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림을 향하는 강 씨의 자동차의 내부는 뙤약볕에 방치된 탓에 완전히 찜통이었다. 에어컨을 켰지만 내부는 쉽게 시원해지지 않았고 오래된 에어컨이 내뿜는 입 냄새만 고약하게 퍼져나갔다. 강 씨가 겨우 열리는 양쪽 앞문의 창을 내렸지만 냄새는 쉽게 가시지 않았고 더운 바람이 축축하게 감겼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도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강 씨는 묵묵하게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고, 선영은 고개를 숙인 채 의도적으로 바깥 풍경을 외면하였다.

 류 탐정은 시선을 떼지 않고, 점점 가까워지는 검푸른 전나무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위압적이었던 전나무 숲이 그날의 사고 이후 강한 햇살과 여름 소나기에 웃자라 더욱 위세를 자랑하며 그의 몸에 찌릿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강 씨의 이야기 때문인지 그 검푸른 숲 사이에서 정체모를 존재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 같았다. 트릭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선영이 보인 극단적인 모습이 께름칙한 건 사실이었다.

 타이어가 자갈에 달각달각 미끄러지며 그렇게 귀림의 입구에 접어들었다.

 “아저씨. 여기서 차를 세워 주세요.”

 류 탐정이 강 씨에게 말했다.

 “왜? 저기 무너진 예배당까지는 들어갈 수 있는데.......”

 강 씨가 전나무 숲 너머 보이는 폐허의 중심에 위치한 목조 건물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뇨. 그냥 여기 세워 주십시오.”

 “그래. 류 탐정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끝까지 따라가겠네. 지난번 같은 불상사가 또 있어서는 안 되니 말일세.”

 강 씨가 한껏 목소리를 내리깔고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고는 차를 멈췄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들 내리시죠.”

 류 탐정에 이어 선영과 강 씨가 차례로 차에서 내려 전나무 숲으로 발길을 옮겼다.

 분명 무더운 여름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귀림으로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와 함께 수체구멍 같은 퀴퀴한 냄새가 뒤를 이었다. 십여 년 가까이 봉인되어있는 비밀이 풍성하게 썩어서 생긴 악취라고 류 탐정은 생각했다. 그러면서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서는 선영의 눈치를 살폈다. 과연 그녀는 강 씨의 이야기처럼 이 숲에 도사린 존재들의 비밀을 알아차릴 것인지 계속 주시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떠한 언급도 없이 단지 조금은 위축된 자세로 류 탐정을 따를 뿐이었다.

 “으스스한데 여기는 뭔가 귀신이나 그런 것 안 보여?”

 류 탐정이 선영의 거짓말에 대한 확인사살을 하려고 대놓고 물었다.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에 분명 보이지도 않는 귀신을 보인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 귀신은 어떤 모습인지 되물어 강 씨가 이야기한 일제강점기의 노동자의 모습이 아니라면 심한 욕이라도 퍼부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녀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아뇨.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의 순순한 인정에 도리어 류 탐정이 순간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기는 바로.......”

 그 순간 강 씨가 잽싸게 선영의 이야기에 발끈하려다가 아무 말 없는 류 탐정을 보고는 황급하게 말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렸다. 또다시 자신의 입이 방정이란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던 것이었다.

 “아저씨의 말대로 여기는.......”

 “여기는 아무 존재의 모습도 소리도 없어요. 마치 인위적으로 지워졌거나 다들 숨을 죽인 듯이.......”

 선영이 류 탐정의 말을 끊고 말했다. 선영에게 신랄하게 한소리 하려던 류 탐정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 머리털이 쭈뼛해지는 것을 느꼈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미처 몰랐는데 정말 그 숲에는 없었다. 전나무를 휘감는 스산한 바람소리 외에는 벌레소리, 새소리, 동물소리 등 그 어떤 생명의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 꿈에서도 이런 침묵이 계속되었어요. 마치 지금처럼.......”

 이야기를 이어가던 선영은 앞서가던 류 탐정을 지나쳐서 종탑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트릭을 밝히고 호되게 꾸짖으려던 류 탐정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해서 더 이상의 어떠한 추궁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강 씨는 역시 류 탐정의 눈치를 살피며 뒤를 이었다.

 선영에게 그 폐허는 어디선가 본 듯한 곳이었다. 그리고 익숙한 걸음으로 무너진 건물들을 지나 좁은 길을 따라 깎아지른 듯한 골짜기에 다다랐다.

 류 탐정은 그녀의 이야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어떤 조그마한 생명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귀를 기울였지만 정말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드러낸 골짜기의 모습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그가 겨우 관내지도 사진을 보고 찾아온 그 장소로 그녀가 안내한 것이었다. 그는 우연이라고는 볼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체 여기는 어떻게 안거야?”

 “네? 여기가 어디인데요?”

 류 탐정의 추궁에 선영이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의심이 가득 찬 눈초리로 선영을 노려보았다.

 “너, 누구야? 누가 시킨 거지? 날 골탕 먹이라고!”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서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소리가 적막한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류 탐정. 갑자기 왜 이래? 진정하라구.”

 갑작스러운 류 탐정의 일갈에 강 씨가 당황해서 말리고 나섰다. 그런 강 씨의 만류에 류 탐정의 눈에 다시 스파크가 튀었다.

 “그렇군요. 역시 아저씨도 한패였던 거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 학생이 여기를 알 리가 없죠.”

 “그게 무슨 소리야? 저 학생과 한패라니?”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그러세요?”

 “여기가 그러니까....... 그래. 자네가 굴러 떨어진 곳 아닌가?”

 “네. 그렇죠. 그런데 여기를 저 학생이 한 번에 찾아올 수 있죠?”

 류 탐정의 계속된 추궁에 강 씨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더듬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러고 보니 신기한 일이긴 하네.”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대체 누가 시킨 건가요? 여기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저랑, 아저씨 밖에 없어요. 안 그래요?”

 “그렇긴 하지....... 아! 아냐. 구급대도 알고, 파출소 그 신출내기 순경도 알지. 그리고 신도 사람들 절반 이상은 알걸?”

 강 씨의 예상 밖의 대답에 류 탐정은 어이가 없었다. 강 씨의 대답이 아닌 터무니없이 또 아무 사람에게나 퍼부은 자신에게 그랬다. 정말 자신이 탐정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 근거도 없이 감정에 휩싸여서 무작정 윽박지르는 자신이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양 마담에게도 그리고 선영, 강 씨에게까지.......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류 탐정. 뭐해? 선영 학생이.......”

 류 탐정은 강 씨의 이야기에 생각을 멈추고 선영이 서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 없었다. 잠시 자책에 빠져 있는 동안 선영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저쪽으로 갔어.”

 강 씨가 왼쪽에 있는 조그마한 바위를 가리켰다.

 “네?”

 “저쪽에 샛길이 있다네. 류 탐정이 사고가 난 날 119 구급대와 함께 도착한 순경이 그쪽에 난 길을 통해서 저 아래로 내려왔다네. 어서 가세. 선영 학생을 혼자 둘 수는 없잖아.”

 “네. 서두르시죠.”

 강 씨를 따라 바위 쪽으로 걸어간 류 탐정의 눈에 숨겨진 샛길이 보였다. 바로 박 순경이 이야기한 그 길이었다. 

 두 남자는 헐레벌떡 샛길을 따라 아래의 공터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는 우두커니 선영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노래가 시작되자 ‘휘잉’하고 한 줄기 바람이 그녀를 지나 두 남자에게 불어왔다. 그리고 그 바람을 맞은 두 남자는 움찔했다.

 그 바람은 도저히 한여름의 정점인 8월에는 상상할 수 없는 차가운 바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사고의 순간이 떠오른 류 탐정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황급하게 선영에게도 달려갔다. 그의 판단대로 선영은 제정신이 아닌 듯 넋이 나간 상태로 두 눈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고 입으로는 동요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정신 차려!”

 류 탐정이 그녀를 우악스럽게 흔들었다. 그러자 다행하게도 선영의 눈빛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았다.

 “정신이 들어? 일단 마을로 돌아가자. 이러다 큰일 나겠어.”

 “안 들리세요? 저 소리가?”

 선영은 류 탐정의 이야기에 동문서답의 대답을 했다.

 “무슨 소리?”

 당황해서 대답을 못 하는 류 탐정 대신에 강 씨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눈 밟는 소리요. 뽀드득. 뽀드득. 빠드득! 빠드득!”

 선영은 눈 밟는 소리를 흉내 내나 싶다가 이내 이빨 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학생! 왜 이래? 무섭게.”

 강 씨는 거의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

 “빠드득! 빠드득!”

 선영의 이빨 가는 소리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되었다.

 류 탐정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원초적 본능이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항상 당하고만 살던 과거의 습성에서 비롯된 방어기재가 발동한 것이었다. 일단 선영을 이 자리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선영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깜짝 놀라 잡았던 손을 놓아 버렸다.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가왔다.

 “빠드득! 빠드득!”

 그에게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차가움이 그녀의 손에서 그리고 스쳐 지나는 바람에서 느껴졌다. 그의 본능은 혼자서라도 도망쳐야 한다고 계속 외치고 있었다. 그렇게 주춤주춤 어쩔 줄 몰라 하던 류 탐정은 다시 선영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이끌기 시작했다.

 “빠드....... 득.......”

 이빨 가는 소리가 잦아들면서 선영의 의식은 류 탐정의 손아귀 힘에 이끌려 점차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의 같은 본능적인 위협을 느끼며 그의 손에 이끌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을 따라 강 씨도 최선을 다해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들이 오솔길을 따라 다시 언덕에 이르자 쉼 없는 달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기가 한결 사라짐을 느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 일행은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있는 힘을 다해 자동차까지 달렸다.

 검은 전나무 숲을 벗어나고서야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귀림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