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 (상대와 자신의 능력치를 교환합니다.) : 포코로(상대 미드라이너) 

그리고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정글에 숨어 있던 죠반니가 상대 딜러진 틈으로 파고들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공격목표는 미드라이너가 아니라 원딜러였다. 
원딜러의 평타를 유도해 한 순간에 녹이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딜러는 한 번 당한 방법에는 다시 당하지 않았다.  
스킬만 사용하고 뒤로 빠졌다.  
아무도 죠반니에게 평타를 때리지 않았다. 
죠반니는 스킬딜을 모두 몸으로 받아야만 했다. 
어느새 죠반니의 체력이 반 이상 닳았다. 
상대 원딜도 똑같았지만 특성으로 쿨타임 감소를 선택한 피그말리온이 지속적으로 힐을 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올린이 전진했다.  
아올린의 패시브 영역으로 들어간 죠반니의 체력이 급속도로 차 오르기 시작했다. 

-방어력 증가 

이어지는 아올린의 스킬 
그리고 이제 죠반니의 패시브가 발동될 차례, 이 순간을 노려 아껴두었던 미드라이너의 스턴기가 작렬했다.  
죠반니의 기절, 이제 원딜의 스킬과 평타로 녹아버릴 차례였다. 
그 순간을 위해 노을이는 마지막 카드를 발동시켰다. 

-루크레치아의 축복 : 해당 영웅의 체력을 30% 회복하고 모든 상태 이상에서 2초간 면역으로 만듭니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100초 
  
노을이는 이 카드를 살지 말지에 대해서 너무나 고민했다. 
카드덱에서 항상 가지고 있지만 항상 쓰지 못했던 카드였다. 
물론 이 카드를 '프로게이머 부커'가 장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카드를 쓸 때마다 번번이 신뢰를 배신 당했었다. 
이 효과를 걸었던 아군이 싸우지 않고 도망치면 100초 동안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무력감이 싫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시 한 번 그 카드를 꺼내들었다. 
상태 이상에서 무적이된 이호의 죠반니는 상대 원딜을 물고 늘어졌다. 
상대 미드라이너는 무력하게 이를 구경해야만 했고 이는 서포터도 마찬가지였다. 
포코로는 탱커들에게 목표를 지정했다. 

-공격! 아올린, 공격! 아올린 

아올린을 바로 죽이면 미드라이너의 공격력이 돌아온다. 
그 생각이 미치자 탱커들은 아올린에게 달려들었다. 
아올린은 시간을 벌기 위해 점멸을 사용하여 저지선 안, 탱커들 반대편으로 도망쳤지만 탱커들은 점멸을 똑같이 사용하여 아올린을 물었다.  
정글러의 궁극기와 함께... 

-펑! (아올린 사망) 
-펑! (호크아이 사망) 
   
사태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피그말리온이 궁극기를 사용하면 원딜이 부활한다. 
그러면 모든 건 원점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존재가 있었다. 
아고니아였다. 
아고니아는 호크아이가 사망하기 직전에 저지선 전방에서 부활했다. 
이는 호크아이의 부활시간을 조금이라도 저지하기 위해 이호의 죠반니가 피그말리온에게 달려들었을 때와 기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타격을 입는 것과는 별개로 호크아이부터 살려야 했다. 
그러나 모두 습관이 있는 법이다.  
안전하게 가고 싶어한다. 
먼저 '위상' 스킬로 공격을 회피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가 되었다. 
아고니아가 상대 원딜을 아군의 좀비노예로 살려내버린 것이다. 
좀비가 되어 살아난 사체는 유저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했다.  
인공지능의 인정사정 없는 스킬과 평타가 미드라이너에게 박히기 시작했다. 
미드라이너는 살기 위해 궁극기를 소모해버리고 사망 직전에 점멸로 도망쳤다. 
아고니아는 위상 아래로 다가온 상대 미니언들을 스킬로 터뜨려버리고 피그말리온이 위상 아래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내려오자마자 좀비노예 미니언 거의 죽어가는 피그말리온을 죠반니가 마무리했다. 

-펑! 

그러나 거기까지가 아고니아의 전부였다. 
아고니아는 아올린을 죽이고 따라붙은 상대 탱커 2명에게 녹아버렸다. 
이번에도 시신이 파편이 되어 상대에게 흩뿌려졌다. 
이 패시브 덕분에 지금까지 존재감이 전혀 없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자신의 몫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방어력 감소 패시브가 덧씌워진 상대 두 탱커에게 카카란이 소환한 유성들이 떨어져내렸다. 
8등신의 불타는 머리칼의 미녀는 하늘에 웜홀을 열어 불덩이들을 떨어뜨렸다. 

"깔깔깔, 추한 것들을 다 치워버려라!" 

유성이 떨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기절로 살벌한 상대 탱커들이 죠반니에게 돌격하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랬을 뿐만 아니라 아고니아의 패시브로 인해 두 탱커의 피가 반씩 깎여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킬 난사 때문에 둘 모두 피가 1/3정도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죠반니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상대 둘의 궁극기가 모두 빠져 있다고 해도 죠반니 또한 궁극기가 빠져 있는 상태이며 둘의 스킬에서 죠반니를 보호해줄 대상이 전혀 없다. 
그러나 죠반니는 도망치지 않았다. 
아군 전체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후퇴 신호를 찍었다. 
그러나 요지부동이었다. 
죠반니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혼령상태가 된 아고니아가 상대 탑 3차 저지선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죠반니는 상대 탱커 둘을 막아섰다. 
이어지는 죠반니의 '도발 동작' 실제 스킬은 아니지만 누구나 보면 면상을 후려치고 싶어지는 동작이었다. 
검지를 들어 까딱까딱 좌우로 흔들었다. 

"천연동정 애송이들, 여자 손이라도 잡아 보았나? 키스를 해 본적은?" 

동정이었던 두 유저를 충분히 빡치게 만들었으므로 소기의 성과는 충분히 이루었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이호가 이 뜻을 제대로 알고 쓴 것은 아니었다. 
그저 도발이라는 동작이 상대를 자극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눈에 불을 켠 탱커 유저 두명이 죠반니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죠반니는 상대의 사정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계속 벗어나기만 했다. 
미니언에게 돌진, 패링 후 돌진 축적, 다른 미니언에게 돌진, 그리고 정글로 이동 돌진, 패링 또 다시 이동, 또 다시 도발 동작 

"천연동정 애송이들, 내가 비밀하나 알려주지, 여자의 입술 맛은 초콜릿 향이 난다네. 못 믿겠다고? 그러니 동정이지." 

그러나 이러한 도발 동작은 또 다른 사람들도 도발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저 새끼 죽여! 

상대 미드라이너 또한 정글에 숨어서 귀한을 준비하다가 죠반니를 향해 움직였다. 
실로 무서운 스킬 아닌 스킬이었다. 
또 한 사람은 관전을 하던 석주임이었다. 

"중학생이 인성이 아주 못됐네요. 싹수가 노랗습니다!" 

곧 정색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던 최부장의 눈매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최부장은 중간에 나타난 흥미로운 관찰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었다. 
분명히 다른 이들과 상호 작용이 나타나게 되면 심박동 수가 치솟는다. 
아올린이 죠반니를 살려냈을 때, 그리고 아고니아가 원딜을 노예로 만들었을 때, 심박수가 치솟았다. 
예상치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한 알고리즘의 발현일까? 
최부장은 고민했다. 
혹시 특정한 유형의 사람들이 이러한 패턴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석주임, 우리 관찰대상이 보여주는 패턴과 똑같은 패턴이 있는 사람이 있는 지, 지금 찾아보세요." 
"어... 그게 아직 데이터는 수집하고 있지만 필터 시스템이 없어서..." 
"그런가요?" 

지긋이 응시하자 석주임은 말을 이었다. 

"하하 만들어서라도 찾아오겠습니다..." 
"네, 지금 바로 부탁해요." 
"네? 지금요? 퇴근 시간이 한참 넘었는데요." 
"네... 지금..." 

그러다가 최부장은 아차 싶었다. 

"아... 석주임.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네요. 그러면 이번 인사고과에 높은 점수를 받는 의욕이 있는 사람에게 이 일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닷!" 

석주임은 경례까지 하고 바로 자신의 자리로 뛰쳐나갔다. 
그러고 나서 최부장은 화면을 응시했다. 

-펑! 레드팀 3차 저지선이 무너졌습니다. 

게임은 진흙탕이 되어 가고 있었다. 
죠반니는 시간을 훌륭하게 잘 끌었다. 
그 덕분에 아고니아가 상대 3차 저지선과 함께 억제기를 박살내버렸다. 
3차 저지선이 무너진 시점부터 아고니아는 상대 코어 앞에서 진을 치고 살았다. 
미드라이너는 아고니를 저지하기 위해 코어 주변을 벗어날 수 없었고 상대 슈퍼미니언이 밀려올 때는 원딜러마저 코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에는 지루한 게임이 15분간 계속되었고 죠반니의 독무대가 되었다. 
진흙탕 게임의 끝에 코어가 터져나갔다. 
죠반니가 코어를 터뜨렸다.  
이 죠반니에게 아올린은 무적을 걸었고, 
죠반니가 죽으면 이를 아고니아가 잠깐 다시 살려냈다. 
레드팀(플레팀)은 이를 막을 수 없었다. 
레드팀은 게임이 끝나자마자 채팅도 없이 각자 자리를 떠나버렸다. 
기억을 하기도 싫을 것이다. 
훌륭한 역전 게임을 만든 블루팀은 환호하고 각자 점수 화면에 남아 자신의 기록들을 확인하고 또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상대의 등급을 확인하고는 또 한 번 놀랐다. 

-엌ㅋㅋㅋ 시발 플레를 이겼네 
-와 인생게임 ㅋㅋㅋㅋㅋㅋ 
-죠반니 핵 아님? 
-개잘핵? ㅋㅋㅋㅋㅋㅋㅋ 

채팅이 제한이 풀린 노을이가 채팅을 남겼다.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이호의 대답을 하길 기다렸다. 
그러나 이호는 답이 없었다. 

-혹시나 나중에 같이 할 수 있으면 또 같이 해요. 

노을이는 채팅을 남기고 친구 신청을 보낸 뒤 점수화면을 빠져 나갔다. 
이호는 채팅을 할 줄도 모르고 친구추가를 할 줄 몰라 한참을 애먹었다. 
10분을 낑낑거리고 나서야 겨우 친구를 허락하고 채팅을 남겼다. 

-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최부장이 보고 있었다. 
최부장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위기는 기회이고 새로운 현상을 반겨야 하지만, 의심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게임이 끝나고 난 이후 해킹툴 의심으로 '이호'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다.  
레드팀(플레팀)에서 4명이 신고를 한 것이다. 
이것도 보고서에 써야 하나? 
최부장은 더욱 기분이 사나워졌다. 
그래서 심술을 부리기로 했다. 
이호의 매칭 조건을 수정해버린 것이다. 
사건을 만들기 싫으면 상대가 물러나게 해버리면 된다. 
이 게임을 지겨워서라도 안 하게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오히려 공부해야 될 나이이므로 더 자비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연패자들과 매칭 우선순위 
-상대팀 연승자 조합 
-상대팀 mmr 총합 + 300점 매칭   
-게임 시 알림 설정 

이 행위는 실제로 이호에게 커다란 재앙이었으며, 이호와 자주 듀오를 돌리게 된 노을이에게도 재앙이었다. 
그 둘은 항상 불리한 조건의 게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덕분에 이호와 노을이는 골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그들의 존재는 이후에 열린 ‘대회’ 때까지는 별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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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죠씨 정말 나쁜 사람이네.

우리 모두 이런 사람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왜 내팀 전적을 보면 항상 연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