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 컴퍼니의 롤랜드 파렐 회장은 본인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며 혐의 일체를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세계 최대 기업의 회장 나리가 말 그대로 파도와 같은 인파에 휩쓸리듯 발걸음을 떼고 있다. 검찰은 무려 13시간 동안 조사한 끝에 일단 파렐이 귀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몰려들며 질문 세례를 던졌지만 파렐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차를 타고 가버렸다. TV를 통해 이 모습을 보던 스턱만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진짜 불독같이 생겼다. 안 그래?"
"인상 품평하려고 보는 게 아니거든."


올리비아가 어이가 없어서 쏘아붙이듯 대답했다. 스턱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맞받아쳤다.


"봐서 뭐하게? 파렐이 지금 할 말은 뻔하지. 꼬리 자르는 데 급급할 텐데 뭘."
"꼬리 자르기라, 하지만 부하의 '개인적 일탈'인 경우는 거의 없지.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선 말야."
"혹자는 너무 무모했다고 해. 맞아. 파렐은 이성의 끈을 놔 버렸어. 패러데이처럼. 중요한 건, 파렐은 실패했고, 패러데이는 성공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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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너희들 누구야?"


녀석들을 완전히 포박한 채 무릎 꿇린 다음 방탄 헬멧을 벗겼다. 내게 악다구니를 쓰며 묻는 이 여자가 아마도 퀸즐이렸다. 이제 막 깨어난 채 비몽사몽하고 있는 이 친구가 아일란트일 것이고.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는데. 질문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거지!


"윽!"


내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얻어맞자 아일란트라는 녀석이 짧은 비명을 지른다. 맞은 부위를 손으로 감싸 쥐고 싶겠지만, 두 손마저 뒷짐 지게 한 채 꽁꽁 묶었으니 통증만 얼얼할 것이다.


"윽.. 크흑.."
"빌어먹을.. 우리에게 뭘 알아내려는 거냐!"


질문은 내가 한댔지!


"아악!"
"아일란트!"


이번엔 군홧발로 아일란트의 복부를 후려 찼다. 그 모습에 퀸즐이란 여자가 또 나를 노려본다. 


"저, 프로스트. 위험한 사람이라길래 잡긴 했는데 대체 이 녀석들 뭘 잘못한 거야? 옷차림을 보아하니 당신과 같은 곳에서 온 사람들 같은데."


내가 꽤나 거칠게 나오자 리스도 껄끄러운지 내게 물어본다. 자세한 설명 없이 일단 우리를 방해할 놈들이니 잡아야 한다고 했으니까. 설마 내가 이렇게 사정 두지 않고 두들겨 팰 줄은 몰랐나 보군. 이제 사정을 말해야겠지. 일단 이놈들은 나와 한패가 아니며, 여기에 절대 발을 들여놔서는 안 될 놈들이었다는 것까지. 


"확실히 당신네 민간인은 오면 안 되는 곳이라곤 했지만, 이 사람들은 군인 같은데?"


리스가 자신도 모르게 핵심을 정확히 말해 주었다. 그렇다. 다른 곳에서 온 리스라면 몰라도, 레버티에 사는 민간인은 이곳 근처에도 얼씬 못 하도록 출입금지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것이다. 그것도, 군인이 아닌 자들이 무기까지 들고! 


"무기는 들고 있는데 군인이 아니라면 용병인 거야?"


정답에 이르렀다. 리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겠지만 내가 사는 곳에선 아주 익숙한 '민간군사기업'에서 보낸 떨거지들이겠지. 돈만 된다면 갖은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쓰레기들. 이런 놈들이 이 재앙급 위기에 순수하게 국가를 위해 움직일리가 없고,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왔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 전에 먼저, 아틀란티스 놈들인지 아니면 갈드 놈들인지도 알아야 했다. 아일란트란 놈이 같잖은 소리 집어치우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대답할 것 같아?"


쉽게 대답할 놈들이 아니란 건 다 안다. 어느 쪽 놈들인지는 이놈들 소지품만 뒤져 봐도 될 일이다. 먼저 놈들이 가져온 무기를 압수했고 그중 쓸만한 건 내가 챙겼다. 마침 돌격소총 탄약이 다 떨어졌는데 이놈들 총과 탄약을 쓰면 어느 정도 보충이 될 거다. 혹시 더 쓰게 될 일이 있을지도 몰라 에너지 배터리도 죄다 몰수했다. 덕분에 배터리 네 개가 공짜로 생겼다. 배터리 규격상 내가 사용하는 장비에도 사용 가능하다. 이러면 은폐장 등을 훨씬 더 오래, 많이 사용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렇게 살펴보니 뭐, 아틀란티스 놈들이군.


"뭐? 웃기지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워!"


놈들은 애써 부정한다. 이런 때를 대비해 용의주도하게도 물품에 드러날 만한 표시는 죄다 가리거나 지웠지만, 내가 이래 봬도 특수부대다. 용병 놈들이 사용하는 무기 제원 같은 건 빠삭하단 말씀. 무엇보다 갈드 쪽 용병들은 레이저 무기를 거의 쓰지 않는데 이놈들은 레이저 소총도 가지고 있다. 소총은 아니어도 레이저는 나도 갖고 있지만.. 아무튼 이놈들은 아틀란티스 용병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제 무슨 목적으로 여기 기어들어 온 건지를 알아봐야 할 때이다. 그런데 리스가 다시 불쑥 끼어든다.


"저, 근데 프로스트. 그 뭐지?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붙잡기 전에도 이 녀석들과 대화를 했잖아?"


무전 통신 말이로군. 마법을 사용하여 전언을 한 것도 아닐 테니 확실히 그녀로선 생소한 개념이겠지. 그런데 그건 왜 묻는 거지?


"그 대화 내용 기억 안 나? 나 그때 약간 섬뜩했는데?"


순간 퀸즐과 아일란트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왜 이러는 거지? 대화 내용? 그때 대화가 뭐 어땠길래?


"이 녀석들 분명 그랬잖아! 고작 로봇 세 대가 괴물들을 박살 내는 걸 보고 '우리가 찾긴 제대로 찾은 모양'이라고."


그게 뭐.. 아니, 잠깐. 찾긴 제대로 찾은 모양이라고? 아니, 그럼.. 아, 아! 아! 이런! 그랬군. 이놈들, 이, 이 빌어먹을 놈들! 


"제, 제길.."


퀸즐과 아일란트가 하나같이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긴, 지들 입으로 다 불어버린 셈이 됐으니 발뺌할 수도 없겠지. 그래, 그랬던 거야. 이놈들.. 


"그래, 프로스트. 이 녀석들.."


이미 한참 전에 로봇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거다. 


"알고 있었던 정도가 아니겠지."


애초에 여기 잠입한 목적이 로봇을 찾는 것이었겠지!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