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치고박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째선지 의도밖의 내용이 줄줄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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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아이는 숙련된 군인이었다.
  3년간 국제군에 복무했으며, 그 동안 위험한 차원균열을 닫기 위한 작전에 투입되어 꾸준히 활약. 공훈 훈장까지 받은 그는 유능한 군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료들에게 신뢰받고 상관들에게 인정받는 그런 종류의 군인 말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경력을 읽고 떠올릴 수 있을만한 평가를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정말로 그가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면 러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뭔가 비참한 운명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의 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법이며. 어떻게든 문제가 해결되기 마련인 것이다.

  레드아이는 좋게 말하면 내성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친놈이었다.
  그는 총을 쏘기 위해 입대했으며, 사람을 죽이는 일에 망설임도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매일 사격 훈련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했으며, 어떻게 해야 보다 더 잘 맞출 수 있을지 그는 부지런히 연구했다.

  그는 사격에 대해 먼 곳에 있는 표적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표적을 어떻게 하면 잘 맞출까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복잡하고 난해한 움직임을 보이는 표적일수록 더욱 강한 욕구를 보였다.

  레드아이가 사격 훈련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금방이었다. 작전에서 활약했지만 그런 덩치가 큰 표적은 그가 원하는 표적이 아니었다.

  그런 시점에서 상관에게 제대 권유가 나오자 레드아이는 그것을 받아 들였다.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고, 군에 머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지켜왔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군내에서도 바깥에 있는 아웃사이더. 그것도 실력이 출중하며, 대상을 죽이는 법에만 몰두하는 남자가 무감정한 사이코 패스 정도로 여겨져도 이상할 것은 없었고, 그는 부대 내에서 두려움을 사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에 대해서 레드아이가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레드아이가 권유를 받아들인 것은 그가 더 이상 군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미 기술은 손에 넣었다. 때문에 군의 밖으로 나간다고해도 상관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어디에 가느냐 였다.

  겉보기에 우수한 능력자인 레드아이를 원하는 곳은 많았지만 레드아이는 그 어느 쪽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어쨌건 표적을 쏠 일이 많은 일이야말로 그가 바라는 것이었고, 그는 러너가 되었다. 군의 퇴직금과 여태껏 저금해온 돈들은 모두 전투에 적합한 사이버웨어를 장착하는 일에 사용되었다.
  레드아이는 러너가 된 후에도 성과를 남겼다. 그는 주로 팀에 고용되는 하청업자였지만, 가진 능력과 입지 상 1회용으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그만큼 우수하고, 그만큼 이름이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러너가 되고 반년차가 되었을 때 그에게 일생일대의 일이 들어온 것이다. 당연히 거부할리가 없었다. 어렵고 힘든 일일 수록 최고의 사냥감이, 무수한 사냥감들이 몰려들어오기 마련인 것이다.

  돈 따윈 상관없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레드아이는 기쁘게 샘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곧 레드아이는 자신의 기대대로 강적과 만나게 된다.
  물론 그가 의도한 위치가 아닌 곳에서…….

  “후우.”

  긴 잠에서 깨어난 레드아이는 우선 길게 숨을 내뱉었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그는 우선 놀랬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상대를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과 가슴과 복부에 총격을 당했다는 사실이었다.

  가슴에 심어 넣은 비고 사의 알파등급 카라페이스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지만, 복부에 맞은 총알은 위험했다. 게다가 총알에 저주가 걸려 있었다는 점도 문제였었다.

  레드아이는 그 시점에서 이미 죽음을 직감했었지만, 행운인지 기적인지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물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자신이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이 갖춰진 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의료 캡슐이 갖춰진 제대로 된 곳에 말이다.

  “크흠.”

  레드아이는 헛기침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늙은 오크가 서 있었다. 총알 자국이 남아있는 낡고 더럽혀진 싸구려 코트와 오크치고도 커다란 덩치가 인상적인 남자였다. 하지만 정말 레드 아이에게 인상적인 것은 그의 늙음이었다.

  “만나서 반갑군, 레드아이.”

  오크는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잭이라고 하지.”

  “잭? 【올드잭】?”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의 소개는 필요없었다. 러너들끼리의 일이다. 필요한 것은 상대의 특기와 능력뿐인 것이다.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 전설적인 러너. 가능하면 적으로 만나고 싶었는데.”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두지. 런을 하다보면 아군으로든 적으로든 언젠가 만나게 될 테니까. 아무튼 자네가 깨어나서 다행이군. 덕분에 다음으로 못 넘어가고 있었거든.”

  “다음이라. 어쨌건 우리는 무사히 도망쳐 나온 모양이군. 샘은?”

  “그 친구라면 지금 바쁘지. 상관이 내려왔거든.”

  “상관이라…….”

  레드아이는 잭의 표정에서 정보를 얻으려는 듯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면 잭을 평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는 숙련된 군인이었다.
  별로 인간에게는 관심없었지만, 그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려가지 것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서 말이다. 우왕자왕하는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다룰지. 레드아이는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움직이는 상대를 저격하려면 선수를 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겁에 질려서 숨을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 아니면 적을 찾으려고 할 것인지.
  긴장했다면 어느 정도 긴장했는지, 침착하다면 얼마나 냉정을 유지하고 있는지.

  이 모든 것이 스코프 속에 순간적으로 보이는 작은 얼굴들을 보며 읽어내야 하는 것들이었고, 레드아이는 완벽하지는 못해도 거의 확실하게 그것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이론이나 경험이 아니라 짐승과도 같은 본능에서부터 나오는 판단력이었다.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로서의 본능이 표적의 나약함을 읽어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레드아이 본인조차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거나 가르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그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레드아이는 자신의 그 능력을 유용하게 사용해 왔다.

  ‘빈틈이 없군.’

  그것이 레드아이가 잭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어떻게 봐도 치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가 접근전에서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잭은 도저히 파고들 요소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늙었음에도 잭의 자세가 아주 꼿꼿하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오크들이 강건한 종족이라고해도 나이만큼은 어쩔 수 없다. 불로의 엘프들만이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잭은 그 별명이 어울리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오크들 못지 않아 보였다.
  레드아이는 말했다.

  “그거 듣기에 따라선 일이 잘 못되었다는 듯이 말하는 군.”

  “아직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잭은 말을 이었다.

  “계획이 대거 변경되기는 했지.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어. 적어도 우리가 처음 세운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잭은 어떻게 자신들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제임스에 대한 것도. 그러나 래리에 대해서나, 다른 협력자에 대한 일은 설명하지 않았다.
  여기는 현재 어떤 재밍도 받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우주정거장까지 갈 경로를 짜기 위해 밖에 나가있는 샘을 대신해 사실상 팀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잭이 레드아이를 만날 수 있게 해줬지만. 그렇다고 감시하지 않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제임스 역시 잭이나 다른 팀원들이 엉뚱한 생각을 품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두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뭐든지 생각해두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가능성 중에서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죽이는 것이 쉽다면 처리하고, 죽이는 것보다 협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면 협상한다.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다면 내버려 둔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선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처리하는 경우가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높으므로,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능력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처리하기 어려운 존재하는 것 역시 증명해야 했다.

  그것이 잭의 생각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레드아이를 어디까지 신뢰해야할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이미 퀵샌드와 와일드 울프는 서로 어느 정도 성품을 알아본 부분이 있다.
  둘 다 자신의 기술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최소한 협력성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함께 행동하면서 증명했지만 레드아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때때로 사람들 중에는 누군가를 버림으로서 자신의 충성심 혹은 입장을 증멸하려고 한다. 레드아이가 그런 부류의 사람일 경우도 생각해둘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래리가 조사해온 레드아이의 경력은 여러모로 이상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물론 그것은 레드아이로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숙련된 군인이었고, 저격수였으며, 반 년 간 이름이 알려질 만큼 활약한 뛰어난 러너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지금 상황이 굉장히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가 있었다.
  서약을 낸 사람들 외에 제 3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상 서약이 무용지물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왜냐하면 그 3자는 서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 서약을 했으나 3번째 사람이 나타났으니 마음대로 서약을 배반할 수 있는 인물이 끼어들게 되었다는 말과 같았다.

  언제든 자신이 제거될 수 있다. 100만이나 되는 돈을 지불하려는 클라이언트는 확실히 적을 것이다. 하지만 레드아이는 이것이 의뢰인의 음모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바로 이 서약에는 의뢰인 또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달에 있는 남자와 어떻게 서약했는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넷매트릭스라는 것이 존재했고, 넷매트릭스를 마법적인 방법으로 다룰 수 있는 테크노멘서라는 희소한 존재들 역시 존재했다.
  넷매트릭스를 통해 서약을 강제하는 방법은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에이드리언 자신이 이 서약의 주체일 가능성 역시 있었다. 기업의 뛰어난 연구원이라면 곧 뛰어난 마법사일 가능성 역시 충분히 있었다. 혹은 강력한 초월종과 계약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 정도는 레드아이 역시 빠르게 계산할 수 있었다.

  눈치가 없다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것은 극히 어렵다. 굉장한 실력과 명성을 가지고 대우받고 있다고 해도, 단독으로 움직이는 러너를 소모품으로 이용하려는 자는 적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레드아이는 잭으로부터 그의 의도를 알아내려고 하고 있었다.

  “임무가 중지된 것은 같지 않은데?”

  레드아이의 물음에 잭은 대답했다.

  “우리는 우주정거장으로 갈 거네. 그리고 직접 위로 달로 가서 임무를 수행하겠지. 돌아오는 방법은 불투명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달에서 죽을지도 모를 일이야. 뭐, 그거는 원래 그랬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군.”

  “확실히 내키는 일은 아니군.”

  레드아이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표적을 해치우는 일이지 무력하게 공격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에서 저격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적고, 뭔가를 하려고 해도 지극히 어렵다.

  원래라면 예정되어 있었던 무중력 훈련조차 빼먹은 채 일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잭은 그 사실 역시 레드아이에 전달했다.

  “연습 없이 바로 실전이 되겠지. 우주에서 싸우는 것은 어느 누구도 경험이 없어. 어려운 일이 되겠지.”

  “운전수가 누구인지가 문제겠지. 다른 친구들은?”

  “매드독을 제외하곤 모두 무사해. 불행하게도 그는 가장 먼저 표적이 된 듯하더군.”

  “흠. 그도 같은 오크 친구였지. 전위로는 유명한 친구야. 원래 팀도 가지고 있었고. 최근 붕괴한 것 같지만. 당신과 함께였다면 막을 사람이 없었을 걸.”

  “모를 일이지. 그런 건. 나는 그냥 늙은 퇴물이고. 여기선 팀을 지휘하는 역할이지.”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지, 리더?”

  레드아이는 느슨한 태도로 말했다.
  그 질문에는 여러가지 의도가 깃들어 있었다. 태도의 변화, 행동의 변화. 대답까지 간격. 대답에서 나오는 의도적인 늬앙스의 감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그는 잭의 대답을 기다렸다.

  “우선 옷부터 입지. 지금부터 당장 이동하게 될 거야. 제임스가 기다리고 있지. 아, 제임스가 바로 샘의 상관이네. 엘프고. 조금 재수 없는 녀석이지. 다소 기분이 나쁠 수 있겠지만 참게.”

  “좋은 감정은 없는 모양이군.”

  라는 레드아이의 말에 잭은 인정했다.

  “있을 리가 없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가 한 서약한 강력한 거고, 정상적인 방법으론 벗어날 수가 없어. 그 사이에 끼어든 놈이 있다. 저건 반칙이지.”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건가. 치울 건가. 하려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멤버라면.”
  레드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제임스는 말 그대로 예외인 것이다. 서약의 대상도 아니며 지킬 필요도 없다.

  “가능하지만 넌센스다. 제임스를 치우려면 우주로 올라갈 방법을 잃는 것이 되니까.”

  “그렇다면 우주로 올라갈 수단을 손에 넣은 후에 해치우면 되지.”

  레드아이의 발언은 과격했지만 잭은 나쁘지 않아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역시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하면 뒤가 없다. 돈은 제쳐두고 생각해도 우주에서 지구로 놀아올 때라는 취약한 순간이 존재하지. 그 순간을 노려지면 우리는 끝장이다. 요점은 어디까지 타협점을 잡는 가야.”

  “합리적이군.”

  레드아이는 적어도 나쁘지 않아도 판단했다. 전설의 러너라고 해도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팀이 와해된 이후 잭의 활약은 거의 없다. 맡은 일도 거진 시시한 일들 뿐. 그가 스스로 말한 퇴물 선언에 걸맞게.

  하지만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정확하게 후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 어떻게 인정받을 것인가 라고 할 수 있었다.

  “우선 이동이다. 적어도 우리는 한 배를 탄 셈이지. 그리고 샘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지. 가능하면 샘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확실히 그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상황은 한결 나아지겠지. 그 제임스라고 했던가?” 레드아이는 잭이 고개를 끄덕이자 말을 이었다.

  “그 남자가 끼어들었다는 것은 샘의 일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이 되니까. 팀을 모으는 과정에서 들켰다라는 상황이 되었고, 그 상황을 중대한 위기라고 판단한 윗선이 움직였다. 그렇게 보는 것이 좋겠지. 즉, 샘은 상황에 따라서 제거될 수 있는 운명이란 거야. *책임*이라는 명목으로.”

  그것은 잭 역시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동시에 잭은 레드아이가 상당히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직접 들은 것도 아니며, 중요한 상황들을 전달 받았을 뿐인데 상당히 핵심까지 도달했던 것이다.

  잭에게 있어 그것은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래리에게 들었던 경력을 생각하면 그는 확실히 샘이 불러들일 만한, 100만 크레딧짜리 일을 맡을만한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샘은 그렇게 쉽게 넘어오지 않을 거고. 우리에게 희망이 없군. 무릎 꿇고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비는 것도 좋지 않을까?”

  레드아이를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그의 몸의 부상은 흉터조차 남지 않게 말끔히 치료되어 있었지만, 돋아난 새살이 하얗게 흔적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다고 말이 통할 대상이라면.”

  잭은 레드아이가 이쪽이 도청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이미 생각해두고 있다고 판단했다. 말하자면 지금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제임스에게 경고를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잭으로서도 그 정도의 도발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순진하게 이용당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제임스가 이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판단할 근거가 될 것이다.

  “아무튼 나중에 보지. 슬슬 옷을 입을 생각이라서.”

  “그러지.”

  잭은 일단 의료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래리를 불러냈다.

  “어때?”

  [어이, 내가 언제나 재밍을 할 수는 없다고. 가능하면 방으로 가주지 않겠어?]

  “상관없어. 소리까지 녹음하는 타입은 아니고, 나도 복화술 정도는 가능하지. 이야기하는 것을 들키진 않을 거야. 오크는 입의 구조상 턱을 완전히 닫기 어려우니 말이야.”

  [흐음. 새로운 재주를 익혔군. 그렇게 재주 좋은 인간이 아니었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뭐, 대신 발음이 좀 어눌해지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아무튼 레드아이인가? 좀 많이 수상한 녀석이지만 적어도 생존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야. 한다면 이쪽에 가담시킬 수 있겠지. 기업 쪽에 붙으려고 노력할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해.]

  “군복무를 했다면 개인보다는 조직 쪽에 속하려고 하지 않을까? 딱히 문제는 없었을 텐데.”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그런 경력을 가지고 있다면 일반적으로 기업에 들어가기 마련이야. 하지만 그는 그 기회를 버리고 러너가 되었지. 국가보장번호를 지운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테지? 어지간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야.]

  “확실히. 적어도 원활하게 군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군은 폐쇄적인 집단이니까. 뭔가 있었겠지. 그보다 문제는 샘이군. 접촉할 기회조차 없어.]

  “그건 어쩔 수 없지. 아마 제임스도 만나게 두지 않을 거야. 서약에 관계된 자들은 뭉칠 가능성이 있으니까. 특히 임무에 관해서는. 게다가 샘은 지금 불안해하고 있어. 레드아이의 말대로 권유하면 이쪽으로 옮겨탈 가능성이 있지. 아무리 잘난 인간이라도 기업의 인간이 거리의 규칙까지 알고 있을 리도 없고.”

  [그렇다면 우선 출발이군. 그런데. 낸시에게서 메일이 도착했는데.]

  “좋아. 그럼 출발 전에 그것부터 읽어 보지.”

  잭은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낸시가 보낸 메일에는 제임스의 신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그다지 정체가 알려지지 않는 인물이지만, 정계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상하고 있는 듯한 인물로. 여러 장소에 나타나고 있으며, 잭의 예측대로 이번 초월종들 사이의 세력 다툼에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는 그가 중개하고 있는 기업들 전체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움직임이 가볍다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부하들 역시 제법 두고 있다는 이야기군.”

  그것은 그다지 고무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상대 쪽의 강대함을 깨닫게 된 것 뿐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