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집안 수리를 돕느라 못 썼군요.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까지도 못 올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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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잭에게 곧장 한 마리의 까마귀가 날아들었다.

  [어서 오시오, 잭.]

  바닥에 착지한 까마귀는 곧 와일드 울프의 목소리로 말했고, 그 모습을 본 래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말하는 까마귀다!]

  [음? 누군가를 데리고 있소?]

  “들어가서 설명하지.”

  잭을 그렇게 말한 후 건물을 올려다봤다.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의외로 빈틈이 없는 것이다. 내려오는 것도 잭 정도의 신체능력을 가졌거나, 상당한 개조를 거치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부터 주의를 끌겠소. 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지금 퀵샌드가 적의 해킹을 가장해 내부에 공격을 시도하고 있소. 덕분에 위층의 방어는 조금 허술해진 상황이오.]

  “흠.”

  래리가 말했던 공격시도는 아무래도 퀵샌드의 위장이었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이거면 시간 벌기는 될 것이다. 그만큼 잭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쓰짐 못할 테니 말이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천장의 감시들까지 인원을 뺄 수 없을 테지만……. 자네의 마법 중에 환상을 만들어내는 마법도 있나?”

  [아쉽게도 없소. 하지만 동물들을 이용하면 시선을 끄는 것은 가능하오. 길고양이 한마리만 있어도 초소를 잠시 휘젓는 것이 가능하지.]

  [확실히 그렇지.]

  그렇게 말하고 래리는 인사했다.

  [안녕하시오, 나는 래리요. 어쩌다보니 이렇게 기계 속에서 살게 된 불쌍한 러너지. 뭐, 잭의 친구고 이번 임무동안 당신들을 뒤에서 도울거요.]

  [와일드 울프요. 흠, 정보 대신 아군을 데려왔군.]

  “시간이 촉박했던 것뿐야. 래리가 있다면 퀵샌드가 위험을 무릎 쓰고 외부와 통신할 필요도 없지. 외부에서 정보를 모아줄 협력자도 있고 이제 그쪽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기다리면 돼.”
  [믿을만 하오?]

  “내가 아는 한 최고지. 합류는?”

  [우선 올라가시오. 당신의 움직임에 맞추겠소.]

  “흠.”

  옥상으로 이용해서 돌아가는 듯했지만. 아마 와일드 울프는 처음 말한 대로 동물을 이용해 틈을 만들 것이 분명했다.

  잭은 단숨에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점프로 제자리에서 4미터 가량을. 그리고 벽돌 블럭의 틈새에 손가락을 걸고 팔 힘만으로 1미터 가량을 뛰어 오른다. 그 동작을 양팔로 번갈아 하는 것만으로 잭은 순식간에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와일드 울프의 교란이 시작된 것이다.

  와일드 울프는 고양이에 빙의해 초소로 뛰어 들었고, 존재감을 부풀려 초소의 경비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잭이 옥상 위로 올라왔다. 잭의 시선이 순간 초소로 향했다. 한 순간 지나가는 순간이지만 잭은 초소의 상황과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경비들은 어떻게 초소 안으로 고양이가 들어올 수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초소를 종횡무진 날뛰고 있는 고양이를 잡기위해서 허둥지둥 거리고 있었다.
  잭은 그 틈을 타 초소의 안쪽까지 뛰어 들어갔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내부의 감시 카메라로 봤는데 완벽했어. 전혀 녹쓸지 않았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늙었던 것 치고는.]

  “이젠 예전만 하진 않아. 내 나이는 이미 오크의 기대 수명을 훌쩍 넘겼거든.”

  잭은 옥상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한계에 가까운 싸움을 할수록 잭이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이였다. 잭은 늙었다. 그의 육체는 약해졌고, 예전에 비하면 쉽게 지쳤다.

  [아, 그래. 오크의 기대수명은 40년이었지 자네는 40대가 넘었나?]

  “넘었지.”

  [하, 정말. 중간에 쓰러지지 말라고. 나는 이제 치워줄 수 없으니까.]

  “걱정 말게. 아직 죽어줄 생각은 없으니까. 기왕이면 싸우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얌전히 죽어주는 성격도 아니야.”

  [그거 좋군.]

  래리는 8비트 음을 내며 웃었고, 잭은 방에 도착했다. 이번에 모인 장소는 퀵샌드의 방이었고 안에는 와일드 울프와 퀵샌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일단 설명하는 것이다.

  잭은 퀵샌드와 와일드 울프에게 우선 래리를 소개했다. 물론 래리가 본체를 잡아먹은 AI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AI다. 스스로 래리라는 자각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것에 관해 말하지 않을 정도의 분별이 잭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낸시에 대한 이야기는 밝히지 않았다. 낸시를 깊게 개입하게 만들 생각이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같은 팀이라고 해도 협력자를 노출 시킬 이유는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애초에 이쪽의 모든 카드를 내보이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즉, 협력자로부터 옛 동료인 래리의 인격이 든 모노리스를 받아왔다는 이야기요?”

  [그렇게 되지.]

  래리가 대답했다.

  [말도 안되는. 아직 인간을 완전히 트레이스하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을 텐데.]

  “드래곤의 농간이네. 정확한 개발자는 알 수 없지만, 그레이트 드래곤들 중 하나인 코르네일즈가 소유하고 있던 물건에 해킹한 결과지.”
  코르네일즈의 회사인 제이콥&K코르네일즈 컴퍼니에 침입해했던 일행은 기업의 비밀 프로젝트를 알아내기 위해 인트라넷에 접촉한 결과 래리는 사망. 래리의 인격이 AI에 트레이스 된 것이다.

  그 결과는 코르네일즈와 의뢰인 양쪽 모두에게 의도치 않은 결과였고, 잭과 낸시는 래리를 모노리스에 옮겨 담아 도망쳐야 했다.

  결과적으로 의뢰는 반쯤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목표였던 신형 아이스의 정보를 카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완성품의 데이터를 얻지 못했고, J&K 컴퍼니가 개발하고 있던 신형 독립 AI와 접촉한 결과 큰 소동으로 비화된 것이다.

  그 덕에 잭은 충분히 몸을 숨길 수 있었고, 낸시 역시 성공적인 은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코르네일즈가 이 모노리스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그는 두 번째 AI를 완성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면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가.
  어느 쪽이건 잭과 낸시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고 하겠다.

  [아무튼 살아있고 말이야. 덕분에 나는 몇 년이나 눈을 뜨지 못했지만.]

  래리는 아무래도 도피를 위해 자신을 봉인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고 잭은 생각했다. 오해지만 편의상은 좋다. 잭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퀵샌드 쪽을 바라보았고, 퀵샌드는 조금 생각에 잠긴 듯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자네는 넷 매트릭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었군.”

  잭이 퀵샌드에게 말하자 그는 몸 전체를 끄덕였다. 머리에 쓰고 있는 헬멧은 어깨위로부터 머리까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대신인 듯했다.

  “래리의 경우는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지. 별로 본받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걸세.”

  [나는 내 나름 방법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뭐, 별로 좋아 보이진 않지만, 나로서는.”

  와일드 울프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그럼 슬슬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 군. 지금 그냥 정보를 기다릴지. 우리 나름대로 움직임을 보여야 할지. 잭,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나는 우선 기다려봐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어려워. 래리와 내 협력자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잭으로서는 이 이상 움직여서 제임스를 자극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자칫 잘못 하다간 래리의 움직임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린 것도 있지만, 때때로는 숙일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너무 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아직 시간은 있어. 여유를 가져도 나쁘지 않겠지.”

  잭이 그렇게 마무리 짓자, 와일드 울프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오? 나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기회요. 놈들이 모르는 외부 연락 수단도 있소. 인원을 끌어모으고, 거래를 하려면 딱 좋은 상황이오.”

  [나도 와일드 울프에게 찬성한다. 안전망은 많을수록 좋다.]

  [다들 대단히 적극적이군.]

  래리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잭은 정말로 이 AI가 래리 같다고 생각했다. 베테랑이 된 이후 그는 다른 러너들의 성장을 보는 것을 즐거워했다. 팀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덴이 죽고, 래리도 죽었다. 래리의 일부는 독립 AI에 남아 있지만, 그때 이 AI래리를 작동시키는 것은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고, 낸시의 경우는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기까지 했었으니 팀원처럼 다룬다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 래리를 동료로 받아들였다면, 팀은 해체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잭은 생각했다.

  물론 이제와선 전부 지난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랬다면 자신은 팀에서 2선으로 물러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다. 아무 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죽어가는 것과 달리, 그 경우에는 적어도 러너답게 런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도 괜찮다고 생각해. 저 퀵샌드라는 친구의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100만 크레딧 짜리 일에 고용되었을 정도라면 상당한 수준이겠지.]

  “퀵샌드는 내가 아는 한 최고의 해커요.”

  와일드 울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확실히 최근 본 친구들 중에서는 특출나지.”

  잭 역시 동의했다. 그의 살력은 뛰어난 멀티캐스팅 능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검색과 대화,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수준의 해커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퀵샌드는 속도 역시 빨랐다. 단순히 속도만 비교하면 전성기의 래리도 그렇게 승산이 있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로 유능한 친구였다.

  [그렇다면 해보는 거지. 낸시의 정보를 기다리는 것도 좋겠지만, 이쪽의 일정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어. 퀵샌드란 친구가 시선을 끌기 위해 적대세력의 해킹을 가장해 공격했던 것이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군. 그 제임스라는 친구를 내가 직접 만나봤다면 또 모르겠지만.]

  하지만 래리의 의견은 틀리지 않다고 잭은 생각했다.

  역시 중요한 것은 속도인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의 앞에 선두를 치는 것.
  “그 제임스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군. 뭔가 긁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잭의 물음에 래리는 애매한 대답을 날렸다.

  [알 수 없지. 저런 부류의 사람은 과거의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기 마련이거든. 아마 이번도 마찬가지일 거고. 잘못 하면 그의 정체가 초월종일 가능성도 있어. 이 상황에서 호위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퀵샌드가 동의했고, 와일드 울프 역시 “그럴 수 있소!”하고 흥분하며 말했다.

  잭 역시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충분하고도 남을지도 모른다. 강력한 초월종이 형태조차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잭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소문으로도 자주 돌고 있으며, 흑연화의 주인인 헤이리엔이라던가 드래곤 이사인 코르네일즈가 그런 식으로 사원들을 감독한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부진한 사원의 경우 초월종의 별식으로 변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제임스의 추적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될지도 몰라. 놈들은 자신들의 신변이 캐어지는 것 정도는 신경 쓰지 않지만, 이런 위장 신부의 경우는 조심할 가능성이 높지. 기업의 최상급 아이스에 걸리면 너나 래리라고 해도 무사할 가능성은 낮아.”

  [난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내가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이 항의하듯이 말했지만 잭은 신경쓰지 않았다. 쓸데없는 자신감이다. 게다가 이미 래리는 전적이 있지 않은가.

  “얕보지 않는 것이 좋아. 최상급 해커라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분명 생겨나는 법이니까. 넷 매트릭스는 내 전문이니 아니니 잘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런 자만은 치명적인 틈을 만들지. 이미 당해본 적이 있지 않나? 래리.”

  [그래, 이 꼴이 되었지. 그러니 걱정하지 마.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진 않아.]

  낸시가 있었다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더 불안하다고 말했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에는 그렇게 딴지를 걸어줄 사람이 없었다.
  잭은 말했다.

  “그럼 제임스를 추적하는 걸로 결론을 내는 건가?”

  하기로 한다면 빨리 행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확실히 제임스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해두는 것이 앞으로 정보 수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흠. 제임스를 캐는 것은 위험할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거보다 샘과 그 주변을 캐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모르지. 샘을 회유할 수 있을지. 서약에 묶여 있는 우리들 전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소?”

  [모두 확인해보도록 하지. 와일드 울프. 여전히 동물들과 연결은 이어져 있는 건가?]
  “있지만.”

  [근처의 근황을 살펴줘. 혹시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특정해주면 좋겠군.]

  “그런 것은 맡겨 둬.”

  [그럼, 래리라고 했던가. 당신은 제임스의 일을 부탁하는 군.]

  [호, 내게 그 일을 맡기는 건가.]

  [당신의 실력을 한 번 보지.]

  드물게 도발적인 어조로 말하는 퀵샌드를 향해 래리는 껄껄 웃었다.

  ‘신났군.’

  잭은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자신을 향한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잭은 샘과 접촉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레드이이와도.]

  “그럼 너는?”

  [나는 샘의 뒤를 캔다.]

  퀵샌드는 그렇게 대답했다. 와일드 울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샘이야말로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해. 샘을 이쪽에 가깝게 잡아둘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거야. 그는 우리와 같이 서약했지. 서약의 주체가 에이드리언인 이상 에이드리언과 직통 라인을 가지고 있는 샘은 이 상황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

  [마법사로서의 관점인가?]

  퀵샌드를 향해 말하던 와일드 울프에게 래리가 예리한 어조로 물었고, 와일드 울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새로운 사실을 시사하고 있었다.

  “저런 강력한 서약을 뒤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인가?”

  잭은 목소리를 죽였다.
  위험한 이야기였다. 최악의 경우 에이드리언과 샘의 행동에 따라 서약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악의 페널티는 피할 것이다. 그들이 의뢰를 완수할 생각이 있는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내부적인 분열은 피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이뤄질 행동들을 서약이 발목 잡을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아마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이쪽의 행동을 제임스가 눈치 채게 되면 그런 시도를 할지도 모르오. 적어도 제임스는 평범한 엘프가 아니오. 상당히 강력한 사이커거나, 초월종일 가능성이 있소.”

  “샘을 끌어들이면 행동의 자유도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로군.”

  꽤나 중요한 항목이었다.
  샘이 아군이 되어주지는 않는다고 해도 팀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행동을 방치하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행동의 폭도 크게 늘어날 것이며, 제임스를 견제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골치 아픈 일이오. 사기를 당한 것은 우리인데. 우리 목숨을 더 걱정해야 하니 말이오.”

  와일드 울프가 한숨을 쉬었다.
  그 역시 어려운 미션이 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난이도는 그가 생각했던 그것과는 다를 것이 분명했다.

  적과의 어렵고 고난에 찬 전투가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아군과의 어려운 정보전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의뢰인과의 갈등은 러너에게 있어 종종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까지 의뢰 중에 신경이 곤두설 정도의 대립이 발생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래리나 잭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러너의 일에 의뢰인이 뒤통수치는 일이야 드문 일이 아니잖아. 뭐, 이번 경우는 스케일이 굉장히 크지만 말이야. 설마 의뢰인이 일개 고위 사원에서 다국적, 다기업 연합이 되다니. 나도 이런 건 처음이긴 하지만.]

  “그렇지.”

  잭은 수긍하며 옛 일을 떠올렸다.
  팀이던 시절 잭의 일들은 워낙 거액이 오가는 만큼 배신도, 새치기도, 더블부킹도 예사였다. 그리고 그 일을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고, 거기까지 해결하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푼돈 몇 푼이던 일도 드물지 않았던 것이다.

  [중요한 일은 보호자를 구하는 일이지. 약점이든 정보든 뭐든 좋아. 캐낼 수 있는 것은 정부 캐내서, 이 정보를 사주는 대신 우리를 보호해줄 친구 하나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거네. 거래자 역시 지금부터 물색해보는 것이 좋아. 가능하면 달에 가기 전에 접촉할 수 있으면 더 좋고.]

  래리의 말에 모두가 한숨을 쉬었다. 퀵샌드조차 힘없는 기계음을 낼 뿐이었다.
  레드아이가 깨어난 후 곧장 달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간이 상당히 촉박하다고 할수 있었다. 그 사이에 정보를 모으고, 거래할 상대를 찾아내고, 미션을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다.
  미션을 성공시킨다는 마지막 조건만 없었다면 난이도는 좀 더 떨어지겠지만, 서약이 있는 이상 미션을 성공시키지 않는다는 가정은 의미가 없었다. 미션도 성공시키고, 보호자도 찾으며, 그에 적합한 정보까지 끌어않아야 하는 점이 이번 일의 어려운 점인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다해낼 수 있다면 확실히 길이 구전될 전설적인 성과를 내는 일이 될 것이다. 모두 다 해낸다면 100만 크레딧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돈을 손에 쥐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셉텐트리온의 달기지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빼돌릴 경우 100만 크레딧까진 아니더라도 은퇴하기에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셉텐트리온은 망하겠지만 말이다.

  “미치겠군.”

  와일드 울프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일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와일드 울프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연하게 행동하는 쪽이 이상할 것이다.

  아직 그는 젊고, 실력도 있고, 자신감도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일은 겪어 본적이 없을 것이고, 겪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차마 잭으로서도 안심시켜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잭으로서도 벅찬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일을 시작하지. 레드아이를 설득하는 일을 맡겼다. 올드잭.]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격의 준비는 아니더라도 반격의 준비를 하기 위한 기초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일들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변한다는 사실을 재인식하며 잭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일을 시작하지. 의뢰도 성공하고 살아남고, 돈까지 받으려면 어렵겠지만. 손해만 보고 끝마칠 수는 없으니 말이야.”

  [좋아, 하자. 일할 시간이군.]

  래리는 그렇게 말한 후 휘파람 소리를 냈다. 래리가 자주 부르면 옛날 노래의 음율이었다.
  “그럼 나는 바깥에 집중하겠소. 제임스가 언제 우리를 부를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한 번 모을 수 있는 것들을 모아 봅시다.”

  와일드 울프와 잭은 방을 나왔다. 와일드 울프가 일단 레드아이를 상태를 보기 위해 움직이는 잭을 불러 세웠다.

  “어떻소? 우리가 할 수 있을 것 같소?”

  “모르지. 하지만 해야지.”

  잭은 짧게 대답하고 복도를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