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이따금씩 그들만의 '상식'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곤 한다.

그들 내에서 공유되는 수많은 '상식'들이,

마치 특정한 징표가 새겨진 반지나 옷처럼 그것을 소유한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들은 말한다. '상식'이 있어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그래, 어쩌면 그런 의미인지도 모른다.

물질적인 것이 의미하는 바가 점점 줄어드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런 반지나 옷 같은 것들보다는 자기 머릿속의 '상식'을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도.

'상식'이 있어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게 있어야 그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들이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니까. '상식'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하지만, 만일 이 말이 전부 헛소리가 아닌 사실이라고 한다면,

서로 다른 '상식'이 부딪힌다는 건 무엇일까?

한 명도 빠짐없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연결해 놓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 무언가에 부딪힌다는 것을,

그들은 '재해' 혹은 '천재지변' 같은 것으로 표현하던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

 

…..

 

….

 

 

..

 

.

 

 

 

구르륵,

 

몇 개의 남은 공기방울이 부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며 수면 위로 올라갔다.

마치 자신들은 이 물 속에 있는 것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떠나는 것을,

그녀는 절망스런 눈으로 올려다보며, 차마 입 밖으로 내보낼 수 없는 한숨을 도로 삼켰다.

 

“틀렸어.”

 

점점 멍해져만 가는 머릿속에서 다 지친 목소리가 한 번 울렸다.

그저 머릿속에서 퍼지는 짧은 생각에 불과했지만,

이미 손도 발도 다 묶여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귀에다 대고 종을 울리는 것만큼이나 커다란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소리마저도 묻을 정도로 더 강한 목소리가 그녀를 세차게 쳤다.

 

“정신 차려!”

 

울리던 종을 망치로 후려쳐 산산조각내듯, 그 목소리는 꺼져가던 그녀의 생기를 마구 흔들었다.

 

“아직 살아있잖아. 뭐라도 해야지!”

 

하지만 잠깐 정신이 돌아왔음에도,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미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호수는 제법 깊었다.

물론 아직 밑바닥도 아닌데 이정도로 어두컴컴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어쨌든 늦었다. 설령 여기서 어떻게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그만!”

 

일순간의 외침과 함께,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은 싹 비워졌다.

그리고 이런 그녀를 다시 일깨우듯, 마치 꺼져가는 촛불에 생기라도 불어넣듯 아주 필사적으로,

 

“정신 차리라고! 왜 그러는 거야? 이런 일은 몇 번이고 있었잖아.”

 

이어서 그녀의 머릿속에는 곧, 예의 '이런 일'들이 누군가갑 보여주는 필름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래,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때로는 그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잘 빠져나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그녀의 머릿속 어디선가, 계속해서 필름이 돌아감과 함께 그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들려왔다.

어쩌면 그 모든 위기들을 보여주며, 그로부터 빠져나갔던 기억을 참고하려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애가 타는 목소리로. “이번에도 분명–”

 

“아니,”

 

순간 그녀의 한 마디는 한 번 깨끗해졌던 머릿속을 다시 한 번 비워 버렸고,

그렇게 필름도 끊기고 나레이션도 멈춘 상태에서 그녀는 속에서만 울리는 말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아냐. 너도 알잖아. 이제 곧…”

 

울컥,

순간 그녀의 입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벌어지며, 커다란 공기방울을 토해냈다.

이로 인해 그녀의 시야가 한 번 크게 흔들리며 말이 끊겼지만,

곧 물 위로 올라가는 그 커다란 물방울을,

마치 자신의 심장인 양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대신 말을 끝마쳐 주었다.

 

“너도 알지.”

 

이윽고 그녀는 다시 말했다.

여전히 머릿속에서만 울려 퍼지는 자신의 목소리였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며.

목소리가 퍼져야 할 공간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알기는 무슨…”

 

계속해서 고집을 피우던 그 목소리도, 이제 고장난 라디오에서 들리는 것처럼 차츰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 또한 이것을 알았는지 곧 그녀를 설득하려는 것을 그만뒀고,

이렇게 그녀의 머릿속이 잠시 조용해지는 사이, 그녀는 묶여있던 손발을 시작으로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상황 이해했지. 이제 내 말 좀 들어줄 수 있어?”

 

”……”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감각을 잃어가는 그녀의 몸은,

최후의 보루인 그녀의 머릿속에 대고 마지막 순간을 재촉하는 중이었고,

그 신호는 저 안으로부터 계속해서 차오르는 물과 함께 온몸에서 퍼져나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알람을 크게 울려댔다.

 

“이제 돌아가.”

 

이런 도중에도 대답은 아직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

이제 눈앞뿐만 아니라 머릿속까지 깜깜해질 정도로 아득한 중에, 마지막 기력을 짜내가며.

 

“이쯤이면 충분히 다 봤다고 생각해. 더이상 여기 있어봤자 좋을 거 없어.”

 

여전히 들려오지 않는 대답. 혹시 물 때문에 들리지 않는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아직 이렇게 말도 전할 수 있는데. 그리고 이에 응하듯 무거운 끄덕임이 그녀의 머릿속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제 그 끄덕임마저 굉장히 불안함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더이상 이대로 두다간 지금 죽는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녀는 다시 한 번 온 힘을 다해, 서둘러 말을 계속했다.

 

“이미 저들은 준비가 다 끝났어. 넌 어서 돌아가서, 모두에게 알려. 곧 일이 터질 거야.”

 

”…그래.”

 

다시 한 번의 끄덕임. 한편으로는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 또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제는 들어줄 수밖에. 그리고 인정해야만 했다. 또다시, 한 명이 이렇게 끝난다고.

익숙해질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받아들여야만 했고, 이 또한 역시 익숙한 게 아니었다.

어쩌면 좋을까. 누군가를 보낼 때마다 그렇게 생각해 왔다. 이제부터는 어쩌면 좋을까 하고.

한 자아가 절망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중 하나였기에. 그리고 이 생각을 그녀는 보았다.

 

“아,” 그녀가 말했다. “잊을 뻔했어.”

 

“응?”

 

절망에 빠져 있으면서도, 이제 조금씩 그녀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던 목소리가 저편에서 다시 울려오자,

그녀는 이제 정말로 떠나간다는 사실에 비로소 슬퍼하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라도 더 해주고 싶은 기색이 보였다.

그래, 그녀 또한 이런 게 좋을 리 없었다. 누가 죽는 걸 좋아할까.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것도 물론이고.

 

“부탁 하나만, 더 들어줄…”

 

하지만 이제 그녀는 머릿속으로라도 말 한 마디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이에 그녀에게 말을 걸던 목소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다시 그녀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모든 것이 꺼지기 전 그녀는 마지막 의지를 쥐어짜, 자신에게 들려오는 목소리 앞에 벽을 쳤다.

벽에 부딪힌 목소리는 멈칫하여, 그녀가 더이상 한 글자도 낼 수 없는 말 대신 벽에 그려놓은 무언가를 봤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 마지막으로 보여준 것.

평소라면 어쩌다가 사람이 한 번 머릿속에 잠깐 떠올리고 마는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기 전에 남기는 유언은, 단 한 마디라도 마치 신의 계시처럼 모든 주의를 기울여 듣는 법.

그녀가 머릿속에서 떠오른, 그리고 보여준 것은 마치 영정 사진처럼, 이를 보는 이에게 평생 각인될 만한 게 되었고, 감히 말하건데 세상 누가 이런 마지막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

 

“알았어.”

 

더이상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그녀로부터 전해진 의도는 충분했다.

짤막한 대답과 함께, “내가 맡아줄게.” 다시 한 번, 그녀의 마지막 소망을 들어줄 것을 약속했다.

이에 전해져 오는 그녀의 마지막 미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니, 느낄 수 없는 미소가 전해져 왔고,

 

“안녕.”

 

꺼져가던 촛불이 마지막으로 잠깐 빛을 발한 순간, 그녀는 이렇게 작별 한 마디를 남기고 그대로 꺼져 버렸다.

“안녕.” 작별에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더이상 무엇도 들을 수 없었다.

 

 

 

너무나 깊은 물 속이었다.

것도 한밤중에, 만신창이가 된 몸뚱아리는 꽁꽁 묶여서 그대로 던져졌고,

이어서 그 몸은 가라앉고 계속 가라앉으며, 곧 마지막 순간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 한 생명이 결국 꺼져서 더이상 돌아올 수도 없게 되었을 즈음,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컴컴한 물속에서 한 번, 은은한 빛이 번쩍였다.

마치 그녀가 쥐고 있던 또다른 생명의 빛이 빠져나가기라도 하는 듯이.

 

 

 

……

 

…..

 

….

 

 

..

 

.

 

 

 

Soul

[발음:소울]

영혼, 마음, 정신 등을 뜻하는 단어

 

Mate

[발음:메이트]

친구, 동지, 짝 등을 뜻하는 단어

 

 

 

 

 

 

Soulmate

[발음:소울메이트]

(명사)

1. 마음이 맞는 사람이나 친구

2. 연인 혹은 배우자

 

 

 

……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상상에 의한 허구이며, 그 중에서도 단지 '연습'일 뿐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