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비시즈에서 자동차를 만든다는 글을 올렸었는데, 자동차와 함께 레이싱 트랙도 만들고 있습니다.

 

 

레이싱 트랙을 만들면서 느꼈는데, 레이싱 트랙이라는 것이 대충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곡선 트랙을 예쁘게 까는 것은 상당히 번거롭고 해서 그냥 펜스만 몇 개 세워서 간단하게 트랙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차례 시험 주행을 해 보니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야껨에는 야한 장면이 핵심이듯 레이싱 게임에서는 빠르게 달리는 것 같은 속도감이 핵심입니다. 순위경쟁도 순위경쟁이지만, 빠르게 달릴 때의 느낌을 즐기기 위해서 레이싱 게임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코너를 돌 때도 도는 것 같지 않고, 달릴 때도 달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것의 문제를 휑한 배경에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속도감이라는 것은 체성감각으로 느껴지는 가속도의 변화와 눈으로 보이는 배경의 흐름에 의해 복합적으로 생겨나는 감각입니다. 배경은 단순히 레이스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기준점입니다. 그리고 배경에 배치된 기물과 텍스쳐는 시각적으로 배경과 자동차의 상대적인 속도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레이싱 게임이 배경 묘사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더군요.

 

그리고 제가 무시했던 요소가 사실은 꽤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고 트랙에 이런 저런 기물을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흰색과 붉은색의 연석을 군데군데 깔고 공중에는 부유석도 띄워보고, 트랙 한가운데 정체불명의 탑도 세워 봤습니다.

 

 

 

그 다음 깨달은 것이 트랙의 설계 문제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냥 귀찮아서 직각으로 딱딱 떨어지게 짠 트랙입니다. 게다가 코너가 꽤나 많습니다. 즉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만한 구간이 적습니다. 중간 부분의 3연속 헤어핀 직전의 직선 구간과 후반부의 직선 코스 외에는 연속해서 나타나는 코너링을 위해 속도를 줄여야 하고 이 때문에 시원하게 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타트라인이 있는 가장 긴 직선경로(홈 스트레치)직후의 직각 코너 두개를 하나로 합쳐 크고 완만한 곡선 코너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설계를 바꾸니 훨씬 낫긴 하더군요.

 

 

 

 

뭐, 여하튼간에 레이싱 게임에서 트랙 만드는 것도 나름대로의 이치가 있는 것 같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