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 오크를 【늙은 잭】이라고 불렀다. 친한 사람들은 그저 잭이라고 부르는 이 오크의 별명은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알려져 있었고, 그의 얼굴을 모르는 자들 중에서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한 때 거리에서 전설적인 이름이었고, 넷매트릭스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그 덕에 험한 꼴을 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옛날이야기다.
  신화는 언제가 끝이 온다.

  잭 역시 예외가 아니었고, 이제 그의 낡은 PDA는 한 통의 메시지도 들어 있지 않았다. 전화번호부에 기록된 인물들은 대부분 죽었고, 은퇴한 인물들 역시 잠적해버렸기 때문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의 늦게 시작된 경력을 상징하던 별명은 이제 현실이 되었고, 아무리 봐도 퇴물로 보이는 러너를 더 이상 고용해줄 사람은 이제 없었던 것이다.

  실적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시기까지 살아남은 불행이었다.
  일반적인 러너가 그의 나이가 되기 전에 대부분 죽어버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잭은 뛰어났기 때문에 비참한 처지가 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잭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아파트를 돌아봤다.
  낡은 싸구려 아파트.

  지저분한 방이지만, 제대로 된 가구도 없는 탓에 오히려 깔끔해 보인다. 돈이 될거라고 생각되는 것은 전부 팔아버린 결과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푼돈은 약과 술값을 날려버렸다.
  새로운 일이 필요하다.

  잭은 일어섰다.
  뭐라도 해야 하는 시기였다. 말라 죽는 것은 질색이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거리에서 싸움박질을 하면서 죽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약물과다복용과 알콜 중독으로 죽는 것이 더 좋다. 최고로 좋은 것은 복상사지만 아쉽게도 복상사를 할 만큼 대단한 여자는 그가 가진 푼돈으로 살 수 없을 것이다.

  “나갈까.”

  나이를 먹으면서 늘기 시작한 건지, 일이 적어지면서 늘기 시작한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 혼잣말을 하면서 잭은 일어섰다.

  당장 크레딧 카드에도 남은 돈은 내일까지 버틸 수준의 금액에 불과했다. 지금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시한 싸구려 일이라도 말이다.

  아파트를 나온 잭은 눅눅한 밤거리를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싸구려 스캐빈저 일이라고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절】이라고 일컬어지는 사건 이후 마법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 존재했던 구문명은 멸망했다. 지금 이 세계는 그 구문명의 기술들 중 일부를 복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었고, 구문명의 기술들을 파헤치는 스캐빈지는 도구만 있고, 위험한 감수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하층민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물론 운이 없다면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고, 대부분 찌끄레기같은 정보나, 폐품을 주워 파는 일이 전부인 일이 되긴 하지만 스캐빈저라는 것이 원래 그런 존재들인 것이다. 오히려 스캐빈지가 그렇게 돈이 되는 일이었다면 빈민가의 사람들 대부분이 유적이나 파헤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 잭에겐 그런 쓰레기 같은 일을 할 정도의 여럭도 없었다.
  당연하지만 유적이라는 것이 이곳저곳 널려있는 곳이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유적도 여기서 몇일은 차를 타고 가야하는 곳에 있었고, 그 과정에서 돌연변이나 이차원의 괴물 혹은 대단절 이전 살아남은 미친 자율기계군들과 만날 각오를 해야 했다.

  때문에 도시와 도시를 오가는 일은 도박이었고,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는 【데이비드 프라임 운송회사】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무장 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이었다.

  하늘은 그야말로 마굴이다. 차원폭풍과 그 폭중 속을 날아다니는 드래곤과 신화생물들이 존재하는 끔찍한 장소인 것이다.
  이 세계에서 비행기가 날지 않은지는 꽤 오래 되었다.

  【대단절】 이전이라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 단명종들에게 주어진 장소는 오직 육지뿐이었다.
  “이보쇼, 할아범. 깔쌈함 약 하나 어때? 회춘시켜 줄 거라고. 그게 아니면 【드림월드】도 있는데.”
  벽에 등을 기대로 있던 청년 한 명이 잭에게 말을 걸어왔다. 붉은색 점퍼를 입은 그는 거들먹거리며 거리가 자신의 것이양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마약딜러로 갱에 속한 친구임에 분명했다. 이 근처에 유명한 갱단이라면 【컬러즈】라는 친구들일 것이다. 그들은 계급에 따라 다른 원색 점퍼를 입고 다니며, 온 몸에 문신을 함으로서 조직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젊은이들의 갱단이었다.

  마약, 매춘, 강도, 구역 싸움 등 온갖 쓰레기 짓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놈들이며, 지금 혼자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청년도 주변이 비슷한 갱단원을 두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종종 강매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하는 놈들이었지만 잭은 묘한 자괴감이 들었다. 자신이 여기까지 떨어졌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전성기의 그였다면 이런 놈들을 감히 말을 걸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가 러너에게 전자마약을 권하다니. 머저리 중의 머저리라고 비웃었을 것이 분명했다.

  “꺼져.”

  잭은 청년의 머리를 붙잡은 후 번쩍 들어 올려 벽을 향해 내던졌다.
  값비싼 바이오암을 장착한 오른팔의 인공근육이 울퉁불퉁 부풀어 오르며 잭의 근력을 몇 배나 증폭시켰다.

  벽에 직격한 청년의 머리가 새빨간 꽃장식이 되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난폭한 짓이지만, 잭은 지금 몹시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이렇게 말라죽을 바에는 시시한 갱단과 화끈하게 한판하고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짧고 굵게 살아가는 오크다운 생각이었고, 다른 게 보면 그저 자포자기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잭은 활기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싸움.

  그것은 오크가 태어난 목적이기도 했다.
  구 문명은 인간을 목적에 따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오크는 바로 인간을 베이스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병사로 만들어진 유전자 조작 인종이었다.

  때문에 수명은 짧지만, 성장이 빠르고, 강인하며, 튼튼했다. 어지간해선 질병에 걸리는 일도 없다.
  그 대신 지능이나 사고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태어나긴 하지만, 순수하게 명령에 따르는 살아있는 병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연히 잭에게도 그 피가 흐르고 있었다.
  투쟁은 삶이자 목적이었다.

  “씨발!”

  “한스!”

  골목과 건물에서 무기를 든 청년들이 흘러나왔다. 쇠사슬과 몽둥이를 든 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손에 SMG를 쥐고 있는 갱단원들도 보였다.

  무르다. 너무 무르다. 사이버웨어로 개조 받은 러너를 상대로 잘해야 싸구려 SMG가 한계인 장비를 가지고 덤빈다는 것은 지나친 만용이었다. 물론. 잭의 이름은 이미 한물간 퇴물에 불과했지만, 아무 개조도 안한 맨몸의 갱단원 몇 명 따위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수준의 인물은 아니었다.

  “좋아. 덤벼.”

  잭은 호기롭게 외쳤다.
  선공은 양보해줄 생각이었다. 자신의 한쪽 팔이 있을 수 없는 방식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봤었음에도 싸워보겠다고 나온 컬러즈의 단원들의 한심함이 잭에게 불을 붙였다.

  우선 한 명.

  신나게 SMG를 갈기는 치구. 잭은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개조되지 않은 얼굴을 우선 보호하는 것이 중요했다. 완전히 부품을 교체한 것은 사고로 잃어버린 오른팔 뿐이었지만, 나머지 몸뚱이가 개조되지 안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군용 진피강화 시술을 받은 잭에게 있어 저구경 권총 정도의 위력을 가진 물건으로는 상처를 내는 것이 불가능했고, SMG라고 해도 몸에 멈을 들게 하는 것이 한계였다. 그의 몸에 구멍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소총 정도는 가지고 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코트가 너덜너걸 해지는 것은 싫었기 때문에 잭은 공격을 고스란히 맞아줘도 됨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몸을 굴렸다. 우선 엄폐한다.
  SMG의 탄창이 떨어지는 것을 소리로 확인한 후 엄폐로부터 뛰쳐나온 잭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갱단원에게 달려들었다.

  개조한 오른팔의 일격이 머리에 작열한다.
  콘크리트 벽도 관통하는 잭의 주먹에 노출된 갱의 머리는 수박처럼 터져 버렸다. 그리고 튀아나간 체액과 파편들이 갱들에게 공황을 불러왔다.
  고작 갱들이 보기에는 드문 광경일 것이다.

  사람의 머리가 주먹질에 터져나가는 광경은 말이다. 게다가 잭은 개조하지 않은 남은 쪽 손으로 똑 같은 일을 벌일 수 있을 정도의 근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 오른팔이 한 재주는 잭이 아직 유지하고 있는 육체의 성능을 재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노, 놈은 혼자야! 둘러싸! 둘러싸라고!”

  한 녀석이 크게 소리치며 지시를 내렸지만, 잭에겐 다음 표적을 지적해준 것에 불과했다. 더 제대로 말하자면 스스로 표적이 되기 위해 나섰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잭은 단숨에 소리친 갱을 때려눕혔고, 등에 사실과 해머를 두들겨 맞으면서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잭은 갱이 들고 있던 해머를 붙잡아 들어올렸다.
  갱은 해머를 뺏기지 않기 위해 버텼지만 잭은 그 강인한 완력으로 갱과 함께 통째로 해머를 들러 올렸다.
  그리고 휘둘렀다.

  3명 정도 되는 갱들이 잭이 휘두른 해머에 두들겨 맞고 한 번에 벽으로 쓸려 나갔다.
  도저히 가망이 없는 싸움이 분명했다. 갱들은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괴물이다!”

  라고 소리치며 골목 안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망가는 발걸음은 나오던 발걸음 보다 빨랐다. 그들은 한달음에 좁은 골목으로 스며들더니, 복잡한 슬럼의 골목을 이용해 몸을 감췄다.
  잭은 해머를 들어 올렸다. 아직 도망가지 못하고 남은 놈들을 끝장 낼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한다면 철저하게 하는 것이 잭의 모토였다.

  “잠깐 살려…….”

  들을 생각도 없으므로 잭은 기계적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품을 뒤진다. 째째하지만 당장 먹고 살 길이 적은 잭에겐 이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전원 합쳐서 167크레딧.

  많지도 적지도 않은 돈. 그리고 오늘 술과 함께 섞어 마실 마약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러너라면 절대 손대지 않을 전자마약인 드림월드의 칩. 잭은 칩은 뭉게 버리고, 봉투약이 든 가방을 챙겼다.
  일반적으로 잭들이 파는 마약은 돈을 벌기 위해 약에 밀가구를 섞거나 중독성을 올려주는 다른 마약을 섞지만, 잭은 오크다. 어지간한 독성은 견딜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고, 【대단절】 이후 극단적인 빈부 격차와 함께 빈민가에는 마약이 범람했고, 전투에 도움이 되는 컴뱃 드러그를 복용하는 것은 보통으로 있는 일이었다.

  물론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서도 마약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컬러즈가 거래하는 마약이라면 창녀를 살 때 돈 대신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스트리트 창녀 중에서는 마약 섹스가 좋아서 창녀짓을 하는 맛간 년들도 존재했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프리패스 티켓을 손에 넣었다고 봐도 좋았다.

  “흠. 나쁘지 않군.”

  전리품을 품에 넣고 잭은 다시 골목을 나아갔다.

  갈곳은 정해져 있었다.
  이런 시궁창 같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은 한정되어 있다. 술, 마약, 여자.
  그리고 잭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바로 술집이었다.

  슬럼가에 있는 만큼 술집은 싸구려 그 자체다. 【블루하와이】라는 이름이 붙은 간판은 삐뚤어진데다가 떨어질 것 같이 위태하게 서 있고, 건물은 낡아 빠진 주제에 깨끗하게 보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되어 있지 않았다.

  스윙도어를 밀고 안으로 들어간 잭은 주점 주인이 앉아 있는 바를 향해 걸어갔다. 바에 손님은 거의 없었다. 시간이 이르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이곳이 그다지 인기 없는 장소일 뿐인 것이다.
  내부에는 장식도 거의 없고, 놓여있는 것은 몇 개의 테이블 뿐. 잭이 살고 있는 싸구려 아파트의 방 못지않게 살벌하고 썰렁한 공간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가게 못지 않은 싸구려틱한 시궁쥐같은 기색을 가진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잭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여력이 없다는 쪽이 옳을 것이다. 풀린 동공과 시선으로 그들은 하늘을 자신들끼리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뭔가 약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잭 역시 그들에게 슬쩍 시선을 줄 뿐 단조로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인은 자신의 가게처럼 성의 없게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기른 중년 남성이었다. 그의 이름은 휴고라고 했다. 드물게도 부업이나 뒤가 없는 깨끗한 술집 주인이다. 물론 가게는 장사를 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방치되고 있지만 그 부분만큼은 확실했다.

  “오랜만이군, 잭. 한잔 하러 왔나?”

  휴고는 느슨한 시선으로 잭을 쳐다보며 말했다. 잭이 대답 없이 자리에 앉자 휴고는 서버에서 찬 맥주를 뽑아 내밀었다.

  “임시 수업이라도 들어온 모양이군. 그 꼴을 보니.”

  “아아. 제법.”

  코트에 묻은 핏자국을 보며 휴고는 말했다. 어디를 돠도 잭의 모습은 한 판 붙고 온 모습이었다. 그것도 꽤 과격하게 싸운 것이 분명했다. 코트와 잭의 얼굴 곳곳에 피가 튀어 묻은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조금은 씻는 편이 어때? 그나저나 오늘은 어떤 머저리랑 붙은 거야? 이 거리에서 자네에게 시비를 거는 놈이 있다니. 자살시도라면 색다른 자살 시도로군. 차라리 우리집에서 알콜중독으로 죽는 것이 좀더 건설적인 자살 방법일 정도로.”

  “그것도 옛날 이야기야.”

  잭은 단 번에 잔을 비웠다.

  “후우. 요즘 내 이름을 아는 놈들은 없어.”

  “그렇지 않다고. 어제도 【늙은 잭】의 전설을 말하던 친구가 있었으니까. 여전히 자넨 전설이라고. 적어도 러너들 사이에서는.”

  “그럼 동네 갱놈들이 예외인 모양이군.”

  “갱? 컬러즈?”

  “그래. 마약을 강매하려고 해서 박살냈지. 뭐, 대신 한 가방 챙겼으니까. 자네에게도 줄까?”

  “좋지. 컬러즈 놈들이 파는 것은 나름 질이 좋거든.”

  잭은 가방을 들어올려 안의 내용물을 절반 정도 휴고 앞에 쏟아 부었다.

  “이 정도야.”

  “오우.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양인데. 이거라면 놈들이 난리겠군. 조만간 자네에게 택배가 도착할지도 몰라. 펑! 하고 터지는 화끈한 종류로.”

  “그거 나름 나쁘지 않군.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일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질 나쁜 소리 그만해. 퇴물 러너를 갱단을 날려버리거나 하지 않으니까. 무기 필요해? 이거라면 꽤 좋은 놈으로 줄 수 있다고.”

  휴고는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며 말했다.

  “품질도 그럭저럭 괜찮군. 그건데. 최근 뜨는 혼합 방식인데. 【니트로】라고 부르지. 싸우기 전에도 많이 마셔. 반사신경을 빠르게 해주고, 시야를 넓혀주는 데다가, 고양감이 끝내주지. 집중력을 주는 것 같아. 당연히 섹스용으로도 인기야. 이거 한 봉만 주면 뿅가주겠다는 계집애들 좀 있을 걸.”

  “지나치게 싸구려 판매방식이잖아. 그럴 바에는 돈으로 바꾸겠어.”

  “뭐, 나야 가게 손님들한테 팔 거지만. 술에 타 마시는 것이 가장 좋지. 간에는 나쁘지만.”

  “몸에 즐거운 것은 나쁜 거지. 언제나.”

  잭은 웃으며 작을 두드렸다.
  휴고는 다시 잔을 채운 후 니트로를 살짝 섞어 잭에게 돌려줬다.

  “아무튼 외상값만큼만 받아두지. 아무리 그래도 컬러즈 정도 되는 놈들 걸 나눠 받으면 뒤가 무서우니까.”

  “그게 좋을 것 같군.”

  “그런데 나머지는 어떻게 할 거야? 팔 거야?”

  “팔기는. 내가 해야지. 일이 없으면 약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그레이즈는 오지 않았지?”

  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레이즈는 이 일대에 불법적인 일을 중개하는 알선꾼이었다. 자주 블루하와이에 들리는 유능한 픽서로 슬럼의 일에 빠삭한데다가 장물도 사들였다. 그의 배후에 제법 큰 배경이 있다는 것은 이 거리의 사람들에게 상식이었고, 한 몫 잡고 싶은 친구들은 모두 블루하와이에서 그레이즈를 찾았다.

  “요즘 그 친구 바빠.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친구여서 좋았는데. 덕분에 손님이 더 줄었어.”

  “손님은 원래 없었어. 지저분한 아저씨가 되도 않은 서빙을 하는데 모일리가 있나.”

  “아니아니. 제법 있었다고. 그레이즈를 만나러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니까.”

  “어차피 제대로 된 손님도 아닌 놈들이잖아.”

  잭은 소리 높여 말한 후 두 번째 잔을 비웠다. 니트로를 섞어 마시는 맥주맛은 각별했다. 머리가 빙긍빙글 도는 것 같았고, 취기가 빠르게 올라왔다. 확실히 강렬하다. 왜 이름이 니트로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 꽤 좋은데.”

  “그렇지? 요즘 좀 한다는 친구들 뒷주머니에 꼭 하나씩 들어가 있지. 저기 친구들도 같은 것을 하고 있다고. 뭐 저 친구들은 패치도 같이 쓰고 있지만.”

  “흠.”

  “그래도 자네에게 팔 생각은 없어. 돈 없잖아. 현물 거래는 안 하는 주의지만, 이번만 특별히 받아 주는 거야. 이거라도 안 받으면 자네는 영원히 외상값도 못 갚을 것 같으니까.”

  “기왕이면 일자리에 대해 들은 정보가 있으면 말해주지 않겠어?”

  잭의 말에 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없어. 아쉽게도……. 저번 실패가 뼈아팠군.”

  “내 탓이 아니야.”

  잭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행한 마지막 런. 최소한 그는 실수하지 않았다. 실수한 것은 다른 애송이였고, 그놈의 실패로 임무는 끝장났다. 잭은 기업의 눈을 피해 한 동안 숨어살아야 했고 덕분에 그나마 적은 저금을 마저 까먹어야 했다.

  물론, 원래 이 바닥이 그렇다는 거야 잘 알고 있는 일이긴 했다.
  한탕하기도 쉽지만 그만큼 떨어지기도 쉬운 것이다. 하지만 그 공백의 기간 동안 잭의 명성은 더욱 잦아들었고, 나이는 훨씬 더 큰 약점으로 부각되었다.

  “하아.” 한숨을 쉰 잭은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이걸 팔만한 놈 있어? 그레이즈에게 팔 생각이었는데. 오랜만에 크레딧 좀 만져보고 싶다고.”

  “나라고 가능한 일이 있고, 불가능한 일이 있어.”

  휴고는 딱 잘랐다. 더 이상은 알려줄 것 도 없고, 말할 생각도 없다는 뜻이었다.

  “세 잔째 할 거야?”

  “됐어. 이걸 팔 곳을 찾아야 하니.”

  “컬러즈의물건을 사겠다는 친굴 구하긴 어려울 거야. 그보다 지금은 숨는 게 좋지 않을까? 그 놈들 끈질긴데.”

  “오라고 해. 오히려 더 좋지. 그 놈들 주머닐 털면 거리가 좀 더 깨끗해지지 않겠어? 내 주머니도 두둑해 지고 말이야.”

  “사람을 무슨 게임의 몬스터 마냥 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별로 틀리지 않겠군. 알아서 잘해. 그리고 살아서 돈을 쓰러 오라고.”

  “노력은 해보지.”

  그렇게 말하고 잭은 블루하와이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