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뭔가 조잡합니다. 눈물

알면서도 시간 관계상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또 한번 눈물.

더 이상 미루면 어디까지 미룰지 장담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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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자면 이것은 완전히 도박이었다.
  버려진 거리에 사는 괴물. 정확히 말하자면 이 땅의 차원 균열이 괴물의 영역과 닿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차원의 틈새를 오가며 사는 미지의 생물. 잭은 그것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나타난 것은 오래 전.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누구도 모르지만, 최초로 목격된 것은 10년 전 버려진 거리를 연구하려던 기업의 월급 노예들이 침입했을 때였다.

  이후 잭은 놈과 관련된 의뢰를 받았다. 잭을 고용한 기업은 놈을 [브라스 서펜트]라고 불렀다. 놈의 몸뚱이가 뱀처럼 긴데다가 황동빛 몸뚱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놈이 실제로 뱀과 닮았냐고 한다면 잭으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잭이 아는 한 어떤 생물도 놈과 닮은 녀석은 없었다.

  “아무래도 잘 될 것 같진 않소만…….”

  와일드 울프가 그렇게 말했을 때 잭 역시 거의 동의할 뻔 했다. 리더로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지만, 잭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자신을 가질 수 없었다.

  확실히 자신은 늙었다. 더 이상 스스로 이전만큼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물론, 여전히 젊은 놈들에게 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 하지만 지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기술도, 경험도, 감각도 여전히 절정에 도달해 있지만 늙음 하나 만큼은 잭이라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불굴의 의지도, 자신감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이지. 이것 외에 방법은 없어.”

  잭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추적자들 뿐이라면 퀵샌드가 해킹한 장비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 퍼니셔가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방어력은 몰라도 화력만 따지면 화이트 퍼니셔는 추적자들보다 월등했다. 물론 장비는 좀 구식일 것이다. 하지만 최신식이라고해서 화력이 강하다는 것은 아닌 것이다. 대놓고 범죄자를 뭉개는 것으로 악명을 떨치는 화이트 퍼니셔는 장비의 수준이 떨어지더라도 화끈한 애인들을 데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잭이라도 그 정도의 화력에 노출되면 위험했다. 특히나 눈에 뜨지 않는 것이 좋은 러너의 입장을 생각하면, 무력과 실력과는 별개로 눈에 띄는 일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러너란 언제나 사회의 뒤편, 그림자 속을 달리는 자들이었다.
  화려하게 한 건 벌여서 얻는 명성은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 발목을 잡는 것이 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증거조차 남기지 않고 끝낼 수 있는 장소를 사용하는 쪽이 확실했다. 그리고 이 버려진 거리야말로 그러기 위해 가장 확실하고 유용한 장소였다.

  [브라스 서펜트]를 적절하게 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추적자를 끊어 낼 수 있고, 추적자들 역시 일행의 행방을 추적하기 어렵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버려진 거리를 수색해서 흔적을 찾아내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거리의 감시 설비를 이용해서 찾으려고 해도, 전산망에 존재하지 않는 러너들을 추적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나 뛰어난 러너일수록 자신의 뒷처리를 잘하는 법이었다.

  “다행이 놈에 대해서라면 잘 알고 있지. 유인하는 것은 나에게 맡기도록 해.”

  잭은 그렇게 말한 후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단순히 브라스 서펜트를 유인하는 것은 어려웠다. 놈은 차원의 틈새에 사는 가공할 생명체로 버려진 거리에 생겨난 차원의 틈이 우연이 놈의 영역과 연결되어 버린 탓에 이 땅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잭이 아는 한 놈은 시공간적으로 독립된 고차원적 존재였으며, 지능을 제외하면 드래곤에 가까운 뭔가였다. 물론 드래곤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지능이 없는 브라스 서펜트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 놈을 유인하는 방법을 아오?”

  “대충은. 물론 놈이 기억해준다면 더 좋겠지만.”

  “무엇을 말이오?”

  와일드 울프가 묻자 잭은 자신을 가리켰다.

  “당연히 나지. 퀵샌드. 샘은?”

  [곧 들어가는 군.]

  “좋아.”

  잭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브라스 서펜트를 부르기 위해선 독특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필요했다. 그 부분은 퀵샌드에게 맡겨두었고, 퀵샌드는 훌륭하게 추적자들의 장비를 이용해 해당 장치를 만들어 줬다.
  별로 굉장한 재료가 필요 없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그저 특정 주파수를 내면 되는 것으로, 그것도 그렇게 대단한 것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놈은 차원 사이에 사는 생물이기 때문에 감각이 특별해. 후각이나 시각 같은 것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고, 대신 차원 이동 전조를 찾아내는 감각을 가지고 있지. 말하자면 이건 차원균열 당시에 일어나는 주파수를 만드는 거지. 이걸로 놈을 유인가능 해.”

  [그러고 보니 이 장소에 한번 대대적인 조사가 있었던 기록을 본 적 있지만.]

  “B&H 사의 기밀 사항인데 잘도 알아냈군.”

  [매트릭스에는 여러 정보들이 돌아다니지. 특히 섀도 월드에는.]

  섀도 월드는 매트릭스 내에게 있는 일종의 암시장이었다. 거래되는 것은 정보로 보통 들어오는 것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해커들이며, 일정 능력이 없다면 입장조차 할 수 없는 폐쇄적인 장소였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이 자리에 모이고, 적절한 실력 혹은 대가가 있다면 어떤 정보도 열람할 수 있는 장소였다. 확실히 그곳이라면 B&H사의 최고 등급 기밀 사항이 흘러들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사항을 알아냈고. 이건은 흘리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과는 천지차이의 정보니까. B&H 사가 유출자를 찾아서 죽이려고 들거야.”

  브라스 서펜트에 대한 내용은 모든 것이 기밀이었다. 놈의 생태에 대해서 잭은 직접 겪으면서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확실한 것은 놈의 존재가 버려진 거리 밖에서는 관측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었다.

  브라스 서펜트는 실체와 비실체 사이를 넘나들 수 있었으며, 자체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까지하는 여태까지의 물리법칙을 벗어난 존재였다. 특히 버려진 거리의 이상 환경 자체가 브라스 서펜트의 능력으로부터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B&H사는 브라스 서펜트를 붙잡아 연구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해왔었다.

  ‘지금 이렇게 놈이 있는 것을 보면 실패한 모양이지만.’

  덕분에 이용해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잭은 B&H사의 실패에 감사하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에 잭은 장비를 확인했다. 도주를 위한 갈고리총과 헛된 저항을 위한 무탄피 펄스라이플 한 정 그리고 컴뱃 대거 한 자루. 브라스 서펜트를 유인하기 위한 전파 발신기. 대 마법 저항용 호부와 엑소머슬 기능이 붙은 방탄 장비. 마지막으로 모래먼지를 걸러줄 방진 마스크.

  괴물을 상대로 하기엔 빈약한 장비였지만, 지금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장비들이었다.
  물론 젊은 시절, 진정한 최고의 장비들을 걸치고 있던 시기에 비하면 정말 초라한 것들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거 하나라도 아쉬운 상태였다.

  [샘의 위치는 일단 감지하고 있는데 정확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두지.]

  퀵샌드는 경고했다.

  [이 지역의 위상은 불안정 해. 정확히 상황을 확인하려면 내부의 눈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퀵샌드는 와일드 울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와일드 울프의 정령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였겠지만 와일드 울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까 소환의 반동으로 지금은 무리야.”

  [중요한 때에 도움이 안 되는 군.]

  “난 이미 할 일을 했다고. 대장. 미안하지만 도울 수는 없겠소.”

  “아니, 별로 바라지도 않아. 이 차원에서 정령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도 없으니 말이야.”

  수시로 번개가 치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거리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수록 이계와 마찬가지다. 현세의 법칙으로 존재하는 정령이 저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애초에 다른 세계인 것이다.

  “후우.”

  잭은 숨을 몰아쉰 후 와일드 울프 쪽을 바라보았다.

  “저 안에는 번개가 치는데 그걸 막으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대 마법 호부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어는 되겠지만,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무방비로 맞는다면 최악의 경우 심장이 멎을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있지만 그렇게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오. 지금은 정령의 도움을 받을 수 없소. 평범한 전격 마법이라면 위력을 반감 하는 것이 그치지 않을가 하오.”

  감에 의존해서 하는 이야기겠지만 마법사의 감이란 대체로 정확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잭은 그 정도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걸로 좋아.”

  “알겠소. 그럼 거기에 서시오.”

  와일드 울프는 주문을 읊었다. 음산하고 강력한 어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곧 잭의 주위에 녹색의 막이 잠시 생겼다가 사라졌다.

  “간이식이지만, 효과는 있을 거요. 그럼 샘의 일은 맡기겠소.”

  잭은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렸다.
  그 때와는 달리 나이가 들었고, 그 때와는 장비도 다르다.

  최고급 장비를 들고 브라스 서펜트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도 가능했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그야말로 헛된 발악 혹은 시선 끌기나 할 법한 무장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

  잭은 땅을 박찼다. 전력을 다한 점프는 4미터 정도 거리의 건물 사이를 뛰어넘기에 충분했다. 물론 잭은 그냥 달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갈고리 총의 성능을 시험해 보는 것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충분히 빠르게 날아가는지. 갈고리가 튼튼한지. 회수가 빠른지.

  갈고리총의 성능은 잭이 만족할만한 물건이었고, 이제 브라스 서펜트를 부르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거리의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모래와 자갈 바위가 걷는 것을 방해했고, 광구들이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광구들은 그대로 번개가 되어 잭에게 내리꽂힐 것이기 때문에 잭은 조심히 움직였다.

  물론,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었다.
  빠른 이동과 조심스러운 경로 설정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시간 내로 도달한 데는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

  잭은 숨이 차는 것을 느끼며 양손으로 무릎을 짚었다. 이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같은 일을 하지 않고도 이렇게 지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젊은이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결국 잭은 자신이 오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고, 길을 알고 있으며, 브라스 서펜트에 대해서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은 잭 한 명이었고, 가장 신체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잭 자신이었다.

  자신이야말로 최고의 후보였으며, 유일한 경험자인 이상 역시 와일드 울프를 보낸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해볼까.”

  충분히 숨을 고르고 잭은 전자파 발생기를 작동시켰다. 하늘에 떠 있는 균열.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선명하게 보이는 이 차원의 균열을 올려다보며 잭은 생각했다.

  ‘놈에게는 두 가지 약점이 있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에서 너머에서 반응이 일어난 것은 장치를 작동시키고 즉시였다.

  -샤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늘로부터 그것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잭은 몸을 날렸다. 갈고리 총을 쏘고 와이어를 끌어당겨 급격하게 거리를 벌렸다.

  거체가 급격히 떨어지며 생기는 공기의 떨림도, 추돌음도 없다. 브라스 서펜트는 아직 비물질화 상태였고, 이 세계의 법칙이 적용되면서 급격하게 물질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브라스 서펜트는 매끄럽게 건물들을 관통해 움직였다. 노리고 있는 것은 전자파 발생기가 아닌 잭 본인이었다.

  “오오, 바로 나한테 오는 거냐.”

  브라스 서펜트의 지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기억력은 좋을지도 모른다고 잭은 생각했다. 적어도 브라스 서펜트의 첫 행동이 잭이 기억하는 그 시절과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잭은 다음 건물로 몸을 날렸다.

  충돌음에 이어서 붕괴음. 흙먼지와 파편을 뒤로하고 잭은 갈고리가 걸린 건물을 향해 끌려갔다. 하늘에 떠 있는 자갈과 모래가 몸통을 두드린다. 잭은 큰 돌덩어리들을 손과 발로 치우거나 박차며 나아갔고, 광구를 피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었다.

  ‘저 놈 익숙해졌군.’

  잭은 등 뒤에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실제로 잭의 추측대로 였다. 브라스 서펜트는 물질계에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부터 실체화와 비실체화의 사이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던 괴물이었던 브라스 서펜트는 훨씬 능숙하게 그것을 조작해 장애물을 무시하고 잭에게로 육박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잭의 예상내였다. 놈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잭이 알고 있는 놈의 두 약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이었다.

  물론 일반인이 평범하게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중간하게 달리는 자동차보다 빠른 속도인 것이다. 하지만 정말 빠른 초월종들에 비하면 브라스 서펜트의 속력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잭이라면 도구의 도움을 받을 경우 쉽게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는 되는 것이다.

  즉, 이렇게. 착지 할 때마다 발판이 박살날 정도의 스피드로 와이어를 감을 수 있는 갈고리 총이 있다면 말이다.

  애초에 소프트 엑소스켈레톤 슈트의 사용자를 고려한 탓인지 갈고리 총의 위력은 일반적인 총기를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잭은 잘도 처음 저격을 받아내려는 생각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소프트 엑소스켈레톤의 성능에 걸맞는 저격총이었다면 정말로 구멍이 뚫렸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다는 정도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놈들의 장비 덕에 나름 수월하게 브라스 서펜트의 추적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에 잭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 브라스 서펜트는 그저 해묵은 원한을 쫓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원의 경계에서 시간의 존재는 유의미한 동시에 무의미했고, 그것에게 있어 잭과의 싸움은 오래 전인 동시에 방금 전이기도 했다.
  게다가 놈의 감각은 이미 잭을 각인해두고 있었다.

  변질하기 했지만 존재하는 것이 가진 본질적인 정수가 변화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고, 브라스 서펜트에게 있어서 잭을 추적하는 데 용이한 흔적이었다. 게다가 목표는 브라스 서펜트에게 각인된 것보다 약해져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봐도 용이한 먹이가 아니었고 이 땅은 사냥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왜냐하면 분노가 그것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브라스 서펜트가 쫓기에는 잭은 빠르고, 불규칙 적이었다.
  브라스 서펜트는 장애물을 무시하고 직선으로 빠르게 잭을 노릴 수 있었지만, 잭에게는 많은 발판이 있었다. 정상적이라면 불가능한 공중에서는 방향 변환도 이 환경이라면 가능한 것이다.

  “좀 더, 좀 더 쫓아 와라.”

  샘이 지나갈 경로까지 잭은 브라스 서펜트를 끌고갈 생각이었다. 물론 끌고 가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브라스 서펜트가 실체화를 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위험한 방법이었다.

  실체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잭 자신이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잭은 빌딩을 타올랐다. 퀵샌드가 예상한 대로라면 거리하나 너머에 샘이 열심히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PDA에서 샘의 예상 위치를 보면 곧 최후의 계획을 실행해야할 타이밍이었다.

  물론 빡빡하게 여유를 두고 온데다가, 바짝 따라붙은 브라스 서펜트를 두고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이제 곧이다.
  여기서 한 번 더 넘어가면 샘이 이 자리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잭은 기다렸다.
  브라스 서펜트가 그 공허한 입을 벌렸다. 일반적인 생물과 달리 브라스 서펜트의 입 안쪽은 시커먼 빈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브라스 서펜트의 움직임을 끝까지 지켜보며 잭은 무릎을 굽히며 준비 자세를 취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시간을 한층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잭은 입이 닿기 직전에 뛰었다. 그 직전에 이미 잭은 눈에 넣어 두고 있던 바위를 향해 갈고리를 쏘고 있었다.

  잭은 갈고리에 끌려가며 브라스 서펜트가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베어 무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실체화와 함께 밀려나간 공기와 돌덩이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쏘아 졌다. 전신을 두들기는 돌덩어리와 모래를 견디며 잭은 반대편의 건물까지 몸을 날렸다. 마스크가 벗겨지며 뺨이 찢어지고, 전신을 감싸고 있는 소프트 엑소스켈레톤이 찢어지는 것을 느끼며 잭은 무방비하게 광구에 노출되었다.

  번개가 잭의 몸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건물 안에 떨어진 것은 운이 좋아서 였다.
  전신이 마비된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잭은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멈춘 것일지도 모른다. 잭은 갈고리 총을 쥔 주먹을 치켜들어 자신의 가슴을 후려쳤다.

  “커헉!”

  호흡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잭은 등 뒤를 후려치는 강렬한 충격을 느꼈다. 고속으로 달려든 벽에 부딪친 듯한 감각. 아니, 달려오는 트럭에 부딪치는 듯한 감각이었다.

  부딪친 것은 브라스 서펜트였다.
  고속으로 달려오던 브라스 서펜트는 실체화 후 날아오던 가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건물에 부딪친 것이다.

  잭은 자신의 몸이 허공을 날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 위로 거대한 브라스 서펜트의 몸뚱이가 덮쳐오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잭은 갈고리총을 들었다. 아직 마비가 채 풀리지 않은 손이지만 잭은 침착하게 갈고리가 물고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때어내고 다음 장소를 향해 갈고리총을 겨눴다.

  겨눈 곳은 달리고 있는 밴이었다.
  샘이 타고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밴. 무방비하게 바닥에 떨어지겠지만, 어차피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 브라스 서펜트에게 깔려버리는 것 보다는 차라리 살 확률이 높을 것이다.

  갈고리가 발사되고, 날아간 갈고리는 밴의 끄트머리를 물었다.
  잭은 그대로 와이어를 회수했고, 매섭게 달려가는 밴에게 이끌렸다. 자갈과 모래가 온몸을 두들겼기에 잭은 두 눈을 꼭 감고 소프트 엑소스켈레톤으로 감싼 팔로 얼굴을 가렸다.

  둔탁한 충격이 몸을 덮쳐오고 잭은 그대로 밴에게 끌려가면서 마치 농구공 마냥 바닥에 퉁겨졌다. 노출된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잭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추적자들이 입고 있던 소프트 엑소스켈레톤의 거죽이 지금 상황을 버티길 비는 것이 다였다.

  잭은 브라스 서펜트가 익숙치않은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고개를 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솟아로는 모래 먼지와 무너지는 건물들 사이에서 브라스 서펜트는 포효했다.

  ‘약점 둘. 놈은 저 안에서 나올 수 없지.’

  쫓아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버려진 거리에서 멀어져 가는 잭을 지켜보며 브라스 서펜트는 포효했다.

  ‘자, 이제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잭은 그런 브라스 서펜트를 보며 생각했다.

  탈출에 성공했지만, 아직 잭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밴의 바퀴에 깔리지 않고, 소프트 엑소스켈레톤 슈츠의 내구성이 버티는 한도까지 갈고리 총을 붙들고 밴의 뒤로 끌려가는 일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