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아아아아아악!”

  샘은 비명을 지르며 밴의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쿵!

  큰 소리와 함께 차체가 넘어질 듯이 기울었다가 제자리에 돌아온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한번 떨어져나간 추적자들의 밴이 또 다시 샘을 몰아넣기 위해 달라 붙어 온 것이다.
  물론. 샘에게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선택은 없었다. 추적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뒤에 또 하나. 추적자의 밴이 따라오고 있었다.

  브레이크를 밟아서 측면의 상대를 뿌리치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상대가 바라는 일일 것이다.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놈들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것뿐이지만, 그쪽도 불가능했다.

  육중한 방탄 장비를 두른 탓에 샘의 밴은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았다. 다행인 것은 상대도 비슷한 이유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드라이빙 실력도 비슷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샘은 욕을 한바가지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코너를 돌았다. 차체가 미끄러지며 진동이 느껴졌다. 이미 차선을 지키는 것은 포기한지 오래였다. 그저 부딪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퀵샌드! 퀵샌드! 어떻게 되었어? 거기는 멀쩡한 거야?”

  마지막으로 받은 메시지의 내용은 퀵샌드와 그 일행이 추적자들과 교전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샘은 초조했다. 그들이 전멸당한다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이 무사히 도망쳐도, 다시금 팀을 모으기 위해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늦어버리게 되고, 의뢰는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의뢰가 실패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기업은 대적하는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저 비참한 결과만 겪는다면 그저 처음으로 돌아갈 뿐이지만, 분명히 죽느니만 못한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정말 피하고 싶었다.

  [여기는 무사하다. 그쪽은?]

  “뿌리치는데 실패했어. 계속 쫓기고 있다고.”

  샘은 현재 상황에 대한 감상. 그러니까 다급함이 가득담긴 어조로 소리쳤다. 

  “뭔가 도주 경로를 잡아줄 수 없어?”

  퀵샌드의 대답은 느렸다. 통신에 랙이 걸리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쪽에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다음 행동에 대한 회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지연은 그렇지 않아도 초조한 샘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어이, 대답 좀 해. 지금 급…….”

  또 한 번의 공격. 샘은 간신히 균형을 잡아 미끄러지는 것을 피했다.

  [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선 장소를 설정해 두지.]

  화면에 떠오른 장소를 보고 샘은 눈쌀을 찌푸렸다.

  “제정신인가? 여긴 버려진 거리잖아.”

  [잭이 결정했다. 놈들을 따돌리려면 이 장소가 가장 좋다고.]

  “목숨은?”

  [하늘에 맡겨라.]

  “말이라고 하냐!”

  그렇게 소리치는 샘이었지만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도망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그곳이었다.

  [지금 화이트 퍼니셔가 출동했다는 군. 서두르지 않으면 난장판이 될 거야.]

  “알았어. 간다고! 씨발! 안 뒤질 거라고! 절대 안 뒤질 거라고!”

  버려진 거리. 대단절 이전 일어났던 일의 여파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장소다. 차원균열이 고스란히 남아 온갖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야수들이 살고 있기도 하는 정말 위험한 장소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절대 접근하지 않을 장소이지만, 그런 위험한 장소이기에 차라리 도망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쫓아오는 추적자들 중에 화이트 퍼니셔가 추가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화이트 퍼니셔】. 사설경찰 조직으로 중규모의 쟁쟁한 PMC이다. 실적도 있고, 실력도 있는 놈들이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바로 악명이었다. 그들은 실적을 위해서 과잉 진압을 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고, 그 악명을 바탕으로 거리의 치안을 유지하는 놈들이었다.

  러너에게도, 일반인에게도, 갱에게도 악명 높은 거리의 진정한 무법자들인 것이다.
  샘의 입장에선 추적자들에게 잡히나 화이트 퍼니셔에게 잡히나 결과적으로 다르게 될 것은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냐?
  잭의 제안에 올라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험도는 전자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사망률은 후자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렇다면 위험하더라도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느 쪽이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미친!”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같은 기분으로 샘은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샘은 도살장에 스스로 걸어들어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등 뒤에 무서운 도살자들을 달고 말이다.

  버려진 거리는 도시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 위험한 장소와 가까이에 도시를 짓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상한 일이지만 사실 별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이 도시는 대단절 이전 존재했던, 그나마 보존이 잘 되어있던 도시를 재활용한 것에 불가했던 것이다. 재활용이었다고 해도 상당한 대규모의 공사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저런 위험한 장소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문이 있었는데. 샘이 가장 신빙성있게 여기는 소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버려진 거리에서 일어나는 초상현상을 연구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다는 것이다. 차원 균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구.

  이세계에서 넘어온 초월종들에게 이상적이 전개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세계의 주민인 샘에게 있어선 내키지 않는 전개인 것이 분명했다. 막을 힘은 없지만 말이다.

  초월종들은 세상에서 내키는 대로 생활하고 있었다. 본성에 따르는 짐승같은 존재들부터, 인간을 가축처럼 기르는 녀석들. 그리고 강대한 기업을 만들어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존재들까지.
  각양각색의 존재들이 있지만, 초월종들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이 가진 강대함과 불사성이다.

  차원을 넘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추며, 대단절 동안 일어난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정도의 기능을 가진 초월종들만이 이 세계에 살아남아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로부터 보면 저 버려진 거리도 그냥 방치해두고 있는 것일 가능성도 있긴 했다.
  샘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 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샘이 망설이는 사이.
  화이트 퍼니셔의 순찰차들이 새로이 대열에 합류했다.

  수는 모두 넷.
  그나마 얌전하던 추적자들과 달리 화이트 퍼니셔는 역시 반응이 달랐다. 순찰차의 위창이 열리며 대전차 미사일을 든 경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씨발! 씨발! 씨발!”

  핸들을 돌리며 욕설을 외친다.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버려진 거리를 향해 밴이 급격히 커브를 돌고 밴을 노리던 대전차 미사일은 한 순간 목표를 잃고 주춤하다가 그대로 근처의 건물로 날아들었다.

  맹렬한 폭발을 뒤로하고 샘은 엑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그러나 이미 밴은 최고 속도다. 도로는 직선으로 접어들었고, 깔끔하고 정돈된 길에서 깨지고, 잡초가 자란 관리되지 못한 길로 변했다.

  멀리 버려진 거리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탄화되고 무너진 건물. 언제나 사라지지 않는 먹구름. 그곳은 미지의 공간이지만 두려움의 전당이었다.

  하지만 샘은 멈추지 않았다.
  화이트 퍼니셔도 추적자들도 멈추지 않는다.
  왜 멈추지 않는 거냐는 말이 목청까지 올라왔지만 샘은 참았다. 대신.

  “어째서 세상에 이렇게 미친놈이 많은 거야, 씨발. 세상이 미쳤다고 사람도 미쳐 돌아가는 거냐고! 돌아이들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세상의 돌아이들에 대한 불만을 목청 높이 지르며 밴을 몰아 나갔다.

  “씨발! 어차피 뒈질거면 다 같이 뒈지자! 이예!”

  겁대가리를 상실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지금 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막나가는 편이 이로울 때가 있는 법이고,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샘. 어디서 만날지 위치를 미리 보내주지.]

  퀵샌드의 목소리와 함게 네비게이션의 목적지가 변경되었다.

  “거기까지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군. 힘내라.]

  퀵샌드의 통신은 매정하게 끊어졌다.

  “씨바아아아아아아알!”

  절규와 함께 샘의 밴이 추적자의 밴과 함께 버려진 거리로 접어 들었다. 그 뒤를 화이트 퍼니셔의 순찰자 세 대아 추적자의 또 다른 밴이 뒤 따른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새로운 방식의 자살 방법이라도 봐도 좋을 정도로 무모한 돌진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샘은 살기 위해서. 추적자들은 임무를 위해. 화이트 퍼니셔는 실적과 명성을 지키기 위해.
  가장 절박한 남자와 그 못지않게 물러설 수 없는 두 집단은 사이좋게 저승길을 향해 달려 들어가도 있었고, 누구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좋아! 해보자 이 쓰레기들아!”

  백미러를 통해 계속해서 쫓아오고 있는 두 집단을 보며 샘은 기세 좋게 외쳤지만. 이변이 이미 시작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거리에 모래와 먼지들이 점차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히는 그들은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먼지와 모래들이 더 높은 곳까지 떠올라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달리는 밴 안에서 보기에는 모래와 먼지들이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벌써부터 시작이군.”

  시야에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성가신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적어도 중력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력에 이상이 있었다면 밴에도 영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접지에 영향을 줄테니 밴이 제대로 달리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주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샘 역시 다른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뭔가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여기는 이계화가 되고 있군. 아니면 강한 정령이나 초월종이 살고 있던가.”

  그렇게 말하며 샘은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했다. 최소한 그거 알고 있는 지식에 따르면, 이 근처에 이런 식으로 독자적인 법칙을 부여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초월종이 버려진 거리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계화에 의해 법칙이 뒤틀려 있던가, 뭔가 강력한 초상현상을 일으키는 물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휘말리지 않는 것이 최상이었다.

  네비게이터를 확인하며 샘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런 현상은 대체로 외곽일수록 이상현상이 약하고, 중심일수록 이상현상이 강하기 마련이다. 즉 둘러간다면 큰 문제없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놈들을 때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판사판의 순간.
  도박을 한다면 리스크가 큰 쪽에 거는 것이 제대로 한 몫 잡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판돈을 따내기엔 도박판 보다는 조건이 좋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미끼가 잔뜩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도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쿠르르르르르릉!

  천둥소리가 이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이제부터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뭐, 천둥 좀 치고, 번개 좀 치고, 괴물이 좀 나타나겠지!’

  어디까지나 경험적인 면에서 말이다. 샘의 상상력은 그 미지의 영역까지 그려내고 있었다. 얼마나 좆같은 굳이 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벼락이 울고, 하늘에 전광이 일었다.
  구름도 없는 장소에서 아무 전조도 없이 번개가 번쩍였다.

  연달아 치는 번개가 차체를 두드렸지만, 밴은 무사했다. 문제는 밴이 아니라 시야였다. 고속으로 달리는 중에 번쩍이는 번개는 맹렬하게 시야를 방해했고, 자연히 안정적이던 샘의 운전을 거칠게 만들었다.

  “후우. 후우.”

  샘은 과호흡이 되는 것을 느끼며 숨을 몰아 쉬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띈다. 그나마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도로가 직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전복 되었으리라.
  불우한 점은 뒤쫓아 오는 이들도 덕분에 잘 쫓아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 걱정도 곧 끝이었다.
  보이지 않는 뭔가가 옆에 바짝 쫓아오던 추적자를 날려 버렸다.
  “우왁!”

  깜짝 놀라는 것과 동시에 샘은 바짝 쫄아 들었다.
  무엇인지 깨달은 것은 조금 후의 일이었다.

  공중에 떠올라 있던 모래와 먼지가 점점 커져, 커다란 건물의 잔해와 바위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래와 먼지가 떠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양도 늘어나 거의 안개 수준이 되어 가고 있었다.

  “퀵샌드! 퀵샌드! 이 길 맞는 거야? 안전한 길을 찾아 줘!”

  하지만 퀵샌드의 반응은 없었다. 심지어 네비게이터의 상태도 이상했다.

  “통신이 끊어졌나.”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공간은 일종의 이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통신이 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둘 필요가 있었다.

  아무튼 샘은 기억을 떠올렸다. 목적지가 어딘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길은 직선 도로였고, 이 길에 대해 샘은 아는 바가 없지만, 여기를 통과하라고 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샘은 잭을 떠올렸다. 【늙은 잭】. 지금은 반쯤 퇴물에 대한 경멸이 섞인 별명은 동시에 잭이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오랜 경험을 쌓고 유능하기까지 한 러너는 뭔가 금선에 접한 정보가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믿고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러너인 것이다. 100만 크레딧의 가치가 그에게 있다고 믿는 것이 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물론, 이 험난한 도로를 달리는데 필요한 기술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그리고 진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은 곧 이었다. 멀찍이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생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소리를 확인해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어차피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버려진 거리에는 탄화되고 무너지다 남은 거대한 빌딩들이 서 있는 탓에 주변의 시야가 몹시 제한되어 있었다.  물론 도로가 넓은 만큼 위치에 따라 못보지는 않겠지만, 전방을 주시하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신경과민에 걸릴 것 같군. 정말로 이 길이 맞는 거겠지.”

  샘은 초조해할 사이도 없다는 사실이 정말로 다행으로 여겨졌다.
  미칠 것 같이 위험한 공간에, 지금까지 일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 따라오는 추적자와 도시의 무법자들 중 가장 악질인 놈들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정신줄을 제대로 잡고 있으려면 역시 미치지도 못할 만큼 정신 사납게 바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다행이도 모든 끔찍한 조건이 다 겹친 상황에서 정신이 나가지 않을 정도로 바쁠 수 있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었다.

  밴을 두드리는 자갈과 모래 먼지들. 순간 순간 시야를 방해라는 번개. 마지막으로 아무리 푹신한 쿠션이라도 엉덩이가 닳을 것 같은 더러운 도로.

  이 밴이 방탄 소재로 되어 있지 않았다면 어딘가 진작에 터졌을 것이다.
  실제로 이미 등 뒤로 화이트 퍼니셔의 순찰차의 모습은 이미 반이나 보이지 않았다.

  잘해 봐야 거리의 갱을 상대로 할 정도의 수준의 순찰차로는 이 끔찍한 환경에서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장갑이 튼튼한 놈들이 쫓아오고 있었지만 그것조차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며 샘은 백미러에서 시선을 땠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처음부터 쫓아오던 추적자들의 밴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샘.]

  그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잡음이 끼어 있어 분명치 않았지만 틀림없이 퀵샌드였다.

  이 지랄맞은 공간으로 밀어 넣어준 덕에 한 대 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이 드는 퀵샌드였지만, 이렇게 목소리가 들리니 그렇게 반갑기 그지없다고 샘은 생각했다. 물론 그래도 긴장을 풀지 않는다. 조금 상황이 좋아졌다고 긴장을 푸는 것은 아마추어의 행동인 것이다.

  “퀵샌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냥 계속 가면 되는 거야?”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모르지만 일단 샘은 소리쳤다. 대답은 곧 나왔다. 다만.

  [샘. -치직- 그대… 직진…… …리가 …………… 준…중.]

  제대로 들리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였다. 역시 이 거리의 이상현상이 통신에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게다가 천둥 소리들까지 생각하면 저 정도라도 알아들은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썩을. 안 들려. 어이 퀵샌드! 다시 말해 줘! 퀵샌드!”

  간절하게 재촉해보는 샘이었지만 이번에도 통신은 매정하게 끊겼다. 그래도 알아듣지 못하기 만한 것은 아니었다.
  ‘직진’이라는 단어는 알아들은 것이다.

  우선 직진하면 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알아 듣지 못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지만 이제 샘에겐 그 외에 희망을 걸 곳이 없었다.

  -샤아아아아아아아아!

  멀리서 또 다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만 들어도 거대한 생물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이 근처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고 있는 괴물이겠지.

  물론 정상적인 수단은 아닐 것이다.
  차원의 균열을 타고 너머에서 찾아온 괴물일 것이다. 물론 저런 종류의 괴물들을 보는 것은 흔치 않다.

  도시는 정말 강력한 존재들로부터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그의 진짜 상관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에 비하면 저건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샘에게는 위협이었다.

  “이제 그만 차에서 내리고 싶군. 그리고 두 번다시 운전하지 않고 살겠어. 누군가가 대신해주겠지. 이번 일이 성공하면. 그 정도의 돈은 들어오니까.”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며 샘은 백미러로 보이는 추적자들을 노려봤다. 이미 저들도 너덜너덜했다. 신경이 닳고 있는 것은 자신만이 아닐 것이라는 것과 지금 도착하는 장소에 자신이 고용한 러너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천둥과 번개가 줄어들고, 하늘에 떠 있는 돌조각들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느끼며 샘은 마지막 장소로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백미러를 통해 샘은.
  하늘로부터 거대한 생물의 몸뚱이가 뒤에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어떻게 봐도 그것은 지금까지 들려오던 울부짖음의 주인이었다. 너무나 크고 너무나 압도적이다. 저런 것이 이곳에 숨어살고 있었다니. 여전히 샘은 믿어 지지 않았다. 그리고 절망했다. 저런 생물로부터 도망칠 자신이 전혀 없었다.

  그것이 다시 거대한 몸뚱이를 치켜들었다.
  마치 뱀 같은. 털 대신 각질로 뒤덮인 피부에 짧은 다리를 가진 그 생물은 입을 쩍 벌리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리고 지상에 벼락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