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은 강 씨의 슈퍼마켓과 강만수의 집으로 향하는 샛길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강 씨의 이야기대로 신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 듯, 구경꾼들이 몇 겹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다만 떠들썩한 분위기는 과연 그곳이 사건현장인지, 아니면 시장 통에 출현한 약장사를 구경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생경한 상황이었다.

 류 탐정은 켜켜이 에워싼 무성한 추측의 스크럼을 비집고 사건의 중심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최후 지지 선을 벗어난 자리에는 비리비리한 꼬챙이로 겨우 경계가 정해진 폴리스라인이 위태한 모습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류 탐정? 류 탐정! 여기야!”

 류 탐정에게 반대쪽 경계선에 손을 흔들고 있는 강 씨가 보였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분위기에 한껏 도취된 듯 상기된 얼굴에 누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고 있었다. 그런 그의 경박한 태도에 혀를 차며 한 마디 내뱉으려는 순간,

 “왔어?”

 그의 귓전에 나지막하면서 무신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 그 음성으로 주변의 어수선한 소음과 강 씨를 향한 노기가 한 순간에 사그라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신 경위였다.

 류 탐정은 대부분의 경찰 생활에서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경찰 생활 내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던 상황이 가져다 준 본능적인 반응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 밤에 그가 거주하는 관사에서 벌였던 언쟁이 떠올랐다.

 류 탐정은 그의 마지막 이야기에 그 어떤 반론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서야했다.

 ‘자네야 말로 정말 반병신이었어........’

 신 경위의 마지막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류 탐정은 자신의 치부를 양 마담이 알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를 주눅 들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요행인지 아니면 배려인지 신 경위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에게서 어떠한 내색도 없었고, 류 탐정에 대한 과잉한 배려나 측은한 눈빛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방금 전, 다방에서의 상황도 단지 그가 식사를 거를지도 모른다는 배려일 뿐 더 이상의 확대해석은 지나친 피해의식일거라고 생각했다.

 심정적으로야 신 경위에게 반발심이 있는 류 탐정이었지만, 자신의 약점을 까발리지 않은 그의 결정에 감사까지는 아니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리 들어와. 보여 줄 것이 있어.”

 신 경위는 잠시 생각의 필라멘트가 나간 류 탐정에게 폴리스라인 건너편에서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갑작스러운 그의 우호적인 태도에 류 탐정이 쭈뼛쭈뼛 어쩔 줄 몰라 하자, 신 경위는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폴리스라인을 넘어 류 탐정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류 탐정의 뒤에서 웅성대던 군중의 소음도 멀찌감치 물러서며 조용해졌다.

 “시끄러워서 내 이야기가 안 들렸어? 뭐 원칙적으로야 자네가 저 라인을 넘는 것은 규정위반이지만, 지금 사망자의 상태를 자네가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신 경위는 폴리스라인을 위로 들어 올리며 류 탐정이 사건현장으로 접근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과잉 친절을 보이며 말했다.

 “저기 콘크리트 농수로만 밟아. 거기는 채증을 마친 상태야. 다른 곳은 아직 증거수집 중이니 증거훼손에 각별히 신경 써 주게.”

 “아, 네.”

 류 탐정은 신 경위의 전향적인 태도에 별다른 대구도 하지 못하고, 그를 따라 폴리스라인을 넘었다. 사실 기억나지 않는 과거에는 많이 있었을 상황이지만, 기억을 잃고 난 후에는 겨우 절도사건 몇 건에서 폴리스라인을 본 그였다.

 “자, 여기야.”

 앞서가던 신 경위가 걸음을 멈추고 오른손 검지로 농수로의 한쪽 귀퉁이를 가리켰다. 그의 뭉뚝한 손가락 끝이 가리킨 그곳에는 농수로 바닥에 얕게 흐르는 물 위로 얼핏 포대자루 같은 물체가 보였다. 밝은 태양에 익숙했던 시력이 그늘진 농수로 구석에 위치한 물체를 더듬더듬 인식해 나갔다. 그것은 틀림없이 한껏 웅크린 인간의 형체였다.

 농수로에 쑤셔 박히듯 자리 잡은 시체는 사진으로 본 김철규의 사체와 여러모로 닮아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린 모습하며, 휘꺼덕 뒤집힌 공허한 흰자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한 모습, 그리고 부패가 심해 녹색으로 변한 피부까지 시체가 발견된 시간과 공간이 다를 뿐, 마치 어떤 원시부족의 관습화된 매장습관 같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류 탐정이 느끼기에 평면화된 사진으로 본 시체과 실제 현장에서 본 시체 사이의 괴리감은 엄청났다.

 반쯤 물에 잠겨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눈알이며, 핏기 없는 푸르딩딩한 입을 통해 내장이 우르르 쏟아질 것 같아 보였던 것이다.

 류 탐정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구토기를 눈물을 삼키며 겨우 눌렀다. 그러나 그의 코로 수챗구멍 냄새 같은 시체의 비릿한 썩은 내가 밀려들자 더 이상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한 손으로 쏟아지는 토사물을 겨우 틀어막고 폴리스라인 밖으로 뛰어 나갔다. 

 “흡! 우웩! 컥! 컥! 컥!”

 류 탐정은 둘러 싼 사람들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토사물을 쏟아냈다.

 “으악! 꺄악!”

 사람들은 참담한 사체의 모습을 본 반응보다 몇 배는 경악하며 토사물이 튀지 않을 거리로 신속하게 물러섰다.

 류 탐정은 눈물, 콧물, 위액이 범벅이 된 채로 뱃가죽이 등짝에 붙을 정도까지 몸을 휘며 구토를 계속했다. 더 이상 토해낼 것이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 창피함이 밀려왔다. 자신의 추한 모습을 신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본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 좁은 마을에 삽시간에 퍼져나갈 것이고 결국 양 마담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그의 등을 누군가 두드려 주었다.

 “그러니까. 어제 술을 작작 먹으라니까. 속도 안 좋은데 저런 끔찍한 장면을 봤으니 이러지. 다음부터는 내 말 들어.”

 슈퍼주인 강 씨의 목소리였다. 분명 어제는 그냥 헤어졌음에도 그의 곤란한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아....... 네.”

 류 탐정은 그냥 모른 척 그렀노라고 대답을 얼버무렸다.

 “류 탐정,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약해졌어. 우리 부서에 배치되고 첫 살인사건 현장에서 이럴 줄 알았는데 그때는 쌩쌩하더니만....... 뭐. 과음했다니 그럴 수도 있겠지........”

 신 경위는 잊지 않고 빈틈을 노려 류 탐정의 약점을 건드렸다.

 “더 볼 건 없지? 그럼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 좀 해.”

 그는 류 탐정이 당장 일어설 수 있는지 확인 따위는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고 군중을 뚫고 걸어갔다. 얼굴이 눈물, 콧물, 타액 등으로 범벅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하는 류 탐정에게 강 씨가 둘둘 만 화장지를 건넸다. 그 사이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얼굴을 닦을만한 것을 챙겨온 것이었다. 류 탐정은 허겁지겁 얼굴을 닦고 바닥을 보자, 자신이 쏟아 놓은 토사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또다시 밀려온 역겨움에 구토기가 밀려왔지만 이미 위장은 말끔히 비워져 있었고, 그저 식도가 화끈거릴 뿐이었다.

 신 경위를 따라가야 했지만 바닥에 토사물을 그냥 두고 갈 수도 없어 우왕좌왕하는 류 탐정에게 강 씨가 말을 꺼냈다.

 “얼른 가 봐. 여긴 내가 치울 테니까 걱정 말고.”

 “네........ 감사합니다.”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고 류 탐정은 황급히 신 경위의 뒷모습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강 씨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보다 자신의 허물이 가득한 그곳에서 가급적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신 경위는 사건현장에서 십여 미터 떨어진 경찰차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한심한지 아니면 측은한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류 탐정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속은 좀 진정이 된 거야?”

 한 손으로 코언저리를 문지르며 신 경위가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네.”

 류 탐정은 자신의 얼굴에 아직 오물이 묻어있나 싶어 손등으로 얼굴을 훔치며 더듬거렸다.

 “거 봐. 모든 일이 의욕으로만 되는 게 아냐. 며칠 전에 내가 한 말이 심하기는 했지만, 사고 이후에 자네 컨디션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야. 너무 조급증 내지 말고, 차근차근 회복하라고.”

 신 경위는 방금 전의 비아냥거림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 밑을 문지르고 있는 그의 행동에 류 탐정은 그의 이야기가 진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뒤통수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의 탓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벌게진 얼굴을 손등과 셔츠로 비벼 닦았다.

 “응? 내가 코를 만지는 건 자네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서가 아냐. 이것도 잊어버린 거야? 안티플라민.......”

 ‘안티플라민?’

 류 탐정은 신 경위가 왜 뜬금없이 타박상에나 바르는 약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친구. 기억 못하는구먼. 자네 처음 살인사건 현장에서 그 고생을 했으면서 그걸 잊어 먹어? 흐흐흐. 뭐 그럴 수도 있지. 이런 사망사건, 특히 오래 부패된 시신이 있는 현장에 올 때는 코 밑에다 이걸 발라야 견딜만하지. 안 그러면 악취에 나도 힘들었을 거야. 다음에는 꼭 참고해.”

 신 경위의 말은 악취를 덜 느끼려고 코 밑에 안티플라민을 발랐다는 것이었다. 그 약이 피부를 자극해서 코를 만진 것인데, 류 탐정은 또 자신에게서 나는 악취 때문이라고 오해를 했던 것이다.

 류 탐정은 근래 들어 남들의 시선과 자신에게 보내는 태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그리고 자기비하에 빠진 자신의 모습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비록 경찰 생활에는 다시 적응하지 못했지만, 탐정이 되면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탐정이 되고 처음으로 이번 사건을 수임한 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사건에 대한 뚜렷한 증거 하나 찾지 못했고, 사건 의뢰인에 대해 어쭙잖은 연정이나 품고, 신도 여기저기에서 꼴불견인 모습만 보였었다. 그리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선영에 대한 연민인지........ 그 또한 연정인지 모를 오지랖까지 부리고 있었다.

 정말 신 경위의 말대로 차근차근 쉬운 사건부터 시작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는 그 사건에, 이 신도의 틈바구니에 껴있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덫에 갇혀버린 듯 생쥐 꼴이 되어버린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