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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로 요약이 잘 됩니다. 

간단히 용어설명을 하자면

오리지널약: 최초로 특정 성분을 약물로 상품화한 것을 말합니다.
제네릭 드러그: 오리지널약의 독점적 특허권의 시효가 만료됐을 때, 같은 성분 같은 함량의 약을

타 회사에서 생산하고 대신 독립된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식' 제네릭 드러그 = "카피약": 같은 성분 같은 함량의 약이고 비오리지널로 등재가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리지널약에 비해 시판허가가 용이합니다) 독립된 상품 브랜드인 약입니다.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돌아가는 나라라면, 보통 처방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의사가

고혈압 환자에게 발사르탄을 처방하고 싶다, 그러면 Valsartan이라는 성분명으로 처방하거나,

디오반이라는 오리지널 상품명으로 처방합니다. 이 처방전을 들고 환자는 약국에 가서 처방받은

약을 구매하게 됩니다. 이 때 환자의 의사('좀 더 싼 약을 복용하고 싶다'), 보험 재정을 위한 국가의

개입('약국은 처방받은 성분에 대해 가장 싼 약을 판매해야 한다'), 의사의 특정한 처방 사유

('이 성분은 제네릭 의약품의 생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오리지널약만을

처방한다'), 사보험 체계의 특수성('우리 보험사는 특정 제약회사와 협약을 맺어서 지불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이 환자에게 가장 싼 제네릭을 허용한다') 등등의 이유로 제네릭이

환자의 손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경우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없다(=생동성)는 것을 각 국가의

식약처가 보증하는 것이 원칙이며, 보증의 자격은 시판 허가 과정을 통해서 조절하게 됩니다.

이게 한국에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하나는 원래대로라면 생동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제네릭이 실질적으로 그렇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브랜드리스가 되어야

할 제네릭이 독립적인 상품인 양 팔리고 있다는 점.

생동성 문제는 실제로 이미 파동이 있었고(칼럼에도 언급됩니다), 지금도 여러 편법으로 통과하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정 회사의 특정 약품이 자꾸

예기치못한 문제를 유발하는 것 같다는 산발적인 보고가 아주 자주 발생하고 있고 공정 관리와

생동성 문제를 그 원인으로 추정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문제는 전수조사건 표본 추출 조사건

식약처에 의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고, 개별 의사나 약사, 혹은 진료기관이 이 문제를 과학적

실험에 기반해서 입증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오리지널약만 처방하는 의사도 있고, 오리지널약이 제네릭만큼

약값인하가 안됐을 경우 심평원의 임의삭감이 들어온다거나, 혹은 공공진료기관에 있는 경우

'높으신 분'의 압력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독립상품일 경우는 웃긴데 웃으면 안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일단 약국이 쓸데없는 재고가 늘어납니

다. 약사들이 대체조제 혹은 성분명 처방에 강하게 찬성하는 이유 중 1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문제가 된 발사르탄 제재는 단일제 복합제 합쳐서 400종 좀 넘게 시판되고 있습니다. 개중에

같은 성분이면서 회사만 다른 경우, 원칙적으로 약국은 그 약을 구해서 환자에게 주거나 아니면 다른

약국을 안내해야 합니다. 엑스콤비라는 상품과 발디핀이라는 상품은 같은 성분에, 둘다 제네릭임에도

의사가 엑스콤비로 처방했으면 약국에 발디핀의 재고가 있어도 못 준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처방전에 대체조제 허가/불허 항목을 넣고 약국에서 처방 의사의 재가를

받아서 동일 성분의 다른 상품을 환자에게 판매 가능하도록 해놓았습니다만, 사실 이로 인한 문제도

만만치 않게 발생합니다. 제가 겪은 사례 중에는 약국이 제게 아무런 고지없이 임의로 환자에게

타 회사 상품을 제공한 바가 있습니다. 하필이면 그게 문제가 된 발사르탄 제재였고, 다행히 제공된

상품이 판매 중지를 당하지 않은 상품이었습니다만 만일 이번에 문제가 됐던 상품이라면? 책임소재

로 인해 꽤 문제가 복잡해졌을 겁니다. 

이에 덧붙여서, 불필요한 프로세스와 과도한 정보로 인해서 의사나 약사가 최선의 행위를 하기 힘들

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위에도 말했듯 발사르탄 제재는 400종이 넘습니다. 근데 발사르탄은 한

국에서 처방되는 약의 일부일 뿐입니다. 텔미사르탄도 몇 백 종, 암로디핀도 몇 백 종, 라니티딘도

몇 백 종... 왠만큼 유명하고 장기간 복용하는 약들은 대부분 저렇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아진

항목은 작업종사자의 인지능력을 흐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실수를 늘리게 됩니다. 성분명과 상품명의

매칭이 잘못 돼서 잘못된 처방이 나간다거나, 잘못된 약을 주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성분명 처방의 찬성 근거 중 하나가 프로세스 단순화에 있는 이유입니다. 머리 속에서건 서류에서건

약품 창고에서건 정리가 어렵거든요.


결국 큰 틀에서 볼 때 성분명 처방-제네릭의 브랜드 자격 박탈-처방전 기재 방식과 상품 내역

매칭에 대한 변경은 좀 더 선진적인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책임'입니다. 저게 제대로 돌아가려면

제약회사는 자사 생산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오리지널약에 준해서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보증할 책임을 져야 하며, 의사는 처방 적정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약사는 의약품 관리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하고, 환자는 약품 선택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근데 어떤 미친 사람이 책임을 지고 싶어하겠습니까? 모든 책임은 다 cost인데 말이지요. 특히나

한국에서 제네릭의 독립상품화를 허가하면서 시판 허가는 쉽게 내준 것은 국내 제약회사의

매출비중을 높여주려는 산업 보호적 측면이 강합니다. 이미 이렇게 굳어진 상황에서 선진 시스템을

위해서 현재의 시스템을 박살내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고, 이를 실행하게 될 정치가와 관료에게는

사실상 이득이 별로 없습니다. 선진시스템의 결과물이 기존보다 낫다는 것을 입증하는데에는 최소

5년은 걸릴 것인데, 그 5년 사이에 국내 제약회사의 공격은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언제나 그렇듯 시스템 개혁은 누더기가 되어서 점진적 발전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의사건

약사건 식약처건 심평원이건 또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니 그 책임을 굳이

지려고 하지 않겠죠. 그나마 이번 사건은 실질적인 피해자도 명확하지 않고(발암물질이 포함되었지만

유효성이 나타날만큼 복용한 사람이 적을 것이고, 이 발암물질은 인간에서의 발암가능성이

명확한 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판 중지와 리콜 정도로 해결볼 수 있습니다. 다음 번에는?

누군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한 책임 소재는 모호해질겁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특정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고, 또 발생할 겁니다. 과연 이번 사건에서 끝내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제 짧은 인생경험에서도, 한국에서 그럴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