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군병장, 강종휘(인간,남성, 22세)의 일기장에서 발쵀#

 

2014년 05월 27일

이제 3일 뒤면 GOP에 간다.

4일 뒤면 월드컵이 시작되는데......

위에 가면 바쁘고 피곤해서 월드컵이나 제대로 볼 수 있으려나.....?

하아아......

2014년 05월 30일

산속으로 한참을 들어가 GOP에 도착했다.

먼저번에 있던 부대의 선발대가 다른곳에 비하면 들어가기 쉽다고 했는데.......

전부 개소리였다. 이게 편한거면 다른곳은 중동 어딘가에 있다는 고대의 이름없는 지하도시라도 되는건가?

역시 군인은 믿을 것이 못 된다.

...나도 군인이지만.

2014년 06월 01일

크윽....어제 근무시간 때문에 월드컵 개막식을 못 봤다.

이번 개최국인 티르 나 노그 공화국의 환상종 퍼레이드가 예술이라고 하던데....

동기놈들이 자기들을 봤다고 놀리는걸 보고 있자니 피가 끓어올랐지만, 어찌어찌 참았다.

크윽...언젠가 나도 저 놈들을 같은 걸로 놀려먹으리라......

.....참자, 참어.....

2014년 06월 04일

티르 나 노그 공화국 대표팀과 북한의 경기를 봤다.

.....역시 환상종의 나라.

2~3명만 있어도 치트라는 소리를 듣는 환상종만으로 이루어진 팀이라 다른 나라와는 레벨이 달랐다.

북한의 주민들과 오크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엘프의 날렵함과 오우거의 파워는 최신 마학으로도 극복할 수 없었다.

...이번 우승은 개최국일지도 모르겠다.

2014년 06월 08일

군의관이 순회진료를 와서 마나 컨버터 검사를 하고 갔다.

다행히 내 마나 컨버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뭐, 잘못되면 일차적으로 내 건강에 문제가 오니까 알 수 있지만....

하여간, 이상 없다고 하니 안심했다.

만약 컨버터가 고장나면, 수리하는 동안은 전자기기를 쓸 수 없어지니까 대략 난감하다.

제발 고장나지 마라, 내 컨버터야.

나도 현대인이라 전자기기가 없으면 꽤나 괴로울거야..

2014년 06월 15일

어제 성훈이랑 같이 근무서는 중에 초소 아래쪽의 투광등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봤다.

그것의 윤곽은 이상할 정도로 거대했다.

대충봐도 10m는 넘는 것 같았다.

옆부대의 발육과잉 오우거 병사인가 싶어 지켜보고 있으니, 거대한 '무언가'가 나를 쳐다보았다(고 느꼈다).

어둠속에서 수십개의 불길한 붉은 불꽃이 나를 주시했다.

순간, 엄청난 공포감과 절망감이 내 몸을 덮쳤다.

온 몸의 감각이 순식간에 박탈당했다.

불길한 불꽃들이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저것을 계속 마주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저것과 마주할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

죽는편이 훨씬 낫다.

죽고싶다.

누가 나를 좀 죽여줘.

성훈아,  자랑스러운 인랑(人狼)의 아이야, 너의  송곳니로 나를 물어 뜯고 손톱으로 나를 갈갈이 찢어줘

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

내 머리는 어째서인지 죽음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영원같던 5분이 흐른 뒤, 거대한 '무언가'는 고개를 돌리고 유유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가까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머리속을 가득 채웠던 죽고싶다는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

황급히 뒤돌아있던  성훈이의 꼬리를 당겨 뭔가 보지 못랬냐고 물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했다.

그건...대체 무었이었을까.......

꺼림찍한 기분으로 철수하는데 등 뒤에서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14년 06월 18일

벌서 3일째 같은 악몽을 꾸고 있다.

꿈 속에서 나는 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거대한 '무언가' 가 나타나서 거대한 촉수같은 것으로 나를 감싸 쥐고,

그 형용할 수 없이 불길한 붉은 불꽃의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촉수같을걸에 힘을 줘서 잡혀있는 나를 으스려 트리려 했다.

전신의 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나는 비명을 질렀고, 언제나 거기서 악몽이 끝나고 깨어났다.

소초장님에게 말했더니 당분간 쉬라며 근무를 빼주었다.

.....며칠 쉬면 괜찮아 질까.......?

2014년 06월 22일

시발.....!

악몽이 끝나지 않는다.

벌써 일주일째다.

일주일째 내가 거대한 '무언가'에게 잡아 먹히는 악몽을 꾸고 있다.

잠드는 것이 두렵다.

젠장.....누가 이 악몽을 끝내줘.....!

2014년 06월 27일

악몽을 꾸기 시작한 지 어느세 12일이 지났다.

잠을 안 자려고 해 봤지만, 그것도 며칠이 한계였다.

소초장도 슬슬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나를 내일 사단 의무대에 입실시킨다고 한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이 악몽을 꾸지 않게 해줘......

2014년  06월 30일

의무대에 입실해서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나왔다.

악몽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낮에도 '무언가'의 확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나는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군의관과 의무병들도 슬슬 나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누가 나 좀 구해줘.......!

2014년 07월 03일

밥을 먹다 갑자기 의식이 사라졌다.

눈을 떠보니 국군수도병원의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사단 의무대에서 식사중에 갑자기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의무병들이 달라붙어 진정시키려 했지만, 계속해서 '눈!! 붉은 눈!!'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발광했다고 한다.

결국 진정시키기 위해 진정주문을 사용했다고도 했다.

......언제쯤 그 '무언가' 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죽고싶지 않다.

2014년 07월 15일

며칠전부터 환청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멍하니 있다 문든 인기척을 느껴 돌아보면 수십개의 불길한 붉은 불꽃이 나를 쳐다보고 있고,

어딘가에서 마치 비웃는듯하면서도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낮에 수시로 환각을 본 뒤 간신히 잠들면, 또다시 악몽이 이어진다.

....이젠 정말로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의 의도가 이것일까........?

.....그만둬! 난 죽고싶지 않아!

2014년 07월 29일

낮에는 확각과 환청, 밤에는 악몽이 이어진다.

잠을 자지 않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과학으로도, 마법으로도 치료할 방법이 없다.

이제 더이상 버틸 수 없다.

내가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앞으로 30분.......

아버지,어머니 미안해요.

하지만 저는 더이상 이 고통스러운 생활을 버티지 못하겠어요.

최선을 다해 나를 돌봐주는 군의관들에게 미안하지만, 더이상 방법이 없다.

모두들 안녕...그리고 미안해.......

 

-강종휘는 이 일기를 쓴 뒤, 일기를 쓰던 볼펜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함.

-특이하게도 시체는 병실에서 한참 떨어진 복도 모퉁이 에서 머리를 감싸 쥔 자세로 발견되었음.

시체의 표정은 공포와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으며, 손톱으로 머리를 자해한 자국이 발견되었음.

-복도CCTV에 녹화된 영상 판독결과, 강종휘는 목에 볼펜을 박은체 괴성을 내며 병실을 뛰쳐나와 복도를 질주하다,

힘이 다해서 복도 모퉁이에 쭈그려 않은 자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다 사망함.

'오지마...저리가!! 제발....오지마!! 크학!! 크하학!! 붉은...붉은 불꽃!! 웃지마!! 웃지말란 말야!!'

 -강종휘의 사인은 당초 예상한, 목에 박은 볼펜이 일으킨 출혈에 의한 기도봉쇄가 아니라

외부에서 가해진 강력한 힘에 의한 전신골절이 요인이 된  쇼크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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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GOP에서 초소근무 서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문장화 해 봤습니다.

내용에 판타지틱한 요소가 들어있는 건 이 일이 일어난 세계관이 판타지틱한 세계라서 그런거에요..

....세게관의 베이스는 판타지한 현대에서 일어나는 코즈믹 호러.

....재미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