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2/3 정도 썼네요.
그리 긴 내용이 아니거든요. 현재 엔딩은 2개 중 하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롯의 경우는 대강은 짜놓았습니다만, 생각보다 쓰기가 힘드네요.
일단 중간에 공백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제가 다수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잘 못다뤄서 대화를 쪼개 넣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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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적이지 않아.”

  잭은 한숨을 쉬고 싶은 기분을 참았다. 상대는 이쪽에서 오래 묵은 베테랑이었다. 거기다가 단독으로 나온 이상 신뢰할 수 있는 부하뿐만 아니라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능력에 대한 자신 역시 있을 것이다.

  오래 산 엘프들일 수록 이런저런 기술을 다재다능하게 갈고닦기 마련이었다.
  이런 세상이다. 아무리 유능한 대기업의 사장이라고해도, 내부의 정쟁과 러너들의 기습에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는 기술들이 하나 둘 쯤은 있을 것이고,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엘프들의 특성상 그들이 얼마나 숙련된 전사이자 마법사일지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제임스를 직접 처리하는 것은 역시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미루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결정적인 기회가 있을 경우에나 가능하겠지.

  [그리고 뛰어든 기업의 대략적인 개요를 보내왔어. 이걸로 우리를 팔 기업을 어느 쪽으로 할지 정해볼 수 있겠지.]

  “가장 좋은 방법은 중립 쪽에서 이쪽에 손을 써주는 건데.”

  [아니, 베스트라면 역시 이쪽 편에서 손을 써주는 거겠지. 그것도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쪽이 말이야.]

  “설득 당할 수 있지도 않나?”

  [강력한 초월종들이 일개 엘프의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 애초에 그런 존재들이기 때문에 저렇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 테고. ]

  “그렇다면 나는 제임스의 정체가 신경 쓰이는 데. 그 역시 초월종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 강력한 드래곤이라던가. 어쩌면 북쪽 마왕이 위장한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야.”

  결국 잭과 래리를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뿐이었다.
  이런 일이 있으면 덴이 나서서 결정을 내리곤 했지만, 이제 덴은 없었다. 차선책인 낸시도 멀리 있다. 그리고 둘 모두가 확실하게 인정할 수 있는 대상 역시 보이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아직 제대로 된 거래 재료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이에 제임스는 일행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기 위한 플랜을 완성시켰다.

  잭은 초조해졌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단순히 제임스가 서두르는 것만으로 이쪽은 저항할 수단을 잃어간다. 우주비행장에 도착해서 우주로 올라가게 되면 정말 이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적어질 것이다.

  아니, 아예 사라지게 될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쪽도 뭔가 수단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위해서 물자가 필요했고, 물자의 확보를 위해선 샘은 존재가 필수적이었지만, 제임스가 곁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샘과 접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레드아이의 도발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제임스는 팀이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상황 자체를 견제하고 있었고, 그 핵심이 샘이라는 사실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퀵샌드, 와일드 울프, 잭이 외부와 통신하고 정보를 축적할 수 있더라도, 그러기 위한 설비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샘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샘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이다.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변화가 필요했다.

  당연히 잭은 기다렸다.
  초조해하면 안 된다. 불안하더라도 견뎌야 한다. 인내야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것들이었고, 잭은 초조해하는 와일드 울프를 진정시켰다. 퀵샌드는 샘의 약점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큰 성과도 없었다.

  그것은 동시에 샘이 유능하고 충성스런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팀에 있어서는 불리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신뢰는 보증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는 모양이지.”

  레드아이가 찾아온 것은 깨어난 후 12시간이 지난 후였다.
  6시간의 취침 후 새벽 시간에 제임스는 팀을 우주정거장으로 배달할 예정이었다. 우주정거장에는 국제군과 동일한 수준의 사설 경비대가 대기하고 있었으며, 이 안으로 들어가면 확실한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제임스는 말했다.

  즉, 우주정거장에만 도달하면 방해할 수 있는 자들은 없다는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잭은 그렇게 만만하게 일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경우라면 로켓을 저격해서라도 격추시킬 것이라는 것이 잭의 판단이었다.

  “그렇군.”

  [잭, 일단 카메라를 변조했어.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괜찮을 거야.]

  “흠,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이 상황에 대해서.”

  “뭐, 슬슬 그쪽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서.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우주정거장에 들어가게 되면 이쪽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적지. 뭔가를 하려면 지금이지.”

  잭은 레드아이가 뭔가 딜을 하고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적절한 타이밍일 것이다.
  이동하는 순간이야말로 뭔가 사건을 일으키기에 좋은 순간이며, 적이 필사적이라면 이 순간을 놓칠리가 없었다.

  문제는 그것이 무슨 계획이냐는 것이었다.
  레드아이로서도 그냥 죽는 것은 사양일 터. 하지만 레드아이에겐 계획을 세워도 그걸 실현시킬 힘이 없다.

  반년은 러너에게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다. 뭔가 하나를 이룩하지는 못해도, 그럭저럭 이득관계에서 사용할만한 인맥을 손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었다. 다만 그 정도의 인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100만 크레딧 정도의 일. 여러 대기업이 대립하는 아수라장의 현장.

  거리의 중개업자들이 끼어들기에는 너무 판이 크고 위험한 일이었기에 설령 외부와 연결이 있다고 해도 레드아이가 자신의 계획을 수립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레드아이에게 남는 방법은 2개뿐이다.

  기업의 개가 되느냐, 아니면 이중에서 전설로 남을 정도의 업적을 남긴 러너의 계획을 믿느냐. 어느 쪽이 되건 확실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선택한다면 후자.
  이미 군을 겪어본 레드아이로서는 기업에 소속된다는 선택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지. 이번 일이 잘 못 되도 죽고 잘 되어도 죽지. 운이 좋으면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운이 좋다는 것이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말하자면 그것은 동맹 요청이었다.

  “손잡지 않겠나? 설령 이걸 제임스가 듣고 있다고 해도 우리를 당장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확신해. 그리고 우리의 서약은 이번 일을 성공시키기만 하면 문제없지. 서약 밖의 제 3자에 대한 저항은 가능하다고. 이미, 당신들 손잡고 있지? 퀵샌드나 와일드 울프와 말이야.”

  “흠.”

  잭은 팔장을 꼈다. 굳이 대답해줄 필요는 없었다. 이미 레드아이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잭의 생각대로 레드아이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근거없는 확신이 아니라 유능한 러너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확신이었다.

  “사실상 우리는 사기를 당한 셈이지만. 아무래도 이 일에 대해 우리는 법에 호소할 수 없어. 그러니 우리가 본때를 보여줘야지. 우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좋지. 이쪽도 이미 행동하고 있네. 하지만 실력행사는 마지막으로 미룰 생각이야. 붙은 규모가 달라. 적어도 의뢰인 하나 조진다고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면 뭔가 생각이 있는 거지?”

  “그래, 세 개쯤. 단계적으로 나갈 거고, 가능하면 여러가지 안전망을 만들어둘 생각이지.”

  잭은 자신들이 어떻게 움직일 생각인지 레드아이에게 설명했다.
  레드아이의 가담은 그렇게까지 큰 영향은 미치진 않겠지만, 내부의 적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줄어든다는 점과 팀의 단합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내용이었다.
  여기에 샘만 가담해준다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정보 외에 내부에서 뭔가 준비할 수 있는 요소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것이었고, 레드아이가 가담해줌으로서 잭은 샘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우선은 지구로 돌아올 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둬야 겠지. 뭐, 이건 간단하네. 셔틀을 탈취하는 것으로 충분할 테니 말이야.”

  “대신 남는 것은 없군.”

  “셉텐트리온의 연구소에서 무엇을 가져올지에 달려있지. 100만 크레딧 까지는 아니더라도 목숨값 정도는 벌 수 있을지도 모르지.”

  “두 번째는?”

  “이 쪽이 저쪽의 약점을 잡는 거지. 이건의 경우에는 퀵샌드가 활약해주고 있어. 이 정도 규모의 일이라면 빈틈이 없다고 하기 힘드니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은 이쪽을 사줄 기업을 찾는 거고.”

  “두 번째가 가장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 두 번째가 가장 힘들지. 다만 어느 쪽이건 셔틀의 탈취는 필요해.”

  “조종은 어떻게 하지?”

  “그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해결방법이 있지. 아직 말해줄 수는 없지만.”

  래리에 대해서는 말해주겠지만, 래리가 어디까지 가능할지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팀이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적대하게 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러너의 일이라는 그런 것이다.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일 수도 있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고, 자신의 특기와 수단을 숨기는 것은 곧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예측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고, 미지로 남을수록 유리한 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럼 이미 방침도 있고 활동도 하고 있다는 거로군.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인가.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쪽에 시간을 주진 않겠지. 그건 우리를 기습한 측에서도 시간을 주는 일이 될 테니까.”

  “우선 샘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어. 기회라면 이동 중이지. 놈들이 여기서 쉽ㄷ게 포기할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군.”

  “제임스라는 놈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을 텐데.”

  레드아이의 말대로 제임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물론 그 사실을 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이 공격해올 것을 알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규모, 때, 전력, 수단. 이 모든 것을 알 때야 ‘공격해온다.’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저 임시적인 대응책이 가능할 뿐이며, 병력의 집중도 효율적인 대책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적 역시 필사적일 테니 기회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

  “제임스를 제거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고?”

  잭은 딱히 긍정하지 않았다. 미리 수단에 선을 그어두는 것은 일종의 룰을 정학 위해서였다. 제임스의 제거는 최종 수단이었다. 전투 중 사망으로 몰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죽은 자에게서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은 많고, 최악의 경우 생령을 불러내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만약 한다면 그런 수단을 방지하는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런 방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최후의 방법이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어설픈 선택으로 기업의 원한을 사는 것은 사양이지. 놈들이 코스트를 도외시하기 시작하면 이쪽으로서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제임스를 제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것은 잭 역시 그 방법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제임스가 사라지면 샘에게 권한이 돌아오게 되고, 샘을 협력시키게 만드는 것도 용이하다.
  일단 서약한 자들끼리는 한데 뭉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제임스가 없어진다면 샘이 이쪽에 붙게 만드는 것은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좋지만. 우선 회의인가.”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제임스의 눈을 속이면서 넷이 모두 모이는 것은 어려워.”

  “그러면 앞으로도 이런 식인가.”

  레드아이의 물음에 잭은 고민했다. 확실히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딱 좋은 사람. 아니, AI가 있었다.

  “네 주소를 알려줘. 래리를 통해서 전해주지.”

  “래리?”

  “내 옛 동료지. 그가 결정사항을 전달해줄 거야. 의견이 있다면 그에게 전하면 되지.”

  “알았어. 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리더니 당신을 믿지. 올드잭.”

  레드아이는 우선 잭을 믿기로 했다.
  그에 대한 전설을 레드아이 역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지금은 늙어 퇴물취급을 받고 있다고해도 그가 가진 경험이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레드아이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외부와의 통신을 그는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퀵샌드의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해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빠른 시간이었다.
  아무튼 방침이 결정된 것으로 목표까지 확실하게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레드아이가 돌아간 후 잭은 조용히 생각했다.
  제임스의 처리. 최소한 그가 죽지는 않더라도 이 무대에서 내려 보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역시 제임스가 걸림돌이야.”

  [포기하는 것이 좋아.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그저 차에 약간의 세공을 해두는 것에 불과해. 그 경우에는 제임스만 치워지는 것이 아니지. 최소한 샘이 동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샘까지 죽게 될 거야.]

  “그렇군. 하지만 어느 정도 준비는 해두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적의 해킹으로 위장할 수도 있지 않아? 셉텐트리온의 공격으로 위장해서 공격한다면?”

  [그렇다면 셉텐트리온을 먼저 해킹할 필요가 있군. 너무 위험 부담이 커.]

  “그렇겠군.”

  잭은 턱을 긁적였다. 
  뽀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임기응변으로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어떤 응용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믿을 것은 낸시 뿐이다. 그리고 래리도.

  “하아. 퀵샌드는 어때? 뭔가 성과가 있나?”

  [저번에 말했던 것에서 큰 성과는 없어. 이런저런 자잘한 것들은 주웠지만, 크게 도움은 안 될 것 같군.]

  결국 샘을 설득할 재료는 현재 샘의 처지뿐인 듯 했다.

  다행인 것은 샘이 제임스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봐선 제임스가 그렇게 관대한 고용주는 아닐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쉽게 넘어왔으면 좋겠는데.”

  [어렵지는 않지. 양쪽 다 이길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거지. 물론 최선의 방법은 우리의 힘으로 적절하게 도망가는 것이지만.]

  “상황을 봐선 그걸 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이미 엮인 기업들이 많지. 이건 이미 세계대전이라고 할만 해. 직접적인 싸움은 없지만, 정치와 경제, 군사력을 이용한 초월전쟁이라고 할 수 있지.”

  [덕분에 규모는 작지.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래리는 웃었다.
  아주 오래 전 초월전쟁은 구 시대의 문명을 멸망시키고, 이 별 자체를 파괴할 뻔 했었다. 차원너머로 무수한 괴물들이 나타났고, 최후에 나타난 드래곤들이 이 세계의 질서를 다잡기 전까지 세계는 황폐 그 자체였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해도 또 한 번 초월전쟁이 일어난다면 모든 것이 끝장날 것이다.

  초월종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본인들이 직접 움직이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말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겠지.
  어떻게 보면 잭과 함께 100만짜리 일을 맡게된 팀들은 강대한 신적 존재들에게 선택받은 용사와 같았다.

  물론 이야기 속의 용사와는 다르게 이 팀에게는 세계를 구한다는 의무감도 존재하지 않으며, 어떠한 축복도 받은 것도 없으며, 오히려 상황에 따라 잘라내버릴 생각이 만만인 놈들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나마 이야기와 비슷한 것은 이 대단한 놈들이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라면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일한 돌파구가 바로 그 부분이었다.
  그나마 사람들끼리 치고 박는다면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꿈도 희망도 없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낸시는 어때? 낸시에게 따로 더 들어온 정보가 없어? 변화하던가.”

  [일단 우리의 계획에 대해선 전달했어. 하지만 성과는 없는 것 같군. 아무래도 얽혀 있는 놈들이 만만치 않은 놈들인 것 같아. 낸시도 상당히 조심스러워. 정보원들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더군. 외부의 도움을 노리기에는 상황이 굉장히 나빠.]

  “어차피 낸시의 영향력은 도시 한 곳에 한정된 것이니까.”

  [그리고 이 도시의 지배자인 천사 벨페르트의 비호를 받고 있지. 뭐, 그에게 있어선 일종의 심심풀이겠지만. 아무튼 이건 내가 알아낸 극비 정보야. 낸시의 통화기록을 일부 해킹했거든.]
  “그런 짓을 한 거야?”

  잭이 놀라서 소리쳤다.

  [쉬익! 목소리를 낮춰.]

  “그럼 이 정보를 벨페르트에게 파는 것은 어때?”

  [그건 무리야. 벨페르트는 끼어들지 않을 거야. 애초에 그는 기업가도 아니지. 단지 자신의 성을 지키고 싶은 것 뿐이지. 낸시는 그저 그런 벨페르트의 관심을 조금 받고 있는 정도야. 그녀가 있는 덕에 빈민가 쪽 치안이 제법 좋아졌거든.]

  “그건 몰랐군.”

  [낸시가 벌어들이고 있는 돈은 생각이상으로 많아. 적어도 러너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지. 크기만 작은 기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모이지. 실제로 기업이나 마찬가지고. 러너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데다가 중개인들이 모이는 장소거든. 누구나 필요로 하던 러너들을 위한 백화점이지. 그 아이의 수완에는 솔직히 놀랐어. 덴이 봤으면 자랑스러워 을 거야.]

  “이미 상당히 큰 조직이 되었다고 생각해도 좋겠군.”

  잭은 낸시가 자신의 서약을 풀어주겠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풀어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신이 러너로서 거리의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사이 낸시는 천장을 뚫고 하늘로 치솟아 오른 것이다.
  그 사실이 부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군.”

  [뭐어, 그렇지. 아무튼 낸시의 연락을 기다려 보자고 뭔가 놀라운 정보를 가지고 올지 모르니까. 어쩌면 괜찮은 후원자라던가.]

  래리는 그렇게 말했고, 잭 역시 인정했다.
  낸시가 최후의 희망이었다.

  잭으로서는 그 사실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 이 상황은 잭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단순히 힘으로 벗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그것이 잭에게 있어서 무력감으로 다가왔다.

  여태까지 맨손으로 어떻게든 살아왔다. 자신의 한 몸으로 해내지 못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그런 일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쓰기에는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내일은 전투가 있을 것이다.
  이제 싸움을 대비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