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 고생했네요.
원래라면 탈출 장면도 있었지만, 좀 액션성이 들어간 플롯을 까먹어 버리는 바람에
패스하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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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은 지하수로를 달리고 있었다.
  탈출은 어렵지 않았다. 잭과 퀵샌드, 와일드 울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면 탈출 자체는 어렵지 않은 법이다.

  퀵샌드가 보안 체계를 무너뜨리고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시켰다면, 와일드 울프는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고 초소의 감시망에 빈틈을 만든 것이다.
  물론 그 시간은 매우 짧다. 샘의 부하들 역시 유능하며, 동시에 온갖 공격을 피해내고 살아남은 베테랑들인 것이다.

  잭들이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외부에서의 공격을 향해 대항하는 결속된 훌륭한 집단. 하지만 내부에서의 공격에 대해서는 취약한 부분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설령 그 속에 불안분자를 품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잭은 옥상을 통해서 탈출했다. 최종 방어벽인 감지 장치를 무력화하고, 옥상에서 접근하는 사이보그 러너들에 대항하기 위한 초소와 감시탑을 와일드 울프의 마법으로 잠깐 주의를 모으는 것으로 잭이 탈출할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잭은 그 1초도 안 될 짧은 시간 동안 십여 미터를 단번에 이동해 옥상의 난관을 넘어 아무 장비 없이 건물의 벽을 타고 내린 것이다.

  물론 벽을 타고 내려오는 데는 1초 남짓한 정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0.5㎝의 단차에 손가락끝을 거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압도적인 악력과 완력을 바탕으로 잭은 창문의 단차를 이용해 순식간에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 직후 잭은 이 지하수로로 숨어들었다.
  이 지하수로로 들어오는 길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 통로라고 할 수 있었다.

  일반 러너들이나 기업과 갱의 배신자들 혹은 낙오자들 혹은 국가등록번호를 상실했지만 위조신분도 가질 능력이 없는 자들, 버려진 기형아, 마법실험의 산물들, 오염된 이상자들이 숨어사는 장소인 것이다.

  이곳은 범죄의 온상이지만, 그 용도답게 숨어살기에는 적격인 장소였다.
  어지간한 기업도, 사설 경찰들도 이 장소를 헤집는 경우는 없다. 또한 지하는 미로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추적을 따돌리기도 적합했다. 애초에 통로를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상 숙련된 추적자라도 이 지하수로로 들어오는 통로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지.’

  잭은 주변을 향해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추적자들은 끈질긴 자들이다. 그리고 유능하다. 월급 노예들에게는 알려져 있을 가능성이 낮은 장소지만 추적해올 가능성도 완전히 버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지하로 자체가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거주자들고 위험하지만 거기에 필적할 만큼 지하수로를 돌아다니는 괴물들이나 오염된 정령들도 위험했다.

  다행이 아직까지는 이상 생물이나 정령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서 튀어나올지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존재들을 주의하고 나면 우선 찾아야 하는 것은 사람의 흔적이었다. 이들이 믿을 수 없는 범죄자들이라고는 하나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사회와 조직이라는 것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괴물들까지 살고 있으니 더더욱 그랬다.

  잭은 【블랙클로】라는 이름을 자처하던 남자를 떠올렸다. 이 지하수로를 지배하는 전사단의 우두머리인 남자. 그가 아직 살아있다면 손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성가신 상황이 될 것이다.
  그래도 추적자들에게 쫓기는 상황보다는 나을 테지만…….

  ‘최대로 끌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 실제로는 1시간 정도 속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 즉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이동에 많이 써야 왕복 50분 정도인가.’

  트러블이 생기게 되면 시간을 낭비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무장을 보충하기는 했지만 그저 나이프와 권총을 새로 장만한 정도가 전부였고, 상대가 사람이라면 몰라도 돌연변이 괴물이라면 어려울 것이다.

  덕분에 잭은 드물게 【블랙클로】의 생존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운보다는 확실한 것에 기대는 성격이지만, 불확정 요소가 너무 많은 지금 정말로 운에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25분 안에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사용하는 시간에 비례해 들킬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곧 잭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필사적으로 지하수로의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낡고 더럽고 헤진 코트를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박박 밀었고, 겉모습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눈 아래에게 짙은 기미가 껴 있고 안색은 수척했다. 피부의 상태는 노숙자 치고도 나빠보였고, 눈빛은 흐리멍덩했다.

  실제로 약을 하고 있거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의 나쁜 것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전자마약, 감각 회로 등. 어느 것 하나 치명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물건들이었다.

  “뭐야, 씨발.”

  잭의 존재를 눈치챈 남자는 당장 사타구니의 벨트에 걸고 있던 권총부터 꺼내 쏘려고 했다. 하지만 잭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잭은 순식간에 접근해 남자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 권총의 슬라이드를 잡은 것이다.

  남자는 당황해 권총을 잡아당겼지만 잭의 악력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잭은 권총을 잡아들어 올렸고,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  차마 권총을 놓지 못한 남자가 그래도 끌려올라가 호되게 패대기쳐졌다. 축축한 바닥의 오물들이 튀어 오르고, 남자는 등으로부터 전달된 충격과 고통에 권총을 놓고 바닥을 굴렀다.

  “커헉! 쿨럭. 쿨럭.”

  바닥을 구르는 남자의 곁으로 잭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물론 그냥 걸어간 것은 아니다.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의 슬라이더를 당겨 뽑아 버린 후였다.

  “덤빌 때는 사람을 잘 골라야 하지. 적어도 이쪽이 이야기할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말이야.”

  “씨발, 좆까!”

  욕설을 내뱉으며 남자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잭은 그를 발로 차서 다시 굴렸다. 딱히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굴리고 있다 보면 말이 통하는 누군가가 찾아올 것이다. 이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말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이 자리에서 설득하는 거지만.

  “이봐. 난 바쁜 사람이야. 물론 맨손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자, 봐. 이건 니트로야. 네가 손 댈 일이 지금 외에는 없는 종류의 물건이지.”

  잭은 손에 종이 봉투를 하나 꺼내 들었다.
  컬러즈로부터 빼앗은 니트로를 잭은 전투용 각성제로 몇 개 챙겨두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특히 순도가 높기 때문에 중독자들은 꽤나 껄떡 거릴 물건인 것이다.
  실제로 남자의 시선은 딱하고 봉투에 고정되어 있었다. 

  “날 도와주면 우선 하나를 주지. 그리고 제대로 끝내면 하나 더 주겠어.”

  잭은 그렇게 말하면서 남은 손으로 약봉투를 들어 보였다. 남자는 “내 놔!”하고 소리치며 잭의 손에서 약봉투를 빼앗으려고 덤벼들었지만, 잭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가볍게 남자의 돌진을 피했다.

  “섣부른 짓은 소용없어. 할 거야. 말 거야.”

  “할게! 줘. 어서!”

  남자는 거칠게 달려들었고 잭은 약봉투를 멀리 던졌다. 남자는 단 번에 약봉투를 향해 달련 간후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펼치고, 빨대를 꺼내 코로 흡입하기 시작했다.

  “흠, 점막으로 흡입하기엔 제법 강렬할 텐데.”

  실제로 남자는 매우 어지러운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는 듯했고 적어도 방금 전까지 보다는 나아 보였다. 온 몸에 감돌고 있던 필사적인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오어, 이게 끝내주는데. 그래, 형씨. 뭘 원하는 거야.”

  “【블랙크로】를 만나고 싶은데.”

  “블랙크로? 형씨 얼마 만에 돌아온 거야? 그 아저씨는 이미 죽었어. 재수가 없었거든. 어, 어. 어어. 그러니까 괴물 쥐한테 먹혔지. 좋지 않았어.”

  “아, 그래?”

  또 한 명 아는 사람의 생사를 확인하게 된 잭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또 한 명 명부에서 지워져야 할 인물이 생겨난 것이다.

  “그럼 지금은 누가 위에 있지?”

  “그렉토. 지저분한 놈이지.”

  “그렇군. 우선 그 친구를 만나고 싶은데.”

  “하, 형씨가 뭔가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렉토는 쉽게 만나주지 않아. 개좆같은 새끼니까. 이게 없으면 안 되지.”

  남자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실물 화폐가 거의 사라진 시대이지만, 잭 역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건 신경 쓸 것 없어. 일단 나만 데려다 주면 돼.”

  “이거라면 하나로는 부족해. 좀 더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좋아. 하지만 서둘러 줬으면 하는군.”

  시간이 아깝다. 잭은 약봉투 하나를 더 넘겨줬다. 공포를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쪽이 더 편리하고 손해가 적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하하하. 히히히.”

  남자는 히죽 웃으며 봉투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서 가까워.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는 남자의 뒤를 잭은 따라갔다. 이미 꽤 시간을 사용했다 최단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고 하겠다.

  ‘와일드 울프와 퀵샌드가 잘해주길 빌 수밖에 없나.’

  우선 잭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블랙클로가 살아 있었다면 일이 쉽게 진행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그렉토라는 자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지만 제법 성가신 협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마약 봉투로 꼬실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약에 미친놈들 정도가 끝인 것이다. 아무리 너절한 놈들이라고 해도 한 조직의 우두머리라면 그에 걸맞는 비전과 야망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었고, 현물을 대가로 받는 짓을 하는 품위 없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걱정은 곧 풀렸다.

  “미친! 올드잭이잖아. 우와, 자네 아직 살아있었나! 젠장! 자네도 세월만큼은 못 피하는 군. 머리가 허옇잖아!”

  경비 중에 잭을 알아본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잭은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크로의 부하들을 만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고, 일일이 기억하기엔 이들의 특징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얼굴에 강철판을 덧대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색을 드러내고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 눈에 띄는 신체의 부위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흔한 특징이지만 강철판을 투구 모양으로 덧대는 놈들은 드문 것이다.

  투구의 모양으로 구분하면 그만이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많은 않다. 게다가 그런 놈들만 우글우글할 경우에는 말이다.

  잭을 안내했던 마약중독자는 이것만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지 잭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설마 당신 전사단과 아는 사이였어?”

  “아, 그래. 자, 이건 약속한 거다. 가라.”

  “오, 오우, 그럼 잘 있으라고!”

  봉투를 받아들고 마약중독자는 부리나케 도망갓다. 그런 마약중독자를 보며 전사단의 남자는 바닥에 “퉷!”하고 침을 뱉으며 경멸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곧 잭을 향해 표정을 바꾸며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온 이유가 뭐야. 블랙클로에게 받아낼 것을 받으려고? 뭐, 그게 아니라면 자네는 환영받을 거야.”

  “죽었다고 들었지만.”

  잭이 시선을 아직 멀리 등이 보이는 마약 중독자를 가리켰다.
  전사단의 남자는 또 다시 인상을 썼지만 그래도 잭에게는 웃는 표정을 보이려는 노력을 하는 듯이 표정을 고치며 대답했다.

  “그래. 뒈졌지. 지금은 그렉토가 전사단의 단장이야.”

  “모르는 이름인데. 그런데 지하 전철을 사용하고 싶은데. 버너먼트 거리까지. 허락을 받고 싶군.”

  “흥. 기다려. 그렉토를 불러오지.”

  전사단의 남자는 그렇게 말한 후 문에 붙은 인터폰을 눌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통화를 시작했다.
  물론 잭은 다 듣고 있었다.

  아무리 목소리를 낮춰도, 잭의 예민한 감각으로부터 도망갈 수는 없었다. 최근 겪은 과격한 전투들은 한 동안 묻혀 있었던 잭의 예리함을 되살려 냈고, 지금의 잭은 자신의 나이를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절호조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화의 내용은 대단할 것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전사단이 잭의 존재를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에 잭은 흡족해 했다.

  퇴물취급 받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명성은 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젊은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거친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잭은 자신이 아직 끝날 때가 한참 남은 현역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얼굴로는 무표정으로 가장하고 있어도 속으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잭은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아직도 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그렉토가 곧 나올 거다.”

  전사단 남자의 말에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없었다. 잭은 그저 기다리면 되었다. 물론 초조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시간은 촉박하고 사람을 기다려 주는 법이 없다.

  물론 약한 모습을 보일 생각도 없었다. 이들은 사람의 약점을 찾아내는 데는 도가 트인 자들인 것이다. 성가신 일을 피하고 싶다면 차라리 충돌을 불사할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편이 나았다. 특히 뒤를 받쳐줄만한 명성과 인맥이 있다면 말이다.
  그렉토는 곧 나타났다.

  “올드 잭이 왔다고?”

  그는 화려한 가면을 쓴 남자였다. 블랙클로와 달리 양 팔을 의수로 대체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어깨 위로 가면과 연결된 파워아머를 입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정면 장갑이 없었던 탓에 상반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쓰다 버려진 파워아머를 가져다가 수리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잭는 생각했다. 틀리지 않을 것이다. 파워아머같은 비싼 물건을 전사단이 정규루트로 구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이다.

  “진짜군. 더 늙었지만 기억나.”

  “나를 아나?”

  잭은 양손을 자유롭게 풀어둔 체 말했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그렉토는 철컹 철컹 파워아머의 금속음을 내며 

  “자네가 처음 왔을 때 그 자리에 있었지. 그 때 자네는 맨손이었고, 우리 쪽은 10명이 있었지. 오크가 그 중 여섯이었고, 한 명은 마법사였지. 그리고 자네는 맨손으로 우리를 때려눕혔고. 지금은 좀 더 늙었지만, 우리 수는 더 적고, 오크 수도 더 적고, 마법사도 없고, 네놈에겐 칼이 쥐어져 있고. 하, 더 위험한 상황이군. 자 그래서 원하는 것이 뭐지?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버너먼트 거리로 가고 싶다. 지하 철도를 사용하고 싶은데.”

  “하? 그걸 이방인인 널 위해 해줄 이유가 없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가 공짜로 해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우릴 좆으로 보면 죽는다.”

  “설마. 블랙클로는 나에게 빚이 조금 있지. 그걸 이제 받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 있는 놈들을 죄다 때려눕히고 가고 싶지만, 그건 좋은 생각이 어니었다. 적어도 눈앞의 놈들을 한 번보고 말 것이라면 그래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이 지하수로에 살고 있다고해도 지상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갱단의 양 공급원이자, 제작자인 동시에, 인신매매범이자 장기매매범이며, 지상의 쓰레기들을 받아서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사회적인 역할은 잭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다루고 있는 지하 철로였다. 생산한 마약과 인력을 옮기는 지하철도는 대단절 이전의 유산으로 움직이고 있는 중요한 물건이었지만, 동시에 편리한 이동수단이기도 했다. 동시에 전사단이 지하를 장악하고 나름 먹고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잭이 이용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비밀리에 움직일 수 있고, 속도도 빠르다. 지금 상황에서 최적의 탈것인 것이다.
  심지어 잭은 현재 협상이 결렬된다면 탈취하는 것도 감안해두고 있었다.

  “전대의 빚을 이제와서 받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

  그렉토는 말했다.

  “그러면 뭘 바라지? 미안하지만 너무 돈은 후불로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횡이야. 일하는 중이거든.”

  “돈에는 관심 없어. 어처피 러너가 줄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은 뻔하지.”

  그렉토는 바라지도 않는 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네 실력이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친구들이 있거든. 그 놈들을 좀 처리해줬으면 하는 군.”

  “이 중으로 일을 받을 만큼 한가하진 않아. 모두 해치워라 같은 것은 물리로군. 타협점은 있나? 정확하게 어떤 문제지? 짧고 간결하게 설명해.”

  “우리에게 간섭하려는 갱들이 있지. 최근 커지고 있는 놈들인데. 자네도 알 거야. 최근 자네와 충돌이 있었다더군.”

  잭은 소문 한 번 빠르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이틀 전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것도 밤에 있었던 일이니 실제로는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그렉토의 귀에 들어가 있다니. 그의 정보력은 잭의 생각 이상으로 좋은 듯 했다.

  “컬러즈로군.”

  잭이 짧게 대답하자 그렉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가든 소란을 피우는 놈들이지. 놈들이 이 지하 쪽에 기웃거리고 있거든. 가능하면 이쪽에 손을 못대게 해줬으면 하는데.”

  “좋아.”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지. 하지만 시행은 이번 일이 끝난 후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안 돼. 자네의 인맥들 중에 그게 가능한 사람도 있을 것 아닌가? 최근 퇴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더라도 올드잭에게 빚을 진 사람들은 여기저기 있지. 전 두목처럼 말이야.”

  잭은 한숨을 쉬었다.
  어디까지나 지나간 시절의 빚이다. 그것들을 모두 챙겨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미뤄뒀지만,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해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지.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해볼 수는 없어. 버너먼트 거리에 가서 이행하겠다. 어차피 돌아오기 위해서도 여길 이용해야 하니까.”

  그렉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화이트퍼니셔와 소란이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그 놈들과 충돌이 생기면 누구라도 밖에 돌아다니기 힘들어지니 말이야. 자네처럼 능력과 운을 겸비한 친구가 아니면 돌아다니기 힘들어지는 법이고. 어이, 이 친구를 안내해줘. 그럼 계약 이행을 기다리고 있지. 잭.”

  그렉토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잭은 끄덕하고 작게 목례를 한 후 안내자들을 따라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