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아침이 찾아오고.

자신의 딸이 친구들과 같이 놀러 간 터라 앙리 혼자 집에서 흰 무니에다가 헐렁한 티셔츠와 긴 바지를 입은 채로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메세지 창을 살펴보았는데, 역시나 오늘도 그 회사에서 보낸 답장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즉, 그 회사에 떨어진 것이 확정되었다.

이런 일들이 벌써 12번째 일어난 덕에 앙리는 매우 힘이 빠진 상태였다. 언제까지나 막노동으로 살아가기에는 몸이 남지를 않는 상태인데 그렇다고 막노동을 무작정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

이런 삶들에 휘둘리는 앙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휴대폰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자신만의 위로로 계속해서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러자, 갑자기 누군가가 현관문 벨 버튼을 눌렀는지 벨 소리가 앙리의 귀에 들어갔다.

앙리는 순간 현관문을 바라보면서 소파에 누웠던 그 몸을 일으켜서 앉았고, 그 벨 버튼을 누른 사람에게 말했다.

 

“누구세요?”

 

누른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앙리는 뒷머리를 긁으면서 텔레비전을 끄고 일어나 현관문에 걸어가면서 벨을 누른 사람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누구십니까? 아무도 없어요?”

 

역시나 아무 말도 없었다. 쥐 죽은 듯 아주 고요했다. 이에 몹시 이상하다 생각했던 앙리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 현관문을 열어보니 무슨 이유인지 얼굴까지 가리는 망토를 입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한 손가방을 잡고 있었던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여자를 본 앙리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 여자의 모습을 보아하니 며칠 전에 보았던 그 여자와 매우 흡사, 아니 자신이 본 그 여자였다. 그 검은 머리의 수상한 그 여자가 맞았다. 이에 앙리는 단도직입적이지만 천천히 그 여자에게 말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앙리입니다. 혹시 저번에 봤던 그 여자분 아니십니까?”

 

이 말에 그 여자는 어깨에 붙은 먼지들을 툭툭 털어내고는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그녀의 말에 앙리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담,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앙리는 그녀가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고, 그녀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앙리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앙리는 현관문을 닫았고, 그녀는 망토를 벗으면서 그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망토를 벗은 그녀의 모습을 보자 하니 진한 보라색의 드레스 복장으로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은 스타일이었고, 두 손엔 하얀 장갑이 쓰여 있었다.

앙리는 이런 그녀의 정체가 정말로 궁금했다.

 

“저기, 당신은 누구신가요?”

 

앙리가 거실에 걸어가면서 그녀가 앉은 소파와 대칭 하는 빈 소파에 앉아 물었다.

그녀는 손가방을 거실 바닥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초면부터 말하기는 곤란하겠지만, 전 ‘마거릿 에릭센’이고 마녀이지요.”

 

“마녀인가요, 마녀라면 저 같은 마법 보유자들과는 달리 마법을 사용한 만큼 대량이 아닌 이상 그 힘과 생명력을 복구 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그런 대단하신 분이 저의 집에 오시게 된 것이지요?”

 

앙리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마거릿은 올라갔던 입꼬리를 내렸다.

그러고는 앙리의 두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이유는 부탁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이라니요?”

 

마거릿의 말에 앙리는 무슨 부탁인지 알지를 못해 의문에 빠졌는지 약간 아리송해 하면서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정말 중요하고 무겁기까지 한 부탁을 말하려고 하는지 보라색 진주같이 맑고 깨끗한 눈을 감고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후에 숨을 고르고는 다시 눈을 뜨고 말했다.

 

“본론부터 이야기 하자면은 저와 같이 세상을 구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앙리는 순간 나오려 한 비명을 억지로 참아내었다. 마거릿이라는 능력 있는 마녀가 어떻게 비야드 이지만 지극히 평범하다 생각했던 자신에게 세상을 같이 구하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말을 했기 때문에 정말로 앙리는 잠시 정신을 잃었었다.

이내에 다시 정신을 차린 앙리는 마거릿에게 말했다.

 

“네? 아니, 저는 아무리 비야드라 할지라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아직 세상은 평화로운데 어떻게 구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마거릿은 이에 답했다.

 

“아니요, 지금 세상은 전혀 평화롭지 않습니다. 당장 앙리 님의 옛 조국인 '루쟌 민주공화국'을 살펴보자면 혼란이 극심한데 말입니다.”

 

“옛 조국이요? 제 조국은 엄연히 이곳, 은은한 초록빛을 내는 풀과 자유를 향해 날개를 짓는 새들의 영원한 고향인 ‘밀리엄 연방’입니다.”

 

앙리는 그 말에 집히는 것이 있었는지 크게 불쾌감을 최대한 정중하게 표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마거릿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말했다.

 

“당신, 사실 본명은 ‘앙리’가 아니잖아요.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괴한에게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이곳, ‘밀리엄 연방’으로 망명한 것이 아닙니까? ‘게하르트’씨.”

 

순간, 앙리는 자신을 보고 오래전 실종되었다는 탐정 ‘게하르트’라고 하자 마음 같아서는 크게 고함을 치고 싶었지만은 꾹 참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아니, 아무런 증거도 없이 사망 처리된 사람을 왜 일반 사람인 저에게 갖다 붙이려고 합니까?

게다가. 옛 조국이라는 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평범한 제가 어찌 그 일들을 해결한답니까?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할 바에는 차라리 나가주십시오.“

 

앙리는 자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그녀에게 정중히 말을 하면서 자신의 본심을 솔직히 드러내었다. 마거릿은 “잠시만요, 제말을”이라는 말을 하다 끊었고 이에 잠시 거실 바닥만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조금 전에 벗었던 망토를 다시 입고는 손가방을 들고 말했다.

 

“그렇다는 말씀이십니까, 어쩔 수 없지요. 아무래도 이번에 벌어질 일은 저 혼자만의 기나긴 싸움이 되겠군요. 이만 떠나겠습니다.”

 

마거릿은 어깨를 숙이고는 현관문까지 걸어갔고 그 문을 열어 집 밖으로 나갔다.

이에 앙리는 마음속으로는 통쾌를 외쳤지만, 어느 정도 마음이 찝찝했는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침실에 들어가 새하얀 침대에 털썩 쓰러지듯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