진 다면 가능 하겠지? 안쪽에 몇 대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두 대 정도라면 둘이서 던지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틈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우주니까 충격파는 거의 없을 거고, 조심할 것은 파편 정도지. 그리고 우리가 이은 우주복은 데브리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어.]
  “해보지.”

  [문제는 안에 몇 대가 있는가 로군.]

  “조사하는 것은 무리야. 머리를 들이밀며 머리에 구멍이 생길 테니까.”

  빈틈을 만들지 못하면 즉시 바람구멍이 생겨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지는 별 것 없었다. 측면의 벽을 파괴하고 들어가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부분도 한몫했다.

  애초에 비상용 탈출 포트가 떨어져도 관통하지 못한 벽이다. 부수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 사이에 죄다 도망가 버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우주복에 통신이 들어왔다.

  “잠깐, 레드아이. 통신이 들어왔는데. 발신자가 불명이군.”

  [통신? 뭔가 함정인 것은?]

  “뭐, 받아보지.”

  채널을 열자 안에는 정면의 바이저에 단정한 남자의 얼굴이 작은 사각화면으로 떠올랐다. 그늘진 표정을 한 샌님같은 남자였다. 주눅이 든 듯한 인상도 강하게 느껴지는 남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내 이름은 에이드리언이네. 뭔가 예정과 들어진 것 같은데? 센트리 건은 중지시켰네. 빨리 들어와 주게. 나와는 근처의 연구실동에서 만나도록 하지. 좌표를 보내겠네. 서두르게. 시간이 별로 없어.]

  옆에서 무선 내용을 공유하고 있던 레드아이가 물어왔다.

  [믿나?]

  “모르겠군. 정말 에이드리언인지, 아닌지. 나는 그를 본적이 없어. 그리고 이런 영상을 조작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니까. 뒤에 있게. 내가 밀도 들어가 보지.”

  잭은 어느 정도 믿음이 있었다.
  만약 조작이라면 처음부터 협력해주는 척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을 미리 열어두면서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쯤에야 통신이 들어왔다는 것은 연락할만한 적절한 때를 찾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잭은 과감하게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총격은 없었다.
  자동화 포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포대는 모두 4개. 확실히 그냥 들어왔다면 조금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곧 레드아이가 재빠르게 안으로 굴러 들어왔고, 잭은 그 사이에 내부를 파악해두고 있었다.
  안쪽은 너른 주차장이었다.
  월면을 이동하기 위한 차량디 존재했고, 정비시설이 배치되어 있었다.

  [주차장이군.]

  레드아이가 그렇게 평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잭은 “그렇군.”하고 짧게 대답한 후 바로 보이는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동시에 퀵샌드에게 통신을 날렸다.

  “퀵샌드. 에이드리언이라고 자칭하는 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합류 지점을 지정했으니 그곳으로 좌표를 보내겠다.”

  [에이드리언? 사실인가?]

  “확실히 모르겠지만 자동화 포대를 정지시켜준 것은 확실하다. 공격 계획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잡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무사한 모양이군.”

  [알았다. 이쪽은 이미 침투해서 인트라넷에 접속했다. 해킹을 진행 중이다. 합류하기 보다는 이쪽이 서포트로 도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잭은 그렇게 생각했다.
  에이드리언이 한 편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은 반전했다고 생각해도 좋았다. 드디어 겨우 일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봐도 되는 것이다.

  처음의 계획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실험체로 위장해 셉텝트리오의 달 연구소로 침입. 에이드리언의 도움을 받아 해방된 후 연구소를 파괴하고, 에이드리언을 데리고 귀환한다는 작전이었을 것이다.

  순리대로만 흘러갔다면 이런 대난투를 할 필요가 눈꼽만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쩌다 꼬리를 잡히는 바람이 이꼴이 되었다고 하겠다.

  뭐, 어쩌면 제임스와 그에게 가담한 기업들이 이미 셉텐트리온의 달연구소를 어떻게 할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에이드리언은 우연히 접촉해 온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적들은 제임스들의 움직임은 경계했지만, 에이드리언은 무사했을 지도 모른다고 잭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순리에 맞다.
  에이드리언이 무사하면서도, 이쪽의 움직임이 우선 발각되어 버린 이유도 확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부탁하지. 와일드 울프, 퀵샌드의 경호는 네게 맡기겠어.”

  [맡기시오.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으니 만회하겠소.]

  우주멀리로 고생했던 것이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와일드 울프는 힘주어 말했다. 의욕이 있는 것은 좋았다. 잭은 “부탁하지.”하고 한 마디 덧붙인 후 에이드리언과 약속장소로 향했다. 레드아이는 한 걸음 껄어진 장소에서 성실히 따라오고 있었다.
  안쪽에는 경보가 울리고 있었고, 대피명령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흠, 설마 전투 인원이 없는 것인가.’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스스로 여겼지만 그렇게 생각할 근거가 많다는 것도 잭은 알고 있었다. 우선 아직까지 대응이 없다는 점. 그리고 대피 명령이 내려지고 있지만, 늦더라도 반격지시가 없다는 점. 입구에 자동화 포대가 존재했다는 점이 바로 그 점이다.

  즉 방어기능이 전부 무인화 되어 있고, 이 안에는 전투 요원이 없다는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섣부른 추측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잭은 자신의 감이 그 사실이 옳다고 알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믿을만 할 것이다. 이 감 덕에 지금까지 생존해 왔다고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이상으로 불안감 역시 가지고 있었다.

  아직 뭔가가 남아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불온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은 레드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줄곧 침묵하고 달리고 있으면서, 레드아이 또한 이 상황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대피 지시는 있지만 탈출 지시는 없군.’

  레드아이가 이상하게 여긴 것은 이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자폭시키진 않을 것이다. 이 달연구소의 연구원들을 모두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아무리 기업이라고해도 헌신짝처럼 버리기에는 아까운 자들이었다. 하지만 레드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연구 내용을 담은 디스크와 샘플 하나를 들고 우주선에 타서 탈출한 후 연구소를 침입자들과 함께 날려버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런데 탈출 지시가 없다는 것은 뭔가 침입자를 제거할 다른 수단이 있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레드아이는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최악의 순간 그 사실이 자신의 방패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여기군.”

  잭이 말했다.
  에이드리언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이곳이었다. 안쪽에는 영상에서 보던 것과 같은 모습을 한 남자가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고, 그는 잭을 발견하더니 곧바로 다가와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시오. 내가 의뢰자네. 샘이 보내서 온 것 맞나?”

  그는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는 조금 나이가 들어 보였다. 작은데다가 반투명하기까지 한 홀로그램 화면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실물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 샘이 보냈지.”

  잭은 가볍게 대답했다.

  “우선 우리는 그 사이버 좀비라는 거부터 부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건 어디 있지?”

  “지하에. 가까이에 있지. 우선 이쪽이네. 시간이 별로 없네.”

  에이드리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잭과 레드아이는 그 뒤를 따랐다. 물론 그 와중에도 물어볼 것은 많았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 어떤 뜻이지?”

  “말 그대로의 의미야. 이곳에 경비가 없네. 어지간하지 않으면야 달에 있는 연구소에 기습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지. 물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방어 가능한 시설은 만들어 뒀지만, 그건 내 권한으로 정지시켜 뒀지.”

  [그걸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잭이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을 때 레드아이가 끼어들었다.
  에이드리언은 갑작스런 질문에 조금 더듬거리다가 대답했다.

  “그… 그건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네. 난 이 연구소의 소장이지. 나와 함께 이 끔찍한 병기가 세상에 나오는 것을 막기 원하는 동지들이 함께 이번 일을 꾸몄지. 설마 그런 방식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계획가 다르지 않은가?”

  에이드리언은 책망하는 말투였다.
  아무래도 그는 지상의 상황을 거의 모르고 있었던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신 잭은 어째서 에이드리언이 이 상황에서 전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연구소의 소장이 그인 이상 아무래도 움직임에 자유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달인 것이다. 감독 같은 것이 있다고 해도 달에 그렇게 자주 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상에 문제가 있었지. 셉텐트리온이 파견한 청부업자 놈들에게 공격당했거든. 덕분에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지.”

  “발각 당했었다고?”

  에이드리언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기업에게 찍히게 되면 그야말로 

  “걱정 마. 그쪽이 들킨 것은 아니야. 아무래도 자네들의 일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던 자들이 이미 있었던 것 같더군.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미 누군가 사이버 좀비를 처리하고 싶어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거기에 자네들이 걸려들었고.”

  에이드리언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듯 했다. 아마 그에게 익숙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월급 노예로서 기업에 복종하며 살아왔으며, 정치보다는 연구만 꾸준히 해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실제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 현재의 직위를 수여받았을 가능성도 높았다.
  월급 노예들은 보통 4가지 부류로 나눠진다.

  유능하고, 비열한 자. 무능하고, 비열한 자. 유능하고 정직한 자, 무능하고 정직한 자.
  참고로 3번째 부류가 가장 적으며 2번 째 부류는 가장 많다.

  에이드리언은 아마 가장 드문 3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참다 참다 겨우 기업을 향한 자그마한 반항을 시도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아래쪽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던 항쟁이었다는 것이야. 그 와중에 자네들이 접촉했고. 연구소의 내부 인원과 협력하는 계획이 세워졌던 거지. 하지만 이미 반대쪽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던 셉텐트리온 측이 선수를 친 거야. 즉 자네들과는 별개로 아래의 일로 발각되었다는 이야기지.”

  “우리는 이용당했다는 건가?”

  라는 에이드리언의 물음에.

  “이용 당했다기 보다는 타이밍이 나빴다고 봐야지.”

  잭은 그렇게 답했다.

  “아무튼 좋아. 그럼 찬동자는 몇 명이지?”

  “수는 그렇게 많지 않네. 여기 인원 수는 총 70명이지. 찬동자는 그중에 10명 정도네.”

  “그럼 그 친구들만 구하면 되나?”

  잭이 묻자 에이드리언은 조금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가능하면 모두 구할 수는 없겠나?”

  “무리로군. 내려갈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게 대답하며 에이드리언은 승강기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일행은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15인승인 승강기지만, 우주복을 입은 잭과 레드아이가 들어가자 비좁게 느껴졌다.
  에이드리언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고, 승강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른 수단이라면 있네. 탈출하기 위한 전용 셔틀이 존재하지. 그걸 타고 탈출하는 것은 가능해.”

  희소식이었다.
  잭은 자신의 표정이 바이저 때문에 보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구세주인 것이다. 이것이 있다면 마이크들을 따돌리고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이 일을 1시간 내에 끝낼 수 있다면 말이다. 1시간이라면 충분히 넉넉하게 잡았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달 연구소의 규모를 생각하면 의외로 시간이 걸릴지도 몰랐다.

  실제로 지금 지하로 내려가는 승강기 역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내려가고 있었다.
  일을 성공시킨다고 해도 정말로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 이동할 수 있을까? 그중에서는 찬성파가 있을지도 모르고. 방해를 하려고 하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뭐, 그럴 거네. 모두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군.”

  “애초에 그것까지 계약하진 않았고 말이야.”

  레드아이가 끼어들었다.

  “복잡하게 일을 만들지 말자고 미스터 스미스. 우리들끼리의 이야기지만, 우리 숫자는 고작 넷에 불과해. 셔틀을 움직여준 넷이 더 있지만 그 놈들은 믿을 수 없지. 우리 뒤를 잡고 있는 기업의 풀어준 사냥개들이거든.”

  레드아이는 강한 어조로 말했고, 에이드리언은 겁을 먹은 듯 했다. 하지만 잭은 딱히 말리지 않았다. 조금 겁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안일하게 모두 대피시키라는 요구를 들어줄 정도로 잭과 팀원들 역시 한가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서약이…….”

  에이드리언이 그렇게 말했지만 잭은 가볍게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서약은 의미가 없어. 제임스라는 새로운 우두머리가 나타났지. 놈은 샘을 쥐고 있고, 서약과 상관없는 위치에 있는 셈이야. 그러니 이쪽의 안전에 대해서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는 놈들이지. 최악의 경우에는 연구소의 사람들을 몰살하고 챙길 것만 가지고 나갈지도 모르지.”

  잭이 그렇게 말하자 에이드리언은 고민하는 듯 했다.
  그 역시 기업의 생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 것이다.
  사실은 좋은 녀석들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따위는 버려야하는 인종들이 바로 기업들인 것이다.
  결심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