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을 시작했습니다. 보통 공략 안 보고 캐릭터를 골라 키우는 타입인데.

그렇게 고른 캐릭터가 강캐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마비노기의 마법사, 테일즈 위버의 창 시벨린, 마영전의 리시타.

하나같이 제가 하던 시기에는 망캐였었는데.

참고로 미는 캐릭터는 PPK입니다. 톤이 달라서 확 눈에 뛰더군요.​ 

**********************************************************************************

 와일드 울프는 시체들을 내려다 봤다. 늑대 정령들에게 공격당했지만 그들의 시체는 거의 멀쩡했다.


  그야, 그들이 당한 이유 늑대 정령들의 공격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추적자들은 와일드 울프가 기대한 대로 유능했고, 늑대 정령들을 대부분 해치워준 것이다.

  덕분에 와일드 울프는 자신이 불러낸 늑대 정령들에게 공격당하는 일없이 손쉽게 추적자들의 빈틈을 노릴 수 있었다.
  행운이 따라준 것이다.

  와일드 울프 자신도 이렇게 잘 된 것이 놀라고 있었다.

  [기절한 모양이군.]

  잭의 상태를 살피고 있던 퀵샌드가 말했다.

  “단순 기절?”

  [단순 기절. 그리고 스캔해보니 갈비뼈에 금이 갔더군. 총을 맞은 흔적이 있고. 진피 시술이 없었다면 죽었어.]

  “아까 저격당했군. 그런 것 치고는 멀쩡해 보였지만.”

  [초인적인 정신력. 혹은 마약의 힘.]

  “어느 쪽이건 대단한 맷집이군. 아무튼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

  [지장은 없다. 하지만 깨어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

  “기절한 인간이 둘이나 있는 건가. 성가시게 되었군.”

  이마에 손을 올리며 와일드 울프는 한숨을 쉬었다. 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늑대 정령들이 추격자들에게 덤벼들었을 때 잭이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었다면 분명히 제대로 도망쳐줬을 거라고 와일드 울프는 생각했기 때문에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다행이 와일드 울프는 딱 맞는 순간에 습격을 시도할 수 있었고, 추적자들 역시 딱 필요한 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늑대정령을 소환한 탓에 추적자들이 너무 쉽게 당했어도, 뒷감당이 어려웠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퀸샌드는 전투 전문가가 아니니 정면전에는 서툴고, 와일드 울프 자신 역시 무기가 없다면 보조의 선에서 그치기 때문에 늑대 정령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즉, 와일드 울프와 퀵샌드에게 있어 현상황은 어떻게 보면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운이 따른 것이다.

  [차는 내가 준비하지. 네가 레드아이를 데려 와.]

  “그러지.”

  어차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와일드 울프는 그렇게 대답했다. 차와 무기를 해킹하는 것은 퀵샌드의 일이었다. 자신이 정령의 힘을 빌려 차를 움직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변통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현재 다시 정령을 부를 만한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더구나 이 땅에서 무리하게 정령을 불러냈기에. 그들은 한 동안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정령을 부르지 못한다는 사실이 와일드 울프에게 불안하게 생각되었지만…….

  “어쩔 수 없지.”

  먼저 무례하게 군것은 자신이다. 그들에게 물질화란 견디기 어려운 일이고, 일반적으론 생물 혹은 무생물에 빙의하거나, 매개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그들은 이 세계로 불러내는 것은 어떤 의미로 고통인 것이다. 그런 그들을 제어할 수도 보호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강제로 끌어냈으니, 소환이 안 되는 정도로 끝난다면 다행이라고해도 좋았다.

  그들이 분노하면 와일드 울프에게 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이 정도로 끝났다면 충분히 행운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군.”

  한숨과 함께 와일드 울프는 쓰러진 레드아이를 등에 업었다.
  레드아이의 상태는 다행히 그렇게 나쁘지 않아 보였다. 거칠게 운전하는 차에 던져져 바닥에 내버려진다는 꼴을 당했음으로 상처가 벌어졌다던가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꽤나 비싼 메딕킷을 추가로 사용했던가, 마법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퀵샌드도 유연해지긴 한 모양이었다.

  와일드 울프는 퀵샌드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의 일은 장기 임무였다. 길고 어려웠지만, 고되다기보다는 성가신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요인의 신변 번호.
  퀵샌드와 만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의 퀵샌드는 아예 모든 일을 드론으로 처리하는 종류의 강박적 해커였다.

  기술은 뛰어났지만, 사이버스페이스에 심취해 있던 그는 넷매트릭스 내에서의 삶이야말로 진실 된 삶이라고 믿었다. 어떻게 보면 그는 흔한 해커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넷매트릭스의 세계는 전문가들에게는 너무나 방대하고 초월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해커들이 매료되었고, 그들에게 있어 현실은 넷 매트릭스였다.

  퀵샌드는 그런 해커들 중에서도 편집적인 편이었고, 그와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퀵샌드와의 교류는 다르게 보면 정령과 교류하는 일과 상통하는 면이 없잖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어차피 일을 하기 위해서 접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상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물론 그저 소통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와일드 울프의 강한 친화력이 도움이 되었다.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사물에 대한 통찰력은 그의 강한 마법적 자질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올드 잭은 태워뒀다. 차도 사용할 수 있게 해뒀지. 현재 내부의 정보를 해석 중이다.]

  레드아리를 업고 와일드 울프가 돌아좌 퀵샌드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퀵샌드는 여러 개의 케이블을 추적자들이 타고 온 밴과 초적자들의 총기에 연결하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와일드 울프에게 있어 가장 반가운 것은 총기의 자금 해제였다. 추적자들은 유전자 잠금장치가 달리 총을 사용하고 있었고, 총의 소유자 본인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잠금 장치를 해제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으로 무기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총은 어때?”

  [SMG 5정. 권총 5정. 라이플 5정. 총알은 2만 발. 밴의 뒤쪽에 실려 있더군. 상당히 본격적이다. 데이터를 보내주지. 확인 해봐.]

  -삑.

  부저음이 와일드 울프의 PDA에 작게 울렸다.
  와일드 울프는 PDA를 들어 보내져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안에는 밴에 실린 짐의 목록이 상세하게 실려 있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내용이 끊긴 부분이 존재했던 것이다.

  “전부가 아닌데?”

  [삭제되던 것을 무리하게 회수해서 그래. 밴을 파괴하는 것은 막았다만.]

  “아니, 그걸로 충분하군. 네가 하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었던 거겠지.”

  실제로 퀵샌드는 최고의 해커들 중 하나였고, 와일드 울프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글허다면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전문가들끼리의 전투에 설비 문제 역시 중요하다.

  지금 퀵샌드는 여러가지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우선 도구가 도구다. 딱총으로 소총을 상대할 수 없듯이, 지금 퀵샌드가 가진 것들로 상대의 해커를 상대하긴 어려웠다. 물론 그래도 일방적으론 당하지 않는 것이 퀵샌드였고, 그 결과가 지금 해석하고 있는 물건일 것이다.

  “우선은 차에 타서 하지. 도와줄까?”

  [좀 더 시간을 줘.]

  그렇게 말하고 정말로 퀵샌드는 1분도 지나지 않아 일어섰다. 그 사이 와일드 울프는 레드 아이를 실고, 짐칸의 장비들을 확인했다.

  모두 유전자 잠금이 걸려 있는 물건들이었기에 잠금을 해제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잠금만 해제면 유용한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평소라면 포기하는 물건들이었지만 이번에는 퀵샌드가 있었다. 포기할 이유도 없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지. 샘의 위치는 파악했어. 아무래도 그쪽은 그리 쉽게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

  그렇다면 거칠게 밟을 필요가 있었다.
  잭은 몰라도 레드아이에겐 상당히 부담이 가겠지만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레드아이도 유능한 러너인 이상 이 정도로 우는 소리를 하지 않으리라. 돈을 받는 이상 일이 우선인 것이다.

  잭이 판단했듯이 지금 그들은 샘을 추적자들로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오직 그만이 이번 일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고, 그만이 이번 일의 의뢰자와의 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샘의 존재는 필요불가결이었다.
  그가 없다면 일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샘을 쫓자. 어딘지는 알아?”

  와일드 울프가 그렇게 묻자 네비게이션이 켜지며 경로가 표지되었다. 실시간으로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추적자들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로 쉴 틈이 없군.”

  100만 짜리 일이다. 오히려 지금까지가 여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첫발부터 예정이 틀어져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어느 것 하나 진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고작 일을 위해 사람을 모집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상대방들 쪽 역시 방해될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의뢰인에게도 위협이 갔을지도 모른다.
  서둘러야 할 시간이었다.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최단 거리를 설정하도록 되어 있어. 그리고 샘은 도시까지 도망친 모양이니 역전할 수도 있어.]

  “도시에 들어간 건가. 사설 경찰이 뜨면 곤란한데.”

  [이미 떴어.]

  퀵샌드이 비정한 선고에 와일드 울프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 힘을 더했다. 차라곤 거의 없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낡은 차선인 탓에 덜컹거림은 심했다.

  “문제 천지로군.”

  사설 경찰과 충돌하게 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아무튼 도시의 치안을 맞는 기업인 만큼 무장이 보통을 넘기 때문이다. 권총을 한정 들고 전신에 방탄복을 두른 사설 경찰과, 소총을 들었지만 방어는 허술한 러너들 중 한 쪽을 상대하라고 하면.
  와일드 울프는 말설임 없이 후자를 고를 자신이 있었다.

  “크으.”

  잭이 깨어난 것은 도시에 거이 진입할 때 쯤이었다.

  “말도 안 되는 터프함이오. 하루 종일 잘 줄 알았는데.”

  와일드 울프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만큼 터프한 사람은 오크라도 보기 드물었던 것이다. 게다가 와일드 울프가 아는 올드 잭은 그 별명대로 늙은 남자였다. 이미 전성기는 지났고, 오크의 수명을 생각하면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아니, 이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이 남자의 터프함은 비정상적이었다. 아니,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남자의 전성기는 과연 어땠을 것인가? 와일드 울프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나. 지금 어떻지?”

  그래도 상태가 멀쩡한 것은 아닌지.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백미러로 비치는 그는 초췌해 보였다. 적어도 아직 완전히 상태를 회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게 되었다. 샘이 도주에 실패했다.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로군.]

  “어디에도 희망적인 요소가 없군.”

  잭은 그렇게 말한 후 푹 한숨을 쉬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것이 나빴다.

  와일드 울프와 퀵샌드는 온전하지만, 잭 자신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움직일 수 있지만 100% 컨디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나이를 먹은 것이 회복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잭은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다.

  그는 말하자면 리더로 불려온 것이다. 사기를 위해서도 향후 장악력을 위해서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 좋을 것은 없었다.

  아무튼 자신의 상태가 미묘한 것은 둘째치고 더 큰 문제는 레드아이였다. 복부에 총을 맞았고, 퀵샌드가 응급 처치를 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잘도 도망칠 수 있었군. 대체 어떤 마술을 부린 거지?”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정리였다.
  잭은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 있었다.

  “퀵샌드. 나는 운전 중이라서 상세한 설명은 못해. 부탁해.”

  [귀찮은 일을. 늑대 정령을 불렀다. 운이 좋았다. 이상이다.]

  “오우 그냥 내가 설명할게, 퀵샌드. 운전 부탁해도 좋아?”

  [맡겨라.]

  퀵샌드가 기계팔을 뻗어 벤에 연결시키자 와일드 울프는 운전대에서 손을 때고 몸을 뒤로 돌렸다.

  “자,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 늙은 잭. 부디 기분나빠하지 않고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상관없어. 미끼였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살았으니까.”

  “죽으면 끝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소. 미안해하고 있으니 말이오. 오히려 러너들 사이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말하겠소.”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정말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군, 시간은 통성명할 시간 정도 뿐이었잖나? 한 명은 빼고 말이야.”

  “확실히 그랬소만. 아무튼 좋소. 들으시오.”

  와일드 울프는 잭에게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잭은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딱히 감정이 흔들리는 기색은 없었다. 와일드 울프는 안심하기 보다는 잭이 감정을 조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야 동의 없이 미끼로 쓰였다고 하면 누구라도 화를 내는 것이다. 예외는 없다.

  “대충 어떻게 되었는지 알겠군. 고생이었겠어. 그러면 일단 장비 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된 거라고 봐도 좋겠지만. 그나저나 대단하군. 그렇게 정령을 부르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상황은 아직 호전되지 않았소. 그리고 그건 자멸을 각오한 거요. 추적자들이 상응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소. 아니었으면 우린 다 늑대밥이 되었을 거요.”

  “그렇지. 제 때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잭은 그렇게 말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밴은 맹렬하게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하늘이었다. 습기가 오르고 있었고, 멀리 짙은 먹구름이 보였다. 폭우가 올지도 모른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잭의 뇌리를 두드렸다.

  이미 첫 단추부터 빗나가 있었다. 하나를 잘 못 꿴 정도가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너희들 스폰서에 대해서 아는 사람 없나? 솔직히 이번 일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의뢰주인 에이드리언이 세계 유수의 지능이며 중요 기술자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일의 스케일이 너무 커.”

  “퀵샌드. 뭔가 조사한 거 없어?”

  와일드 울프가 묻자 퀵샌드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쉽게도. 샘의 뒤쪽을 조사해보는 시도는 거의 실패했어. 알아낸 것은 인위적으로 지우려는 흔적이 있었다는 것뿐이지.]

  퀵샌드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와일드 울프의 PDA에 부저음이 울렸다.

  “잭, 당신의 PDA넘버를 알려주겠소? 내용을 전송해주지.”

  잭은 와일드 울프와 번호를 교환했다. 명부에 새로운 이름이 추가되었다. 잭의 전화번호 부에 기록된 인물들은 대부분 죽었거나, 은퇴했거나, 실종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역인 인물이 기록되는 것은 오랜만이다.

  잭은 짧은 시간 동안 감상적인 감정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억눌렀다. 세월이란 그런 것이었다. 모든 것은 썰물처럼 쓸려나간다. 인생의 정점이었던 시간이 밀물이 들어 닥치던 시간이었다면, 이제 반대로 썰물이 빠져 나가는 시간이 오는 것이다.

  잭은 퀵샌드가 넘겨준 내용을 살펴보았다.
  내용은 그다지 상세하거나 새로운 것은 없었다. 다만 샘이 다른 누군가와 접촉하고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암호화된 통화 내용의 일부가 해독되어 있었지만 단편적이어서 내용을 알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어조는 읽을 수 있었고, 샘이 대하는 상대가 결코 편하지 않은 어려운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소한 기업이 뒤에 있는 것 같기는 하군. 의뢰자는 에이드리언일지 모르겠지만, 그만이 아닌 것은 틀림없어.”

  [근거는? 감인가? 저 대화만으로는 불분명 하지만.]

  확실히 내용은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간신히 어조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샘이 평소와는 달리 단어를 고르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말하자면 평소에 러너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속어들이 아니라 좀 더 고풍스럽고, 예의를 차리는 단어들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근거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잭에는 확신이 있었다.

  “감이 아니라 경험이지. 시대는 변하지만, 인간이란 쉽게 변하지 않아. 기업도 마찬가지지. 나아가기 위해 달리지 않으면 안 되지만, 정작 자신의 변화를 소홀히 하게 마련이지.”

  “뭐, 나도 동감하는 바요.”

  와일드 울프는 말했다.

  “애초에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크니 말이오.”

  [에이드리언의 자산 규모라면 불가능하지는 않아. 내가 조사했지.]

  “그게 아니면 샘이 이중계약을 했다는 이야기지. 어쩌면 고용비의 일부가 의뢰인에게는 비밀로 부풀려졌을지도 모르지.”

  잭의 말에 와일드 울프는 인상을 찌푸렸다. 러너의 계약은 심플하고 명료해야 한다. 이중 계약만큼 성가신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쪽 역시 같은 목적인 것은 분명해. 문제는 누구냐는 것이지.”

  마음에 걸리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잭은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목표는 확고했다. 샘을 확보한다. 모든 이야기는 거기서 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