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 아쉬운 점은 가능하면 B급 액션 영화나 죠죠의 기묘한 모험 처럼 연이어 적들과 연전하며 결말을 향해 가는 것이어 목표였는데 그 부분을 거의 달성하지 못한 점이로군요.

세계관에 대한 설명, 임무에 대한 대화역시 전투나 추격전 중에 이루게 할 생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형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런 요소에 대해서 성과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군요.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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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틀에 올라타면서 잭은 생각했다. 상황은 단순했지만 여전히 위급했고, 낸시가 길보를 보내와주길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래리가 제임스로부터 캐내온 정보는 상황을 좀 더 가속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잭과 러너들을 위한 가속이었다.

  현재 제임스 쪽의 기업들. 즉 사이버 좀비 프로젝트의 반대파들의 움직임에 대한 적나라한 기록들이었다. 이 거래 내역을 좋아해줄 회사들이 있을 테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벨페르트가 지배하는 도시에 대한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샘을 파견해 내부에 나름 방대한 조직을 만들었고, 뒷골목의 가장 큰 세력 중 하나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동시에 비밀리에 사교계의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협력자를 늘리고 있었다.

  이것은 벨페르트에게 있어 방관할 수 없는 침략일 것이다.
  최소한 이 정보가 알려지면 벨페르트가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릴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무거운 엉덩이뿐만 아니라 손에 들려 있는 그 보기 힘든 마검까지 들어 올릴 것이다.

  어쨌든 절호의 정보를 손에 넣은 것이었다.
  문제는 이제 제임스가 어디까지 손을 뻗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일이 벨페르트의 묵인 하에 벌어진 일이라면 정말로 손을 뻗어 볼만한 곳이 없었다. 오 아니면 도로 여러 곳에 손을 뻗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일은 낸시에게 부탁하기 어렵다.
  이미 은퇴하고 입지를 다진 낸시에게는 너무나 위험한 다리였다. 무사하게 건넌다고 해도 여기저기에 적이 생길 것이다.

  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초월종들은 하나같이 자존심이 강한 존재들이었고, 자신들이 비교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불쾌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들이 당장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지라도 서서히 레드로즈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곤란해.’

  물론 낸시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었기에 잭은 래리에게 그 경우 낸시를 막으라는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어차피 퀵샌드의 통신기가 있었고, 달의 연구소에 도착해서도 기회가 날 것이다. 잭은 그 때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래리와 퀵샌드가 있다면 분명 어떻게든 될 것이었다.
  하지만 일단 무사히 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

  잭은 좌석에 몸을 눕혔다.
  팀원들 사이에서 말은 없었다. 처음 가는 우주에 그들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물론 잭도 마찬가지로 긴장하고 있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갈 곳은 그야말로 낯선 장소인 것이다.

  특히 잭과 같은 러너들에게는 가볼 기회가 전혀 없는 낯선 장소였다.
  카운트 다운 후 셔틀은 로켓에 실려 하늘 위로 쏘아 올려졌다.
  엄청난 중력의 무게가 느껴졌고, 로켓은 밑도 끝도 없이 솟구쳐 올랐다.
  셔틀의 운전석에서 그 맹렬한 속도를 시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나도 살아있는 몸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래리가 아쉬운 듯이 그렇게 감상을 말했지만, 잭은 새로운 경험보다는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로켓이 발사되는 순간을 노리는 것이 잭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도였다.

  기습이 이미 실패한 이상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았지만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경우에는 정말 꼼짝도 못하고 죽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잭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우주로 날아가는 동안 어디서도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긴장했다.

  하지만 마지막 로켓이 떨어져 나가는 동안에도 별 다른 문제없이 우주에 도달했으니 적어도 달에 도착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달 기지에는 앞으로 15시간 걸립니다. 그 동안 개인 시간을 가져도 좋습니다.”

  “그러지.”

  잭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나머지 인원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각자 자리를 떴다.
  이미 팀원들은 래리를 통해 의사를 모으고 있었다.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은 잭이지만, 래리를 통해 모두가 소통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제임스도 러너들 사이의 불온한 공기를 읽고 있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조치를 해뒀을 것이다. 실제로 래리는 곳곳에서 도청기를 찾아냈다. 셔틀의 시스템을 장악하기에는 너무 보안이 강하기 때문에 래리 역시 포기했지만, 보안이 약하다 싶은 부분은 철저하게 캐내가고 있었다.

  래리의 존재는 그야말로 비장의 카드와 같았다. 그가 없었으면 지금의 상황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래리가 이번 임무의 핵심이라는 것과 같았다.
  물론 그것은 언제나와 다르지 않다.

  필요하면 교체할 수 있는 전투요원들과 달리 이런 기술요원들은 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고, 전투 요원의 임무는 래리와 같은 해커와 덴같은 리더들의 활동이 있은 후에야 비로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은 추억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덴을 제외한 둘이 지금 잭의 일을 돕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솔로로 활동하던 때와 달리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며 일하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자력주행 가능한 폭탄처럼 사용되던 때에 비하면 진일보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잭은 숨을 들이쉬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 물론 그것은 전원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가장 안절부절하고 있는 것은 와일드 울프였다. 그가 교감하는 정령들과 단절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레드아이 역시 환경에 변화에 적응하는데 고생하고 있었다.

  셔틀 안은 1기압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중력 상황이란 인체에 여러가지 영향을 끼치는 법이었고, 레드아이는 가벼운 우주 멀미에 시달리고 있었다.

  퀵샌드는 가장 멀쩡한 부류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기에 실제로 어떻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래리와 협력해서 아직도 여러가지 증거를 수집하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셔틀의 시스템에 침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셔틀의 중요 시스템을 지키고 있는 기업용 ICE였다.
  상당히 강력한 방어 프로그램으로 일반적인 제한 이상의 치명적인 바이오 피드백을 먹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실수했다간 ICE에 의해 신경이 타버리거나, 뇌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잭은 러너들을 막기 위해 비슷한 방식의 소위 블랙ICE라고 불리는 물건을 사용하는 기업들을 본적이 있었고, 그 피해자들도 본 적 있었다.

  역겨운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치명적인 고통 속에 죽은 시체들은 그리 보기 좋은 것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래리와 퀵샌드이 이야기대로라면 이곳에 설치된 ICE는 그 중에서 가장 지독한 물건이라는 듯 했다.

  어느 쪽이건 잭이 어쩔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퀵샌드와 래리가 알아서 잘해주길 빌 뿐이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래리는 말했다.

  [방어가 매우 단단해. 게다가 저쪽에 들키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시간을 들여야 하지. 아무래도 도착하기 전까지 끝내기는 힘들어.]

  “시간은 얼마나 들여도 좋아. 우리가 임무를 완전히 마치기 전까지만 끝난다면.”

  [거기까진 맞출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연구소의 해킹 또한 해야하고. 아마 나 혼자 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가능 한가?”

  [가능은 할 거야.]

  “낸시는?”

  [아직 소식이 없어. 뭐, 곧 오겠지. 그녀는 빠른 일처리로 유명하지. 시간도 알뜰하게 쓴다고.]

  “안 되면 셔틀을 탈취해서 도망가야지. 가능하면 저놈들과 부딪치고 싶진 않지만.”

  [그렇군. 저 놈들도 나름 유명한 놈들이야. 자네나 다른 녀석들이 러너들 사이에서 베스트 팀이라면 그놈들은 기업의 사병들 사이에서 베스트인 놈들이지. 정면으로 승부하면 이쪽이 이기더라도 좋게 끝나지 않아.]

  “그럴 것 같긴 했어. 처음 봤을 때도 빈틈이 거의 없어 보이더군.”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처음 봤을 때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단순히 실력을 떠나서 장비만 봐도 그렇다. 굉장히 공을 들여 키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당연히도 공들인 만큼 성가신 존재들일 것이다.

  하지만 고민해봐야 소용없었다. 상대 역시 무능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이쪽이 피하려고 해도 저쪽 역시 자신들의 임무를 위해 들러붙어 올 것이다.
  귀찮지만 그때에 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부디 비상 탈출용 셔틀이라도 한 대 배치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잭은 바랬다. 마이크들과 싸우는 집은 어딜봐도 손해였고, 딱 봐도 확실하게 이길 수 없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아니면 그럴 듯한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잡던가 말이다.

  하지만 그럴 듯한 기회를 오지 않았다.
  기회 대신 온 것은 포격이었다.

  잭은 벌떡 일어났다. 이 셔틀에 전투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납된 게틀링 건이 있기는 했던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자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달의 연구소에 침입할 구멍을 강제로 뚫기 위한 물건이었다. 물론 문을 열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서 말이다.

  [러너 팀. 우주복을 입도록. 연구소의 대공망이 움직인 것 같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잭은 우주복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압축공기를 수용하는 산소통이 붙어 있는 이 우주복은 신체에 딱 달라붙도록 만들어져 있었으며, 우연히 날아들 수 있는 극소형 데브리에 대응하기 위해 방탄섬유로 만든 몸체에 금속 플레이트를 덧대었고, 우주복의 상태와 착용자의 상태를 홀로그램 인터페이스로 확인할 수 있는 최첨단의 물건이었다.

  데이터 잭에 단말을 연결해 스마트 링커 기능을 활용하면 생각만으로 손도 쓰지 않고 우주복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기도 했지만 불행이도 잭은 데이터잭 시술을 받고 있지 않았기에 그 기능을 쓸 수 없었지만 그 외의 기능만으로도 이 우주복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근력 증폭도는 일반 경량 동력장갑 수준이지만, 동력 장갑의 기능 역시 겸하고 있으며, 자력으로 우주 내를 이동할 수 있도록 소형 분사 장치 역시 곳곳에 내장되어 있었다.

  단지 이만한 기능을 쑤셔 넣은 결과 장비의 자체가 중형 동력 장갑 이상으로 두꺼워졌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실제로 잭이 착용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큰 잭의 덩치를 산만하게 만들어주는 단점과 함께 장갑판 덕에 움직임이 뻣뻣해진다는 단점도 있었다.

  다행인 것은 동력 장임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에는 그리 큰 지장이 없었다. 과연 최첨단 장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최고의 장점은 입는 것도 간편하다는 것이었다.
  하반신을 넣고 상반신을 뒤집어쓰고, 헬멧을 쓰면 끝인 것이다.
  장착 즉시 자동으로 잠금 장치가 작동하고, 제대로 입어지지 않았다면 자동으로 교정도 해준다는 점에서 확실히 최첨단이었다. 이런 기능은 일반 중형 동력 장갑에는 없는 것이다.

  [좋은데. 내가 들어갈 구석은 없어 보이지만.]

  잭은 방을 뛰쳐나갔다. 문을 나오기에는 아슬아슬한 덩치였지만, 어떻게든 빠져나오는 것이 가능했다. 잭의 뒤를 이어, 스마트 링커를 장착한 라이플을 쥔 레드아이가 나왔고, 퀵샌드가 나온 뒤 마지막으로 와일드 울프가 다소 휘청거리며 걸어 나왔다.

  [괜찮나?]

  퀵샌드가 걱정이 되는지 돌아보며 물어보자 와일드 울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력장갑의 시스템 덕에 자세를 유지하는 데 불편은 없겠지만, 지금 그는 드러누워 있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또 한 번 폭음과 진동이 찾아왔다.

  “다들 탈출용 포트로 이동하지. 우리는 어떻게든 달에 떨어지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말한 후 잭은 우주복의 무전을 켰다.

  “조종실. 우리는 탈출 포트로 이동하겠다. 지금 상황에 대해서 보고해줘.”

  즉시 마이크의 대답이 들려왔다.

  [우리는 공격받고 있습니다. 추락할 만큼 손상되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공격 덕에 경로를 벗어나게 될 것 같습니다. 포트에 타고 있으시면 가급적 가까운 곳에 떨어뜨려 드리겠습니다.]

  [헤에, 예의 바른 친구로군. 이 순간에도 존경을 잊지 않다니.]

  래리가 이죽거리는 것을 들으며 잭은 답했다.

  “그러지. 돌아갈 때 필요하니까. 나중에 착륙 장소나 알려져.”

  [그러죠.]

  “들었지? 전원 포트에서 대기한다.”

  대답은 없었다. 이미 러너들은 포트를 향해 뛰어 가고 있었다. 원래라면 셔틀이 적당한 장소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우주인만큼 날기 위해 필요한 활주로도 없이 자체 추력만으로 귀환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기관총을 정면으로 얻어맞으면서 계속 견딜 정도의 내구력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귀환시 있을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존재하던 탈출 포트를 지금 사용한다는 말도 되었다.

  썩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지만, 셔틀이 무방비하게 공격당하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리고 설마 달에 연구소를 만든 주제에 대공망까지 구성해 놓은 셉텐트리온의 철저함에 잭은 혀를 찼다. 여러가지로 미쳤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진동은 간혈적으로 일어났다.
  포트를 내려주기에 적합한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셔틀은 대공망을 화려한 동작으로 피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최악의 경우 돌아가는 연료가 부족해지는 것인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도 생각 못할 정도로 기업팀이 아마추어는 아닐 것이다.

  [투하 포인트까지 5, 4, 3…….]

  탈출 포트에 올라탄지 얼마 되지 않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포트는 연구소에 가능하면 가까운 장소에 떨어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연구소 위에 바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문제는 저 대공망을 견디며 제대로 착륙할 수 있냐는 거였지만.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지.’

  잭은 바로 포기했다.

  [2, 1. 발사.]/[잭, 나중에 보자고.]

  래리의 인사와 함께 전신을 고정시키듯이 내부의 쿠션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격렬한 압력을 느끼며 잭과 팀원들은 연구소를 향해 사출되었다. 마이크의 말 그대로 발사되었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출 속도였다.

  잭은 이를 악물었다.
  곧 예상한 충격이 몸을 덮쳐왔다.

  포트와 부풀어 오른 내부의 쿠션, 우주복이 3중으로 충격을 흡수해졌지만, 전신이 찡해질 정도로 격렬한 충격이었다. 내부는 순식간에 경고음으로 가득찼고, 쿠션의 압력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내부의 공기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잭은 즉시 포트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문이 고장난 것이 틀림없었다.

  대신 잭은 오른팔을 들어 있는 힘껏 포트의 문짝을 후려쳤다. 큭 소리와 함께 문짝이 열리며 그나마 남아있던 산소가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그리고 가학적일 정도로 넓은 검은 공간이 벌어진 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문은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아래쪽으로 끼어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래쪽만 아직 붙어 있는 것인지 비스듬하게 문은 고절되어 있었고, 잭은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공간과 동력장갑의 힘을 이용해 문짝을 바깥으로 우그러뜨렸다.

  겨우 빠져나올 수 있게 된 잭은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폈다. 포트가 떨어진 곳은 연구소의 기관 포대 위였다. 대공망이 셔틀을 추적하며 공격을 계속하고 있었고, 그 공격을 피해 셔틀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잭이 있는 곳은 연구소의 옥상이었다. 포트는 옥상에 박혀 있었고, 부서진 틈새로 공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포트를 치우면 즉시 침입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잭은 우선 동료를 찾을 생각이었다.
  가까이에 우선 한 명이 보였다. 와일드 울프가 포트로부터 천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잭은 한 달음에 달려가 그의 곁에 도착했다.

  “괜찮나?”

  [괜찮소. 아니, 별로 좋진 않지만 견딜만은 하오. 다른 사람들은?]

  “찾아 봐야지. 자네가 나랑 가장 가깝게 떨어진 모양이야. 아무튼 우선 퀵샌드를 찾아야 겠군, 래리는 셔틀을 해킹하기 위해 남았어. 우선 래리와 통신하기 위해선 퀵샌드가 만들어 놓은 통신기가 필요해.”

  [멀리 떨어졌을지도 모르오.]

  “그러지 않길 바라야지.”

  잭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는 사이 아직 움직이고 있는 기관총 한 대를 발견했다.
  기관총은 지상의 뭔가를 향해 격렬하게 발포하고 있었고, 잭은 우선 움직였다.

 잭은 단번에 뛰어가 기관총을 걷어찼다. 거의 돌진해온 1톤 트럭과 맞먹는 일격을 얻어맞은 기관총은 단번에 우그러지며 기능을 정지했다. 그리고 잭은 공격받고 있던 대상이 셔틀에서 떨어진 다른 포트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관총에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결과 포트의 상태는 너덜너덜 했다. 하지만 치명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기관총의 총성이 멎자 안에서 퀵샌드가 문을 열고 기어 나왔던 것이다.

  군데군데 우주복에 총알 자국이 있긴 하지만, 포트가 위력을 대폭 감소시켜 준것인지 관통당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고맙군, 덕분에 살았다.]

  “이제 레드아이만 찾으면 되는 군.”

  잭은 퀵샌드에게 말했다.

  “찾을 수 있나?”

  [무리다. 내게 탐색 기능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 말 대로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레드 아이가 건너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모였군. 서두르는 것이 좋겠는데. 우리는 너무 요란하게 떨어졌어. 여기라도해서 방어 인원이 없을 리는 없으니까.]

  레드아이는 다가오자마자 말했고, 잭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지. 우선 내부로 들어가는 것 말이지만. 내가 착륙한 포드를 치우면 바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더군.포트가 50㎝정도 관통해 들어갔고, 아래로부터 공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거든.”

  [가능 하겠군. 센텐트리온의 달연구에 대한 설계도를 구했는데, 그 정도 깊이로 파고들었으면 충분히 관통했을 거요.]

  퀵샌드가 동의했다.
  하지만 레드아이는 회의적으로 보였다.

  [정면에서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나? 이미 아래쪽에 경비병들이 밀집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놈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될지도 몰라.]

  하지만 시간을 너무 들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정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퀵샌드의 해킹 기술이 필요하지만, 이미 침입 자체를 들킨 상황이었다. 해킹하면 퀵샌드는 혼자서 연구소의 모든 ICE와 방어자들과 싸워야 할 것이고, 그건 너무나 극단적이고 위험한 상황을 불러올 것이 틀림없었다.

  문을 수동으로 연다는 것도 예외였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이 자리에 한 명 뿐인 것이다. 바로 잭 자신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혼자라면의 이야기였다.
  정변의 문이라면 몰라도 포트를 치우는 정도라면 둘이서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양쪽 모두 들어가도록 하지. 나와 레드아이가 정면으로. 와일드 울프와 퀵샌드가 위로 가면 되겠군. 둘이라면 포트도 들어올릴 수 있을 거야.”

  지구에서라면 무리겠지만 이곳은 달이었다. 중력은 1/6밖에 되지 않고, 근력 증폭 기능이 우주복에 달려 있는 이상벽에 박혀있는 포트를 들어 옮기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정면의 문을 강제로 열지. 아직도 그 정도의 기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할 거야.”

  [그렇다면 전기를 끊는 것이 좋다. 포인트를 지정하지.]

  벽의 한쪽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