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폐교 연쇄실종사건

(6)

 

 

자정을 눈 앞에 둔 시각에 산에서 나무들이 가지들을 부딪치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울음소리 같은 것만이 공기 중에 있어서, 윗층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발소리는 잘 들렸다. 하지만 말소리를 알아듣는 것은 어려웠다.

잘 안 들리는데.’

민기가 입을 뻐끔거렸다.

올라가야 하는 거 아냐? 준서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옆의 은영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청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이런 오컬트 매니아들이 모여서 자기들만의 의식이니 주술이니 뭐니를 할 때에 큰 소리를 내면서 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분위기에 죽고 사는 작자들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한 은영은 준서의 어깨를 치면서 옆방에서 기다렸어야 했다라고 입을 움직였다.

옆방에서 기다렸어야 하나? 준서는 조금 후회했다.

하지만 이층에서 옆 교실에 숨어있다가 혹시라도 다른 교실로 들어올 경우는 최악이었으므로, 그것부터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밑에서 위층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까부터 들려오던 동물 울음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가 점점 커졌다. 아니, 이미 동물 울음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이건 다른 소리였다.

그 오토바이 소리 아니에요?’

은영이 뻐끔거렸다.

실로 우렁찬 오토바이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민기가 벌떡 일어나더니 교장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뭐 하는 거야!’

준서가 소리쳤다. 민기는 입을 움직이지 않고 손으로 위를 가리킨 다음 망설이지 않고 걸어서 집무실을 나섰다. 보고만 있던 준서의 등을 은영이 쳤다.

쟤네가 오토바이 소리가 난다고 그만두진 않을 거예요. 저 소음이 우리 소리를 덮어줄 동안 어서 올라갑시다.”

그들은 집무실을 나와 민기의 뒤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향했다. 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느리게 갈 수도 없는 사람들 특유의 걸음걸이로 계단을 달리다시피 셋은 올라갔다.

셋은 밤을 뒤흔들어놓는 저 소리가 오재혁이 오는 소리라고 생각했기에, 바이크 소리가 멈추거나 점점 커지리라고 기대하고 있었었다. 그런데 오히려 소리는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준서는 의아하면서 동시에 올라가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멈춰섰지만, 지금 당장 올라가서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게 더 좋다고 판단한 은영에 의해 끌려올라가다시피 했다.

뒤따라가고 있던 준서와 은영은 민기가 다른 교실로 들어가리라 생각했지만 민기는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녀석은 D반 뒤쪽 미닫이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민기가 어서 오라는 손짓을 했다.

돌았어?!’

준서는 그렇게 입을 움직이면서도 그의 옆으로 갔다. 녹이 슨 경첩에 몸이 닿지 않게 조심했다. 바이크 소리가 아까보다 더 작아졌기에 그들은 숨소리를 죽였다. 잠시 후 안에서 여성의 탁하고 칼칼하지만,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페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분명했다.

오토바이는 간 것 같으니, 어서 시작할까요.”

 

D반에 남아 있는 책상 열다섯 개 중 아홉 개는 교실의 가운데에 세 개씩 줄을 지어 모여져 있었고, 남은 여섯 개는 교실의 칠판 반대쪽 벽의 귀퉁이로 치워져 있었다. 열다섯 개의 의자 중 다섯 개만이 아홉 책상과 어울려 있었고, 열 개의 의자는 대충 쌓아올려져 귀퉁이에 치워진 책상들 옆에 볼품없이 위치했다.

칠판에는 커다랗게 ‘5’라고 쓰여 있었다.

아홉 책상의 다섯 개의 의자는 책상들이 이루는 정사각형의 바깥 쪽에 놓여 있었다. 세 줄 중 칠판 쪽에 가까운 줄에서 가운데에 있는 책상에 있는 의자는 앉는 사람이 칠판 쪽을 보도록 되어 있었으며, 네 개의 의자는 칠판에서 떨어진 두 번째, 세 번째 줄의 가운데가 아닌 책상에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 의자들도 책상들이 이루는 사각형의 바깥 부분을 보도록 방향이 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네 의자 옆에 네 사람이 서있었다.

한 명은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은 해를 많이 보지 않는지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사춘기의 상징과 같은 여드름을 뺨에 두르고 있었다. 시월의 밤에 입기에는 약간 추워보이는 얇은 폴리에스터 재질의 긴 팔 셔츠 한 장만을 걸치고, 약간 통이 커보이는 낡은 청바지를 입은 채 긴장이 완연히 드러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안한 듯이 낡은 싸구려 운동화를 신은 발가락을 신발 안에서 굴리고 있었으나, 그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 알았다.

그 옆의 다른 한 명은 나이가 카페 주인과 비슷해보이는 남성이었다. 얼굴에서 튀어나온 듯한 돌출된 안구와 축 처진 입꼬리, 동글동글한 얼굴형은 쉽게 기억에 남을만한 특징들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목을 완전히 가리는 옷을 입고 온 그는 여기 모인 사람들 중 가장 따듯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보였다.

반대쪽 의자에 있는 한 명은 목이 늘어난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여성이었다. 마치 눈이 덜 열렸다는 듯이 눈꼬리 옆쪽으로 얼굴 피부가 접혀 있어서, 눈을 덜 뜬 사람처럼 보였다. 안구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 약간 불안정한 인상이었지만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을 정도였다. 문제는 마치 뭔가를 잡고 조그맣게 접고 있는 듯이 부산스레 움직이는 손이었는데, 이 카페 사람들의 적지 않은 숫자가 가지고 있는 습관이어서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 옆에 있는 것은 독특하게도 역전된 얼굴형을 가지고 있어 쉬이 눈에 띄는 남자였다. 마치 표주박처럼 볼의 아래쪽과 턱은 두툼했지만, 얼굴의 위로 올라갈수록 얇아졌다. 그 자체로는 장점도 단점도 될 것이 없는 단순히 특이한 얼굴형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얼굴형의 주인은 이런 모습이 신경쓰이는지 의도적으로 빵빵하게 부풀려서 사방으로 뻗게 만든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홉 책상들이 만든 사각형의 칠판 쪽 면의 하나의 의자가 있는 곳에 그녀가 있었다. 책상과 의자들의 배치를 눈대중으로 다시 확인한 <오컬트 이론> 카페의 주인 염소자리, 왼손에 찬 모조 진주로 만든 팔찌를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서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음미했다. 약간 작은 탓에 불편하게 조여오는 플랫 슈즈만이 염소자리의 걱정거리였다. , 집중하자. 긴장했는지 움직이고 있던 제 손들을 통제하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네 분, 의자에 앉아주세요. 이제부터 서로를 볼 수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 몫의 책상에 올려두었던 초에 성냥으로 불을 켰다. 라이터를 가지고 와서 켰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작은 소도구 하나도 더 분위기 있는 걸 쓰는 걸 그녀는 좋아했다. 나름의 프로 정신이랄까.

불이 붙은 초를 조심스럽게 아홉 책상들의 정가운데 책상으로 옮긴 뒤 제자리로 돌아갔다.

시작하겠습니다. 초가 꺼질 때까지.”

염소자리 역시, 의자에 칠판을 보는 쪽으로 앉았다.

어둠에 적응한 눈들은 주인들의 등 뒤에서 들어오는 촛불 빛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마치 백일하에 교실이 드러난 것마냥, 작은 촛불 빛을 반사하는 교실 풍경 조각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희미하게 웅웅거리는 소리와 산이 내는 기기묘묘한 바람소리 사이로, 바스락거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속삭임들이 그들의 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민기의 입모양을 해독할 수 없는 준서와 은영은 그의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이걸? 엄청난 빛을 낼텐데? 싶으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기에 민기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그는 <오컬트 이론> 카페에 들어가 뭔가를 검색했고, 어떤 게시글을 누르더니 준서와 은영에게 보여주었다. [영안 티켓이라는 의식을 발견했어요]라는 제목이었고, 글쓴이는 물병자리’. 카페의 주인이었다.

 

[……이 의식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먼저, 주변 50m 이내에 사람이 들어올 경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적절한 장소를 준비합니다. 사람들이 올 일이 없는 장소여야 하고, 밀폐가 가능해야 하며, 책상과 칠판과 분필을 이용할 수 있는 크기의 실내여야 합니다. 폐교가 가장 적절합니다.

책상을 다음과 같이 배치합니다.

---칠판---

(1) (2) (3)

(4) (5) (6)

(7) (8) (9)

칠판에 5를 적습니다.

사람들은 2,4,6,7,9번 자리에 등을 돌리고 앉습니다. 서로를 볼 수 없게 등을 돌리고 앉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5번 자리에 초를 켜서 갖다놓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초가 꺼집니다. (이때, 외부 바람이 들어와서 초가 꺼지면 안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만일 초 주변에 하얀 돌이 있거나 의자가 움직이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면, 의식을 여기서 중단합니다.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의식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시작됩니다. 칠판의 5를 지우고, 사라질 사람의 숫자를 써넣습니다. 1부터 4까지가 가능하겠지요.

그런 다음 다시 양초에 불을 켜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돌아서 앉습니다. 성공적으로 의식을 따라갔다면, 얼마 후 촛불이 저덜로 꺼지면서, 칠판에 적은 수만큼 사람들이 랜덤하게 사라지게 됩니다.

그 결과로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영안을 얻게 됩니다.

만일 자기가 사라지고 싶지 않다, 영안에도 관심이 없다고 하신다면, 그런 분들이 살아남는걸 보장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포스트잇에 자기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 네명의 이름을 적고 뒷면에는 "Ticket"이란 단어를 크게 적어 1~3번 접습니다. 그것을 자기 피부에 맞닿게 가지고 있으면 절대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신에 영안을 얻을 기회도 없습니다.]

준서가 안경을 밀어올리며 뻐끔거렸다.

뭐야, 이 어설픈 의식은. 기본 구성 요건이 없는데 이런 게 작동할 리가 없지.’

하지만 실종자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의식의 기본 구성 요건이란건 무엇인가. 결국 의식을 바치는 대상에게 바라는 것과 대가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던가. 어쩌면 이게 바로 저들이 하고 있는 짓일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실종을 완벽하게 설명했다. 부가적으로, 어떻게 두 번의 실종 사건에서 다섯 명중 두 명이 똑같이 실종되지 않고 나타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도 있었다. 영안을 함께 얻기로 두 사람이 약속하고, 번갈아가면서 사라짐을 피하는 티켓을 가지고 있으면…… 하지만 그러면 지난 두 번으로 끝났어야 하는데.

준서가 골몰하는 사이에 은영이 갑자기 스크롤을 위로 올렸다. 그녀는 급하다는 듯이 민기와 준서에게 화면을 가져다대었다.

왜요?’

민기의 물음에 은영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하고 입을 움직였다.

봐봐, 50m 이내에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잖아. 눈치채게 된다고!’

어라. 그렇네. 근데 그러면 우리가 증거를 잡을 수가 없잖아요. 멀리 나갔다가 의식이 성공해서 또 실종자가 발생하면 어떡하고!’

그때 문이 덜컹거리며 열렸고, 잽싸게 민기가 일어났다. 아직 무릎을 반 꿇고 앉아있는 두 명의 눈앞에, 흰 꽃들이 그려진 남색의 롱스커트가 나타났다. 엉거주춤 일어난 준서와 은영의 팔을 잡고 민기가 뒷걸음질쳤다. 스커트의 허리춤에 있는 왼쪽 손목에는 가짜인 듯 지나치게 광택이 나고 커다란 진주들로 된 팔찌가 있었다. 시선을 더 올리면 남색의 가디건을 입은 상체가 보였고, 그 위로는 변색된 치아를 드러내고 있는 입이 보였다.

여러분은 누구시죠? 아니, 사실 궁금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누런 이로 자기 왼손가락을 깨물었다. 방울진 핏방울이 흘러 모조 진주 팔찌 위를 굴렀다.

 

서풍을 타고 날아온 모래 악마님, 내 육신의 구원자님, 제 피를 바칩니다. 제 계약을 기억하소서.

 

뒤로 물러나!”

민기가 핸드폰을 내던지며 양 손으로 우산을 쥐었다.

누나! 수은 들어요. 형은 빨리 노트를 깨워!”

계약자라니.”

벌레들이 당장이라도 꼬일 듯 아주 달콤하지만, 먼지와 곰팡이가 그 위에 내려앉은 과일들이 풍길 법한 냄새였다. 이런 냄새라니! 준서는 오랜만에 맡는 악마의 향에 무릎이 후들거렸다.

건물 안에서 정체모를 바람이 움직였다.

준서와 은영은 오랜만에 느끼는 생존의 위협에 배가 아파짐을 느꼈다. 둘 다 경력이 없지 않은 퇴마사지만, 최근에는 하급 악마들이나, 작은 일들에 대한 미련으로 지상에 남아있던 잡귀들만 상대했던 탓에…… 그 전에 계약자와 상대했던 기억은 한참 전으로 거슬러가야 있었다.

덜덜 떨리는건 민기도 마찬가지였다. 침착하자, 민기야. 형이 노트를 깨울 때까지 네가 막아야 한다. 흔들리는 목소리로 민기가 시동문을 영창했다.

악은 잠들지 않는다, 선은 불침번을 선다! 절반 개방, 가시는 빼고.”

시동문에 우산이 호응했다. 힘을 개방한 민기의 퇴마구에서 검은 덩굴들이 빠른 속도로 기어나와 흉측하게 뭉쳤다. 민기는 손을 들어 우산을 염소자리에게 겨눴다.

그녀가 빙글 웃었다.

어머, 그건 뭐예요? 모양은 이상하지만, 중얼거린 말이 계약자가 할 법한 거는 아닌데.”

민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은영이 온 몸을 울려 발성하려 애쓴 목소리로 선언했다.

우리는 공인 퇴마사입니다. 악마와의 계약이 의심 또는 확인되거나, 악령 빙의가 확인되었을 경우, 공인 퇴마사 및 KBIP 요원들은 체포영장 없이 그를 체포 후 구금절차를 밟게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닥쳐!”

염소자리가 외치자 주변의 벽에서 수많은 바퀴벌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벽과 벽의 모서리 틈새, 바닥과 벽의 모서리 틈새, 천장과 벽의 사이에서, 갈라진 틈에서, 오랜 세월에 썩어 문들어진 나무 재질의 손잡이에서 지령을 받은 벌레들, 벌레들, 벌레들이 제 많은 다리를 분주히 움직였다.

학교 건물이 다족 생물체들의 팔다리가 내는 소리로 진동했다.

얌전히 잡혀주세요.”

민기가 위협적으로 그녀에게 가까이 가며 말했다. 새까만 넝쿨들로 뒤덮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그의 우산이 나아갈 때마다, 주변에서 벌레들이 비켜났다.

언젠가부터 붉게 빛난 염소자리의 눈이 번뜩였다. 그녀의 몸을 감싼 바람에서 색을 띤 연기 같은 것이 아른거렸다.

 

샌드맨!

 

샌드맨이면 중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