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눈에 거슬리는 부분만 익숙해지면, 굉장히 재밌고 배울점도 많은 리플레이입니다.

이후 감상에서는 역시나 존칭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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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표지. 대머리아저씨가 GM인 베티씨. 그 위로 주인공인 드레이크PC와 여자기사패치인 변태와 함께 여성진 3인방의 캐릭터가 보인다.>


1권(의 감상을 보시려면 여기로)을 보고 2권을 볼 일은 없을거라고 단언했었는데.. 어쩌다보니 결국 읽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이대로라면 다음권도 또 사보게 될듯.

내용은 여전히 '만족'의 귀족인 드레이크 PC, 안셀룸이 동료들과 함께 인족의 대도시를 노리는 친형의 음모를 저지하며 인족들에게 인정을 받아가는 과정의 연속.
1권에서 간신히 대도시 리리오의 세 파벌 중 산의 파벌, 드워프 수장에게 인정을 받은 후 2권에선 만족의 분견대를 격파, 정확히는 그 대장인 자신의 사촌 드레이크를 쓰러뜨리고 그로서 다른 두 파벌, 중도파의 인간과 강의 파벌인 엘프의 수장들에게도 인정을 받게 된다.

내용자체도 소월2.0의 서플을 활용하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역시 이 책의 진가는 혼혈 미국인인 GM의 '미국식RPG'관과 일본인 플레이어들의 '일본식TRPG'관이 부딪히는 부분.
플레이어들이 캠페인에 '여자 NPC'가 너무 안나온다고 불평하자, GM이 왜 그게 불평의 대상이 되는지 이해를 못한다던가(...), 플레이어가 뭔가 좋은 드립이 생각나자 바로 그냥 GM이 내보낸 NPC를 자기가 RP해서 조종, 플레이어들끼리 꽁트를 만드는 걸 보면서, NPC는 내(GM)가 조종해야하는데?!라며 당혹스러워한다던가.

종국에는 좀 진지한 고찰도 나오는데, 이 사람의 결론은 미국에서는 캐릭터를 가상의 세계라곤 하지만 엄연히 하나의 '인물'로서 존재하고 있는 걸 가정하고, 일본에서는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활용해서 놀 수 있는 도구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말이 좀 어려운데,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WOD는 물론 DnD를 하더라도 마법사가 매직 미사일을 쓰면서 '파동권'자세를 취하면서 "하도켄!"이라고 외친다거나, 파이어볼을 날리면서 "알라의 요술봉을 받아라!"거나 하는 건 '그 캐릭터'가 '그 세계'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게 말이 안되기 때문에 안하는데, 일본에선 오히려 신나게 그런 드립을 치면서 꽁트를 만들어간다는것.
뭐, 우리나라에서도 이걸 엄밀하게 따지는 팀이 있고 아닌 팀이 있지만, 최근의 대세는 이런 개드립에 관대하긴하다.


그 밖에는 이제 좀 다들 익숙해져서인지 1권처럼 마구마구 대형 컬쳐 쇼크가 터지지는 않았지만..
반면 그래서 오히려 GM으로서 '오, 이사람 대단해'라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

우선 코볼트 닌쟈 마스터. (............)
역시 양키랄까.. 멋지게 닌자를 만들어서 보스로 내보내는데, 그게 코볼트!라는 부분에서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었다. (레서) 오거를 부하로 '이 멍청한 놈!'이라고 일갈하는, (귀여운) 닌자 코볼트라니.. 우헤헤, 코볼트는 귀엽구나. (??)
이런 단발 NPC등장을 시키는데도, 굳이 '코볼트 닌쟈 마스터란, 인족들이 코볼트에 대해 경계하지 않는 것에 착안한 한 드레이크가 그 특성을 활용한 훈련과 품종개량을 거듭하여-' 와 같은 설정을 만드는 것도 뭔가 재밌었다.
(..사실 내가 이런 타입이라서, 혼자 짜면서 재밌어하고 실제 게임엔 나오지 않는 것이 많다. 적극적으로 파면 말하려고 준비해두지만, 안파면 일부러 내가 먼저 말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다음은 드워프 폭염특공부대, 일명 익스플로팅 카미가제 포스. (.................)
불 속성에 전혀 피해가 없는 소월2.0의 드워프가 양키 취향에 직격, 드워프인데 소서러를 6이상 찍고 양손 도끼를 마법 발동체로한 특공부대. 파이어볼에 자기들끼린 피해 없으니까, 파이어볼 난사하고 도끼들고 달려드는 부대.
.....
이건 딱 보는 순간, 아, 그래 당신 양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과연.과연.

이 두 설정을 활용할때 자연스레 덕력이 높은 대사가 나오는것도 대단.
전자의 닌자 마스터가 출진할땐, 세익스피어의 쥴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대사, "Cry havoc! and let slip the dogs of war!" 를 해주고..
후자의 드워프 부대가 출진할땐, 톨킨선생(..)의 중간계 드워프어로 "Baruk Khazad! Khazad ai-menu!!"라고 외쳐주니.. (뜻은 드워프의 도끼! 드워프가 네놈들의 목을 딴다! -같은거라는데 난 드워프어를 몰라서(.............))

역시 덕중덕. 이라는 느낌.

도시의 3파벌에 대해서도, 산의 드워프, 강의 엘프, 중도파 인간의 수장들에 대한 설정과 개별 대사 치는 걸로 캐릭터성을 살리는게 굉장히 수준이 높았다.
플레이어들마저도 NPC들의 대사와 그들이 그 간 세션을 통해 PC의 뒤에서 해왔던 일들을 들으면서 드워프와 엘프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 늙은 너구리와 암여우라는 호칭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감탄할정도니 뭐.
아무 생각없이 주는 의뢰를 해왔더니, 사실 이러저러한 파벌간 권력 싸움에서 알게모르게 이런저런 역할을 했네?! 라는 건, 개인적으로 굉장히 멋진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유연하게 게임으로 실구현했다는 것부터가 감탄.


그 외에는 함정을 설치할땐 이중으로 설치한다거나, 양키이기 때문인가 서양식 요리에 대한 묘사가 대단(스테이크나 스튜, 치즈가 들어간 음식을 설명하는데 굉장히 자세하고.. 무슨 요리만화보는 느낌)하다는 것, 전투 난이도가 역시 한국적(?)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전투 난이도에 대해서는 플레이어중 한 명이 말한게 뭐랄까 굉장히 심금을 울린달까, 메아리가 치던데, "전투가 계속, '한 번만 성장(레벨업)하면 뭔가 될 것 같은 수준'의 적들만 계속 나와!" .

이야, 이거 뭐랄까, 왠지 DnD게임류의 마스터링을 할 때 적절한 전투 난이도를 표현하는 척도가 되는 느낌. (응?)


아무튼 굉장히 재밌고 유익했고.. 여전히 짜증나는 부분은 그대로인듯하지만.. 그래도 익숙해지고, 또 나름 반전을 노린 씬 만들기가 후반부에 여럿 나와서(변태기믹을 순간 접고 진지한 캐릭터로 반전을 노리는 식의) 즐거웠다.

이 시리즈로 다시 소월2.0에 불타오르는 중.