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 능력자의 비극
2021-05-05 17:13:22
2,006
시간을 되돌려 누군가를 구한다
"고맙다"는 미소. 처음엔 그걸로 만족했어
하지만 그런 걸 계속 반복하다 보니 구해준 상대의 미소와 과거에 괴로워한 그 녀석이 같은 사람으로 안 보이더라고
그런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니, 그게 전부 만들어진 픽션으로 보이는 거야
그런 세계에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
그래서 그만 뒀어, 뭔가를 되돌리는 짓을...
작품에 따라 시작 지점, 발동 조건, 능력의 원리는 달라도 루프 능력이란 참 편리하면서도 강력한 능력입니다
이기는게 불가능해 보이는 강대한 적이나 거대한 사건이라도
루프를 반복하며 수련을 하든 공략법을 찾든 해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승리할수 있는 사기 능력중에 하나이죠
그 대가로 루프 사용자는
평생 한번 격을까 말까한 끔찍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 없이 격는 다던가
쌓아온 우정과 사랑 증오마저 초기화 되어 생기는 인간관계의 혼란과 괴리
상대가 정해진 행동을 하며 정해진 반응을 하는 인형/NPC로 보이는 현실감각 상실
어차피 되돌아온다고 소중했던 사람에게 말로 할수 없는 끔찍한 짓을 저지를수도 있겠죠
여기에 더해 루프 사용자가 격는 고통을 좀더 심도 있게 다루고 싶네요
댓글
8개 댓글 쓰러가기루프물에 기억공유가 능력이나 물건이 나오는 작품은 개인적으로 사도라고 생각되요
그렇다면 정말로 루프물에서 같은 시대를 반복해서 사는게 정신건강에 나쁜 일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70살에서 20살로 자꾸 되돌아간다고 사는게 지겹거나 감정이 마모되거나 인간성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70살에서 20살로 돌아온 직후 당시 가장 친했던 사람과 만났을 때 서먹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몇번을 반복했던 간에요.
기억은 어렴풋해진지 오래이고, 사실상으로도 70살과 20살은 다른 사람이라 봐도 무방하죠.
50년 단위가 아니라 1년 단위로, 21살에서 20살로 자꾸 돌아간다고 해도 10번정도 반복하고 나면 더이상 추가로 피로하거나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하지 않을 거에요.
어차피 그것 보다 더 옛날은 가슴에 와닿게 기억 못하거든요.
정리해서 말하자면 사람은 10년전에 했던 일은 똑같이 다시 했을 때 그게 지겹게 느껴질 만큼 머리가 좋지는 못해요.
또 애초에 생활 주기를 반복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가는 일이긴 한가 고민도 해보아야 해요.
현대인들이야 해가 바뀌면 진학도 하고, 졸업도 하고, 취직도 하고, 실직도 하고, 대통령도 바뀌고, 기술도 발전하고, 신기한 물건도 자꾸 나오고 경제도 끊임없이 성장하기 때문에 정체되는 것이 비정상, 변화가 정상 이라고 생각하지만
200년전만 해도 똑같은 일년이 죽을 때 까지 반복되는게 정상이었지요.
자식도 첫째 둘째 셋째 계속 낳았기 때문에 결혼하고나면 죽을 때 까지 사계절에 따라 똑같이 농사 짓고 똑같이 자식 키웠지요.
이런걸 생각해보면 본래 매일 매일이 같고 길게 봐도 계절이나 바뀌지 똑같이 반복하는 일년을 수십번 반복하며 살도록 적응한 인류가 루프 상태에 생물학적으로 맞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아요.
아니면 우역곡절 끝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에 성공하고 아이까지 가졌지만 초기화 되어 아이는 사라져있고 배우자는 완전 무관심한 타인으로 취급한다면?
과거에 사이가 어땧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이 상호작용이 아니라 일방통행이다 보니 괴리감이 심할거고 이걸 반복하면 대인기피증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2. 루프물은 단순한 일상의 반복이 아닌 뭔가 좀 더 큰 사건, 예를 들면 개인의 힘으론 도저히 바꿀수 없는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의 사건을 보잘것 없는 자가 바꾸기 위한 분투기라고 생각해요 (그걸 극복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불변성에 꺽이거나)
2. 사랑하는 자식과 배우자를 상실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큽니다. 그러나 젊은 부모님과 형제자매, 새로운 배우자와 자식을 만들어나가면 루프전 인간관계를 상실한 것은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잊어버리게 될 겁니다. 게다가 루프하는 구간의 세상이 평행우주로 확장해나가는 설정이라면 자식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가슴에 묻는게 아니라서 부담이 적죠. 나만 과거로 탈출하고 나머지는 악마들에게 영겁토록 고문받는 설정이 아니라면 문제가 단순해집니다.
3. 부모 자식 기타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면 긴 시간을 루프했을 때 거의 볼 일이 없고, 짧은 시간을 루프했다면 관계가 다를 가능성이 줄어들죠. 그리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시 만나거나 새로 만나는 인연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도록 생물학적으로 진화했고, 관계의 최대 용량과 필요 용량도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나 자신의 독립된 영혼과 자아가 있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작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역이 더 큽니다. 즉 내가 있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게 아니라, 다른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내가 생겨나는 거지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가 아니라, 생각만으로 존재할 수 있는 나는 없고 세상에 대한 인식으로서 내가 생겨난다 는 거지요. 드래곤 라자에도 나오지 않습니까? 나는 단수가 아니다.
4. 제 생각에는 근현대로 한정해서 수십년 단위로 루프한 사람이 겪는 어려움은, 바뀐 인간 관계가 아니라 바뀐 사회상에 적응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2020년의 70살 할아버지가 50년전 1970년 3공화국 시절로 돌아가면 사회분위기 적응하는데 꽤나 고생할겁니다. 그리고 이건 루프를 몇번 반복하던 간에 좋아지지 않고 루프 할 때 마다고 고생을 반복할 거에요. 직전 루프인 50년 전도 이미 어렴풋한 과거라 적응하기 어려운데 그 보다 더 이전 루프인 100년전, 150년전 기억이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 같거든요.
5. 세월이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도 잊혀진다고 하죠. 이 악물고 지난 루프의 감정들을 가져갈려고 해도 머리가 나빠서 새로운 루프에서의 삶이 강제로 덧씌워질 겁니다.
6. 사람의 가능성은 뇌 속에 물리적으로 갖혀 있습니다. 이전 루프의 기억과 젊은 청년/아이의 뇌 가소성(neuro plasticity)을 같이 준다면 결국에는 그 나이보다 조금 조숙한 편인 사람이 되어버릴 겁니다. 만약 뇌 가소성 없이 늙은 뇌를 통째로 가져오면 많이 살아도 150년쯤 루프를 보낸 후에는 치매에 걸리고 끝나버리겠죠.
루프물로 고통받는 과정을 보고 싶으면 "마마마 10화"를 보시면 됩니다. 영화 "나비효과"도 괜찮겠죠. 본인이 루프를 돌리는 어떤 절박한 이유나 목적이 있을텐데요, 돌릴수록 더욱 잘못되어가는걸 깨닫고 절망하면 되거든요. 루프물은 긴 장편보다는 어느정도 적당한 길이를 반복하는게 좋습니다.
절망을 하지않고 깨닫는것을 그리고 싶으면 루프물의 정석이자 기초인 "사랑의 블랙홀"을 보면 인물의 심리변화가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루프하다 멘탈나가서 자기 처절함을 내비치지만 다른사람에겐 뜬금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던가, if편에선 루프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날씨 알아본다고 날씨보고 자살한다음 날씨를 말해준다던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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