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노블레스로 연재하던 소설 쪽에 신경쓰느라 여기에
거의 신경을 못 썼습니다.
오랜만에 썼더니 내용이 헷갈려서 고생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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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은신처는 도시의 구석에 있었다.
  어둡고 음침한 빈민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을 지나 은밀하게 숨겨진 뒷문 안쪽에 숨겨진 은신처는 겉보기와는 달리 세련되고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심지어 관리인도 존재했다.

  잭은 이 장소가 샘의 대피소 중 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직업을 생각해보면 몇 곳 정도 거점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대피소가 없는 쪽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나쁘지 않군.”

  잭의 감상은 그랬다.
  상당수의 인원이 대기하고 있었고, 무기도, 의사도, 침대도 있었다.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레드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잭 역시 기본적인 검진을 받고, 부상을 치료받았다.

  성능 좋은 재생 장치의 효력으로 잭은 부상을 거의 회복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여기는 장사하는 곳이야. 내가 운영하는 곳은 아니지. 하지만 연줄이 있어 비상 대피소로 쓰지.”

  샘은 이 장소를 그렇게 설명했다.

  “신뢰할 수 있소?”

  “물론. 그렇지 않으면 오지도 않았어. 뒤로 제휴가 있지. 다들 알겠지만 뒤통수를 쉽게 치는 녀석은 살아남기 어렵고 말이야.”

  “제휴라.”

  와일드 울프가 샘의 곁으로 다가갔다.

  “슬슬 그 제휴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겠소?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 말이오.”

  “재미있는 이야기로군. 내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오호. 그럴리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놈이 배신자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배신자는 적과 화해하라고 말하는 법이지, 샘.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하진 않아. 우리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뭐지?]

  퀵샌드가 그렇게 말하며 홀로그램 영상을 틀었다.
  샘은 영상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곧 한숨을 쉬었다.

  “어디서 발견한 거야?”

  [의뢰자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지.]

  “우리 사이에 배신은 있을 수 없을 텐데.”

  샘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모두 목숨을 걸고 한 배에 올라탄 것이다. 이 배의 티켓에는 마법적인 구속이 걸려 있었고, 모두가 일치단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구명선을 한 명만 독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반드시 배신이란 것이 서로의 뒤통수를 때린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야. 모두가 같은 조건인 줄 알았는데, 한 명만 유리하다면 그것도 문제가 생기지. 침몰하는 배에 다가온 구조선이 딱 한 명만 구조해 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잭은 샘을 압박하듯이 한 걸음 다가섰다.
  샘은 잭이 다가선 만큼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샘은 벽이 등에 닿기 전에 실토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숨기기 어려울 것 같군. 너희들이라면 적당한 시기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어.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른데. 생각 이상으로 너희들은 유능한 것 같군.”

  샘은 그렇게 말한 후 의자에 걸터 앉았다.

  “하지만 보채지 않아도 조만간 이야기 할 거였어. 지금은 비상사태니까. 비장의 수가 있다면 지금 꺼내 쓰지 않을 수가 없지.”

  그리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잭과 퀵샌드, 와일드 울프를 둘러 보았다.
  그의 표정은 당당했다. 뻔뻔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그의 얼굴에 주눅 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비밀 서약을 하라고까진 말하지 않겠어. 자네들 스스로 잘 알 테니 말이야. 이쯤 되면 내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고 있는지 알겠지?”

  정확하게 누군지는 모르더라도 짐작 가는 바라면 셋 모두에게 있었다. 그리고 아마 그가 샘의 배후일 것이라는 짐작도 갔다.

  백만 크레딧짜리 일을 지원할 수 있는 인물.
  그리고 저렇게 강력한 서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

  물론 에이드리언이라는 인물이 실존하기는 할 것이다. 그 역시 목숨을 걸고, 거금을 투자해 샘을 고용했겠지만, 이를 보고 힘을 보태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에이드리언도 샘의 배후에 있는 인물이 누군지 모를 것이다.

  에이드리언은 뒷세계과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순진한 월급 노예임에 분명할 테니 말이다.
  “그에 대해 말해도 상관없지. 이미 거기에 대해선 허락 받았으니까. 하지만 너희들도 그에게 얽히게 되겠지. 그래도 좋다면 말하겠…….”

  샘이 갑자기 입을 닫았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일행의 뒤를 황망히 쳐다봤다. 일반적이라면 일종의 속임수가 사용될 상황이었지만 그 시선이 가진 진실미에 잭도, 퀵샌드도, 와일드 울프도 모두 뒤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일행은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호리호리한 인상의 키가 큰 남자. 단지 그가 엘프라고 불리는 상위종족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턱수염을 깨끗하게 다듬고, 잘 연습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기까지 하게 샘 군. 아아, 여러분들에게 설명하기 전에 우선 나의 소재부터 하지. 나는 말하자면 이번 일에 아주 관심 있는 어떤 분의 대변인이네. 원래라면 이렇게 개입하지 않겠지만, 우리 중요한 사원에게 문제가 생길 것 같기에 찾아왔지. 그것도 아주 좋은 타이밍에 찾아온 것 같군.”

  우아한 어조로 엘프 남자는 그렇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저, 저는…….”

  샘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오, 불쌍한 샘군. 걱정말게. 이건 부득이한 일이었으니 말이네. 오히려 이 정도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이 일에 끼어들기 어렵지. 솔직히 감탄했네. 우리는 전멸도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네. 사망은 한 명. 부상이 둘. 그리고 2명이 건재하다라. 이만한 인력을 모은 자네의 수완은 칭찬받을 만하군. 다음 월급에 날 보너스를 기대해도 좋을 거네.”

  “그러니까 당신이 샘이 상사인 거요?”

  잭의 물음에 엘프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니. 아니네. 상사는 아니지. 그에게 달마다 돈을 보내주긴 하지만 말이네. 우리는 별로 대등한 관계는 아니지만 표면상으로는 그런 관계지. 지닌 돈의 차이와 오가는 금액의 크기가 그를 비굴하게 만드는 거라고 할 수 있겠군. 아, 물론 권력의 차이도.”

  엘프는 샘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샘은 거의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잭은 실장 그 엘프야말로 배후 그자체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초월종들은 그런 장난을 좋아하는 법이다. 그들 나름의 유희인 것이다.

  “우선 나의 소개부터 하지. 이름은 제임스. 명함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네. 회사도 직급도 일단 비밀이라서 말이네. 그리고 자네.”

  제임스는 퀵샌드를 가리켰다.

  “찾아봐도 좋지만 뒷감당은 스스로 해야 할 걸세.”

  [숙지하지.]

  퀵샌드는 짧게 대답했다.
  제임스의 그 말은 일종의 경고였다. 지나치게 파고들면 퀵샌드 본인이 시체로 발견될 것이라는 경고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제임스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제임스에게는 그 정도의 힘이 있었다. 물론 시체적인 힘이 아니다.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힘 말이다. 게다가 샘 정도 되는 중개인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을 보면 그것은 보통 크기의 기업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기업의 대변인에게 기분대로 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물론 잭이라고 해도 다를 것은 없었다.

  “아무튼 좋네. 사업의 이야기로 넘어가지. 다행이 이쪽의 계획이 완전히 흘러나간 것은 아니네. 에이드리언이 무사한 것이 그 증거지. 그런 의미에서 자네들에게 또 하나의 목표가 더해질 거네. 바로 에이들이언을 무사히 데려오는 것이지.”

  “원 의뢰인을 말이오?”

  와일드 울프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의뢰는 보통 직접 이뤄지지 않소?”

  보통이라면 그럴 것이다. 보통이라면.

  “아니, 에이드리언은 우주에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샘을 붙여줬지. 하지만 잘 되지 않았어. 아무래도 적 쪽에 먼저 들켜버린 모양이네.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 지상에서 자네들이 실험체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이었지만 이제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게 되었네.”

  “본래 계획이 매우 궁금하군.”

  잭이 말하자 제임스는 턱짓으로 샘을 가리켰다.

  “그걸 설명하는 것이 이 친구의 역할이지.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사용할 것이네. 레드아이의 부상이 치료되는 즉시 자리를 옮길 생각이지. 야만적인 결과가 되겠지만 이제 방법이 없다네.”

  [그 방법에 대해 설명할 생각은?]

  퀵샌드가 묻자 제임스는 “없네.”하고 딱 잘라 말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이야기해줄 걸세. 아직은 아니네. 어디까지 우리가 안전한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지. 정보를 제공해서 불안 요소를 늘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네.”

  아무래도 이번 기습이 그들의 신중함을 좀 더 강화시킨 듯 했다.

  잭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백만 크레딧짜리 일에 어떤 위험이 더해 진다한 들 별로 이상할 것은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미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배였다. 한 번 탄 이상 끝까지 함께 가는 길 외에 다른 길은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질문있나?”

  제임스가 그렇게 말했지만 거기서 질문을 던질 바보는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제임스가 이 임무를 성공시킬 생각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바보는 없었다. 그렇다면 얌전히 기업의 방법에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이미 일의 스케일은 모든 면에서 잭이나 퀵샌드, 와일드 울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은 까마득하게 넘어서 있었다.

  100만 이라는 가격이 제시되었을 때 이런 사태도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잭이 궁금한 것은 에이드리언의 상황이었다. 그는 지금 우주에 있다. 우주에 있다는 것은 그가 달의 연구소에 있다는 이야기이다.

  원래라면 그는 지상으로 내려와야 했지만, 프로젝트를 파괴하려는 계획이 잡혀있는 지상으로 내려올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과연. 다음 에 무엇을 할지 대충 예상이 가는 군.’

  하지만 그말대로 실현되려면 뒤에 있는 평범한 대기업 정도로는 무리였다. 전 세계에 발을 붙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정도가 되지 않으면 그 정도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아니, 다국적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무리일 것이다.

  잭은 제임스가 샘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개인일 가능성 역시 생각했다.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업과 기업을 잇는 중개인. 에이드리언의 의외를 계기로, 제임스의 중개를 받아 반대파인 여러 기업들이 모이고, 샘이 실행자로서 나서게 되었을 가능성이 그럴싸한 시나리오로서 만들어졌다.

  어째서 처음 그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잭은 자신의 머리를 한탄했다.
  물론 100만 크레딧이라는 금액 정도는 부유한 상류층 개인이라면 전재산을 털어내는 것으로 장만 가능한 금액이기 때문이었지만, 그걸 알았다면 어느 정도 전개를 읽어내는 것도 가능했을 거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기억의 이윤이 얽힌 상황에서 양심 있는 고급 노예의 양심선언인 줄 알았더니, 처음부터 기업의 거미줄 위에서 진행되는 치킨 게임이었던 것이다.

  “없어 보이는 군. 우선 다들 돌아가 쉬게. 레드아이란 친구가 깨어나면 바로 출발할 테니까. 샘.”

  제임스가 부르자 샘은 일행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제임스와 샘. 둘만이 들어야하는 종류을 나눌 예정인 것같 았기 때문에 셋은 순순히 밖으로 나왔다.

  “상상 외로 거물이 엮인 모양이오.”

  와일드 울프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며 와일드 울프는 후- 하고 입김을 불었다. 입김에서 짧에 빛이 나더니 짤막한 문장을 만들고 흩어졌다.

  [모여서 이야기를 해봅시다.]

  잭은 시선으로 그 문구를 슬쩍 보고 태연하게 방으로 걸어갔다.
  셋은 잭의 방에 모였다.

  상황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 감시당하고 있을 것이다. 다가온 인양선은 아무래도 구할 상대를 신중하게 고를 뿐만 아니라 그대로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이들이었기에 셋의 행동은 조심스러웠다.

  [봇으로 우선 일부 카메라를 해킹했다.]

  “봇?”

  잭이 묻자 와일드 울프가 설명했다.

  “바퀴벌레 정도 크기의 로봇이오. 단말로서 뿐만 삼시 용도로도 사용가능하지만 단지 내구성이 워낙 떨어져서 사용할 수 있는 장소는 실내정도요.”

  [비밀 이야기라면 이제 해도 좋다.]

  “그럼 우선 말인데. 이번 일의 뒤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해. 그런 먼저 말해두지.”

  “배후를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단 말이오?”

  잭의 말에 와일드 울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어차피 특정하기 어렵다거나 하기 보다는 일종의 연합일 가능성이 높군. 제임스는 대변인이라기 보다는 그 기업을 사이를 엮는 중개인일 거야.”

  잭은 자신의 예상을 털어 놓았다.
  그가 이렇게 자신을 생각을 자신있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이유는 비슷한 케이스의 일을 겪어본 적 있기 때문이었다. 스케일은 좀 더 작고, 이렇게 2중으로 중개인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황과 제법 유사하다고 할 수 있었다.

  “프록젝트에 반대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엮인 상태라고 해도 좋겠지. 다음은 아마 우리를 직접 비행장으로 쏘아 올리는 것이겠지. 그리오 에이드리언을 확보해 탈출한다. 미션의 승리 조건이 그것으로 변경되었다고 했지?”

  [그랬군. 제임스가 말했다.]

  “흠. 원래라면 에이드리언이 지상에 잇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었소. 흠, 그럼 우리가 달로 간다는 것인데.”

  “처음 의도대로라면 에이드리언의 협력을 받아 실험체로 달로 보내질 예정이었던 것 같다. 아마 궤도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갈 예정이었겠지. 하지만 계획이 발각되었다. 조용히 보내는 것은 어렵지. 궤도 엘리베이터? 이건 초월종들 사이의 세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물건이야.”

  “단순 반마법적 존재라면 그렇게 위협이 되지는…….”

  “그렇지. 그렇지만 놈들을 폭탄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마법적인 의존도가 높은 존재일 수록 손해를 입게 돼. 물론 이건 비약이야. 배후의 규모를 보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짜맞춘 거지. 그러니 일단 이건 좋아. 중요한 것은 이 정도로 이번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야. 다음 행선지는 아마 로켓 발사대가 되겠지.”

  “지나치게 큰 비약이 아닌가 합니다만.”

  [아니. 방금 찾아봤는데. 우주선 부품들이 매매되고 있다. 그것도 여러 건이 빠르게. 모르고 찾는다면 눈치 채기 어렵겠지만 운송 경로를 쫓은 결과 우리가 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퀵샌드를 그렇게 말하고 배송처를 가리켰다.

  “오, 제길. 가깝군.”

  “새 동료가 끼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군. 와일드 울프. 레드아이가 우주에서도 정확하게 저격할 수 있도록 빌어 보자고.”

  “우주선을 조종할 친구 한 명이 들어오는 것 까지는 알겠소. 하지만 이 경우 에이드리언을 굳이 확보하려는 이유를 모르겠소.”

  와일드 울프의 생각은 타당했다.
  물론 잭에게는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그리고 퀵샌드도 마찬가지로 짐작이 가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대응책을 찾으려는 것로군.]

  퀵샌드가 그렇게 말하자 잭 역시 고개를 끄덕여 동의의 의사를 표했다.

  “어차피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 이상 어떻게든 기술은 완성될 거네. 단지 시기의 문제이지. 하지만 이번 목적은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군. 즉 마법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초월종과 그렇지 않은 초월종 사이에 난 싸움이라는 이야기야. 그런 면에서 이 에이드리언이라는 친구는 불쌍하군. 귀환한다고해도 편한 삶은 살기 어려울지도 모르지.”

  “평생 사육 당할 것이오. 기업의 방식이오.”

  “문제는 우리도 그리 무사하지만은 못할지도 모른다고 거지. 부디 정직하고 의리있는 친구들이길 바래야 겠군.”

  [그때에 대비해서 더미 파일들을 조금 만들어 뒀다. 상황에 따라 교섭용도 정도로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준비성이 좋은 것은 좋은 일이지.”

  잭은 벽에 등을 기댔다.
  별로 그런 것에 관해서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업 하나하면 쓸만한 협박 수단이었을지 모르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기업이 하나가 아니었다.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와일드 울프가 말했다.

  “잠깐. 그렇지만 샘이 말하지 않았소? 자신의 상관에 대해서. 그가 제임스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와일드 울프의 발언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와는 아는 사이로 보였다.]

  와일드 울프의 말대로라면 확실히 그 부분은 이상했다. 잭은 뭔가 크게 어긋나는 것을 느꼈다.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고 해도 자체적으로 우주로 로켓을 쏟아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세계 최고의 기업 조차도 그렇게 단기간에 일을 해결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분명히 여러 기업들이 얽혀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제임스의 정체가 수수깨끼였다.

  “확실히 이상하군. 샘이 한 말과 제임스에 대한 태도는 일치하지 않아. 뭔가 전제가 잘 못되었어.”

  [하지만 다수의 기업이 끼어있다는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도 연결이 되지 않는 회사들이 각자의 부품을 구매했다. 이것은 다수의 기업이 이번 일에 참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샘과 제임스의 관계를 파헤쳐볼 필요가 있소만. 퀵샌드. 할 수 있을까?”

  [해보지. 하지만 시간이 걸릴거고 성과가 없을지도 모른다. 크게 기대하진 마라.]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그렇게 말하는 와일드 울프지만 별로 포기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말했다.

  “나도 별개로 조사해보도록 하지. 올드잭. 그쪽은 어떻게 할 거요?”

  오히려 자신이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라고 잭은 생각했다. 어떤 방법으로 조사를 할 것인가? 소환술사인 만큼 수단이야 있겠지만, 저런 깊은 곳에 숨어있을 비밀을 알아낼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뭔가를 해야 했다.

  “친구를 만나볼까 생각 중이네. 그 녀석이라면 분명히 뭔가 조언을 줄 테지. 다소 위험한 일일지라도 말이야.”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소?”

  와일드 울프가 깜짝 놀라 물었지만 잭은 별 것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언제나 포기하지 않으면 방법은 생기는 법이지.”

  조금 고전적인 방법과 고전적인 이야기가 이 자리에 들어올 시간이었다. 잭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동료들이 있었고,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현역이던 시절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은퇴했다.
  이제 아는 사람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잭은 떠나간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야 할 때가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