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소원 횟수를 3번이나 사용했지만 나의 일상은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애초에 일상이 바뀔 만큼 큰 소원을 빌지도 않았으니까 당연한 거였다.

 아직 핸드폰에 소원이 하나 남아있었지만 그 소원은 아껴두기로 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건데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아껴 두기로 한 것이다. 말하자면 최후의 보루라고나 할까. 그렇게 변하지 않은 일상을 즐기며 퇴근 후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자취방 근처에서 아줌마들이 모여서 얘기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사이에 자취방 주인아주머니도 보였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날 보더니 말했다.

 

아이고! 고생이 많네. 이제 일 끝나고 오나봐?”

 

하하. .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이런 시간까지 무슨 얘기들 하시는 거에요?”

 

. 자네도 조심해. 요새 도둑이 있나벼!”

 

? 도둑이요?”

 

그려. 도둑. 저기 건너편 파란 지붕집 있잖아. 거기 도둑이 들었데. 집에 다음날 지불할 부동산 계약금을 은행에서 찾아왔는데 그날 저녁 털어 갔다나봐. 자네도 문단속 철저히 해.”

 

저도 조심해야겠네요. 고마워요. 아주머니.”

 

그렇게 말하고는 자취방으로 들어가는데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뭔가가 자꾸 걸리는 느낌인데 왠지 뭐가 걸리는지 모르겠다. 결국 뭐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저녁밥을 먹으며 TV를 틀었는데 그때 보도되는 뉴스를 보고 그대로 숟가락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뉴스에서는 저번 년도부터 유행했던 연쇄살인마 사건의 범인이 잡혔다고 속보로 방송하고 있었다. 어제 살인현장에서 주민 신고로 붙잡았다고 하는 연쇄살인마의 사진이 나오는데 내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며칠 전 교통사고에서 내 소원으로 구해준 그 아저씨랑 똑같은 얼굴이었다. 어제 살인현장에서 주민 신고로 붙잡았다는 부분. 그렇다면 어제도 그 아저씨아니 그 살인마가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선의로 행한 일이 결국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물론 내가 살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내가 만약 그냥 지나쳤다면 그 살인마는 그 교통사고 현장에서 죽었고 살인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충격에 휩싸여서 뉴스를 보고 있는데 그 찜찜하게 걸리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소원. 바로 소원이다. 1억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던 바로 그 소원 말이다.

 

나는 당장에 주인아주머니 집에 전화를 해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어보았다.

 

! 아주머니. 별일은 아닌데요. 혹시 그 파란지붕집 도둑이 들었다고 했잖아요. 얼마나 털렸데요?”

제발 아니길 하는 마음으로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참혹했다.

 

.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1억이라고들 하더라고. 경찰들이 오늘 낮에 와서 조사할 때 그렇게들 들었다고 하더라구. 그 경찰들 내일은 주변 은행들 조사해 본다고 하던데.”

 

. 네 알겠어요. 별일 아닌데 죄송해요 아주머니. 이만 끊을게요.”

 

하고 아주머니의 인사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소원이 문제다. 이 소원이 걸렸던 것이다. 아니다. 아직은 모른다. 한 가지 더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또 다시 급하게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 무슨 일이야?”

 

. 그냥 친구들끼리 수능 얘기하다가 너 생각이 나서. 혹시 너 수능잘본 일 때문에 무슨일 없었어?”

 

당연히 별 일이 있지! 주변 사람들이 축하해주고 엄마도 기뻐하고 난리지 당연히!”

 

아 그래? 다행이네 정말.”

 

그래 내가 괜한 기우를 한 거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하지만 갑자기 동생이 말했다.

 

아 안 좋은 일이 있긴 했어. 내가 다니던 재수학원 있잖아. 우리 반에서 1등하던 애가 있었는데 자살했어.”

 

뭐라고!?”

 

. 걔 원래 모의고사 때 450점정도 나오는 애였거든. 그런데 이번 수능 때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400점도 안 나왔다는 거야. 그것 때문에 자살했다더라. 나랑 친한 애도 아니고 별로 말도 안했는데 기분 이상하더라. 왠지 내 수능점수랑 바뀐 기분이랄까. 괜히 내가 걔 수능점수를 훔친 것 같더라고. 뭐 당연히 그런 건 아니겠지만.”

 

……. 그래. 당연하지. 안 좋은 일 있었네. 괜히 물어봐서 미안해. 오빠가 지금 좀 바빠서 그런데 나중에 전화하자. 갑자기 미안해.”

 

알았어. 나중에 연락해. 오빠! 나 수능 잘본 기념으로 꼭 한턱쏘고!”

 

찰칵. ……. ……. ……. ……. ……. ……. ……. …….

 

통화가 끊기고서도 나는 그대로 굳어 버린채 움직일 수 없었다. 분명하다. 내가 소원을 빌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있다! 나는 그 노인이 줬었던 종이를 찾아서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별로 오래 지난 것이 아니어서 책상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